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썼던 한국 파이롯트 수리후기에 이어서 이번에도 수리 후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쓰시는 라미의 수리 후기입니다.
1. 고장 발견 -> 회사 발송
이 글을 쓰기전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제가 몇달전에 '나의 소장품' 란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만년필을 소개할때 제 라미 만년필을 '사파리' 라고 소개드린 적이 있는데,
사실은 사파리가 아니라 알스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두 녀석들의 디자인이 비슷해서 헷갈렸나 봅니다.
이 만년필은 아부지에게서 얻어 쓰다가 망가진 파커 스텐다드 이후에 쓰게 된 만년필로서, 2007년에 구매한 뒤 망가지기 전까지
저의 필기구 생활의 중심축이었습니다. 3년동안 저와 같이 지내는 동안 생채기도 많이 생기고 이리듐도 많이 닳았지만, 저는
절대로 제 만년필을 바꾸지 않고 써왓습니다.
하지만, 2011년 초, 저하고 알스타하고의 관계가 크게 변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집에서 글을 쓰던 도중, 급한 전화를
받아야 할 상황이 생겨서 저도 모르게 만년필의 캡을 연 채로 전기난로 가까이에 놔둔 뒤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전화를 받고 난 뒤, 만년필로 글을 쓰려는데 닙이 그냥 쑤욱! 하고 빠지는 겁니다. 깜짝 놀란 저는 뚜껑을 열어 피드를 확인키
위해 피드를 돌렸는데, '우두둑!' 소리와 함께 피드의 나사부가 크게 갈라진 채로 빠져나오고 말았죠.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저는 만년필을 고치기 위해 만년필을 구매했던 곳 (현대백화점 울산점)으로 이녀석을 들고 갔지만,
문구매장을 찾을 수 없더군요, 안내 데스크에 물어본 결과, 영풍문고가 들어서면서 문구매장은 사라졌다더군요. 사실상
울산 내에서 수리할 방법을 찾을 수 없게된 저는 알스타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서랍 구석에 방치해버렸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스타를 수리하기로 결심합니다. 그 이유는 두가지인데, 첫번째는 4년동안 저와 생사고락을
같이해온 만년필을 함부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고, 두번째 이유는 일본에서 방영한 모 테레비 애니메이션 때문이었습니다.
(운영진의 요청으로 해당 이미지를 삭제합니다. 궁금하신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라미 펜과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으신 분은 금방 파악하시겠지만, 이것은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케이온!' 이라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여기에서 주인공 중 하나인 '타이나카 리츠' 라는 캐릭터가 라미 사파리 샤프를 쓰는데
저것을 보면서 저도 '나를 상징할 수 있는 좀 개성있는 필기구가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목적에
부합되었던 것은 오직 제가 4년동안 써왔던 라미 알스타 뿐이었습니다.
결심이 선 이후 라미의 공식 수입처가 화모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만년필이 고장날 경우 꼭 구매했던 곳으로 갈 필요가
없이 교보 핫트랙스에 보내거나 화모스로 직접 보내면 된다는 사실을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울산에는
교보 핫트랙스가 없기 때문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화모스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화모스 홈페이지에서 화모스 문구부서 전화번호를 찾을 수 있었고 (전화번호는 02-3444-3411 입니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거니
문구부서 사람이 직접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번호도 홈페이지도 찾을 수 없어서 구글링을 통해 일일히 전화번호를 찾아야
했던 한국 파이롯트하고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문구부서 담당자에게 만년필의 모델명과 이상증상, 그리고 저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직접 물건을 보낼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흔쾌히 받아주시며 고장증상과 모델명, 반송주소와 연락처 등을 기재한 뒤 택배로 보내면 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연락이 끝난 뒤
다음날, 저는 수리신청서와 만년필을 곱게(?) 포장한 뒤, 우체국 택배를 이용해서 화모스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2. 수리와 위기, 그리고 도착
여기까지는 수월했습니다. 2주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만년필 수리는 물건을 맡긴 후 일주일이 지난 월요일에 "수리가 완료
되었으니 택배로 보내주겠으며, 수요일 (4월 6일) 즈음에 받게 될 것이다" 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수요일까지 기다리는 도중, 한통의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문자의 내용은 "물류사정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되고 있으며, 4월 둘째주 내로 받을 수 있게 확인 조치하겠습니다" 라는 내용의
라미 AS 담당자 명의의 사과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뭐 원래 택배가 그렇지.....' 라고 생각하며 "늦어도 좋으니 잘만 고쳐달라"
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고 계속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라는 답신을 보내 깜짝 놀랐습니다.
진짜 AS 담당자의 번호로 저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택배는 오지 않았습니다. '화모스는 이노__ 같은 허술한 택배회사랑 계약했나 보군!' 이라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이틀을 더 기다렸습니다. 금요일이 되었지만, 택배는 오지 않았고, 느긋한 마음은 슬슬 불안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택배회사가 내 만년필을 날려먹은거 아냐?' 같은 걱정들이 제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배송상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AS담당자 전화번호로 문자를 보내 '택배상황을 확인하고 싶으니 송장번호를 보내달라'
라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문자를 보낸 지 두시간 뒤, AS담당자가 송장번호를 보내주었습니다만. 문자 내용을 읽어본 뒤
굉장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분은 울산(!)으로 출장을 가 있는 상태에서도 서울에 전화연락을 해서
송장번호를 확인한 뒤 저에게 문자를 보낸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 뒤인 토요일, 마침내 화모스로부터 택배를 받게 되었고, AS담당자가 저하고 했던 약속은 끝내 지켜졌습니다. 수리한
만년필을 살펴보던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고쳐달라고 부탁한 피드부분 이외에도 제가 고칠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던
부분인 캡도 교체를 해주었기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제 실수로 망가졌다고 명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무료로 고쳐주었더군요.
만약 라미 AS 담당자분께서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친절한 대응과 서비스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3. 평가
평가대상 : 라미 (수입처 : 화모스)
수리 방법 : 배송을 통한 본사 수리
접수 및 응대 - ★★★★★
수리 수준 - ★★★★★
수리비용 - 무상수리라 평가할 수 없었음
배송 수준 - ★★☆
총평 - ★★★★☆
(5점 만점, ★ 는 1점, ☆는 0.5점)
한 줄 요약 : 친절한 대응과 깔끔한 수리 및 위기상황 대응능력, 근데 택배문제는 좀......
보너스. 만년필 수리후 사진
(수리해달라고 부탁했던 피드부분)
(수리를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수리해준 캡)
(사진에선 안나왔지만, 새로운 캡 때문에 캡과 몸체의 색깔이 조금식 다릅니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페리카노 P460과 함께)
첫댓글 케이온 영.... 저는 흥미가 없던.... 그래도 라미는 부럽습니다. ㅎ
서비스가 좋군요. 축하합니다.
하우맨님 자세한 후기 감사합니다^^ 그런데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애니메이션 이미지를 삭제 혹은 링크로 대체해 주실 수 없으신지요? 출처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의 <허가>가 꼭 있어야 합니다. 이미지가 없어도 충분히 훌륭한 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수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글을 재밌게 쓰시네요. 훈훈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펠리카노랑 라미 잘 어울리네요. 허허허..
AS 후기 잘 읽었습니다.
화모스는 서비스가 정말 좋군요! 무료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
고쳐진 녀석의 투명한 그립이 참 예쁘네요 ㅎ
고생하셨던 AS기사님께 감사의 문자라도 한개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