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아침-8월21]남편의 여자동창

[파비우스]

남편의 여자동창...

띠리리~~~
출근하려고 집을 막 나서는데 남편핸드폰이 울렸습니다.
계속되는 폭음으로 오늘아침엔 정신이 없었는지 
핸드폰을 두고 출근을 했나봅니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받았더니 이쪽에서 
'여보세요' 하고 말을 꺼내기도전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야, 내다. 집에는 잘갔나? 아 전화 안하노?걱정되서 전화해 봤다" 
누구냐고 물어보지 않아도 그 여자가 누구인지 짐작이 되었다.
"죄송한대요 제가  핸드폰 주인이 아니거든요. 
꼭 전 하실 말씀있으시면 전해드리고 아니면 저녁에 통화하시겠습니까?" 
저쪽에서 당황하는듯 
"아, 죄송합니다. 근데 누구세요?" 
아니, 그런말은 이쪽에서 물어봐야 하는거 아닌가?.....  
"저는.... 지금 전화하신 분, 남자친구의 아냅니다. 은미씨 맞죠?"
은미!! (물론 가명입니다)
남편이 꿈에도 못잊는 첫사랑입니다.

워낙 성격이 와일드 한 편이라  남편이 아직도 가슴에 
첫사랑을 묻어두고 있으리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는데, 
지난 봄에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퇴근 해서 집에 돌아와보니 벌써 와 있어야 할 남편이 보이지 않았고 
차는 있는데 사람이 없어 근처 슈퍼에라도 갔겠지 하고 기다려도 
10시가 넘도록 사람이 오지않아 혹시나 하고 서랍을 열어보니 
카드가 없어 졌더군요.
'아이고 이 왠수, 또 시작이구나 싶어 전화를 했더니 
남편은 벌써 거나하게 취한 목소리로 
" 아, 당신이가? 내 여 바로 집옆에 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찾아와서 한잔하고 있으니 그리알고 
아~들하고 밥묵고 먼저 자그라. 알았제? 끊는다."
 뭐가 그리 급한지 남편은 내가 말할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카드 왜 가지고 나갔냐고, 카드 쓰면 않된다고 말해야 하는데 
남편은 자기 할 말만하고 전화를 끊더군요. 그런데 그게 문제였습니다.
자기는 전화를 끊는다고 끊었는데 끊어지지가 않아 
그쪽에서 하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의 술취한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내사마 은미 한번만 만나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가시나, 어찌 사는지, 얼매나 변했는지 참말로 보고싶다. 
서울 산다 카던데...저번에 어렵게 수소문 해갔꼬 전화번호 알아내가 
전화했는데 딴사람이 바다가꼬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카드라. 
햐~ 그소리듣고 매칠동안 잠도 안오고.....걱정되서  미치겠더라. 
니그, 알제? 은미하고 내하고 얼매나 좋았노? 
지그 아부지만 아니었으믄 지금쯤 여보 당신하고 잘 살고 있쓰낀데..."
"맞다, 니그 둘이는 그야말로 로망스였제... 
자 자 그런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이어지는 남편의 목소리
" 내 첫사랑 은미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여 건배!".

참~~ 듣고 있자니 속에서 열불이 나더군요.
아니, 그런 애틋한 사랑을 가슴에 묻고 어떻게 나랑 한 이불쓰며 
살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내가 몸살나 누워있어도 
약한첩 안 사다 주면서 뭐가 어째. 걱정되서 잠이안와. 
이 인간 들어 오기만 해봐라.....'
이를 부득 부득 갈며 남편오기를 기다리다 지쳐 먼저 잠이들었고 
다음날 아침에 눈을드니 생각이 바뀌더군요.
'그래, 뭐 그럴수도 있겠지. 누구나 첫사랑은 있으니까. 
그냥 모른체하자' 큰 맘 먹고 넘어가 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진 봐줄수 있다 이겁니다.

엊그제, 정확하게 8월14일~ 15일!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회였습니다.
자기 말로는 졸업 25 주년을 기념하여 모교에 교장선생님으로 계신 3학년때 
은사님을 모시고 감사도 드리고 후배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하고.... 
하여간 계획이 거창하더군요.하지만 제가 보기엔, 
남편은 제사는 뒷전이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듯 보이더군요.
한달전 부터 휴가를 동창회 날로 마추고 가족들에겐 한마디 상의도 없이 
피서지를 자기 고향으로 정하고.... 하여간 혼자 바쁘더군요.
드디어 8월 14일 우리가족들은 남편이 동창회 하러가는길에 얹혀 
그곳으로 갔습니다 (고향은 밝힐수 없음)
가는길에 차가 막혀 시간이 지체되자 남편은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어쩔줄을 몰라하더군요.
아니, 시험치러가는것도 아니고 동창회에 가면서 좀 늦으면 어떻습니까?
보고있자니 참 속에서 천불이 났지만 1년에 한번 가는 
피서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 또 아이들 기분까지 망칠까봐 꾹 참았습니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하였습니다.
남편은 우리들을 짐짝 내리듯 내려놓고 휭 하니 가더니 
다음날 오후가 되도록 전화 한통 없었습니다.
어렵게 민박을 구해 짐을 풀었지만 기분은 엉망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아빠가 야속했는지 우울해 있고....
하여간 올 휴가는 민박집 방에서 보내버렸습니다. 
15일 오후에 남편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다며 
좀 더 있다가 오겠다고 하더군요.
화가 나서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조금 있으면 오겠지 하고 기다렸는데도 
밤이 깊어지도록 남편에게서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쳐 전하를 했더니 남편 친구가 받더니하는말
"어이! 제수씨! 이친구가 오늘 아주 반가운 친구를 만나가꼬  
찐하게 한잔 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전화하라고 하께요".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리고 여자들 목소리에 섞여 남편목소리도 들리더군요.
아마도 내 전화니까 변명할 말이 없어서 
친구보고 대신 받아달라고  부탁 한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다음날 저녁이 되서야 전화가 와서는 
집에가게 빨리 짐 챙겨 나오라고 했습니다.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 우리가족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간간히 아이들이 아빠에게 말을 건네면 화만낼뿐.....
오는 도중  남편 핸드폰이 울렸고 남편은 내 눈치를 살피며 전화를 받더군요. 
옆자리에 앉아있으니 그쪽에서 하는 말이 다 들렸습니다. 여자였습니다.
 왜 빨리 가느냐고 묻는 여자에게, 일행이 있어 빨리간다고 대답하더군요. 
이젠 아예 가족이 아니고 일행이 되어버렸습니다.
전화를 끊고 누구냐고 물었더니 동창생 이라고 하더군요.
휴게소에서 남편이 잠시 아이들 간식거리를 사러간 사이에 
남편 에게 메세지가 왔습니다. 열어보니 
"만나서 정말 반가웠고 어제 즐거웠어. 정말 보고싶었는데.. 
잘 가고 도착하면 꼭 전화해. -은미-"

남편은 메세지를 열어보고는 내가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지 한숨을 쉬더군요.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남편이 갑자기 멀게 느껴 졌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하여 내키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려고 
신문에서 읽었던 유머도 이야기 해 줬지만 
남편의 표정은 무표정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조금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줘도 배를 쥐고 웃던 사람이었는데....
남편의 무표정에 머쓱해진 나는, 아이들이 먹다남긴 
핫도그 를 한입 베어 먹었더니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고만 무라, 니는 허리도 안 재보나? 그리 무 대니 허리가 있겠나?
아이고 ~그게 허리가 드럼통이지.. 쯧쯧"
평소에는 통통해서 좋다던 남편이 갑자기 그런말을 하며 
혀까지 차니까 눈물이 나데요.

그래도 나는, 자기가 뭣때문에 우울해 있는지 다 알고 있어도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고, 휴가를 다 망쳐도 애써 참고 있는데 
어쩌면 그럴수가 있는겁니까?


동창회! 좋지요. 옛 친구들을 만나 추억을 이야기 하고, 
좋은일도 하고... 하지만 다 좋은건 아닌것 같습니다. 
그것도 남녀 공학고등학교에서는.....
그리고 전국에 계신 동창회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싶네요. 
동창회가 끝나면 제발 전화들 좀 하지 마세요.
친구라고 생각하시고 전화를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전화로 인해 오해가 생기고, 
또 심각하면 가정파탄 원인이 될수도 있으니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그런일도 제 주위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친구의 가정도 내 가정처럼 소중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2004년 8월21일 아침 두꺼비(파비우스)
출처/MBC여성시대
음악/Ciao Cara Come Stai(내 사랑이여 안녕을) - Iva Zanicchi









	 					

[하늘빛민주]

친구란..이름은.....정말...아름답는데.....

[해용]

인내심이 대단하네요....저 같으면 벌써 남편과 한바탕 했을텐데...그냥 친구도 아니고 첫사랑과의 만남이였는데...ㅜㅜㅜㅜ

[이쁜미시]

시골 고향친구들.... 첫사랑... 우리 삶에 고운 빛깔로 채색된 추억... 가슴에 묻어둔 그리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경이ㅎㅎ]

이 글 쓴 여자분의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가네요.. 신랑이 너무했네.. 저 같으면 저렇게 못 참을텐데.. 참을성과 이해심이 많으신분 같네요 ..

[앵두셔]

기차타고 바라보는 시골들녁은 참 아름답거든요.. 허지만 그 안에 삶은 녹녹치 않습니다. 그렇듯 그냥 지난 추억은 추억일 뿐입니다. 가보지 않는길이 그립듯이 ...

[희양골]

와~ 멋있네요. 그런디 남편되신 분이 좀 의연하게 대처했으면 가족도 동창도 즐거움 그자체였을 거 같은 데...

[널 사랑해]

첫 사랑은 추억일 뿐인데...그냥 모른척 넘어가는 아량을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것 같네요..꼭 한번쯤 보고 싶어하는건 궁금해서 그런건데 그리구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거든요.. 동창이라면 동창회 할때마다 볼텐데 좀 너그럽게 봐주면 안될까요 가끔은 옛 추억이 그리울때가 있거든요

[꼬마걸리]

남편이 현실을 바탕으로 살으셨으면 좋겠네요 추억속의 사랑은 사랑이고 현실에서는 친구로 가족에게 떴떳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예쁜걸]

우린 흔히 내가 겪여보지 않음 그냥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지....하고 얘기를 합니다 . 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선 그래 유쾌한 일만은 아니죠..여자친구를 만났다는게 문제가 되는게 아니고 여전히 그리워하고 못잊어하는 마음이 아내를 힘들게 할것 같네요....

[은총향기]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그 남편이 어떻게 나올런지요. 첫사랑과 성공을 해서 살았다고 해도 지금 마음은 현재의 아내를 향한 마음과는 별반 다르지 않을 겁니다.아내가 첫사랑 동창을 마나서 그렇게 했으면 아마.....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로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