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白江亭夜, 부벽정 달 밝은 밤에
長空玉露流. 먼 하늘에서 옥 같은 이슬 내려.
淸光蘸河漢, 맑은 빛은 은하수에 빛나고
灝氣被梧楸. 서늘한 기운 오동잎에 서려있네
皎潔三千界, 눈부시게 깨끗한 삼천리에
嬋娟十二樓. 십이후가 아름다워라
纖雲無半點, 가녀린 구름에는 반 점 티끌도 없는데
輕颯拭雙眸. 가벼운 바람이 눈 앞을 스치네.
瀲灩隨流水, 넘실넘실 넘쳐 흐르는 물에
依稀送去舟. 아물아물 떠나눈 배를 보내네
能窺蓬戶隙, 배 안의 창 틈으로 엿보니
偏映荻花洲. 갈대꽃이 물가에 비치는구나.
似聽霓裳奏, 예상곡이 들리는 건가
如看玉斧修. 옥도끼로 다듬은 건가
蚌珠胚貝闕, 진주 조개로 집을 지어
犀暈倒閻浮. 염부주에 비치는 구나.
願與知微翫, 지미와 달구경하고
常從公遠遊. 공원을 따르며 놀아 보세
芒寒驚魏鵲, 달빛이 차갑자 위나라 까치가 놀라고
影射喘吳牛. 오나라 소는 그림자 보고 헐떡이네
隱隱靑山郭, 은은한 달빛이 푸른 산을 두르고
團團碧海陬. 둥근 달이 푸른 바다에 떴는데
共君開鑰匙, 그대와 함께 창을 열어 젖히고
乘興上簾鉤. 흥겨워 주렴을 걷어올리네
李子停盃日, 이자는 술잔을 멈추었고
吳生斫桂秋. 오생은 계수나무를 쩍었지
素屛光粲爛, 흰 병풍이 빛도 찬란한데
紈幄細雕鎪. 아로새긴 채색 휘장 쳐져 있네
寶鏡磨初掛, 보배로운 거울 닦아 내어 처음 걸고
永輪駕不留. 얼음 바퀴 구르던 것도 멈추지 아니하네
金波何穆穆, 금물결은 어이 그리도 아름다우며
銀漏正悠悠. 은하수는 어이 그리도 유유한가.
拔劍妖蟆斫, 요사스런 두꺼비는 칼을 뽑아 없애고
張羅㕙兎罦. 교활한 옥토끼는 그물을 펼쳐 잡아 보세
天衢新雨霽, 먼 하늘에는 비가 처음 개이고
石逕淡煙收. 돌 길에 엷은 연기 거두고
檻壓千章木, 난간은 천장목이 누르네.
階臨萬丈湫. 섬돌에선 만 길 못을 굽어보네.
關河誰失路, 머나먼 곳에서 그 누가 길을 잃었나
鄕國幸逢儔. 고향 나라 옛 친구를 다행으로 만났네
桃李相投報, 복숭아 자두 서로 주고 받으며
罍觴可獻酬. 잔에 가득 부어 술도 주고 받았네
好詩爭刻燭, 초에다 금을 그어 다투어 시를 짓고
美酒剩添籌. 가지를 더해 가며 취토록 마셔 보세.
爐爆烏銀片, 화로 속에선 까만 숯불이 튀고
鐺翻蟹眼漚. 노구솥에선 보글보글 거품이 나네.
龍涎飛睡鴨, 오리 향로에선 용연향이 풍겨 오고
瓊液滿癭甌. 커다란 잔 속에는 술이 가득해라.
鳴鶴孤松驚, 학 우는 소리에 외로운 소나무 놀라고
啼螿四壁愁. 네 벽에선 귀뚜라미 우는구나.
胡床殷瘦話, 호상에서 은호와 유량이 이야기하고
晉渚謝遠遊. 진저에서 사령운이 혜원과 노닐었었지
彷彿荒城在, 어렴풋이 거친 성터에
簫森草樹稠. 쓸쓸하게 초목만 우거져
靑楓搖湛湛, 단풍잎은 하늘하늘 떨어지고
黃葦冷颼颼. 누런 갈대는 차갑게 사각거리네
仙鏡乾坤闊, 선경이란 하늘과 땅이 넓기만 한데
塵閒甲子遒. 티끌 세상엔 세월도 빠르구나.
故宮禾黍穗, 옛 궁궐엔 벼와 기장이 여물었고
野廟梓桑樛. 사당에는 가래나무 뽕나무가 늘어졌네
芳臭遺殘碣, 남은 자취는 빗돌 뿐이던가
興亡問泛鷗. 흥망을 갈매기에게나 물어 보리라.
纖阿常仄滿, 달님은 기울었다가 다시 차니
累塊幾蜉蝣. 인생이란 하루살이 같아라.
行殿爲僧舍, 행궁전은 중 절집이 되고
前王葬虎丘. 지난 왕들은 호구에 장사지냈네
螢燐隔幔小, 반딧불이 휘장에 가려 사라지나
鬼火傍林幽. 귀신 불이 깊은 숲에서 나타나네.
弔古多垂淚, 옛날 일 생각하면 눈물만 떨어지고
傷今自買憂. 지금 세상 생각하면 저절로 시름겨우니
檀君餘木覓, 단군의 옛터는 목멱산만 남았고
箕邑只溝婁. 기자의 서울도 실개천뿐일세.
窟有麒麟跡, 굴속에는 기린의 자취가 있고
原逢肅愼鍭. 들판에는 숙신의 화살만 남았는데
蘭香還紫府, 난향이 자부로 돌아가자
織女駕蒼虯. 직녀도 용을 타고 떠나가네
文士停花筆, 문사는 화필을 놓고
仙娥罷坎堠. 선녀도 공후를 멈추었네
曲終人欲散, 노래를 마치고 사람들 흩어지려니
風靜櫓聲柔. 고요한 바람에 노 젓는 소리만 들려 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