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좌] 온통 억새밭인 522m봉에 올라서면 눈앞에 올려다 보이는 용지봉. [우] 522m봉 일대는 여름철에 꽃을 피우는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이질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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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가로질러 푯말을 뒤로하고, 완만한 산길로 20분 정도 오르면 522m봉. 과거 산불이 났는지 주변은 그늘을 찾을 수 없는 민둥산이다. 조망은 시원해 눈앞에 용지봉이 올려다 보이고 주변은 온통 억새밭이다. 이 일대는 여름철에 꽃을 피우는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다. 오이풀을 비롯해 무릇 꽃, 닭의장풀, 이질풀 꽃, 마타리(패장근), 싸리나무 꽃 등등이 눈에 띈다. 그늘이 없는 초원지대는 다양한 풀꽃이 생육하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잠시 안부로 내려서면 네 갈래 갈림길인 용신재에 이른다. 이정표(용지봉 1.3km, 전경부대 3.6km, 장유사, 용전마을)가 있는 이곳에서 다시 정상을 향해 올려친다. 정상까지는 40여 분이면 닿게 되지만 제법 땀께나 쏟아야 한다.
가파른 능선을 따라 30분 가량 오르면 바위 전망대가 나온다. 뒤돌아보면 장유 신도시가 가깝게 보이고, 김해시 일대는 물론 낙동강과 김해평야, 그 너머로 금정산 자락의 부산 시가지 일부도 조망된다. 낙남정맥이 이어지는 산등성이의 끝에는 신어산이 솟아 있다.
코앞의 정상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산정 아래에 간단한 음료와 컵라면을 파는 행상이 터를 잡고 있다. 널찍한 산정에 서면 사방팔방 거침이 없는 조망이 펼쳐진다. 멀리 북쪽 정맥을 따라 천주산, 정병산, 비음산, 대암산이 연결되고, 산등성이 왼편에는 경남도청 소재지인 창원 시가지가 터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꺾인 정맥은 김해의 장유와 진례면을 나누면서 황새봉을 지나 낙원 공원묘지 뒤편으로 신어산까지 이어간다. 남쪽에는 불모산이 우뚝하고 그 오른편으로 진해만과 바다 위에 떠있는 섬들도 환상적이다. 정맥을 울타리 삼아 기름진 평야와 풍요로운 바다를 끼고 삶을 지탱해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상상해 볼 수 있어 좋다.
- ▲ 장유 신도시를 비롯해 김해 일원은 물론 낙동강 너머 부산까지도 조망되는 용지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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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가장자리에는 갈림길 푯말(전경부대 5.0km, 대암산 2.7km, 장유사 1.1km, 윗상점 5.4km)과 2004년 4월에 세웠다는 ‘龍蹄峯·룡제봉·723m’ 표석이 있다. 뒷면에는 ‘飛龍上天形(비룡상천형)’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풍수지리에서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국’이란 뜻인 것 같다. 참고로 국립지리원 1:50,000 지형도에는 용지봉 743m로 표기되어 있다. 표석 뒤편에는 짚신나물이 꽃을 피운 채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산은 남쪽 능선을 바라보고 장유사 방향으로 내려선다. 10분쯤이면 세 갈래 갈림길인 안부에 닿는다. 이정표가 서있는 이곳에서 능선길로 계속 직진하면 721m봉을 지나 상점령에 이르게 된다. 장유사는 직진하는 능선길을 버리고 왼편 산비탈로 10분이면 도착된다. 장유사는 천태산의 부은암, 무척산의 모은암, 지리산의 칠불사와 함께 가야불교와 관련된 가락국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
- ▲ 장유사 경내에 있는 장유화상 사리탑과 가락국사 장유화상 기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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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숲속에 아담하게 자리한 장유사. 가락국의 8대왕인 질지왕(451-492)이 세운 가야시대 사찰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다. 다만 경내에 있는 장유화상 사리탑(도문화재자료 제31호)이 질지왕 때 이 절과 함께 조성됐다고 전한다. 그러나 제작수법으로 보아 고려 말이나 조선 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사리탑 옆의 가락국사 장유화상 기적비는 1915년 주지인 선포담(宣布潭)이 세웠으며, 비문은 수로왕릉 숭선전(崇善殿) 참봉(參奉) 허식(許式)이 지은 것이다.
석간수 한 잔으로 목을 축인 후 절집을 뒤로하고 길을 재촉한다. 차량이 다니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버리고 지름길을 찾는다. 일주문격인 범종루를 나서면 화장실이 있고, 왼편 숲속으로 산길이 열려 있다. 25분쯤이면 절로 오르는 아스팔트길과 만난다.
도로 왼편에 수량이 풍부한 계곡이 대청계곡으로 유명한 장유폭포가 있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가 더위를 잊게 하는 청량제 역할을 한다. 여기서 대청계곡 매표소까지는 15분이면 닿지만,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는 장유신도시 갑오마을 아파트단지까지 1시간은 잡아야 한다.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시산악연맹 부회장
첫댓글 여름산행지로 딱이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