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빵 몽슈슈 월 4억.
소프트리 월 1억5000만원
불황에 값비싼 외식 대신
소박한 간식 찾는 발걸음 확산
토요일이던 지난 8일 오후 5시께. 서울 서초구 잠원 상가에서 일하는 김유경 씨(가명.31)는 일과가 끝나자 서둘러 신세계 강남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뛰다 걷다 반복하다 백화점 지하 1층 식품관에 도착하자 김씨 마음은 더욱 바빠진다.
"집에서 가족들이 만두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이거 오늘 안 사가면 난리 칠 거예요. 근데 워낙에 줄이 길어서 동이 날까봐 걱정돼서 빨리 걷는 거예여. 이놈의 만두가 뭔지 .. 하하 " 김씨는 약 25분을 기다린 끝에 가메골 손왕만두 3인분을 들고 백화점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백화점 식품관에 이른바 '대박 간식' 열풍이 불어닥쳤다. 적어도 20분, 길면 1시간 이상 줄서야 맛볼 수 있는 대박 간식들이 백화점 곳곳을 점령했다. 줄이 길면 다른 쇼핑객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그들도 덩달아 긴 줄에 합류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가 줄어 백화점들이 힘들다곤 하지만 식품관만큼은 완전 딴 세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1일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불황여파로 외식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소박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간식을 즐기는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 올해 들어 외식업계 분위기는 참담하다. 잘나가던 한 패밀리레스토랑 매출은 올해 1월 전년 대비 20% 가까이 급감했다. 다른 패밀리레스토랑도 사정은 비슷하다.
반면 백화점 식품관 한편에 자리잡은 작은 간식집 분위기는 정반대다. 홋카이도의 신선한 우유로 만들었다는 '밀크 크림빵' 몽슈슈는 신세계 강남점에서만 월 매출이 4억원을 넘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선 한 달에 3억5000만원 매상을 올린다.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몽슈슈 대표상품인 도지마롤은 개당 1만8000원.
이 빵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나 신세계 강남점에서 오후 1~2시 이전에 '완판'될 만큼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도지마롤을 사려면 20~30분을 기다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몽슈슈 일부 매장은 이번주부터 판매량을 대폭 늘려 오후 5~6시에도 구입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크로켓 인기도 대단하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중동점, 목동점에 입점한 경성고로케는 매장별 월평균 매출이 5000만원에 달한다. 신세계 강남점의 일본식 크로켓 '이케부쿠로'는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의 손님이 몰릴 만큼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왕만둣집도 초호황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가메골손왕만두를 신세계 강남점에서 사려면 주말 기준 20~30분은 기다려야 한다. 개당 1000원의 소박한 가격도 매력이지만 , 왕만두임에도 만두피가 얇고 속이 꽉찬 것이 인기의 원동력이다.
소프트리도 빼놓을 수 없다. 폴바셋. 고디바와 함께 강남 가로수길 소프트아이스크림 열풍의 주역인 소프트리는 백화점 입점 이후 그 인기가 더욱 치솟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만 월 매출이 1억5000만원에 달한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에 모두 입점한 소프트리는 기본 10~20분가량의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다. 매일유업의 상하목장에서 나온 유기농 우유로 만들어 아이스크림 맛이 더욱 달몸하고 부드러운 게 강점이다. 특히 밀크 아이스크림에 야생의 벌집 꿀을 얹은 허니칩 토핑(4800원)이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