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표선면 수망리의](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orea.kr%2FnewsWeb%2Fresources%2Fattaches%2Fnamo%2F2011.04%2F26%2F32189%2F123.bmp) |
서귀포시 표선면 수망리의 ‘물영아리 오름’ |
제주에는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고 한다. 한라산 자락 위로 봉긋봉긋 솟은 오름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오름 중에서도 유독 물영아리 오름에 마음이 끌렸던 것은 그 정상에 습지가 있기 때문이었다.
찾는 이가 적어 한적한 오름 입구에 차를 세우고, 탐방안내소에 들러 짧은 설명을 들었다. 제주에는 ‘생태 해설가’ 또는 ‘숲 해설사’라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있어, 이 분들과 동행하면 오름기행이 더 유익해진다. 고사리 장마 탓인지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목장 옆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나무데크가 1970년대 인공조림한 키 큰 침엽수 숲 속으로 길을 안내한다.
데크의 끝은 해발 508미터의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이어진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이 정상까지 계속된다. 그저 풍광을 즐기기 위해 오르는 민둥 오름들과는 달리, 물영아리는 생태관광에 더 없이 좋은 장소다. 오름이 지닌 생물, 지형, 지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공부가 된다. 땀을 흘리며 정상까지 올라 두팔을 벌려 맞는 시원한 바람은 꿀맛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녹색의 터널 속에서 몸도 마음도 푸르러지는 느낌이다.
정상에는 절로 탄성이 터져나올 만큼 멋진 세상이 펼쳐져 있다.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동그란 기생화산구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다가, 그 안에는 장마철에는 호수가 되었다가 갈수기에는 습지로 변하는 너른 평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무암 토양의 오름 정상에 이런 습지가 있다는 것은 놀라움 그 자체다. 강우량이 적은 건조한 봄날이었지만, 고사리 장마 덕분에 분화구 가장 안쪽에 물이 고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빠짐이 좋은 현무암 토양에 물이 고일 수 있는 것은 오랜시간 화산구 안에 퇴적된 식물의 사체 덕분이라고 오름 해설사가 설명해준다. 물영아리 습지에는 세모 고랭이, 물고추나물, 보풀, 고마리, 바늘골, 꼴하늘지기 같은 습지식물 210종과 환경부 보호종인 맹꽁이를 비롯한 양성 파충류 8종, 멸종위기종 2급인 물장군 등 육상곤충 47종이 서식하고 있다. 온대 산지습지의 생태적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 12월 5일, 람사협약습지로 등록되어 보호받고 있다.
![오름 정상에 아름다운 습지를 품고 있다](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korea.kr%2FnewsWeb%2Fresources%2Fattaches%2Fnamo%2F2011.04%2F26%2F32189%2FDSCN0147.jpeg) |
오름 정상에 아름다운 습지를 품고 있다. 이곳에 환경부 보호종인 맹꽁이와 멸종 위기종인 물장군이 산다. |
제주에는 물영아리 습지 외에도 람사협약에서 지정·보호받는 습지가 3곳 더 있다. 제주시 봉개동의 물장오리 오름 습지(2008년 지정)와 한라산 1100고지 습지(2009년 지정), 그리고 올해 지정을 받은 조천읍 선흘리의 동백동산이 그곳이다. 습지가 형성되는 과정과 물이 고이는 원인은 물론, 서식하는 생물들에서도 특징을 달리하는 이곳들은 방문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제주’하면 유명 관광지와 올레길만 떠올리는 분들에게, 시간을 일부러 내서라도 꼭 한번은 찾아가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한번이 아니라, 계절별로 한 번씩은 꼭 찾아가길 강력하게 추천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