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로 쓴 문단 취재 記】
김홍신 작가에 관한 ‘눈동냥·귀동냥 보고서’
― 문학인과 역사학자가 지면과 카페에서 만나게 된 사연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정보관 출신 수필문학인으로서 눈동냥 · 귀동냥(문화 예술 ‘落穗거리’)을 예사 흘려보내지 못한다. 좋은 이야깃거리나 유가치 정보를 입수하면 글로 쓰고 싶어 진다. ‘특종을 꿈꾸는 기자는 잠을 자지 않는다’는 말과 닮아있다.
좋은 글감 속에는 ‘배움’이 있다. 잠자고 있던 의식을 일깨우는 ‘각성’의 요소도 담겼다. 숨겨져 있던 ‘인물 정보’와 이런저런 ‘인연’의 실마리도 덤으로 따라온다.
글에서 ‘배움’과 ‘각성’의 요소에다가 새로운 ‘인물 정보’까지 담을 수 있다면 블로그와 카페 게시용 글로서는 상품(上品)이다. 의미 있는 ‘문단 이면사’를 한 건 건졌다는 뜻이다.
학계 저명한 석학이신 정구복 박사(역사가, 문학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운영하는 ‘올사모(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카페에 특별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올사모] 카페 대문 화면 캡처
존경하는 정구복 박사가 올사모 카페 ‘책 읽기’ 코너에 『김홍신 문학관』 제하의 독후감을 올렸다. ‘능동적 주체로서의 순수 종합문예지’를 표방하고 있는 《한국문학시대》 2022년 가을호에서 컬러 화보와 함께 김현종 작가가 쓴 기행수필 「김홍신, 은진미륵을 만나다」(부제 : ‘김홍신 문학관 탐방기’) 를 읽고 쓴 짧은 소감이었다.
독후감 분량은 짧았지만 담고 있는 의미는 작지 않았다. 고매한 인품의 원로 학자다. 동서고금의 깊고 넓은 역사적 통찰력으로 연구실과 강단에서 한평생 높은 학문적 업적을 쌓아온 원로 학자의 남다른 관심 표명이다.
▲ 계간 《한국문학시대》2022. 가을호 「한국문학기행 수필」 지면 일부 캡처
■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 낙암 정구복 박사의 ‘책 읽기’ - 『김홍신 문학관』
『어제 ‘한국문학시대’ 70호(2022. 9월 가을호)를 받아보았다. 이 책을 살펴보다가 ‘한국문학기행 7’ / 『김홍신 문학관』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김현종 작가가 쓴 수필 「김홍신, 은진미륵을 만나다」라는 소제목이 붙여져 있다. (197~203쪽)
목차로 보아서는 읽을거리가 꽤 많지만, 이 제목이 마음에 와닿았다. 김홍신 작가에 대하여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는 본인의 독서 폭이 좁기 때문이다. 그가 쓴 책 중 소설 《김홍신의 대발해》 10권의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만간에 구해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김홍신 작가의 좌우명이 나의 가슴에 태풍 같은 감명을 주었다.
“소설가는 남의 잉크병의 잉크를 찍어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내 몸속의 피를 찍어 내 목소리를 낭자하게 남겨두려는 몸부림으로 내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왔다. 나는 작가적 양심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
처절한 외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좌우명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인생관, 학문관을 쏟아 놓았다. 이런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글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김홍신의 대발해》란 소설을 다 읽고 독후감을 올리겠다. 이런 책을 소개해주신 《한국문학시대》 편집진에게 또한 감사함을 드린다. 논산에 가는 길이 있으면 꼭 한번 들려보고 싶다.』 (낙암 정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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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정 박사의 인상 깊은 독후감을 문단의 ‘주요 뉴스 가치’로 보고 《한국문학시대》 카페 ‘알림’ 난에 소개했다. 정 박사와 필자와의 오랜 인연, 그리고 원로 역사학자가 문예지 《한국문학시대》의 정기 구독자가 된 사연도 덧붙였다.
그러자 《한국문학시대》 알림 코너에 김명순 시인(대전문인총연합회장, 본지 발행인)의 답글이 올라왔다.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낳아 기쁩니다』 제목의 글이었다.
■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낳아 기쁩니다
『정구복 박사님의 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문학시대》에서 특집 ‘문학기행’을 편집하는 보람이 눈에 보여 반갑습니다.
어제(9월 24일) 대전시민대학 종강을 하고 오후에는 ‘김홍신 문학관’으로 문학 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김홍신 문학의 내면을 여행할 수 있도록 여칠식 선생님의 친절하고 자세한 안내로 3시간 이상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죽을 때도 만년필을 들고 죽겠다.』 영상 속 김홍신 작가의 육성이 가슴을 치게 했습니다. 소설, 수필, 시, 아동문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창작을 하는 열정에 크게 감동하였습니다.
‘김홍신 문학관’ 특집이 실린 《한국문학시대》 제70호를 가지고 가서 김홍신 선생님 책상 위에 놓고 왔습니다. 문학은 문인들끼리 창작 작품을 교류하기도 하지만 시민들이 함께 읽고 공감하는 문화 운동이기도 합니다. 《한국문학시대》는 그런 차원에서 애독자와 함께하는 문학지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구복 선생님의 깊은 반응에 감사드립니다. 윤승원 선생님의 자세한 교류와 특별한 인연을 카페에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간 《한국문학시대》 발행인 김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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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교류와 함께 글로 맺은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뜻하지 않게 김명순 회장의 귀한 전화를 받았다.
“윤 선생님께 먼저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김홍신 작가께서도 윤 선생님이 《한국문학시대》 카페에 소개한 ‘정구복 박사님 독후 소감’을 잘 읽으셨다면서 감사의 뜻을 표해 오셨습니다. 김홍신 작가께서도 정구복 교수님 소감에 깊은 관심과 감사의 뜻을 전하셨습니다. 가교역할을 해주신 윤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계간 《한국문학시대》 발행인 김명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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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회장의 뜻하지 않은 반가운 전화를 받고, 필자는 김홍신 작가에 관해 그동안 축적(?)된 인물 정보 한 가지를 소개했다. 다름 아닌, 고 김영배 선생님(수필가, 시조 시인)으로부터 얻은 정보다.
이 글은 필자가 고 김영배 선생님(대전·충남수필문학회 초대 회장) 돌아가시던 날 쓴 추모 글 『대전·충남 수필 문단의 거목 김영배 선생 타계 / 아직도 못다 쓰신 글 많을 텐데, 그 많은 글감 놔두시고 어찌 잠드셨을까?』 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 필자가 고 김영배 선생님 돌아가시던 날 쓴 추모 글 『대전·충남 수필 문단의 거목 김영배 선생 타계 / 아직도 못다 쓰신 글 많을 텐데, 그 많은 글감 놔두시고 어찌 잠드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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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略]
◆ 고 김영배 수필가의 제자인 김홍신 작가의 흥미로운 일화
그분의 정년 퇴임 기념문집을 펼치니, 그분의 제자인 인기작가 김홍신 씨의 이런 일화 한 토막이 흥미를 끈다.
『은사 김영배 선생님을 만난 것은 2학년(논산 대건고)때였다. 첫 인상이 그리 편한 분은 아니었다. 매서워 보였고, 원칙론자였고 깐깐하게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김영배 선생님은 비교적 인기가 좋은 선생님이었다. 강의가 재미있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푸짐하게 해주는 선생님이었다.(중략)
어느 날 작문시간,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하얀 백지 한 장씩을 나누어주었다. 50분 안에 '계절'이라는 제목의 수필을 써보라고 했다. 우리들은 모두 비명을 내질렀다. 나라고 별별수 있었으랴.
40여 분쯤 지났을까. 내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부여잡은 손길이 있었다. 김영배 선생님이었다. “넌 의과대학에 가지 말고 국문과에 가서 소설가가 돼야 한다.”
그 날 김 선생님은 나를 교단으로 불러내어 내가 쓴 수필을 낭독하게 했다. 훌륭한 수필이어서 낭독하게 한다는 첨언까지 했다. (중략) 내가 의과대학에 실패한 사연 중의 하나는 분명 김영배 선생님이었다.』 (김홍신 작가의 글 / 김영배 선생 정년 퇴임 기념문집 『다시 출항의 아침에』 208쪽)
원망하는 듯하지만 실은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이 은근히 깔린 글이다. 그 '고마움'이란 선생님의 당시 남다른 작문 지도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훌륭한 인품까지도 포함하여 존경하고 있는 것으로 독자들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後略] (윤승원 /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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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시대》 김명순 발행인에게 김홍신 작가 학창 시절 정보가 담긴 필자의 글 한 대목을 전했더니, 『김홍신 작가가 훌륭한 인품의 김영배 선생님 제자였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김홍신 작가의 학창시절 꿈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대목이기에 필자가 놓칠 수 없어 『고 김영배 수필가 추모의 글』에서 인용했더니, 많은 문인과 독자들이 큰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이 지났을까. ‘올사모’ 카페에 정구복 박사의 새로운 댓글이 올라왔다.
어제 《김홍신의 대발해》라는 책을 지역 도서관인 구성도서관에서 빌려다가 제1권을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문학과 역사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중략}
윤 선생님을 통해 김홍신 작가님과도 연결이 되는군요. 마침 논산에 사는 고등학교 동창과 통화가 되어 ‘김홍신 문학관’ 이야기를 했더니, 잘 알고 있으며 언제 한번 오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김 작가님이 30년을 내다보면서 12.000장의 원고를 쓰신 점에 감탄 아닌 경탄을 했습니다. 나라 사랑과 역사의 사랑, 민족의 사랑은 문학인과 역사가가 함께 노력한다면 이를 전 국민의 역사의식으로 승화시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
언제 김 작가님을 만날 기회가 있기를 희망합니다. 앞으로 건강하시고, 정진, 동행을 바랍니다. (낙암 정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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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문예지 《한국문학시대》 특집에 소개된 『김홍신 문학관』, 그리고 저명 역사학자의 깊은 관심으로 이어진 일련의 문단사 숨은 이야기는 일단 여기서 맺는다.
존경하는 또 한 분 역사학자인 박노욱 교수(parkkyungouk, 올사모 회원)의 인상적인 댓글 소감도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깊기에 『맺는 글』로 소개한다.
『김홍신 문학관』에 대한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이 시대의 대 작가 ― 물론 정치에 잠깐 외도가 있었지만 ― 임이 틀림없습니다. 작품을 읽은 적은 없지만, 정치 입문 후 작품 활동이 뜸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의 대 소설가임에는 분명합니다. “나는 작가적 양심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라는 표현이 역사가에게도 동일한 잣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parkkyungouk 2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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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빼 놓을 수 없는 사실은 필자도 현직 경찰관 시절, 김홍신 작가의 소설을 애독했던 독자의 한 사람이다.
필자가 유독 흥미롭게 읽은 김홍신 작가의 장편소설은 《인간시장》(1981.9.5. 초판, 1983,10,5. 중판)이다. 필자의 책장에 여전히 꽂혀 있는 이 책은 충남도경에 근무할 당시 바로 앞 서점인 대전 중구 선화동 「문경서적」에서 2,700원에 샀다.
▲ 필자가 흥미롭게 읽은 김홍신 작가의 장편소설 《인간시장》(1981.9.5. 초판, 1983,10,5. 중판) - 필자의 책장에 여전히 꽂혀 있는 이 책은 충남도경에 근무할 당시 대전 중구 선화동 「문경서적」에서 2,700원에 샀다.
“소설가는 남의 잉크병의 잉크를 찍어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내 몸속의 피를 찍어 내 목소리를 낭자하게
남겨두려는 몸부림으로 내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왔다.
나는 작가적 양심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 ---- 김홍신”
▲ 『김홍신 문학관』 유튜브 화면 일부를 필자가 캡처 - 『김홍신 문학 정신』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구다. 많은 독자와 문인들이 감탄, 감동하는 대목이다. 낙암 정구복 박사는 독후 소감에서 「처절한 외침」, 「좌우명」, 「자신의 인생관, 학문관」을 「쏟아 놓았다」고 표현했다.
2022.10.02.
윤승원, 수필로 쓴 문단 취재 소감 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