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3월 이달의작품 심사평 및 심사 결과

2024.3월 이달의작품 심사평 및 심사 결과  선정작 없음  2024년 3월 문봄 창작방에 올라온 작품 중 예심을 거쳐 본심으로 넘어온 작품은 운문 부문에서 변수남 작가의 시 「무슨 꽃 되려느뇨」, 노수현 시인의 시 「뒷짐」, 이하재 시인의 시 「까만 별이 눈물처럼」 등 총 3편이었고, 산문 부문에서는 조순섭 작가의 단편소설 「스핀(Spin)」 1편 등이었다.   변수남 작가의 시 「무슨 꽃 되려느뇨」순수한 세계와 평화, 안온의 도래에 대한 소망을 ‘꽃’이란 사물을 통해 의지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옹졸’이나 ‘시름’ 같은 부정적 기운을 바꾸어 줄 존재로 탈바꿈하고 싶어 하며, 그것이 어떤 형태와 모양인지는 상관하지 않는 결론을 도출한다. 이 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가의 영특함이 빛을 발하는 남다른 문체(style)다. ‘~요’처럼 뒤로 한 발 빼는 듯한 표현, 즉 여성적 태도에, ‘~오’와 같이 남성성의 상징과도 같은 ‘의지’의 표현을 반복해 교묘하게 결합함으로써 화자의 ‘소망’을 강조한다. ‘긔별’, ‘맴’과 같은 시어를 사용함으로써 고전적, 전통적인 시상에 분위기를 더해주는 부분도 놀라운 기교다. 발상과 표현 방법 면에서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다. 다만 시에서 반복이란 게 항상 점층적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서 좀 더 집약과 생략이 있어도 되겠다는 예심 평이 있었다. 꽃의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하나같이, ‘빗장으로 닫힌 시름 열어줄 만한’ ‘희망꽃’이 되면 좋겠다는 소망이 새록거리는, 힘이 있는 시다. 노수현 시인의 시 「뒷짐」존재론적 하강 의식을 상승으로 바꾸어보려는 인간의 행동 변화를 통해 화자 자신의 인지 부조화의 극복을 해보려는 소망을 담은 작품이다. 화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꾸 하늘로부터 땅으로 추락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바닥까지 내려간 존재감이 균열된 곳을 노려본다고만 해서(부정한다고만 해서) 저절로 다시 상승곡선을 그릴 리는 만무하다. 레온 페스팅거는 ‘인지부조화이론’에서 이를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과 행동 사이에 일관성이 깨졌을 때 느끼는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로 정의한다. 올곧게 하늘을 우러르고 싶은 의지나 신념과는 반대로 바닥으로만 향하는 화자의 현재 상태가 그걸 증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대의 그림자’다. 여기에서 ‘그대’는 아무런 관련된 이벤트가 없는 걸로 보아 화자 자신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화자는 뒷짐이 자연스러워지면 ‘그대(자신)’를 용서할 것이라고 하며 하늘을 의지를 갖고 우러러보는 행위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무게중심보다는 지향점이 중요하다는 주제가 처음 시인이 의도했던 전체 그림에서 다소 벗어나고, 행동 변경을 향한 전환 부분이 다소 급작스러워서 추가 요소가 아쉽다는 예심 평이 있었다. 아무리 뒷짐 지며 노려보아도 ‘도무지 바닥을 치고 올 생각을 안 하는’ 바닥이, 인생이 누구나 야속하지 않을까.  이하재 시인의 시 「까만 별이 눈물처럼」 자본에 의해 좌우되는 현대인의 긍·부정의 심리를 구체적으로 아내의 에피소드를 통해 표현해낸 작품이다. 시에서 아내가 기뻐하는 이유는 국민연금 수령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관찰자로서의 화자 표현대로 ‘고까짓’ 정도의 미미한 수준인데도 아내는 이 작은 ‘횡재’를 만끽하기 위해 중국집에 간다. 그러나 화자에겐 사실 ‘만 원’을 더 수령하기까지 ‘그녀’가 겪었던 고초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인식한다. 오랫동안 계단 청소를 하면서 건강했던 신체를 망가뜨린 억센 노동의 대가치고는 너무 적은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미상관으로 시상 마지막에 표현된 ‘까만 별’은 첫 구의 ‘하얀 반달’과 정반대의 이미지이지만, 한편으론 동일한 아내의 표정에 대한 화자의 심리적 변화가 반영된 표현으로도 읽힌다. ‘웃지만 웃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이 표정 해석은 인생 전체를 집약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라던 찰리 채플린의 명언이 아니라도 인생은 충분히 희비극의 요소를 모두 품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할 말은 많지만 다 하지 않는 절제가 이 짧은 시 안에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를 품으면서, 또한 독자들에게도 각자의 삶을 되짚어보게 하는 여백을 제공한다. 때론 호탕한 웃음으로, 때론 씁쓸한 미소로 삶을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노련미를 발산하고 있다. 오른 국민연금 만 원을 고맙게 여기고 ‘자장면을 먹으러 중국집에 간’ 마누라의 순수한 심성이 웃프다. 조순섭 작가의 단편소설 「스핀(spin)」병원 영상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인 30대 가까운 미혼 여성이 화자다. 교수와 실장으로 이어지는 엄격한 도제식 시스템에다가 딱딱한 경쟁이 도사린 직장생활의 애환이 가득하다. 어쩌다가 연애 상대가 된 배근호라는 전공의와의 관계도 애매하고 건조하다. 어느 날 강경에 살고 있는 노모의 가출 소식이 들려온다. 찾으러 나섰지만 좀처럼 소재지가 밝혀지지 않는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려운 영상실의 업무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실장으로부터 배근호에 대해 “그 사람 조심해!”라는 말을 듣는다. 배근호를 만나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하자 그는 피식 웃으며 도망치듯 떠나간다. 엄마가 목포에서 제주도로 보내졌다는 연락이 온다. 고향 제주도에서 만난 엄마와 공원묘지에 있는 외할머니 산소를 찾아간다…. 이 소설은 일반인들로서는 좀처럼 알기 어려운 병원 영상실 이야기가 사뭇 생경하게 읽힌다. 특수한 분야의 이야기를 문학작품에 녹여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영상실이라는 직장의 분위기, 거기 종사하는 사람들의 정서, 건조한 연애 등이 적절히 발 버무려져 있다. 노모의 가출과 수색과 상봉은 병렬로 놓인 또 하나의 서사로서 소설의 분위기를 잘 떠받쳐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치매 증상에도 고향 제주도를 찾아간 엄마를 다시 만나 추억을 더듬는 일 말고 더 안온한 일상이 어디에 있을까. 주인공의 내면에 부는 공허한 바람이 잘 느껴진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이 수준작이긴 해도 선정작을 뽑기에는 흔쾌하지 않았다. 결국 고심 끝에 2024.3월 이달의 작품은 선정하지 않기로 한다.   2024.6.22. 문학의봄 이달의작품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