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四十九 章 불가사의한 음모.
삼성맹의 사람들은 그러한 얘기를 듣자 일순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들은 비부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물리치기 위해 온 것이었고 거기에는 이미 무슨 멋이고 나발이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기실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저렇게 무수한 배화교도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초절정의 무림고수들이 엉망진창으로 어우러져서 싸운다면 그것도 좋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기는 조건만 나쁘지 않다면 그렇게 비무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백인성은 그 일에 대해서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 왕검해와 황순신에게 자문을 구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이에, 왕검해는 대답하지 않고 그 배화교주에게 물었다.
"비무는 어떤 방식으로 하자는 말이오?"
배화교주는 그를 보더니 대꾸했다.
"우리들은 이른바 무림의 종사들이라고 할 수가 있으므로 각기 한명씩의 고수를 내보내서 겨루되 중복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해서 세 사람이 싸워서 두 명이 승리를 하면 그것이 승리한 것으로 하는 것이 어떻소?"
그것은 실로 그다지 나쁘지 않은 방식이었다. 왕검해는 잠시 생각하다가 황순신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떡였다.
"좋소. 그렇게 하면 좋겠소?"
왕검해는 상대방이 숫자를 믿고 많은 사람들이 비무를 하자고 하는 것과 또는 거기에 무슨 술책을 사용하는 일을 경계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오히려 삼성맹의 쪽에 유리한 것 같았기 때문에 즉시 승낙한 것이었다.
배화교주는 그것을 기이하게 웃으며 물었다.
"그럼 그 말을 다시 번복하지는 않겠다는 것이오?"
왕검해는 냉소하며 말했다.
"오직 오랑캐만이 말을 번복하는 것이다. 우리 중원의 사나이들은 한입에 결코 두말을 하는 경우가 없다."
배화교주는 그 말에 별로 화도 내지 않고 기이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윽고 수하들에게 뭐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배화교도들 가운데에서 십여 명이 달려 나와서 연무장의 중앙에 넓은 비무대를 설치하고 나서 사방에 모든 인원들을 둘러앉게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모든 배화교도들에게 이 비무를 관전하게 하겠다는 뜻인 것 같았다.
삼성맹의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는 일시 어이가 없었다. 지금 배화교주는 너무나도 자신감에 넘쳐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상대방을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일행은 주위에 배화교도들이 새까맣게 둘러싸는 것을 보고서도 가만히 서 있었다.
이윽고, 비무대가 드디어 완성되자 다시 배화교주가 나서서 소리쳤다.
"그럼 출전할 사람을 정하시오."
백인성은 이미 왕검해등과 논의해 놓은 뒤였기 때문에 즉시 자신들 환우삼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쪽은 우리 세 명이 출전할 것이오."
그러자, 이어 배화교주도 자신의 뒤에 서 있던 그 열 명의 노인들 가운데에서 두 명을 추려내더니 그 가운데의 한명을 비무대로 나가게 했다. 이쪽에서는 그것을 보고 황순신이 먼저 나갔다.
이윽고, 두 명의 비무대결자가 중간에서 마주치자 일순간에 사위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깔리고 위태로운 적막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상대편의 노인의 나이도 이미 백 살을 넘은 것 같았고 황순신 역시 이미 백이십 여세에 달하고 있는 고령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주위에서 풍기는 기세는 가히 태산이라도 뒤엎을 듯 하여 감히 노인이라고 샹각할 수가 없었다. 잠시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구경을 하다가 다소 지루한 감을 느끼게 되었을 무렵에 느닷없이 황순신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사람들은 일순 눈을 크게 떴다. 황순신은 서서히 허공으로 올라가서 문득 눈부신 누런 광체를 발산하게 되었는데 마치 그 모습은 한 마리의 봉황이 날개를 편 것과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그 봉황은 천천히 허공에서 날갯짓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동작은 거의 무한한 무형의 기운을 형성하면서 상대방인 노인의 면전으로 덮쳐가고 있었다. 실로 그러한 광경은 뭐라고 형용할 수가 없는 무학의 극치였다.
"봉무구천이다!"
삼성맹의 인물들 가운데에서 감탄에 젖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바로 성수곡의 최고의 무학인 봉무구천이라는 것으로서 바로 무형검의 경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서 그 노인은 황순신이 허공에 떠오른 순간에 함께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겉보기에도 황순신에 비해서 차이가 많이 있었다.
그는 일단 허공으로 떠올라서 우수를 슬쩍 들어 올렸는데 그 순간에 그의 전신에서는 실로 막대한 광채가 마치 태양의 불길처럼 일어나서 황순신의 면전으로 닥쳐가는 것이었다. 그것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아직 무형검의 단계는 아이었다.
삼성맹의 사람들은 비록 그 무공이 대단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 황순신의 상대는 아니라고 내다보았다. 과연 아니나 다를까. 이윽고 황순신이 자신의 앞으로 밀려온 불길에 대해서 점차로 상대하기 시작하자 그 불길은 마치 거대한 무형의 태풍속에 휘말린 불길처럼 휘날렸다.
상대방인 노인은 그것을 보자 급급히 자신의 공력을 더욱 끌어올렸으나 이윽고 그것도 한계에 달하고 말았다. 마침내, 황순신이 휘저은 한수에 의해서 그자의 불길은 쩍 갈라져 버리더니 마치 촛불처럼 꺼져버리고 말았다.
"으악!"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그 노인의 산형이 아래쪽으로 곤두박질을 쳤다. 그자는 이미 의식을 잃어서 부상이 매무 막대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러나, 기실은 조금 전에 황순신의 마음이 매우 온후하여 손속에 인정을 두어서 그 노인을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견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떨어진 노인의 몸을 배화교도들 가운데의 하나가 급히 안고 사라지자 배화교주는 매우 화가 났는지 크게 안색이 변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비무대의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이미 두 사람이이기면 이기게 되는 것이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자는 이번에는 질 수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원래 다음에는 왕검해가 나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단 교주가 나오는 것을 보자 백인성이 앞으로 나섰다. 왕검해는 기실 그의 의도를 알 수가 있었다.
솔직히 지금 환우삼성 가운데에서 가장 무공이 고강한 사람은 바로 백인성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 그가 교주를 상대하기로 계획을 만들어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왕검해는 백인성이 상대를 이기면 보다 확실한 것이므로 구태여 고집하지 않고 양보한 채로 뒤에 서 있었다.
배화교주는 백인성이 다가오자 음침하게 웃더니 말했다.
"빌어먹을! 너희 놈들은 혹시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
백인선은 여전히 인자한 모습이었다. 그는 아주 침착하게 되물었다.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말이오?"
배화교주는 이미 승리한 황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천하에 그와 같은 무공을 지닌 자가 그렇게 많이 있을 리가 없는데 혹시 그 자를 다른 곳에서 데려온 것이 아니냐?"
일행은 그 배화교주가 한번 패배하자 억지를 부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는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백인성은 다소 냉담하게 대꾸했다.
"그는 분명히 우리 중원의 사람이니 염려하지 마시오."
이에, 배화교주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 문득 악독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네놈들을 이기고 나서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자!"
말과 함께, 그자는 즉시 거칠게 공격해 나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손은 거의 동시에 위로 올라갔다. 바로 그 순간의 일이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드넓은 연무장의 증앙의 흙들이 일시에 거대하게 흙먼지를 이루면서 허공으로 일제히 솟구쳐 올라갔다. 그것은 마치 일시에 수천수만 근의 폭약이 폭발하고 있는 것 같은 가공할 광경이었다.
그 엄청난 기운과 흙먼지는 일시에 사방을 뒤덮었고 또한 하늘을 온통 시꺼멓게 만들어 놓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두리번거리는 일행의 눈에 나타난 두 명의 대결자는 어느새 이미 허공의 까마득한 공중에 올라가서 무거운 태풍속에 휩싸여 있었다.
기실, 그것은 테풍이라고도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 바람의 하나하나는 실로 무서운 위력을 지니고 있어서 보통사람들은 그저 스쳐지나가기만 해도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이니 어찌 가공스럽지 않겠는가?
지금 그 두 명의 비무하는 광경은 다소 괴상했다. 두 사람은 그 높은 허공에 올라가서 그저 장난하듯이 손발을 천천히 혹은 빠르게 흔들고 있었고 가끔씩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다.
실은 그러한 것이야말로 무형검의 실체였다. 기실, 아까 황순신이 펼쳤던 그 봉무구천은 비록 무형검의 지위에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아직 마지막의 형식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서 진정한 무형검의 단계라고는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의 비무하는 광경을 바라보니 그야말로 허공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온갖 변화를 모두 구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체가 이미 하나의 대자연이 된 것 같았다. 마치 두개의 거대한 태풍의 눈이 서로 어울리듯이 그렇게 두 사람은 격렬하게 부딪쳐 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부딪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혹은 나타나기도 했으며 혹은 무수한 환영들을 이끌고 상대를 포위해서 공격하기도 했다.
그리고, 때로는 너무나도 그러한 움직임이 빨라서 아래쪽의 초절정의 고수들마저 그러한 움직임을 다 알아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다른 곳에서 열심히 이를 바라보고 있는 배화교도들의 눈에는 아예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싸우고 있는 것을 느낄 수는 일을 지경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격돌의 여파로 인해서 지금 지면에는 거대한 흙먼지들이 게속해서 무서운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그러한 광경에 저마다 입을 벌렸으며 이러한 경천동지한 격전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을 한편으로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점차로 시간이 지나갈수록 삼성맹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까 황순신이 상대를 가볍게 이겼을 때에는 이번의 비무를 낙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배화교주의 무공이 놀랍게도 백인성과 거의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실, 이 백인성은 중원에 있는 최고수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상대인 배화교주의 무공이 그에게 결코 못지않은 것이므로 이는 실로 의외인 것이 아닐 수가 없었다.
왕검해는 뜻밖에도 백인성과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배화교주의 무공이 오히려 자신보다도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만일 이번의 싸움에서 배화교주가 이기기라도 한다면 문제는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정식대로 한다면 왕검해가 있으므로 다시 한 번 이기게 되어서 승리하게 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배화교주가 그와 같은 일을 할 리가 없을 것 같았다.
일단 백인성을 이기고 나면 그는 틀림없이 변칙적인 공격을 가지고 나올 것이고 비무의 규칙도 지키지 않고 다시 나설 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삼성맹에서는 이길 공산이 거의 없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실로, 이것은 놀라운 사태였다.
만일 이번에 삼성맹에서 필승의 신념이 없었다면 그토록 빠르게 서둘러서 이 배화교를 치러오지 않았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그 필승의 신념은 간곳없고 초조한 심정만이 일행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왕검해는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본 결과 아무래도 백인성이 약간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내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겠군.)
그렇다. 무학에 있어서 그야말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결국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며 상수가 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왕검해는 따라서 마음속의 걱정이 사라지게 되자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미 두 사람의 격전이 시작된지도 무려 반시진이나 지나가고 있는 상태였고 사방의 배화교도들은 여전히 둘러앉아서 요란스럽게 소리치며 자신들의 교주를 응원하고 있었다.
왕검해는 그러한 광경들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다시 점검해 보기 시작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왕검해는 문득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에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던 것을 상기하고는 다시 앞쪽을 바라보다가 문득 안색이 변했다.
(아니!)
그는 급히 사위를 둘러보았지만 그것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왕검해는 순간,
마음속에 커다란 불안감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어째서 아직 이러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 장내에는 아무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가지의 커다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그것은 이미 벌어져 있었으므로 때가 늦었다고 할 수가 있었다. 바로 다름이 아니라 아까 배화교주의 등 뒤에 나란히 나타났었던 남은 아홉 명의 노인들의 모습이 그저 두어 명 밖에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기실 어떻게 보면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고 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왕검해의 심정은 달랐고 그것으로 인해서 막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현제 그 배화교의 노인들의 여섯 명 정도가 사라졌다 그들은 필시 무슨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 공교롭게도 삼성맹의 사람들은 배화교도들에 의해서 포위되어 있는 듯 하여 한 사람도 밖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 아닌가?
기실, 배화교주가 그와 같은 무공으로 격렬하게 백인성과 싸우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러한 것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배화교주가 처음부터 그러한 것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그 저의가 의심스러웠다. 왜냐하면 지금의 그가 제안한 비무방식은 그에게 조금도 유리한 것이 없는 것이었고 오히려 그 결과가 뻔 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방식을 고집한 것은 그가 그렇게 우둔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허를 보이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서 일행의 이목을 속인 다음에 무슨 술책을 부리려고 했던 교활한 행동이었을까?
왕검해는 비록 자신의 추측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후자의 것이 더욱 현실적인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생각해 보니 아직 일행들 가운데에서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았으며 또한 너무나도 시간이 지체된 것 같았다. 물론, 여기에서 삼성맹이 있는 군산까지는 초절정의 고수라고 해도 하루 밤낮은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무슨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일부가 그쪽으로 갔다고 해도 일단은 고수를 제거하고 나서 다시 그쪽으로 추격해 간다면 그다지 늦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왕검해는 계속해서 불길한 예감만이 앞서고 있는 것을 알고는 이것이 실로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실로 어떤 경우에는 사람의 사고능력보다도 직감이 더욱 정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었다.
이에, 왕검해는 즉시 마음속의 판단을 내리고는 황순신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어 말했다.
"이봐요. 지금 저들의 장로들이 사라진 것을 알고 있소?"
황순신은 이제까지 열심히 하늘위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의 싸움에 넋을 잃은 듯이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실로 그와 같은 경지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무형검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어서 진정한 무형검의 무공을 보는 일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실로 그러한 것으로 마침내 무형검을 대성할 수도 있겠기 때문이었고 그러한 기회는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므로 황순신이 그토록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왕검해의 말을 듣고 나자 그는 다소 어리둥절해져서 시선을 떼고 말했다.
"아니 뭐라고요?"
왕검해는 즉시 자신의 생각을 가능한한 빠르고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그들이 어떤 원군을 데리고 올 수도 있다는 뜻이오?"
왕검해는 이곳과 삼성맹은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들이 원군을 데리고 올 수도 있다는 얘기로 설명을 대신했다. 왕검해는 고개를 끄떡였다.
"그렇소. 어쨌든 이상한 일이 아니오? 혹시 아무런 일도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러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오."
황순신은 이에 물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겠소?"
왕검해는 이에 다소 난감해 졌다. 이 황숨신은 본래부터 의원으로서 무공도 높고 또한 덕망도 두터운 편이었지만 그러나 혼자서 산속에서 살아온 날이 더욱 많았었기 때문에 성품이 지나치게 순수하여 생각이 치밀하지 못했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그는 상대방의 의견만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왕검해는 난감해 하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을 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잠깐만 기다려 보시오?"
말과 함께 왕검해는 빠르게 한쪽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지금 왕자안이 향각과 함께 조용히 눈앞의 격전을 관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 기실, 왕검해는 한평생 무아문에서 그 진전을 잊지 못한 것을 아쉬움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따라서, 나이를 먹을수록 그 그리움이 더해져서 무슨 무아문의 진전이 상상불허의 불가사의한 절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 무아문의 진전을 이었다는 왕자안 역시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엇던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중요하고 긴박한 순간에 도달하자 그는 급히 왕자안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혹시 왕자안은 무슨 특별한 복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