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에 대하여
그 푸른 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은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그 들판에서 꿈을 꾸는 내 마음
파랗게 파랗게 부서지지 않는 빛깔
하늘은 희망을 고인 푸른 호수
나는 날마다 희망을 갇고 싶어
땅에서 긴 두레박을 하늘까지 낸다.
내가 물을 많이 퍼가도
늘 말이 없는 하늘.
이해인 수녀님의 <나의 하늘은> 이라는 제목의 시 입니다.
수녀님은 '하늘은 희망으로 가득 찬 푸른 호수'라고 노래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치고 힘들어 할 때 하늘을 올려다보며 희망의 물을 길어 올립니다.
땅에서 하늘까지 희망을 두레박질한다는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하늘과 땅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늘은 사랑이 많아 사람이 아무리 희망의 물을 많이 퍼가도 더욱더 자신을 내어줍니다.
사람들은 흔히 하늘을 돌아가야 할 고향으로 생각했습니다.
하늘은 이때 어떤 특정한 장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겠지요.
사람이 삶을 마치고 마땅히 돌아가야 할 곳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입니다.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누군가 죽으면 흔히 '하늘나라로 돌아가셨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에서도 이 표현이 나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언젠가 하늘로 돌아가는 인생과 야구를 연결해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야구는 집을 나갔다가 기회를 잡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점수가 나는 게임입니다.
집(Home)에서 시작해서 1루, 2루, 3루를 거쳐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1점이 나는 것이죠.
이용구 야구 전문 기자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야구는 돌아오는, 귀환의 종목이다(...).
야구는 프레이어(선수)가 베이스를 모두 밟고 '돌아와야' 득점이 이루어진다.
돌아오는 목적지의 이름 역시, 의미심장하다.
야구는 '홈(Home),플레이트를 밟아야 득점한다.
(야구는 귀환의 종목, 그들이 돌아온다![경향신문 컬럼, 베이스 볼 라운지/2019..3.04])
타자가 친 공이 파울이 되지 않고 와야 팬스를 넘어가면 홈런이라고 합니다.
홈런은 야구의 꽃이죠. 홈런을 친 타자는 1루, 2루, 3루를 천천히 돌아 홈으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홈런(Homerun)이라는 말이 재미있습니다.
홈런의 뜻은 '집으로 뛴다'. '집으로 달린다'는 말입니다.
1루나, 2루, 3루에 있는 선수를 주자(走者)라고 합니다.
주자란 뛰는 사람입니다. 집으로 뛰어 들어올 준비를 하는 사람입니다.
인생으로 비기자면, 야구에서의 주자는 '나그네'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집을 나간 나그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1루, 2루, 혹은 3루에서 죽으면 객사입니다.
개사(客死)란 말은 자기 집을 놔두고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죽 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야구에서나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일인 것이죠.
장자(蔣子)는 말합니다.
"집을 나가 돌아오지 못하면 결국 죽어서 귀신이 됩니다."
(出而不反 見其鬼)
오늘은 주님 승천(昇天)대축일 입니다.
주님께서는 세상에서 당신의 사명을 마치시고 하느님께로 돌아가셨습니다.
하느님에게서 와서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가신 것이죠.
그것이 당신의 길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주님의 길은 승천의 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주님께서는 고통의 십자가를 묵묵히 짊어지고 하느님 향한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힘들고 외로웠지만, 그것이 사랑의 길임을 아셨기에 외면할 수 없으셨습니다.(任重而道遠)
마침내 죽어야 끝나는 길(死而候已).
그 길을 다 걸어 하느님께 이르셨습니다(止於至善).
"이제 다 이루었습니다!"
주님께서는 그렇게 하느님의 품으로, 사랑의 홈련을 치시고 '홈(Home)'에 돌아오셨습니다.
오늘은 주님 승천 축일입니다.
박신부의 묵상 산책
ㅡ모든 것 안에 놀라운 축복이 있습니다ㅡ5권 중에서
서울 대교구 상도동성당 주임사제이신 박성칠 미카엘 신부님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