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명 개통 알뜰폰, “고객센터 서비스는 분통”
“센터연결 잘 안돼” 40%… 불만 1위
일부 업체는 며칠 지나야 상담 가능
고령층 “혼자서 개통하기 어려워”
“사업자 난립, 서비스질 하락” 지적도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원유성 씨(30)는 최근 혜택이 더 좋은 다른 알뜰폰 업체의 상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3일간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했다. 유심(USIM) 불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체와 연락을 하려 했지만 고객센터와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 씨는 “업체 홈페이지에 ‘3분 바로 개통’이라고 안내하고 있어 저렴한 요금에 셀프 개통으로 가입도 편리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즉각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는 적절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알뜰폰 이용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고객 서비스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알뜰폰 이용자 수가 1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7개월 동안 파격적인 요금제 할인 이벤트로 가입 문의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서비스 질은 기대 이하라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알뜰폰 통신 민원 처리 개선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 이용 시 우려되는 사항으로 ‘고객센터 연결 불편함’(39.6%)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알뜰폰 품질 문제’(25.0%)와 ‘응급 상황, 위치 추적 어려움’(16.8%)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연구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한국소비자연맹에 의뢰해 수행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알뜰폰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한다.
특히 ‘해지 과정’과 ‘고객센터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각각 55.2%와 51.7%였는데, ‘가입 과정’(76.4%)이나 ‘요금 안내’(70.6%)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해지 과정 불만 요인으로 10명 중 6명이 ‘고객센터와 연결이 잘 되지 않는 점’을 지목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이 15명의 소비자 패널단을 통해 알뜰폰 업체 18곳의 고객상담센터를 비교한 결과 일부 업체는 2∼3차례 통화를 시도하거나 며칠이 지나서 상담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년층의 알뜰폰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연령별 가입 과정 만족도를 살펴본 결과 20대의 경우 82.4%가 가입 과정에 만족했지만 50대는 72.8%, 60대는 68.9%에 불과했다. 통신 3사를 이용하고 있는 한 60대 이용자는 “알뜰폰으로 갈아타고 싶지만 셀프 개통을 어떻게 하는지 홈페이지를 봐도 도저히 알 수가 없다”며 “통신 3사는 실제 매장에 가서 직접 설명을 들으며 가입할 수 있었는데 알뜰폰은 매장이 없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 알뜰폰 단말기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과 가입 관련 계약서를 소비자가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소속 20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협회 소속 업체들은 문제의식을 갖고 관리를 하고 노력을 하고 있다”며 “협회 소속이 아닌 알뜰폰 업체가 수십 개가 넘는 등 너무 많은 사업자가 난립해 있는 시장이 문제”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정부가 그동안 단순 지원 방식으로 알뜰폰을 육성하면서 시장이 오히려 혼탁해지고 투자 노력도 저조해 이용자들의 불편이 이어지는 것”이라며 “내실 있는 기업이 성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