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서산 언덕배기에 걸쳐진 해가 골목길에 뿌려진 빛부스러기마져 거두어 어스름도는 11월의 오후 5시, 아직 공복으로 그 길 가는 그대가 내가 오슬오슬 한기 도나요? 종종걸음 마침내 골목길 끝집에 닿아 키 낮은 지붕, 모락모락 연기나는 굴뚝이면 따뜻한 아랫목에 밥 한 그릇이면 먼 길 돌아온 청춘의 허기, 다만 이야기거리로 긴 긴 겨울밤에 군불 지필 수 있음인지요? 실루엣으로 문풍지에 그려진 그림 엿 볼 수 있음인지요? 고이고이 서책으로 묶였다가 어느 봄 날 들창가에서 초록 담쟁이 손 넝쿨로 책장 넘길 수 있음인지요?
(11.25.일, 간현교-간현봉-간현산수련원-소금산교-404철계단-소금산 정상-간현교, 약 10km, 4시간 30분 소요)
산행을 마치고 귀가 중 원주시지정면안창리에 위치한 폐사지 흥법사지를 둘러 보았습니다. 저녁 어스름이 길게 깔린 늦은 가을날의 폐사지 풍경, 잃어버렸던 무엇을 새삼 생각케 하는 그런 느낌의 풍경입 니다. 보물463호 흥법사지 진공대사탑비입니다. 탑비는 흔적조차 지워지고 귀부와 이수만이 남았습니다.
석등 기단부로 생각되는 연잎무늬의 석조각입니다. 오랜 세월 그 자리에서 묵언으로 말하고자 하는 뜻이 궁금합니다. 시시로 드나드는 바람줄기와 햇살은 알고 있을까요? 길손 걸어걸어 어느 생에서나 그 뜻, 알 수 있음인지요. 보물464호 흥법사지 삼층석탑입니다. 편안모드로 풍경 읽어 봅니다. |
출처: 대우6층에서의 즐거운 일상 원문보기 글쓴이: 대우6층
첫댓글 간현암장에 손이시려울텐데도 불구하고 클라이머가 꽤나 있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