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계 이사람 - 김 남 용 ‘옥천소장수농장’ 대표의 암소 고급육 생산 노하우 | |
“노령화한 한우 암소도 고급육 생산 가능성 충분 합니다” | |
옥미영 기자, omy@chukkyung.co.kr |
등록일: 2012-09-28 오전 11:40:08 |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7~9월 석달간 전국 도축장과 공판장에 거래된 한우 암소의 1+등급 이상 고급육 출현율은 16.2%로 같은 기간 거세우의 1+등급 출현율 51.1%에 비하면 3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2~3등급 출현율은 거세우가 17.5%인 반면, 암소는 54%로 집계됐다. 암소의 절반 이상이 2등급 이하 중·저등급 한우고기로 생산된다는 거다. 사실이 이렇다보니 하향 평준화된 암소고기가 거세를 중심으로 고급화가 진척되고 신뢰도와 충성 고객층이 형성된 한우고기 시장에 영향을 미칠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업계에선 암소를 수매해 시장에서 완전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현재 암소고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소마저 거세를 통해 암소고기화 ’하는 등 한우고기의 최고봉으로 꼽혔던 암소고기의 영광은 옛 추억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대답은 NO’. 업계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한우 암소고기 생산은 여전히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한우 암소 1등급 이상만 되어도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과 깊은 풍미는 거세우가 절대 흉내낼 수 없다”면서 “암소 고유의 맛이 지닌 강점이 있기에 등급 출현율만 개선한다면 시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해결방안은 역시 암소의 고급육 만들기로 집약된다. 더욱이 사육두수가 300만두 수준을 넘어서면서 암소 도축이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상기할 때 시장에 버려지듯 쏟아지는 암소의 명품화는 한우고기 시장 확대와 함께 농가의 소득보전 측면에서도 간과해선 안 될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고수들 조차도 힘들고 어렵다는 암소, 특히 노령화한 경산우는 물론 등외등급으로 시장에 버려지듯 팔리는 천덕꾸러기 한우 암소를 중요한 소득원으로써, 또 고급육으로서 가치를 높이고 있는 김남용 옥천소장수 농장대표를 찾아가 비결과 노하우를 전해 들었다. | ||||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성적표다. 6마리 모두 성숙도가 7~9번인 소들의 등급은 1+등급이 한 마리, 1등급이 4마리, 2등급이 한 마리였다. 골화상태로 따지자면 최하 5산에서 7산 이상 된, 이제는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노폐우에 가까운 소들을 1등급 이상 고급육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김 대표의 암소 고급육 만들기는 지난해 축산과학원 주최로 열린 한우암소비육연구과제 발표회에서 공개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김 대표에 따르면 2010년 출하한 한우 암소는 총 50두로 이 가운데 1+등급이상 고급육 출현율은 무려 72%였다. 1등급 이상 출현율은 92%에 달했다. 2009년 역시 전체 출하한 87두의 암소 가운데 절반이상인 45두가 1+등급 이상을 받았고 1등급 이상 출현율도 85%에 달했다. 김 대표의 이같은 성적은 암소는 물론 거세우의 고급육 출현율까지 뛰어 넘는 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더욱이 그는 마리당 20~30만원에 팔리는 등외 등급의 한우 암소를 비육시켜 3등급의 일반육으로 부가가치를 상승시키는 등 한우 암소의 상품화를 전체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우 고급육 시장은 거세우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암소 특히 5산 이상의 노령화한 암소도 충분히 고급육을 만들어 소득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농장에서 비육되고 있는 암소는 거의 노령화한 한우 경산우로 이들 모두 1등급 이상 우수한 암소 고기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가 밝힌 한우 암소의 고급육 생산은 외모심사를 통한 철저한 선발과 사양관리, 초음파 진단을 통한 적기 출하 등으로 집약됐다. 젖소의 경우 선형 심사 점수가 우유 생산 능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한우 암소 역시 체형(외모) 심사로 고급육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소를 선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우의 경우 선형심사에 따른 유전 형질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지만 고급육 생산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소개하는 외모 심사 가운데 특이할 만한 것은 소의 뿔 생김새가 고급육 생산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뿔은 너무 크거나 굵지 않고, 작고 납작한 것이 좋다. ‘천지각(뿔 하나는 하늘로, 하나는 땅으로 향하는 형태)’으로 불리는 뿔의 형태는 그가 최고의 암소로 소로 꼽고 있을 정도다. 전국의 우시장에서 구매한 암소는 철저한 개체별 사양관리에 의해 관리된다. 농장에 입식된 소들은 즉시 초음파 검사로 고급육 생산 가능성을 평가해 사양관리 돌입하고, 2개월에 한번씩 초음파 촬영을 통해 비육 기간을 결정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육기간 중 철저한 선발을 통해 도태우를 골라내는 작업이다. 사료 섭취량이 떨어지거나, 근내지방 개선이 안되는 것 등을 재빨리 출하해 사료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또 근내지방이 퍼지는 것 보다 등지방에 먼저 지방이 침착되는 소는 비육기간을 단축해 출하한다. 반면, 등내지방이 1++에 도달했어도 여전히 왕성하게 사료를 섭취하는 소들은 출하기간을 늘려 출하체중 증가에 힘써 수익 구조를 극대화하고 있다. 초음파는 김 대표가 직접 촬영하고 판독 역시 그가 담당하고 있다. 애초 가격적인 부담 때문에 기계 구매에 망설였지만 3등급을 너 덧마리만 골라내도 장비 값은 건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고, 수년간 초음파 판독 기술 노하우가 쌓아면서 그가 암소 고급육을 만드는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김 대표가 꼽는 또다른 암소 고급육 사양 포인트는 암소 전문 사료 급여다. 그는 암소는 수소, 거세우와 달리 에너지 필요량과 지방 침착 형태가 달라 암소 전용 사료 급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노령화된 암소의 경우 소화기관이 예민한 점을 감안해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등 첨가제를 섞어 소화 흡수를 돕는 것을 빼놓지 않고 있다. 암소 고급육 사양 기술은 체형심사를 비롯한 개체별 사양관리 등 종합적 관리가 뒤따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료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실에서 안정적인 농장 경영을 위해서는 수익 구조의 최적화를 고민하고 이에 전력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조언이다. 제대로 된 사료 급여조차 안된 채 시장에 팔려오는 등외 등급의 암소들을 비육해 최소한 3등급을 만들어 파는 과정 역시 그가 1+등급 이상의 암소 고급육을 만들 수 있는 여건에 보탬이 되고 있다. 김 대표가 암소 비육에 전념 한지는 올해로 5년이 채 안된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육우분과위원장으로 수년간 활약해 온 그는 육우 생산에 전념해오다 2008년 한·미 FTA 협상 체결로 심각한 가격 폭락의 어려움을 겪은 뒤 한우 암소 비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올해로 약 30여 년째 소만 바라보고 있다는 김 대표는 육우사육 이전에도 수소와 암소를 번갈아가며 키워오는 등 암소의 생리와 사양관리 부문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더욱이 암소고기의 우수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제대로만 키워내면 시장성은 충분하리라는 확신이 컸다. 한우 사육두수가 크게 늘면서 암소 도축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는 무작위로 암소가 시장에 쏟아지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최근 현장에선 송아지 값 하락으로 시름에 잠긴 농가들이 한우 사육을 포기하며 암소를 처분하듯 서둘러 시장에 내다팔고 있는 현상이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면서 “조금만 사양관리에 주의를 기울여도 번식용으로 활용했던 암소 역시 충분히 고급육으로 키워낼 수 있어 농가 소득은 물론 또다른 한우 소비 시장을 형성해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우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소규모 농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번식농가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차원의 배려는 물론 경산우 부문에 대한 철저한 사양관리를 통해 한우산업의 또다른 부가가치 창출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우고기 시장은 여전히 삽 하나로 제대로 뜨지 못한 것과 다를 바 없이 무궁무진 하다”고 자신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한우 고기 시장에 대한 맛등급이 시행되고 정착되는 날까지 한우의 암소 고급화에 대해 꾸준히 매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