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K 에미레이트~그 길고 긴 이야기들

[루나레나]

안녕하세요
저는 에미레이트 27기 입니다.지금 2년째 비행중입니다.
이건 예전에 산업인력공단때문에 썼던 글인데, 승무원 준비하시는 여러분에게 힘이 될거 같아 올려봅니다.
합격후기라고 하기엔..좀 비행얘기도 같기도 하고 암튼 취업경험때문에 썼던 글입니다. 꾸벅
그냥 지우려고 보니 뭔가 좀 아쉽더라구요..다음단계를 준비하면서 또 문득 그 때 그 기분이 생각나서 이리 올려봅니다.
근데 길고 길어서 미리 경고~!
쪽지로 많은 분들이 싸이 주소를 물어보시는데요 결코 뭐...그리 도움되는 홈피는 아닐듯..놀고있는 제사진만 가득 ...
허허...암튼 그래도 넘넘 궁금한것이 있다 하시는 분들은 쪽지 보내주세요
보는대로 답변을..
예전글인데도 아직도 많은 분들이 홈피 싸이 ㅋ ㅋ. 블로그 문의 하시네요 ㅋ
아무것도 볼 거 없는 블로그인데 시작하는 단계라서 그래도 궁금하신거 있으시면 놀러오세요
http://m.blog.naver.com/rachraye


딩딩딩'
비행기에 울리는 알람소리! 비상사태 ! 정확하게 세 번 울리는 이 알람! 깜짝 놀란 내 가슴과 동시에 모든 승무원의 마음과 눈이 화장실로 쏠린다. 한 남자 크루가 달려오며 WHERE IS TOILET E? 를 외친다. 기내 화장실 스모크 디텍터에 연기가 발견된 것이다. 지금도 비행기 다른 한 쪽에서는 여전히 손님에게 주스를 따르고 있는 승무원도 있고 나와 함께 화장실 앞으로 달려가는 승무원도 보인다.
화장실 문 앞에서 옆의 크루와 심호흡 한 번하고 문에 손을 대본다. 다행히 차갑다! 아직 불길이 번지거나 하진 않았다는 소리다. 조심스레 화장실 문을 여는데, 아뿔싸! 잠겨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제로 문을 열고 보니 손님이 화장실 안에서 올림머리를 하시느라고 쓰신 헤어스프레이가 알람의 원인이었다. 승무원들 얼굴에 안도와 허탈한 웃음이 동시에 번져나가고 나는 다시 캐빈로 향한다. 잠시 후 "WOULD YOU LIKE SOME MILK WITH YOUR COFFEE?"라고 태연히 묻는다. 놀란 마음은 구름처럼 날아가 버리고 오늘 나는 아름다운 물의도시 이탈리아 베니스에 두 발을 내려놓는다. 나는 에미레이트 항공의 한국인 승무원이다.

'Remember'
지금 나의 모래 빛 유니폼 왼편에 빛나고 있는 작은 금색별에 담겨있는 에미레이트 항공에 약속한 나의 메시지! 바로 그 단어 Remember를 되새기며 나는 오늘도 구름 위 고요하고 파란 하늘 위로 빨간 모자, 하얀 스카프를 휘날리며 하늘로 날아오른다.
'에미레이트 항공' 그리고 '두바이'
전 세계 신문과 뉴스가 떠들썩하게 수없이 장식해 온 이 이름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해지고 있었을 2008년 12월 나는 에미레이트 항공에 합격하는 기쁨을 안았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고 그동안의 수고가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듯 나는 기뻐했었다. 이 순간을 이 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었는지, 나의 마음은 큰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렇지만 나의 그 큰 풍선은 뻥 터져버리는 일이 발생했고, 그 후 에미레이트 항공은 참으로 어렵사리 다시 내게 그 문을 열어 주었다.
나에게 에미레이트 항공은 다른 사람들처럼 운 좋게 첫 지원에 합격이라는 기쁨을 선사해 주지도 않았고, 2008년의 합격 소식 후에는 출국을 일주일 앞두고 합격철회라는 긴 겨울을 내 마음에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일 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인 2009년 11월 나는 두바이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이제 그 수많던 나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볼까 한다.
내가 처음으로 에미레이트 항공에 관심을 가지고 승무원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09년 초반의 일이었다. 2005년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들어와 여러 국제 행사에서 통역이나 다른 서비스 일들을 하며 처음으로 외국 항공사 승무원이 되기를 꿈꾸었다.

당시 면접은 에어라인 뉴스센터 승무원학원에서 대행하던 1차 면접과 에미레이트 항공과 한국 산업인력공단에서 함께 주관하는 2차 면접, 그리고 두바이 현지에서 온 면접관과의 1대1 면접을 통과하는 순서로 이루어졌다. 1차 면접에서 주로 했던 아티클 서머리와 간단한 영어질문들은 외국항공사에서 제대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만큼의 영어실력을 갖추었나를 체크하는 관문이었다. 호주에서의 어학연수 경험이 있었고, 그 후에도 늘 영어공부에 관심 있어 했던 나는 1차 시험에 무난히 합격했지만, 2차 시험에서는 그만 낙방하고 6개월간의 패널티를 받고 말았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채용에는 2차 시험에 응시하게 된 후 떨어지면 그 후 6개월 동안의 3차 시험에 낙방하면 그 후 1년 동안 채용에 다시 응시할 수 없는 패널티라는 제도가 있다.)

2차 면접에서 낙방하던 날 나는 얼마나 낙심하였는지 모른다. 그 당시 시험은 서울에서 이루어 졌기 때문에 대구 출신인 나는 새벽부터 일어나 기차에 몸을 싣고 기차 안에서도 혼자서 중얼중얼 인터뷰 연습에 거울을 보며 한없이 웃는 연습을 하고 오지 않았던가. 공단을 뒤로 하고 걸어내려 오는 내 발걸음은 세상의 한숨은 다 짊어진 듯 무겁기만 했고 나는 억울하다 소리쳐보고 싶었지만 쓸쓸한 발걸음으로 해가 뉘엿뉘엿 지는 대구로 돌아오면서 굵은 눈물만 흘려야만 했다. 다시 한 번 도전하리라는 생각을 마음에서 지우지 못한 채,나를 두고 두바이로 떠나가는 함께 공부한 친구들을 보면서 축하하는 마음과 부러움 나는 왜 아니었을까? 라는 후회로 한층 자신감을 잃고 괴로워했다.
다행히 그 후 6개월 동안 좋은 스터디 멤버들와 나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꼬집어 주는 가족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열심히 내 모자람을 차츰차츰 채워나갔고, 매일 영어 신문을 읽으며 해석하고 줄여보는 등 영어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여러 관광명소와 한국의 문화 명절 제사 등에도 초대하여 국제적인 감각과 세상을 보는 넓은 눈과 마음에 담았다. 언제나 내가 마주한 상황들에 좀 더 승무원답게! 라는 마음으로 대처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더 큰 이해심과 인내심도 길러 나갈 수 있었다.
승부의 그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다가왔다. 이번엔 대구에서 1차 면접에 응시했고 결과는 다행히 합격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긴장되던 나의 2번째 2차 면접. 장소는 지난번 내게 낙방의 고배를 주었던 공덕동 산업인력공단!
이번시험을 위해 두바이에서 온 면접관은 이집트 출신의 란다 라는 이름의 여자 면접관 이었다. 꽤나 오래 리쿠르팅을 해온 선임 면접관이라고 했다. 그녀가 한국에서 여러 번 면접을 진행하였다는 소식에 나는 왠지 가슴에 나비가 팔랑거리듯 설레고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스쳐갔다.
처음 공단에 들어가면 에미레이트 항공에 대한 비디오를 상영한다. 비디오에는 현직 승무원들의 인터뷰나 두바이 소개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만든 'Make someone's day' 라는 노래가 담겨져 있는데 모두들 그 화면을 보면 초롱초롱 눈을 빛내고 면접관이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는다.
드디어 운명의 시간. 면접관 란다가 면접장에 모습을 나타내었다. 지원자들과 면접관 사이의 회사에 대한 간단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문답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첫 번째 관문인 암리치 재기(에미레이트 항공 지원자격준 하나인 암리치는 서있는 상태에서 팔을 뻗어 손가락이 212cm 의 선에 닿아야 한다)가 시작되었다.
처음 보는 란다 면접관에게 나는 활짝 웃어주었다.
"안녕?" "안녕!" 서로 간단한 인사가 오가고 란다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그 때의 호감 때문이었을까 나는 첫 번째 관문을 무사히 통과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니 아침의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대신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는 듯했다.
두 번째 관문인 그룹 디스커션이 시작되었다.
다행히도 우리 팀은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결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2차 관문도 조원 거의 모두가 무사히 통과!
3차 관문은 이제껏 별로 해보지 않았던 롤 플레이였다. 내가 승무원이라면..이란 롤 플레이는 익숙하였지만 이번 관문은 내가 승객이라면..이란 제목의 롤 플레이였다.
나는 월드스타의 옆자리에 앉은 그냥 평범한 손님 역할이었는데, 다른 지원자들은 아픈 사람, 컴플레인이 심한 승객 등등의 더 독특하고 튈 수 있는 배역(?)을 받았다. 걔 중에는 부럽게도 승무원과 사무장 부사무장의 역할을 부여받은 지원자들도 있었다.
비행기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니 우리가 한 번 즉석으로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주 평범한 역할을 맡았고 내 부분에 대한 그 어떤 특별한 설명도 받지 않았다. 아프지도 않고 월드 스타도 아니고 컴플레인도 없는 나는, 어쩌면 비행기에서 가장 흔한 손님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튀려 하지 않고 내 옆에는 월드 스타가 앉아있다 생각하고 그저 그 사람을 뚫어져라 보고 사인해 달라고 하고 귀찮게 말도 걸어보고 있는데, 면접관이 날 보고 피식 웃었다. 내가 꼭 진짜 승객 같다고, 비행기 타서 월드스타 옆에 앉으니 좋으냐고 물었다. 결과는 3차 시험도 합격!
드디어 꿈에 그리던 우리가 속칭 말하는 금딱지(!)를 받으러 들어갔다. 금딱지라는 것은 2차 시험의 마지막 관문까지 모두 통과하면 마지막 면접관과 1대1로 심층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그때는 정말로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발행한 정식 이력서를 쓰게 된다. 그 이력서 위해 금색으로 에미레이트 항공의 로고가 프린트 되어있는데 그것은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금딱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자 한자 틀릴까 새벽에 일어나 마음을 갈고 닦고 붓글씨를 써 내려 가듯이 금딱지 이력서를 다 쓰고 대구로 내려오면서 나는 하루 종일 굶어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에 햄버거를 잔뜩 사서 집에 와 가족들과 나누어 먹으니 이미 두바이행 티켓을 손에 쥔 듯 정말로 행복했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최종 면접 날. 란다는 나를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창가에 앉히고 내 피부 상태와 표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10개 남짓의 질문과 그에 해당하는 꼬리 질문들을 했다. 대략 나의 서비스 경력들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했고, 다른 사람과의 의견 조율을 어떻게 하는가 화가 나면 어떻게 대처하는 가 등의 나의 성격과 장단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들을 하였다. 한편으로는 비행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질문 그리고 때로는 집요하고 당황스러운 꼬리 질문들로 때로는 나를 당황케 했다. 일부러 그런 질문들을 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0분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란다가 "알았어. 이제 나가봐"라고 하였다. 모든 것이 끝나고, 이제 모든 것은 하늘의 뜻에 달려있었다.
'진인사대천명' 인간의 노력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저 사자성어처럼 나는 최선을 다하고 후회도 미련도 없이 면접장을 나오며 란다 에게도 수고 했다고 인터뷰 다 끝나면 맛있는 거 먹고 한국 구경도 많이 하고 가라고 가볍게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해 주었다.
나의 첫 번째 기다림은 시작되었다. 에미레이트 항공의 최종 결과 발표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날짜가 있어서 그 날 통보가 오는 것도 아니다. 최종면접이 끝난 후에는 지원자들의 하염없는 기다림이 시작된다.
길게는 두 달까지도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기 때문에 한순간도 방심하기 않고 합격 전화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혹시나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전화가 와서 시끄러운데서 잘 알아듣지 못할까봐 나는 아르바이트 하는 시간만 제외하고는 언제나 전화기 안테나가 잘 뜨는 곳에서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만 가득했던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12월 28일. 언니와 함께 티비를 보고 잠들기 전 욕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전화는 결국 언니가 받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나 기쁜 목소리로 내게 달려와 에미레이트!!라고 했다. 나는 너무나 기뻐서 악악 소리를 그 밤에 질러댔고 전화기에 대고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고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순간이 기억나 괜스레 눈에 눈물이 돌 지경이니 그땐 정말 세상을 다가진 듯 마음이 벅차있었다. 내가 받은 출국날은 2월 6일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친구와 함께 출국하고 싶은 맘에 나는 일주일만 미뤄달라고 청하게 되었고, 에미레이트에서는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그렇게 나의 출국날은 2월 13일로 정해졌다. 후에 그 한마디로 얼마나 많은 눈물과 내 자신에 대한 원망을 쏟아붓게 될지 이 날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기쁜 마음으로 친구들을 만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동안 시간은 잘도 흘러 2월 5일이 되었다. 이제 일주일 후에 출국 할 티켓만 받으면 모든 것이 다 준비되었다고 생각한 그날 밤, 나는 에미레이트에게서 짧은 이메일을 받았다. 국제 경제 위기 때문에 우리의 너의 채용을 철회한다. 철회. 철회. 철회. 출국을 일주일 남겨두고 다의 채용은 철회되었다. 힘들고 괴롭다는 말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하던 일을 모두 정리했었고, 모두에게 떠난다고 송별회까지 다하고 난 후 였다.
가족들에게 무슨 염치로 이 소식을 전하나 나는 내가 땅으로 꺼지는 것만 같았다. 바보같이 한 주를 미룬 것이 화근인 것만 같아서 슬프다는 말도 떠오르지 않고 어안이 벙벙하고 팔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그 다음날 아침 눈을 떴는데 내가 이불에 꽁꽁 메인 것처럼 일어날 수가 없었다. 날짜를 변경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게 느껴졌고 이제 나는 어떡하나 라는 생각과 가족들의 상심이 내 마음을 짓눌렀고 눈물만이 베갯잇으로 끝없이, 한없이 흐르고 흘렀다. 언제 어느 때 우리가 너를 다시 부를 것이라는 약속도 없었다. 원망스럽지도 않았다. 그저 절망적이었고 하늘은 어두워만 보였다. 합격철회가 합격 취소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외국인 친구한테 물어보고 사전을 뒤지고 자기 위로를 하려했지만 그 어떤 것도 에미레이트 항공이 나를 다시 불러 줄 것이란 확답을 줄 순 없었다. 떠가는 비행기를 보면(나는 대구에서 공교롭게도 공항 근처에 살고 있다) 저 속에 왜 내 자리는 없나 궁금하였다. 그렇게 눈시울을 적시고 또다시 실망만이 내 마음속 공허함을 채웠다.
그러기를 며칠 후, 나는 생각을 바꾸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지금 여기서 내가 이렇게 무너지고 포기한다면 나는 결코 에미레이트 항공 에서 찾는 밝고 편안한 바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값진 인재가 될 수 없다는 희망을 부여잡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게 기다리는 인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을 주신 거라고 나 자신을 다독거렸다. 지금 내가 이런 모습으로 있다면 다시 기회가 와도 잡을 수 없을 거라고. 나보다 더 나를 안 되하는 가족들에게 나는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말로 내가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원하는 승무원이라는 것을 당당히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 후 바쁘게 새로 성인들 대상의 영어학원에 직장을 구하고 영국 사람들과 일하며 영어를 가르쳤다. 직장에 선생님들이 나 하나만 빼고는 모두 영국 혹은 미국, 캐나다에서 온 사람들이라 영어에 대한 내 감각을 잃지 않으려 선택한 파트타임 일자리였다. 열심히 진심으로 열정을 담아 일하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보았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혹은 부모님 나이대의 어른들을 마주하는 것은 내게 또 다른 느낌과 도전으로 다가왔다. 내가 직접 호주에서 겪어본 답답함과 영어에 대한 욕심. 그렇지만 마음속의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쉽지 않은 말하기라는 것을 알기에 더 이해하려고 하고 더 기다려 주려 애쓰다 보니 나는 정말로 학생들과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었다.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나갈 때 더 힘이 든다고 했다. 끝이 보인다면 그 터널을 지나가는 시간이 결코 절망적이지 않으며 또한 금새 지나간다고 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은 사람에게 포기란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자꾸만 유혹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지날 때 분명히 이 터널도 끝이 있고 터널의 끝에서 내가 진정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힘이 들 때면 이 시간들이 지나면 "그땐 그랬지"할 수 있기를 이 시간들이 그저 친구들과 나누면 웃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되기를 바라며 상상하며 고된 시간들을 이겨냈다.
그러기를 7개월, 추석을 앞두고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메일이 왔다. 이제 우리는 다시 채용을 시작한다. 그래서 채용이 홀딩 되어 있는 너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그러나 다시 너는 마지막 면접을 새로이 보아야 하고 또 통과하여야만 한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너무나 기뻤고 너무나 감사한일이었다. 비록 면접을 다시 보아야 하지만 다시 나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이 기뻐서 방방 뛰었던 기억이 난다.
면접일은 추석당일. 그 날 아침에는 택시가 정말로 잡기 힘들었다. 오전 시간이라 모두들 차례를 지내고 있을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날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는데 한 승무원 지망생이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왠지 늦을 거 같아서 그 분에게 "추석이라 택시가 없어요. 미리 한 번 나가보세요." 했는데, 정말 택시가 없어서 크게 마음졸였다고 후에 두바이에서 지금 나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하우스 메이트에게 듣게 되었다. 그래요 저는 그 때 그분이랑 우연히도 같이 살고 있어요 ㅋㅋ. 택시가 없어도 기쁘기만 했던 나는 더 미리미리 준비해 늦지 않고 면접장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승무원으로서의 시간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면접을 볼 때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기를 권한다.
나는 평소에 좋게 말하자면 준비성이나 만약의 사태에 백업마련이 좋은 편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노파심 아닌 노파심을 가지고 있다. 면접 날도 몇 번이나 담당자님에게 여권과 사진이 필요한지 확인을 하였는데 정말로 필요 없다고 말씀하셔서 대구에서 출발하면서 빼놓고 갈까 하다가 혹시나 행여나 하는 마음에 여권과 사진 여러 장을 챙겨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현지에서 오신 면접관이 사진과 여권제출을 원하셨다.
내 노파심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시간에 유일하게 여권과 사진을 준비해서 바로 제출할 수 있었던 지원자 이었고 속으로 "다행이다" 를 오십 번쯤 외쳤다. 집이 지방인지라 서울 지원자들과는 달리 다시 집에 갈 수도 누가 가져다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면접은 상당히 길게 보게 되었다. 1시간정도를 꽉 채웠으니 꽤 긴 면접이었다. 면접관은 필리핀 출신의 마리아. 내가 처음 면접을 보았던 란다 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굉장히 진지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면접이었다. 나는 상황에 맞는 대답을 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마리아는 자꾸만 그것 말고 다른 예를 들어보라고 나에게 몇 번이고 되물어왔다.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당황하지 말아야지 생각했지만 머릿속에서 조차 땀이 나는 것 같이 긴장이 되었다.
그러다가 내가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려 왔는데 긴장하면 얼마나 억울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음을 크게 먹고 평소의 나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마리아가 내게 마지막으로 물어왔다."너 변치 않는 승무원이 된다고 약속할 수 있겠니?" 나는 답했다. "나는 어려운 시간 속에서도 나의 밝은 마음을 지키려고 애썼고, 이제 더 성숙했다고 생각해.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며 나는 지금 이 마음을 결코 변치 않을 거야. 아니 더 행복해 질 거야 "라고 대답했다.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만약 네가 합격한다면 말이야" 라고 끝까지 엄포를 놓았다.
또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전화기 옆에 붙어살지 않았다 친구들도 만나고 운동도 하고 일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다 보니 정말로 빨리 전화가 왔다. 면접을 보고 일주일도 되지 않았던 거 같다. 기쁘게 출국 날짜를 정하는데 이번에는 "나 빨리 갈게 1번으로 갈게 "라고 하며 웃었다.
그리고 11월 23일 밤 11시 55분 인천발 두바이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 가지 더욱 놀라웠던 일은 내가 같이 두바이에 가려고 한 주 출국날짜를 미뤘던 그 친구와 결국은 같은 비행기에서 두바이로 함께 떠나고 있었다. 이번에는 우연의 일치였다. 가족들을 뒤로 하고 왔지만 울고 싶은 마음보다 나 드디어 두바이 간다! 축하해줘 !라는 기쁜 마음으로 갤리도 구경하고 잠도 자면서 나는 비로서 중동의 진주, 그리고 나의 진주 '두바이'에 도착했다. 2009년 11월 24일 이었다.
그 후 시간은 내가 탔던 비행기처럼 빨리 빨리 날아서
지금 나는 여기 두바이에서 즐겁게 비행하고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소중한 또다른 내 인생의 기억들을 쌓아가고 있다. 세계의 문화를 배우고 대하고 존중하는 법을 익혀 나가면서,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그만큼 넓은 마음을 가지게 해주는 내 직업과 회사를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꿈이었기에, 조금은 더 시간이 걸렸고 조금 더 시련을 참아내야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꿈꾸고 있는 값진 꿈. 단지 하나의 직장이 아닌 '꿈'이라서 어쩌면 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꿈을 이룬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와주지 않는 큰 환희와 기쁨이니까.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아이쿠 울지 마세요~ 싸이 월드 주소 보내드릴게요~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아이쿠 호주 어디 다녀 오셨어요? 호주 참 좋죠 비행으로 가도 호주는 참 좋더라구요 전 뉴욕타임즈 홈피를 구경좀 하고 그래야 되는데 이것참 쑥스..

[tinkerbell17]

눈물이 찡하내요 ㅠㅠ !! 건강챙기시고 즐거운 비행하세요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네네 건강이 무엇보다 최고죠~^^ 한국은 쌀쌀하네요 그쵸?

[JONI]

와,,.......... 감동적이야기..큰힘얻어가요 ㅠㅠ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감사합니다 지금 한국 휴가를 와있어서 이렇게 답글도 달아드리고 넘넘 좋네요

[거북이는달린다]

싸이주소부탁드려도될까요? 글 정말 잘읽었습니다^^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거북이는 달린다님 감사합니다 인상깊은 대화명이네요

[bbague]

저두 싸이주소 좀 알려주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저도 고맙습니다.~

[징징ㅇ ㅣ]

제 꿈을 이룬 분이 계시고 그 분의 글을 읽어보고. 저 역시도 마치 꿈을 이룬 듯 기쁘네요!
너무너무 멋지세요 ^ ^
몇 번이고 읽었답니다!
전 몇 번의 도전 실패로 마음 접고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꿈이기에, 더 늦기 전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영어도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어서 겁도 많이 나지만
더 힘내서 해볼렵니다!
언젠가 하늘을 날 제 모습을 생각하면 행복합니다 ^ ^
꼭 두바이에서 만나고 싶어요. 기다려주세요!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두바이 그놈의 두바이..그쵸?

[차쑤]

저두 싸이주소 부탁드립니당 !! 계속되는 탈락에 지치고 있는 저로써는 정말 힘이되는 글이네요 홧팅입니당 !! ^,^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감사합니다 저에게 지금 필요한건 화이팅!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존경까지..어흑헉..많은것을 이겨낼 힘을 아자아자

[조교효과]

어으..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얻고 갑니다.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저도 많은 것을 느끼고 얻으며 지내고 싶어요

[잇 ^^]

암울하던저에게 많은 힘이되네요 ㅠ 꼭후배로 뵙고싶습니다 ㅠ 저두 싸이주소 부탁드릴게요 ㅠㅠ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암울한 날씨.. 그래도 기분좋게 아자아자. ~

[곰순아 날자!!!]

눈물이 울컥하네요... 남얘기 같지 않아서.. 저두 싸이주소 부탁드릴게요~^^; 멋지십니다. 마지막 문단.. 제 가슴에 깊이 새깊니다.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울컥..저도 오늘 울컥해요!!! 마지막 저문단. 정말로 저도 다시한번 가슴에 새겨야 겠어요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아이구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비행도 !!!

[GNUwings]

감동적인 글 잘 읽었어요 ^^ 저도 싸이주소좀 부탁드려요~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gnu는 무슨 뜻인걸까요? ㅋㅋ^^

[손녜진]

후배가되고싶습니당!!싸이주소좀알려주세요~

[초록색모자쓴하얀눈사람]

손예진을 읽으면 손녜진이 되는건가요

[kikie]

글 잘 읽었씁니다~. 저도 싸이 주소 좀 알려주세요~.

[우잉나도합격]

글 잘쓰시네요! 전 이제 막 시작단계이지만 이 글 읽고 용기내봅니다. 너무 멋있으세요^^

[모카향]

멋지시네요! 끈을 놓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서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화이팅해보렵니다! 저도 싸이 주소 좀 부탁드릴게요 ^^

[A Flower Of The Sky]

너무 멋있으세요~^^ 저도 싸이주소 부탁할게요~ㅋㅋ

[황우슬혜]

힘을 얻고 갑니다!!^^ 항상 응원할게요~~ㅎㅎ 저도 싸이주소 부탁드립니다*^^*

[Super fly]

수기를 읽고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지금은 다른 항공사에서 근무를 하고 계시네요. 여전히 행복하게 비행하고 계시겠죠? ^^ 댓글을 어떻게 남겨야 할지 망설여지는 수기였어요. 저도 자주 읽으려고 인쇄했습니다. 이런 수기를 읽을 수 있었다는 게 너무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

[루나레나]

우왕 뒤늦게 댓글 봤는데 인쇄까지 해주시다니 굽신굽신
ㅋ 지금은 한국베이스예요ㅋㅋ 근데 그걸어찌아시고?

[uramazing]

정말 이 글을 지금 이순간, 발견해서 읽었다는 것에 정말 큰 감사합을 느낍니다. 그리고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잘 지내고 계신거죠? :)

[루나레나]

넹 ㅋ 유아어메이징님도 잘지내고 계신가요? 오겡끼데스까~~

[김엄지]

지난주 에미레이츠로 부터 온홀드를 받고, 암스테르담에 거주하고 있는 ㅎㅎ 예비조이너 입니다!. 온홀드 메일받고 골든콜 받기까지 초조하고 제정신이 아니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조한 마음도 한 차례 가라앉은 것 같구요. 헤헤 소중한 후기, 경험 나눠주셔서 매우 감사드려요^^ 늘 안전하고 즐거운 비행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

[희망희망]

감동적인 후기입니다. 단지 하나의 직장이 아닌 꿈이라서 긴 터널을 이겨내고 있다는 말이 정말 많이 와닿습니다. 멋진 비행하고 계시겠죠~? 감사합니다 :)

[빵원이]

이야기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음 이야기를 또 읽어 보고 싶네요. 꼭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