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있다면, 작사가는 그 임무를 다 한 것이다." 캐나다 출신 싱어 송라이터 톰 코크레인의 말은 대중음악에서의 가사의 역할을 간단하게 정의하고 있다. 가사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고, 현실을 현실이 아닌 꿈으로 여기게 하는 언어들의 조합이다. 쉬운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고, 때로는 유치할 정도로 직설적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삶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만남과 헤어짐, 기쁨과 슬픔이 여과 없이 표현돼 있다. 가사는 대중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문학인 것이다.
글 / 권오경 (백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교수)
소녀시대의 태연이 부른 '만약에'의 가사가 1위에 올랐다.
드라마 <쾌도 홍길동>의 OST에 수록돼 있는 노래다. 소녀시대는 OST에서 이 곡 외에 '작은 배'를 다 같이 부르기도 했다. '내가 바보 같아서 사랑한다 하지 못하는 건 아마도 만남 뒤에 기다리는 아픔에 슬픈 나날들이 두려워서인가봐.' 서로 사랑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홍길동과 허이녹의 가슴 시린 사연을 잘 녹였다. 태연은 이 곡으로 솔로 가수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각종 가요 순위의 1위에 랭크됐었다. 가사가 전달하려는 감성을 잘 드러냈다.
여행스케치 출신의 작곡가 이창희가 가사를 썼다. 투니버스에서 방송됐던 <카우보이 비밥>의 엔딩 곡인 'Alone'을 썼던 그는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내 남자의 여자> <거침없는 사랑> 등 여러 드라마의 OST 작업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직 카펫'이란 팀을 결성해 곡 작업을 하고 있다. 매직 카펫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에 대한 사랑만이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다.'
김동률이 부른 '아이처럼'의 가사가 2위에 올랐다.
5집 앨범 [Monologue]에 수록된 곡이다. 최근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클래지콰이의 알렉스가 이 곡을 불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랑한다 말하고 날 받아줄 때엔 더 이상 나는 바랄게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해놓고 자라나는 욕심에 무안해지지만 또 하루 종일 그대의 생각에 난 맘 졸여요. 우리라는 선물을 준 그대 나 사랑해요.' 고백하듯 나지막하게 흐르는 멜로디 위에 얹힌 이 노랫말에 무너지지 않을 도도한 사랑이 어디 있을까 싶다. 김동률의 서정은 이렇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가 시대를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거미가 부른 '미안해요'의 가사가 3위를 차지했다.
발라드나 R&B의 감성에만 어울릴 것 같던 거미의 목소리가 일렉트로니카에 입혀졌다. '미안해요. 그대를 아프게 해서. 미안해요. 해준 게 너무 없어서. 미안해요. 그대를 잊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오늘은 꼭 한번 그댈 보고 싶어요.' 반복되는 이 가사는 묘한 분위기와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체념하는 내용이고, 거미의 보이스도 이에 맞춰져 있지만, 이 곡의 밑에는 일렉트로닉 비트가 쉼 없이 흐르고 있다. 빅뱅의 T.O.P이 랩을 했다. 작사와 작곡은 역시 같은 YG패밀리 식구인 스토니스컹크의 쿠시가 맡았다. 쿠시는 멤버인 스컬이 재입대하면서 작곡에 주로 전념할 계획이라고 한다.
소녀시대가 부른 'Kissing You'의 가사가 4위다.
'그대와 발을 맞추며 걷고, 너의 두 손을 잡고, 니 어깨에 기대어 말하고 싶어. 고마워 사랑해. 행복만 줄게요. Kissing you, oh my love.' 막대사탕을 들고 귀엽게 춤을 추는 소녀들, 이 걸 그룹의 이미지에 이보다 어울리는 멜로디와 노랫말은 찾기 힘들 것 같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곡을 주로 맡고 있는 작사가 권윤정이 가사를 썼다. 슈퍼주니어의 'Marry U'도 권윤정의 작품이다. 소녀시대의 질주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후속곡 'Baby Baby'와 티파니, 서현, 제시카가 참여한 룸메이트의 '오빠 나빠'도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다비치가 부른 '미워도 사랑하니까'의 가사가 5위다.
가끔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가사를 발견하곤 한다. 어떤 시어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다비치의 노래가 그렇다. '사랑을 선물했더니 이별을 주려 하다니. 이런 사람이었니.' '화장기가 없는 맨 얼굴을 좋아한 너. 화장이 진한 것 같아 거울을 보다가 눈물로 다 지웠어.' 단순하지만, 헤어진 연인들에겐 이런 가사가 진리고 위로다. '미워도 사랑하니까'라는 제목도 마찬가지다. 이해리, 강민경 듀오가 애절한 가사를 잘 살려냈다. 바이브의 류재현이 곡과 가사를 썼다. SG워너비의 '살다가'와 FT아일랜드의 '사랑앓이'도 그의 작품이다.
넬이 부른 '기억을 걷는 시간'의 가사가 6위다.
넬은 뛰어난, 그래서 소중한 밴드다. 존재만으로도 우리 가요의 색깔이 다채로워지는 것 같다. 최근 나온 4집 [Separation Anxiety]에서는 넬의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일렉트로니카와 록이 적절한 접점에서 만나고 있다.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 위에도 뺨을 스치는 어느 저녁에 그 공기 속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니가 있어 그래.' 이 곡의 가사와 선율은 현실 공간에 위치하지 않는다. 꿈속에 있고, 구름 위에 있다. 보컬의 음색도 마찬가지다. 이 몽환적인 노래를 부르는 보컬 김종완이 곡과 가사를 썼다.
빅뱅이 부른 'How Gee'의 가사가 7위를 차지했다.
빅뱅이 해외 진출을 위해 올해 초 일본에서 발매한 미니 앨범 [For The World]에 실린 곡이다. 처음부터 일본을 넘어 세계를 지향하는 목표를 지니고 있었던 만큼 모든 곡에 영어 가사를 붙였다. 이 곡은 블랙 머신의 'How Gee'를 샘플링해 만들었다. 귀에 익숙한 색소폰 루프 위에 T.O.P와 G-드래곤의 영어 랩이 폭발할 듯 펼쳐지고 있다. 가사는 YG패밀리의 간판 프로듀서인 페리가 새로 썼다. 앨범에는 '거짓말'이 'Lie'로, '없는 번호'가 'So Beautiful'로, '눈물뿐인 바보'가 'Together Forever'로 새로 손질돼 실려 있다.
주(JOO)가 부른 '남자 때문에'의 가사가 8위다.
박진영 표 발라드는 그가 주로 쓰는 댄스곡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보이스 컬러도 발라드에 더 어울린다는 의견도 많다. '너의 뒤에서'에서 진작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작사, 작곡을 한 주의 '남자 때문에'도 그 증거다. '난 매번 이럴 때마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서 또다시 기댔죠. 하지만 이번엔 싫어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죠. 더 이상은 남자 때문에 울고 웃지 않게 내 두발로 서있을래.' 가사는 실연 앞에서 약해지지 않고, 스스로 아픔을 극복하려는 한 여자의 얘기다. 담담한 의지가 담긴 이 노래를 청순한 10대 소녀가 불렀다는 역설이 '남자 때문에'의 매력으로 작용했다.
박지헌이 부른 '보고싶은 날엔'이 9위에 올랐다.
V.O.S의 리더 박지헌이 잠시 동안의 홀로서기를 위해 발표한 곡이다. 작곡가 한상원이 곡을 썼고, 한상원과 작사가 임영이 함께 이 곡에 가사를 붙였다. 둘은 SS501의 '널 부르는 노래'와 민효린의 'Touch Me' 등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너를 보고 싶은 날엔 눈물 나는 날엔 가슴 뛰는 날엔 그리운 날엔 너의 전화번호 다시 또 누르게 되면 니가 너무나 그리워.' '~날엔'이 반복되면서 가사가 마무리 되지 않는데, 이는 지루함을 주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른 가수가 불렀다면 과연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박지헌은 이 노래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음색을 가지고 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부른 'Love'의 가사가 10위를 차지했다.
이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던 곡이다. 작곡가 이민수와 작사가 김이나의 합작품이다.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세인트바이너리와 멤버인 미료도 각각 작곡과 작사를 도왔다. 가사는 입에 착 달라붙게 조합됐다. '야릇야릇한 널 향한 나의 맘 들리니 I need you I love you. 이런 이런 날 어서 가져가줘 들리니 I need you I love you.' 우리말과 영어가 가지는 뉘앙스의 공통점을 잘 파악한 가사가 절제된 일렉트로니카 비트 위에 펼쳐진다. 'L O V E 사랑이란 이름 아래 난 내 맘 대 로 지 이.' 미료가 쓴 랩도 노래 부분의 가사와 잘 매치되고 있다.
만약에 완전 굿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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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역시 소시가 킹왕짱이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