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딸아이 혼사를 치렀다.
친구, 동창들과 여러 지인들에게 소식을 전했더니
내가 속한 여러 모임의 총무들이 회원들에게 문자로 연락했고
마침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어
축의금 접수를 위해 내 계좌번호를 안내하기도 했다.
코로나 때문에 하객들이 많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올 만한 지인들은 찾아와 축하해 주었고
혼자된 이후 살아내려 아등바등할 때
주변 사람들의 애경사에 사람노릇 제대로 못한 때가 많았음에도
예상 외로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었다.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결혼식 축의금으로 얼마가 적당할까.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공직자들은 3만원을 넘지 못한단다.
웬만한 결혼식 피로연장의 밥값이 최저 3만5천원, 호텔의 경우 10만원이 넘는다.
그러니 축의금 액수만 따진다면
3만원이나 5만원 들고 와 봐야 혼주들 입장에서는 별로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축의금은 웨딩홀의 경우 5만원, 호텔의 경우 10만원이 보통이다.
물론 친분에 따라 그리고 빈부에 따라 그 금액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내 딸아이의 경우 피로연장 식대가 할인가격으로 1인당 4만2천원이었다.
여기에 주류가 따로 계산되니 축의금 5만원은 그냥 밥값 내고 가는 셈이 된다.
오죽하면 축의금 들고 오는 사람보다 축의금만 보내는 사람이 반갑다고 하지 않던가.
혼례일이 다가오며 내 통장에 축의금이 입금되었다는 문자연락이 왔다.
통장에 입출금이 있을 경우 문자가 오도록 설정을 해 두었으니까.
예식 하루 전.
여러 개의 문자가 떴는데 읽어나가다가 한 군데에서 눈이 멈췄다.
대부분이 5만원이요 개중에 10만원 20만원도 있었는데
그 중간에 <농협 입금 10,000원>이 보였다.
아, 이 친구가!
내 계좌번호는 동창회에서 연락을 받았을 터이다.
그런데 10,000이란 숫자와 녀석의 이름을 보는 순간 갑자기 울컥 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일찍 장가들었던 녀석 아들딸 혼사에 갔었다.
좀 여유가 있어 두 번 다 당시로서는 큰 액수인 10만원을 축의금으로 냈다.
그렇게 낼만한 친구였으니까.
그런데 녀석의 삶이 10여 년 전에 꺾였다.
이혼을 했고, 그러고도 여러 차례 곡절을 겪었다.
아들딸들도 아버지를 돕고 돕다 지쳐 연락이 끊어졌다고 했다.
노숙을 했었고 지금은 한 달 18만 원짜리 고시원에 기거하며 공사판에 나가고 있다.
수입이래야 노령연금이 고작이다.
고시텔이 어떤 곳인지 나도 잘 안다.
그럴 듯하게 말해 <1인 가구의 새로운 주거형태>라 부르지만
실은 노숙자와 함께 가장 밑바닥에 사는 사람들이다.
녀석도 그랬다.
동창회에 이름만 있지 얼굴 못본 지 10년이 넘는다.
그 와중에 나와는 연락이 끊어지지 않았다.
딸아이 혼사날이 정해지고 청첩장이 나온 날 전화를 했다.
4월 25일 저녁에 와서 밥 한 끼 먹고 가라고.
축하는 무슨 축하, 그냥 친구가 저녁 한 끼 산다 생각하고 몸만 오라고 했다.
나와 전화통화를 하면서는 목소리야 씩씩했다.
그런데 녀석은 축의금 1만원을 입금했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이 녀석의 1만원은 다른 동창들 50만원 100만원보다 크다는 걸 나는 안다.
그렇기에 이런 기회에 얼굴 보고 저녁 한 끼 제대로 먹고 가라고 오라했는데
녀석은 축의금이라고 1만원을 무통장으로 입금을 했다.
얼른 통화버튼을 눌렀다.
서로가 할 말이야 뻔하지 않은가.
내가 다소 신경질적이고 격앙된 목소리로 녀석을 나무랐고
녀석은 계속 ‘병렬아,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꼭 오라고 다시 강조했지만 4월 25일 녀석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혼식이 끝나고 딸아이는 축의금을 정산하여
피로연장 식대 등 여러 비용을 제하고 남은 금액 중 일부를 애비에게 주었다.
아버지 지인 분들께 인사하라고.
내 딸아이지만 어른스럽다.
이 아이가 내 딸인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녀석에게 전화하여 만나야겠다.
저녁 한 끼, 거하게 사기보다는, 간소하게 먹고 소주 한 잔 하고
용돈이나 좀 챙겨줘야겠다.
그리고 꼭 이 말을 해야겠다.
<○○야, 니가 내 친구인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나는 녀석 자식들 혼사에 10만원을 축의금으로 냈는데
녀석은 내 딸아이 혼사에 100만원을 내지 않았는가.
내 계산으로는 그렇다.
그러니 내 친구가 아닌가.
이런 친구를 두었으니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첫댓글 상당히 파괴적인
진정한 친구
자신감
나의 아저씨 그언니?
맞습니다. 직장상사랑 모텔가신분
일단 응답하라 1988 성보라역의 류혜영의 친언니 류선영씨..
응팔 보라 친언니죠
멋진분이네요....
훌륭한 분이네요.
저거 우리 집사람한테 말하면 '으이구 화상아~ 맨날 손해만 보고 살지'바로 잔소리 날아올듯...
저런 친구분 1명만 있어도 행복하겠지요 ...
진정한 슴이네요
멋진 치구분을 두시긴 했네여..하지만 고시텔에 산다고 밑바닥 인생은 아닙니다. 좀 그렇네요...
예전 사과장수 친구글이 생각나네요.
번외지만 공직자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의해 축의, 부조금의 경우 10만원까지 아닌가유?
ㅠ
김영란 법에 축의금은 3만원 아니고 식사비가 3만원...ㅎㅎ
ㅠㅠ 가슴이 짠 ..... 합니다.
멋진 친구들
ㅋㅋㅋ 봐봐 통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