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기행기[1]-앙코르 가는길

[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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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앙코르와트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들은 것은 후배 디자이너 심인보에게서 였다.

그는 88올림픽에서 사용되었던 호돌이를 디자인앴던 김현 선생님과 함께 수석디자이너로서 일을 했던

유능한 디자이너였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앙코르와트를 다녀와서

 디자이너의 시각에 여행자의 시각을 덧붙여

'앙코르기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것을 미국에 있는 내게 보내 준 것이었다.

그 때 나는 뉴욕 맨하튼에서 허름한 주방옷을 입고 지하 주방에서 보조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뉴욕의 어두운 지하철에서 그가 보내온 "앙코르기행"을 틈틈히 읽곤 했는데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이 기이하고 신비스러워서 좀처럼 마음이내켜지도 않을 정도였다.

그것이 벌써 5년전의 일이었다. 지금은 서점에 가면 앙코르에 관한 여러 서적이 진열되어있지만

그가 쓴 이 책이 앙코르에 관한  첫번째의 책이 되었다.

<화창하고 무더운 여름날의 영종도 가는길,

그 위에 어린시절의 뭉게구름이 모처럼 잔뜩 피었다>

나는 물었다.

"이 사원들이 불교 사원들인가? 힌두사원들인가?"

그도 그것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힌두사원이기도 하고 불교사원이기도 해요."

훗날(2004년) 서울역사기념관에서 열렸던 앙코르유적에 관한 전시회를 둘러보고서도

역시 그 의문들은 지울 수 없었다.

불교와 힌두가 혼재된 어떤 유적군?

그러나 어느 책에서도 그 것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느 것들은 오히려 사실을 왜곡하는 것들도 있었다.

인터넷에 오른 수많은 앙코르유적에 대한 설명들은 거의 모두라고 할만큼

앙코르의 역사적 사실 또는 불교라는 종교와 힌두라는 종교의 이질성
또는 동질성을 이해하지 못하여 앙코르기행과는 무관한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었다.

어떤 이의 틀린 정보가 또 다른이의 블로그를 타고 전파되고

또 다른이의 블로그를 타고 전파되는 앙코르에 관한 것들.... 

그래서 나는 앙코르에 대한 관심을 거의 끄다 시피하고 있었다.

<141명 정원의 아시아나 737편, 씨엠립 비행장에는 이정도 규모의 비행기가

가장 적당하다고 여승무원이 말해준다. 큰 비행기는 활주로가 짧아 뜨고 내릴 수 없다고 한다.>

한국 사람이 전세계의 관광객들을 제치고 앙코르와트 관광객순위 1위의 기록을 차지했다고는 하지만

나는 좀처럼 앙코르와트를 찾을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휴가를 계산해보니

 11일부터 15일까지의 5일간이  토요일에서 광복절 휴일로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이 절호의 틈을  타 인도에서 만난 캄보디아 여행전문가 유택성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 휴가에 앙코르와트를 가볼려고 해, 어떻게 하면 좋지?"

그렇게 해서 마음먹고 두달전에 예약을 해두었다. 그가 추천하는 자유여행으로..

<캄보디아는 베트남과 태국 그리고 라오스와 접해있다.

베트남 상공을 거쳐 시엠립에 도착하는 이 항로 밑, 한 밤중이기도 하지만 불 한점 없다.>

앙코르와트는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으로부터 버스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씨엠립에 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가 세계 7대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앙코르의 유적군 가운데

앙코르와트가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사실은

이것은 앙코르와트를 둘러싼 앙코르의 유적군이라고 불러야할 듯 싶다.

실제로 앙코르 와트 옆에 있는 거대한 도시라는 이름의 '앙코르 톰''과 그 주변의 유적군들이 가지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앙코르와트와 비견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뿐더러 어떤 면에서는

앙코르와트보다도 더 아름담고 섬세하며 또 생동적이어서 그 가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작고 아담한 씨엠립 국제공항에 인천공항으로부터 5시간 40분만에 도착했다.

활주로에 내려서 대합실까지 걸어서 들어간다. 마치 시골역의 어느 대합실처럼...>

크지 않은 비행기를 타고 작은 공항에 내리는 맛은 또 다른 별미다.

대형 점보여행기에서는 트랩을 내려 걷는 한가로운 즐거움은 없다. 통처럼 생긴 길고긴

트랩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짐찾고 공항 밖으로 밀려 흘러 나오기 십상이다.

하지만 조용한 시골역처럼 짐 메고 들고, 트랩을 내려서 밤하늘의 별이 반짝이는 공항을

걸어나오는 맛은 이런 작은 여행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아기자기함이다.

<어둠이 질게 깔린 시엠립국제공항>

공항 대합실로 들어서면 비자를 받아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줄을 서게 되는데

한국에서 온 대부분의 여행자는 노비자의 줄을 서야한다.

비자를 내는데는 20달러, 그리고 한달간의 체류비자.

하지만 이곳에는 공식적으로 급행료가 있다. 줄서지 않으려면

돈을 더 내면된다.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해주는 급행 시스템이다.

제복을 입은 출입국관리소의 사람이 와서 종이에 글을 쓴다.

비자 20달러, more 3달러면 급행.

<비자가 없는 사람들은 이 곳에서 비자를 받아서 들어간다.

급행료를 지급하면 별도로 빨리 비자를 처리해주는데 한 출입국관리소 사무원이 와서

흰쪽지에 적는다. 20불 비자, 3불 급행료>

호텔을 빠져나오니 '두유 원 탁씨?"하고 짧은 남방셔츠를 입은 키가 작달막하고

피부가 까무잡잡한 남자 한 사람들이 나를 따라온다.

대부분의 패키지 여행객들은 여행사가 마련한 버스로 뭉텅뭉텅 떠난다.

그 사람은 호객하는 사람 사이를 비집고 여전히 따라온다.

<호텔에 들어가니 엘리베이터 앞에서 합장한 반가상이 맞이한다.

보살상이라고 불러야할지, 우리와 같은 재가불자라고 불러야할지..>

엠쁘레스 호텔까지 5불을 부른다. 이것은 비싼 요금이다.

엠쁘레스 호텔은 공항과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다. 

그러나 한밤중이라 그냥 가기로 한다.

그는 내가 머물 시기와 기간을 계속 묻는다.

<나무가 풍부한 크메르 고가구 스타일의 호텔방은 정갈하고 깨끗하게 정돈되어있었다.>

나는 그가 제시한 삼일간의 택시 대절료에 오케이를 한다.

그가 제시한 것은 하루에 25달러, 그리고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요금은 무료로 하겠단다.

미리 입수한 톡톡이 가격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에어컨이 나오는 택시와 함께

3일동안 하루 25달어의 여행은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는 요금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10년도 훨씬 더 묵어보이는 허름한 도요다 택시로

삼일간의 앙코르와트 여행을 하기로 했다.

엠쁘레스 앙코르 호텔은 크메르의 앤틱풍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정갈하고 깔끔한 이 호텔의 하루값은 아침식사 포함 5만5천원이었다.

<아침 손님을 맞이하는 이들은 두손모아 합장부터 한다.

합장에 익숙한 나도 합장을 하려했으나 언제나 내 어깨와 손에는 짐이 매달려있어

 합장으로 인사하기가 어려웠다>

택시는 오전 8시에 오기로 되어있다.

5시반부터 시작하여 오전 10시에 끝나는 아침 부페는 베트남 쌀국수와 오믈렛,

그리고 야채와 죽, 빵과 과일로 준비되어 있었다.

<아름드리 나무모양의 기둥이 받혀진 엠쁘레스 앙코르 호텔의 로비.>

넓은 로비와 뒷뜰에 준비된 수영장과 열대나무들이

캄보디아 여행에 나설 나의 아침을 반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 사람들이 나와서 수영도 한다>

신비한 전설을 담은 앙코르와트, 앙코르 톰, 그 주변의 유적군들

그리고 불가사의하게도 어느날 완전하게 사라진 앙코르 왕국

그것들은 내내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이쁜 꽃잎처럼 멋진 캄보디아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8시에 호텔 로비에 내려가니 그는 로비 한 구석에서 걸어나오며 우리를 반긴다.

그는 씨엠립을 동서로 관통하는 내셔널 6번도로에서 앙코르와트로 향하는 좁을 길로 접어든다.

진흙탕길을 덤벙덤벙 흔들거리면서 십여분을 지나니 소롯한 오솔길로 접어든다.

멀리 뭉게구름이 하늘하늘 피어있고

수백년 된  아름드리 나무들이 길 가장자리에서 지긋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서암합장

[딸기]

<화양연화>를 보니 가보고 싶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