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야영 가서 센터장님 폰으로 추가 3개월 등록 결제한 정수안입니다.
사진은 게시물당 100장까지 가능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글을 둘로 나누어 게시합니다.
다음날 아침, 나오자마자 상쾌하고 개운한 공기 ~
나는 배부르면 잘 못 눕기도 하고
잠에 들기에 시청각이 예민한 편이라
거의 못 자긴 했다 😇
6시쯤부터 그냥 눈만 감고 온갖 사람들의 bgm을 들으며.. 누워있었음.
사람들 부지런하더라.
밤에 누가 끊임없이 사부작대기도 했고 ^^ㅋㅋㅋ 저 멀리 우렁차게 코 고는 분도 계셨고.. 차에 들어가 앉아서 잘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일부러 에어팟도 챙겼는데 까먹음.
근데 뭐 다 각오하고 갔던 거라서 괜찮았다.
저 치킨집 이름이 <치킨>이었음.
원중 hi
캬 ~ 뜨순 햇살.
거대한 새 무리도 봤다. 진풍경이었다.
씻고 침구류 다 정리하고
누워서 애들이랑 놀면서
센터장님 기상하실 때까지 기다렸다.
원중이의 미쳐버린 준비력..
5억 암페어인가? 초대용량 보조배터리 덕에 나도 충전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ㅜㅜ
저 워치 충전하는 거랑,
갑자기 보여줄 거 있다더니 무슨 만능 잭 모음집 같은 것도 보여줌.
ㅋㅋㅋㅋㅋㅋ
원중이는 내가 아는 가장 현대인이다.
아, 참고로 중원이는 원중이다.
아침 식사
나는 아침에 식도가 잘 안 열리는 편인데,
점심을 먹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해서 그냥 일단 넣었다.
맛있어서 들어가긴 했음. ㅋㅋㅋ
닭꼬치에 소금을 뿌려 굽는 중원
호용님께서 9시 45분에 역에 도착하셨다고 해서....
나 혼자 식은땀이 줄줄 났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언능 설거지하고 텐트 수거하고 정리하고.
짐 챙겨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개수대에서 이를 닦는데,
전날 밤에는 깜깜해서 전혀 보이지 않았던 장관이..
센터장님 말씀으로, 우리는 강의 두 줄기 사이에서 잔 거였다.
아래 85장의 사진 있는 쪽이 야영한 곳,
위쪽이 우리가 곧 갈 암벽 등반한 곳.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홀로 남은 센터장님과 산타페
떠나는 길, 아름다운 길.
암벽 등반을 시작하고,
내가 가보지 못했던, 심지어는 가고 싶다고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지구의 일면을 밟고 목격하고 즐기고 있다는 점에서 인클라이밍장에 다니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다.
강선사 앞에 차를 대고 유선대 암장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는 이디야에 들러 커피를 샀다.
반팔도 빌려 입고, 강촌역에 내려달라고 부탁드릴까.. 고민했을 정도로 사실 상태가 안 좋았는데, 게워내고 나니까 새사람 됨. ㅋㅋㅋ
극도로 피곤한 상황에 안 먹던 아침까지 먹어서 그런 듯.
미리 기다리고 계셨던 호용님ㅠㅠ께서 앞장서 길을 안내해 주셨다.
10분 ~ 15분? 얼마 안 걸리는 어프로치였다.
물론 나에게는 영원처럼 느껴지고 숨 차긴 했음. ㅎㅎ
너무 너무 아름다워서 돗자리 깔고 감상만 하고 싶어지는 풍경이었다.
하늘과 나뭇잎, 햇빛, 바위의 모양 이런 것들..
아름다워 자연.
문득 이런 자연에 쇠붙이가 꽂혀 있고, 내가 거기에 낑낑거리며 매달려 올라간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할 정도의 아름다움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줄 걸어주신 센터장님.
옆에서 보면서 와 저 루트 저 동작 어떻게 하지 ^^ 했는데 나 제일 먼저 시키셨다..
줄이 엉켰는데
마침 또 내가 소싯적 이어폰 좀 풀어본 줄 끄르기 장인이어서.
쇼숍숍 풀었다.
벤치가 있어서 돗자리도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암장에 우리 뿐이었음.
우주최고 !!!!!!!!!!!!!!!!!!!
신기한 벌레를 많이 봤다.
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애벌레
이렇게 생긴 벌레가 정말 많았음.
돌마다 꿈지럭거리고 있어서 몇 번 손에 잡힘. ㅋㅋㅋ
노린재는 다른 걸로 알고 있는데 센터장님께서 노린재라고 하셨으니 노린재인 걸로.
동진, 호용님이 짝을 하고
나머지 셋이 돌아가며 했다.
모든 걸 첫 경험 중인 원중이 ㅋㅋㅋㅋ
총 3개의 루트를 돌아가며 했다.
등반 경험은 철저히 내 기준, 내 순서로 적어본다.
1.
센터장님께서 떨어져도 괜찮으니까 이거 한 번 해보라고 하셨다.
이 사진의 두 루트는 난이도를 모른 상태에서 일단 간다 ! 하고 올랐다.
중간에 물 흐르는 돌이 하나 있었는데,
뭔가 그거 진짜 잡으면 오른손 옮길 수 있을 것 같은데 ㅠㅠ
계속 미끄러짐..... 하지만 이게 결국 실력이다.
실력이 됐으면 뭐 어떻게든 잡든 다른 길로 가든 했겠지.
아무튼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고 아주 뿌듯하다.
갈 수 있는 최고점까지 갔다고 생각함. ㅎㅎㅎ
거기까지 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지만 올라가지긴 해서 재밌었다.
센터장님은 나에게 총 150원을 거셨고
이기셨지만 아무에게도 받지는 못 하심.
ㅋㅋㅋㅋ 원중이 분발하자 ~
2.
그다음은 왼쪽 루트 도전 !
중원이랑 연주언니가 고전했던 구간이 있는데,
언니가 너는 힘이 좋으니까 할 수 있을 거라고 해줬다.
속이 좋지 않아서 자신은 없었는데 일단 출발.
근데 어찌저찌 하니까 완등해있네?
ㅋㅋㅋ 내려오니 속도 괜찮아짐. 역시 암벽 등반은 만병통치약이다. (아님)
중간에 둘이 힘들어했던 부분 (힘이 필요한 부분) 에서
텐션을 받으며 많이 쉬고 조금씩 올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암벽등반을 하면서 점점 느끼는 게,
끙차 헙 ! 해서 손이 탁 걸리는 거. 이게 되는구나.
를 점차 여러 번 하면서 알아가는 듯하다.
근데 이제 선등할 땐 절대 못 하겠지.. ㅎㅎ
떨어질 것 같아서 무서운 마음에 하나 둘 셋 외치고 도전함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즈음에도 물 흐르는 돌이 있었는데,
손에 적당한 크기였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믿고 잡으니 안정적으로 올라가졌다.
나중에 이름을 찾아보니
왼쪽이 101동, 오른쪽이 시동이었던 듯.
둘 다 아주 재밌었다.
난이도 모른 채 일단 오르기 생각보다 재밌네 ㅋㅋㅋ
다음에는 올라서 직접 난이도 매겨보고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둘이서 거의 3시간 동안 푼 세 번째 루트..
진짜 대단 ㅠㅠ ㅋㅋㅋ 지구력 암장이 배출한 최고의 지구력 인재들...
호용님 하품하시는 거 포착하려고 했는데 실패 ㅎ
동진이 분발하자 ~
원중이의 왼쪽 문제 재도전 빌레이 봐주기 !!!
최선을 다 한 게 눈에 보여서 순순히 내려줬다...
고생했어 ㅜㅜ
3.
호용님도 동진이도 오래 걸린 만큼 어려워 보인 루트였어서 조금 긴장됐지만,
중원이가 빌레이 잘 봐줘서. 믿고 올랐다.
걱정된다 어쩌구 했는데 사실 호들갑이었음. 죄송 ㅎㅎ
초반에는 머리 위로 안 보이는 홀드를 더듬 더듬 해서 찾아야 했는데,
돌가루가 많이 떨어져서 계속 눈에 들어갔다.
끝나고 내려왔는데 눈알에서 끊임없이 검은 가루가 나옴. ㅋㅋㅋ
엄청 엄청 재밌었다.
스스로의 예상보다 생각보다 꽤 올라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나는 밑에 쪽도 어려워서 힘들어하면서 오르긴 했는데,
그만큼 재밌다고 느껴진 듯하다.
첫 번째로 쉽지 않았던 구간.
저 왼손이 탁, 하고 잡혔는데,
거기서 힘내서 무게중심을 오른쪽으로 옮겨 올라타야 했다.
오른 발가락을 걸고 젖먹던 힘으로 땡겨서 오른손을 겨우 잡았다. 휴 !
테라스에서 정말 조금 더 간.. ㅎ..
뒷모습만 봐도 지쳐보인다.
호용님께서 크럭스 부분에서
오른손으로는 엄지 검지로 잡는 오케이 홀드를,
왼손으로는 반 마디 걸치는 홀드를 잡고 올라야 해서 힘들었다고 해주셨는데
나는 거기까지는 눈으로도 확인 못 한 듯 하고
그냥 저기서부터 다 오케이 홀드로 보였다. ㅋㅋㅋㅋ
이걸 어떻게 잡고 가지.. 싶어서 오른쪽으로 넘어가야 하나 했는데,
이렇게 오른쪽으로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손도 발도 잘 안 보였던 것 같음.
기억하려고 연주언니한테 마지막 지점 찍어달라고 함 ㅋㅋㅋ
마지막에 힘이 없거나 도저히 못 올라가겠어서가 아니라
곧 짐 정리할 시간이니 얼른 뒤에 사람 (연주언니) 시도할 수 있게 끝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내려온 거였어서..
속상하진 않음 ! ㅋㅋㅋㅋ
원래 아쉬울 때 떠나는 거라고 했음.
다음에 조져준다. 깔깔깔
바위 위에 올라서 텐션 받으며 쉴 때
잠깐씩 뒤돌아 바라보는 경치가 얼마나 아름답던지..
아래서는 이렇게 나무만 보였지만.
내가 나무 키보다도 더 높이 올라갔다는 뜻이다.
언젠가는 나무도 올라보고 싶다.
나무야 미리 미안.
상쾌히 하산하니 점점 다시 맑은 하늘이 보였다.
이번 암장은 어프로치도 짧고,
그늘이라 선선하고, 사람도 없고 최고였다.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온 암벽 등반 중 제일 즐겁고 좋았다. 마음이 편안해서 그랬나.
점점 더 암벽 등반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건가.
아무튼 좋아 아무렴 좋아.
호용님을 보내드리고 저녁 ~
콜라랑 볶음밥, 막국수도 먹었다 ㅎㅎ
배불러서 안 들어갈 줄 알았는데 내가 제일 많이 먹음. ㅋㅋㅋ
아름다운 노을을 뒤로 출발한 우리
돌아오는 길.
마지막은 조느라 입술로 폰 화면 터치하고 있는 동진가이 ㅋㅋㅋㅋㅋㅋㅋ
모두 피곤할 텐데 또 한 주 시작하느라 고생 많아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ㅜㅜ
저에게 2024년 중 손꼽게 즐겁고 행복한 며칠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뭔가 내용이 간략해졌지만 여전히 재미있는 후기네 ㅋㅋㅋㅋㅋ
내가 자면서도 핸드폰을 했다니 반성해야겠어🤣
나름 쓰면서 다시 안 간략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간략한가ㅋㅋㅋ 재밌게 읽어줬다니 감사링 😙 아이폰 15프로가 그렇게 좋은가배 ~
야영가서 삼개월 연장한 수안이 후기는 여전히 명불 허전이네 잘 참아줘서 덕분에 즐겁게 놀다왔어~~
쌤 참았다뇨 ㅠㅠ~~ 이겨낸 거예요 ㅎㅎㅎ 다 센터장님 덕분입니다 ㅠㅠ 다음 산도 즐겁게 다녀와요 우리 😎😎😎
@수안이 you win 🏆 🙌 👏 game again
즐거웠습니다 ㅎㅎ 여담인데 저도 저 벌레가 노린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노래기였더군요 ㅋㅋ
헉! 방금 찾아보니 만지면 노린재 같이 독한 냄새를 풍긴다고 하네요ㅋㅋㅋ 담엔 저도 불어서 떼는 걸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