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산림욕장
숲길 걷는 나들이
오르락내리락, 등산을 준비하세요
산림욕장에 들어서려면 일단 서울동물원에 입장해야 한다. 동물원 관람은 입장료가 따로 있기 때문에 오전에는 동물원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산림욕 체험을 하는 것이 좋다. 출발점은 서울동물원 호주관 옆으로 난 출입구나 유인원관 뒤쪽으로 나 있는 출입구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산림욕장 전체를 도는 데는 3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1시간, 2시간 코스로 다녀오고 싶다면 샛길에서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동물원 외곽길을 따라 남미관 샛길, 저수지 샛길, 맹수사 샛길이 나 있어 체력안배를 고려한 코스 짜기를 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일반적인 산책보다는 등산에 가깝다. 오르막 내리막이 연달아 이어지기 때문에 간편한 옷차림과 등산화를 꼭 착용해야 한다. 동남쪽에 마주하고 있는 관악산은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데 반해 청계산은 흙층이 두텁고 수림이 아름다운 산림욕에 적합하다. 소나무, 팥배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 470여 종의 식물과 다람쥐, 산토끼, 족제비, 너구리 등 35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숲길을 걷다가 ‘부스럭’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다람쥐가 재빨리 몸을 숨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게다가 가을을 맞은 청계산은 고개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울긋불긋한 낙엽 카펫을 깔아놓았다. 경사가 심한 곳은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고 나무 수종마다 이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등산을 하다 지칠 만하면 벤치와 쉼터가 등장해 한숨 돌려가는 여유를 준다. 산림욕 코스가 동물원 안에 출입구가 있는 데다 청계산 등산로와는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이용객은 500명 정도다. 그래서 단풍 숲을 독점한 듯 여유롭게 가을산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의 매력 중 하나다.
길을 가로막는 나무의 성장기
서울대공원 산림욕장은 생각보다 크다. 모두 돌아보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리니 만만한 산행은 아니다. 사실 숲 안에 들어가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무와 길이 비슷비슷한 풍경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사진 속 길을 렌즈 속에 담은 이유는 길을 가로질러 자란 나무의 모습이 마음속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옳다는 방향으로 자라나지 못하고 삐딱하게 자란 나무가 얼마나 고단한 성장기를 겪었을지 혼자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비록 남들처럼 반듯하게 크진 못했지만 덕분에 멋진 풍광을 자아낸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보다 혼자 멋들어진 삶을 만들어간다면 결과적으로는 더 멋진 풍광을 만들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이윤정기자>
출처:(길숲섬, 이윤정, 경향신문)
2024-05-31 작성자 청해명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