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수업 평가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이형빈 지음
Ⅰ. 학교 무엇이 달라졌는가?
과거나 현재나 학교의 본질은 변화가 없다. 입시위주의 교육풍토나 폐쇄적인 학교 질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점점 배움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학교가 더 이상 배움의 공간으로서 의미를 상실해 가고 있다. 이러한 공교육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양극화와 학벌 사회, 입시 경쟁체제 등 사회, 제도적 여건의 변화가 필요하다. 입시 위주의 경쟁 구조가 존재하는 한 학교는 근본적으로 바뀔 수 없다. 설령 학생들이 |
학교에서 행복하다고 하여 이들의 미래까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위주의 교육을 극복하고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의 참여와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한 평가 등을 시도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단위학교에서 교육과정, 수업, 평가가 바뀐다고 하여 공교육 전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배움이 느린 학생이나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학교에서 의미 있는 배움의 경험을 하도록 할 것인가?
이는 단지 교육과정의 난이도를 쉽게 한다든지 흥미로운 수업 기법의 도입을 의미하지 않고 기존의 학교 질서 속에서 소외되어 온 학생들에게 학교가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가 어떠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방안이 필요하다.
Ⅱ. 교육과정, 수업, 평가 패러다임의 혁신
산업화 시대의 교육 패러다임-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가 별도로 분리된 채 진행되어 온 관행이 있다. 교사는 교육과정 문서는 거의 보지 않고 일반적으로 교과서만 살핀 채 수업을 준비하고, 진도나가기식 수업을 한 후 정해진 때가 되면 평가를 한다. 이는 타일러(Tyler)의 전통적인 수업평가 이론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는 행동주의적 수업전략을 채택하게 한다.
즉 교육과정이란 사회가 원하는 인간상과 목표를 설정한 일종의 작업 매뉴얼이고, 수업이란 효율적으로 설계된 작업 공정이 실행되는 과정이며, 평가란 그 성과가 달성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인 셈이다. 이러한 관념이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과 결합되었을 때 단편적 지식 위주의 교육과정, 교사 중심의 주입식 수업, 선다형 위주의 일제식 평가로 나타나게 된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 패러다임의 변화-단편적 지식위주의 교육과정을 미래 사회 역량을 키우는 교육과정으로, 교사 주도의 일방적 강의에서 학생들의 참여와 협력을 보장하고 학생스스로 지식을 탐구하는 구성주의(지식이란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주체가 새롭게 구성해가는 것이다.)적 학습방법, 얼마나 많은 지식을 암기하고 있는지에서 지식의 실질적 활용을 강조하는 평가(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를 중요시하게 되었다.
Ⅲ. 교육과정, 수업, 평가의 사회학적 이해
1. 자본주의와 학교(재생산의 굴레, 가능성의 영역)
교육사회학에서는 학교교육을 자본주의 계급구조를 재생산하는 도구로 본다. 학생들은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을 통해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나 통치 방식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익히게 된다. 또한 부유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형성되어 있는 학제나 입시 제도를 통해 부모의 부와 권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된다.
학교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계급구조를 재생산하지만 교사의 교육적 실천에 따라 그것을 새롭게 재맥락화할 수 있다. 이때 교육주체로서 교사의 비판적, 전문적 실천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2. 분리와 통제
분리는 사회의 권력구조에 따라 대상을 등급(Class)으로 나누려는 욕망을 드려내고 있다. 학교는 학년, 학급, 우등생과 열등생, 모범생과 문제아 등으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학교에서도 교장, 교감, 부장교사, 교사 사이에 강한 분리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지배적 구조를 반영한 코드이기도 하다. 분리가 사회의 불평등한 권력구조를 재맥락화하는 코드라면 이러한 분리가 매우 약하다면 그만큼 더 평등한 질서를 만들 수 있다.
분리가 사회의 불평등한 권력구조를 재맥락화하는 코드라면 통제는 사회의 통제 구조가 일정한 틀(frame)에 따라 재맥락화 되는 코드다. 통제는 사회적 상호작용이나 의사소통이 일정한 틀에 따라 이루어지는 방식을 의미한다. 학교에서 관리자의 일방적 지시만 있고 교사들은 아무런 질문이나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채 그저 듣기만 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면 이 학교의 교직원 문화에 강한 통제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모든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분리와 통제 코드가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속에서 사람들은 특정한 정체성을 부여받게 된다. 즉 모범생과 문제아의 강한 분리가 작용하면 문제아는 늘 배제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분리가 약하게 작용하면 문제아는 개성이 강한 학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강한 통제는 그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기 어렵지만 약한 통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할 가능성이 부여된다. 번스타인은 교육과정에서 분리의 코드가, 수업과 평가에서는 통제의 코드가 적용된다고 보았다.
가. 억압적 코드(배제와 통제)
교육과정에서 횡적 분리가 강하다는 것은 교과와 교과 사이에 별다른 연계성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교과중심 교육과정) 교과가 분리되고 특정교과는 배제되기도 한다. 교육과정에서 종적 분리가 강하다는 것은 교과 내에서 지식-탐구-실천과 같은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채 단편적 지식 위주의 교육과정이 편성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자신의 일상생활이나 앞으로 살아갈 사회와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또한 배우는 내용을 직접 탐구하거나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그저 지식을 암기하는데 그치게 된다. 수업에서 통제가 강하다는 것은 교사는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그저 그것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수업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늘어나게 된다.) 수업에서 학생과 학생의 분리가 강하다는 것은 학생 사이에 협력과 소통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열반) 평가에서 분리가 강하다는 것은 학생사이의 서열을 정확히 매긴다는 것이고 지식의 준거가 명확하여 정답의 개방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한 분리를 지닌 교육과정은 국가나 자본과 같은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정된 지식 이외의 다른 지식이나 소수자 문화, 비판적 사고 능력, 실천적 태도 등을 배제하게 된다.
나. 민주적 코드(통합과 소통)
교과와 교과 사이에 유기적 연계성 형성, 교과 간 경계가 약해지면서 주제나 가치 중심의 통합적 교육과정운영, 모든 교과가 동등하게 가치 인정받고 전인적 발달과 성장을 위한 배움이 일어나게 되며, 생태, 인권, 노동, 평화와 같은 영역도 다룰 수 있게 된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자신의 삶 속에서 탐구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활동을 하게 됨, 교사 위주의 일방적 수업방식을 극복하고 학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관계 형성,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 학생과 학생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함, 평가는 서열일 아니라 학생들의 발달과 성장 과정을 확인하는 데 관심이 있고 지식의 습득보다는 실제적 활용을 강조하는 평가로 과정중심의 평가를 지향하게 됨.
3. 학교 질서와 학생들의 참여 양상
모든 사회에는 그 사회의 구조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이 존재한다. 도구적 질서(학업질서),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학습량이나 과제의 분량이 많고 엄숙한 수업태도를 요구한다. 표현적 질서(생활질서), 학교의 문화가 폐쇄적이고 학생들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같은 학교질서 속에서 학생들의 참여 유형은 전념, 무관심, 간극(학업능력이 부족하고 주목받지 못함), 소외(경계 밖에 존재하는 사람) 등이 있다. 하지만 무관심, 간극, 소외와 같은 모습을 보이던 학생도 학교의 질서와 코드가 달라지면 그 참여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즉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고 학교와 수업의 질서에서 자신의 위치, 역할을 인정받고 이를 통해 의미 있는 발달과 성장을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함), 교육과정, 수업, 평가 속에 관찰되는 권력과 지배의 코드를 성찰하고 이를 평등하고 민주적인 구조로 변환함으로써 소외된 학생들도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기존의 질서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데에 참여하고 새로운 미래지향적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4. 학생의 성장을 위한 교육과정, 수업, 평가
가. 교육과정
교육과정이란 학생들이 일정한 시간동안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을 목록, 배우는 양과 순서까지 정해 놓은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게 의도된(계획된) 교육과정은 실현된 교육과정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수하는 형태의 수업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획일적인 교육과정이나 정해진 교과서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실제 경험을 중요시하고 교과와 교과 간 통합을 이루어 교과의 내용이 사회적 가치와 연계를 이룸으로써 학생이 자신이 삶의 주체적으로 꾸려 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데에 핵심적인 것은 교사의 적극적인 교육과정 재구성 역량이다. 이에 따라 교사는 주어진 교육과정을 그대로 이행하는 존재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하고 설계하는 실천가라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크게 보아 모방적 수준(국가교육과정), 매개적 수준(일부변경), 창조적 수준(교사가 교육과정을 개발 주체)으로 나눌 수 있다. 영Young)은 미래의 교육과정은 학교교과 간, 학교교과와 학교 밖 세계 간의 새로운 관계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교사가 주어진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에 안주하지 않고 교실에서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실천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의 삶과 미래지향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연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데 나서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교육과정 재구성의 지향점은 수업시간에 제공되는 지식은 학생들의 삶에 의미 있는 것이어야 하며, 학생들은 그것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탐구 및 실천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은 지식을 많이 아는 것보다 이를 스스로 탐구하여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유용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나. 학생의 참여와 협력이 있는 수업
학교의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수업이 있다. 수업은 가르치는 행위(교수)와 배우는 행위(학습)으로 구성되어 있고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러한 수업의 패러다임이 학생의 참여와 협력, 탐구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비코츠키는 인간이 도구와 기호를 사용해 다른 사람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면서 고등정신기능을 발달시킨다고 보았다. 학생은 주체와 매개(도구), 대상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가지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특히 언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외적언어와 사고의 도구로서 내적언어가 있다. 그런데 인간의 고등정신능력의 발달은 먼저 외적언어로서 다른 사람과 의소소통을 하는 사회적 과정을 통해, 그리고 외적언어가 내적언어로 내면화되는 가운데 이뤄진다. 비코츠키는 교사나 학생의 도움으로 인간의 의식이 비약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근접달발영역을 제시한다.
근접발달영역이란 실제적 발달 수준과 잠재적 발달 수준 사이의 거리로 여기서 말하는 잠재적 발달 수준은 학생이 자기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지만 교사 혹은 자기보다 능력 있는 또래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따라서 수업에서 중요한 과제는 교사 및 동료 학생과의 협력을 통한 근접발달영역을 창출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론, 비코츠키 그는 공부와 배움을 구별하였다.
그 차이는 만남과 대화의 유무에서 찾는다. 그는 배움의 세 가지 차원을 대화적 실천으로 정의하였다. ①대상과의 만남과 대화(교육과정), ②교사나 친구와의 만남 대화, ③자기 자신과의 만남 대화, 배움은 이러한 주체 간에 형성된 상호관계를 필요로 한다. 이 실천은 타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대상, 타자,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만남을 창출하고 이것은 대화적 배움, 실천적 배움, 협력적 배움, 표현공유의 배움이라는 과제를 지닌다.
이는 교사중심(가르침)에서 학생중심(배움)으로 일제식 지식의 전수에서 학생의 참여와 협력을 통한 배움으로 방향이 바뀌어 왔다. 즉 교사의 중심의 일방적 수업과 학생의 참여와 협력을 보장하는 수업(토론, 협력, 탐구, 프로젝트 등)이 공존하는 교실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며 협력하는 가운데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고 배려와 협력의 가치를 수업 과정에서 익힘으로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다. 학생의 성장과 평가
평가는 일차적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 정도를 확인하여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를 알아내는 과정이다. 따라서 평가는 그 자체로 종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교육과정과 수업에 의미 있게 피드백 되어야 한다. 최근 교육개혁의 흐름에 따라, 단편적 암기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지적 지성,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 등을 강조하면서 일제식 지필고사를 폐지하고 수행평가나 논술형 평가 강조함에 따라 평가의 방향이 선발 중심의 평가관에서 학생의 발달과 성장을 돕는 발달적 평가관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교사들의 자발적 실천에 기인한다고 하기 보다는 정부의 정책으로 교사들이 전통적인 교과서관에서 벗어나 성취기준에 관심을 갖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이에 따른 평가를 시행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가 방식은 변화하고 있으나 교육과정이나 수업의 모습은 아직도 과거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수업혁신과 유기적인 연계를 맺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실시되는 경우가 많다.
5. 학교 이야기
가. 교육과정의 특징
타일러의 목표→학습→평가의 모델은 여전히 우리의 교육과정에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즉 세분화된 교육목표, 지식위주의 수업, 지식 습득의 양을 측정하는 평가 등이 이뤄지고 있어 지식, 탐구, 표현 사이에 강한 분리가 형성되어 있고 지식위주의 학습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배움에 공동체의 사토 마나부 교수는 배움이란 자기와의 만남, 타자와의 만남, 세계와의 만남이라는 세 종류의 만남이 이뤄지는 과정이며, 이러한 만남이 이뤄지려면 활동적, 협력적, 실천적 배움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배움이 일어나는 단계를 주제, 탐구, 표현으로 나누었다. 즉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탐구하고 그 결과를 표현하며 공유하는 것까지를 교육과정의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나. 주제-탐구-표현으로 이어지는 교육과정
-지식위주의 교실 수업모습-교사주도의 강의식 수업이면서 교사의 자문자답이 많았고 학생들은 지루해 하였다. 자는 사람 10명, 교사의 일방적 진도 나가기 수업이고 학생들은 듣기만하는 수동적 수업, 교사가 교과내용을 재구성하였으나 어디까지나 교사의 강의를 보조하기 위단으로 다른 자료를 가져옴,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당대의 삶과 연계하여 표현하는 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가만히 앉아서 교사의 행동을 구경하는 듯해 보였다.
-주제탐구표현 교실 수업모습-수업은 교과서 관련단원학습, 자작시 쓰기, 그림그리기, 작은 시집 만들기, 학생들의 시에는 일상생활이 잘 반영되어 있으면서 나름대로 재치 있는 발상이 돋보였다. 학생들은 서로 쓴 시와 그림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면서 함께 공동 작업을 했다. 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교과에 학생들의 경험이나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편성되어 있다.
-모둠식 토론수업-영웅의 조건은 무엇인가? 홍길동은 영웅인가? 라는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는 과정이 돋보였다. 교사가 작품의 특징이나 주제를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흥미 있는 주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토론을 거쳐 사고력을 확장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발표내용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러면서 작풍에 대한 이해, 주제에 대한 탐구 및 표현, 토론을 매개로 한 경청과 협력, 우리 시대의 문제와 삶의 가치에 대한 성찰 등이 그러했다. 명시적 수업목표와 함께 탐구와 토론, 표현과 경청, 삶과의 연계 등 암시적 수업목표도 설정되어 있었고, 과거의 수업목표, 학습, 평가에서 지식, 탐구 표현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교육과정의 흐름을 지향하고 있었고, 교사가 일방적으로 교과서에 나온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식 전달위주의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탐구하고 이를 표현하는 과정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 교과 간 연계를 넘어선 통합
현행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서로 다른 교과 사이에 연계가 없는 분과형 교육과정이다. 이는 교과간 강한 분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교육과정은 교과와 교과 사이의 단절을 극복하고 학생들 입장에서 지적, 정서적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경험을 제공하고, 교과와 교과 사이의 중복이나 기간적 단절을 피함으로서 보다 효율적인 학습이 이뤄지게 하며 여러 지식을 종합하여 적용할 수 있는 사고 능력과 현실 세계에서 부딪히는 여러 사안에 대한 문제해결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주제통합이나 범교과 학습으로 불리는 교과중심 통합교육과정과 평화, 민주주의, 인권, 우정, 생태 등 학생들의 삶이나 사회적 문제로부터 도출된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학습내용을 선정하여 수업을 하는 주제중심 통합교육과정이 있다.
주제중심 통합교육과정은 개별 교과의 필요나 요구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기 지향하는 주제와 가치를 중심으로 모든 교과가 함께 참여해 교과 간 연계성을 가진 교육과정으로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학교중심 교육과정이다. 수학이나 과학 같은 경우에는 정해진 주제에 교과내용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하나 이러한 주지교과에서도 교과의 내용을 학생들의 삶이나 사회적 가치와 연결해보는 노력, 교과와 교과를 넘는 교육과정 재구성은 학생들의 문제해결 능력과 통합적 사고를 신장하게 하여 이들을 지식과 가능 인성이 조화된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교육과정의 토대가 될 수 있다.
라.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삶의 통합
교과와 학생 사이의 분리 문제다. 교과에서 배우는 내용이 학생의 경험이나 실생활과 얼마나 유기적인 관련을 형성하고 있는가이다. 강한 분리는 학생들은 배우는 내용에 흥미를 갖지 못하며 교과의 내용이 자신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약한 분리는 교과에서 배우는 내용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것이 되고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와 학생의 삶을 연계한다는 것은 소극적인 차원에서는 교과를 가르칠 때 학생의 흥미나 발달단계를 고려한다는 것이고, 적극적 차원에서는 학생이 실생활에서 경험한 내용을 교과학습의 소재로 사용하거나 나아가 교과 학습의 결과가 학생의 인격적 성장과 정체성의 형성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유탐구 발표 수업-브루너(Brunner)의 학문중심교육과정(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게 하여 학습과정을 스스로 체득하게 하고 이를 다른 상황에 전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 듀이(Dewey)의 경험중심교육과정, 학생중심교육과정 등의 요소를 두루 지니고 있다.
학생들이 이 수업에 매우 열띤 분위기로 임하면서 적극적으로 질문과 반론을 제기했던 것도 실생활과 연결되는 주제에 대한 흥미, 탐구에서 오는 즐거움, 발표와 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삶과 관련된 의미 있는 배움을 경험하게 된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 교과목표 외에 학생들의 삶의 경험이나 가치를 함께 연계하여 인성함양, 시민의식, 삶의 가치 등의 목표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교과수업에서 인성 가치를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 교육과정과 사회적 실천의 통합
교과의 지식은 학교 밖 세계와 연계되고 통합을 이룰 때 비로소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교과를 통해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실천에 옮길 때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사회적 실천 활동을 통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협력과 배려라는 사회적 가가치를 내면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실천활동은 학교 안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 역사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바. 교육과정 구성에서 교사의 역할
근대 공교육의 팽창이후 수많은 학생을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학교는 마치 공장과 유사한 조직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교육행정가들은 베버(Weber)의 관료제론, 테일러(Taylor)의 과학적 관리론에 입각해 학교조직을 구축했고 이러한 학교조직 안에서 교사는 마치 기계 부품처럼 표준화된 교유과정을 반복하는 탈 전문화된 기능인에 불과하게 되었다. 교사의 교육활동은 국가가 요구하는 목적을 이행하도록 조직되었고 교육과정은 교육노동과정의 세부 설명서이다.(포드-테일러의 표준화의 동일적용) 따라서 교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창조하는 것은 자기가 교육의 주체로 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이유는 현행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적 인식 때문이다. 만약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이 단위 학교와 학생들의 실정에 적합한 것이라면 굳이 교사들이 힘들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 교육과정은 배워야 할 분량이 많고 난도가 높으며 학생들의 실생활이안 사회의 요구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현장 교사들의 전문성에 기초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적정화 원리, 적정화는 불필요하게 어렵거나 많은 내용을 줄임으로써 학생들에게 보다 적정한 자료를 제공해 학생활동중심의 수업을 가능하게 하고 배움이 느린 학생의 참여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화의 원리, 현행교육과정이 지나치게 분절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 교과 내에서 주제, 탐구, 표현을 통합적으로 재구성하고 교과와 교과 사이의 단절을 극복하며, 교과 내용이 학생들의 삶이나 사회적 실천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의 장벽을 넘어선 교사 공동의 실천,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대부분의 교과를 담당하고 있고, 진도나가기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고 융통성 있게 시간표를 조정하는 것, 교사 간 협력 등이 원활하므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가 용이하다.
사. 교육과정과 학생의 배움
교육과정이란 교사의 입장에서는 가르치는 내용이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사가 의도한 교육과정과 학생에서 실현된 교육과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학생이 학습을 지루해하거나, 수업참여를 기피하게 될 때이다. 이러한 원인은 학생의 발달단계와 교육과정의 소원, 강의식 수업, 낮은 학습동기, 정체성 등등이다. 그러나 엄격한 질서나 흥미나 자극, 수업테크닉 만으로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이 자신의 삶과 관련이 있고 자기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지역사회프로젝트 깨끗한 환경 만들기였습니다. 거리청소하고 사진을 찍어서 전후 비교를 했어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자는 홍보 활동을 했어요. 학생들이 우리 동네를 위해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추억이 된 것 같아요.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 스스로 자신들이 지역사회에 도움을 될 수 있는 과제를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계획을 수립한 후 직접 실천에 옮기는 과정까지를 포함하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운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실천하는 방법,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는 방법,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방법 등을 배우면서 학교의 교육과정이 자신의 삶과 어떻게 관련을 맺는지 인식했다. 이처럼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삶이나 사회적 가치와 긴밀하게 연계될 때 학생들은 배움의 의미를 찾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 드러내기, 강한 분리가 형성되어 있는 구조에서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이미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가 억압당하게 되며, 강한 통제가 형성되어 있는 의사소통 속에서는 자신의 메시지를 실현하기 어렵되 된다. 수업도 이와 같다.
Ⅲ. 수업을 통해 드러나는 구성원들의 관계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의 중심에는 수업이 있다. 수업은 계획된 교육과정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실천의 장이다. 수업은 교사의 가르치는 행위와 학생의 배우는 행위로 구성되면 교사, 학생, 학생, 학생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곳이다.
A교사 수업특질-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사이의 강한 통제(교사주도)와 학생과 학생사이의 강한 분리가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거의 모든 수업이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조용히 앉아서 교사의 설명을 듣고 메모를 하는 등 소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고 일부학생은 딴 짓을 하고 있었다.
A교사는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빠짐없이 가르친다. 그래서 시간에 쫓기고 진도 나가기에 급급한 수업을 하고 수업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C교사-약한 통제와 약한 분리가 관찰되었다. 거의 모든 수업에서 교사는 대체로 핵심적인 개념과 원리만을 간략히 설명하고 학생들의 활동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시간마다 모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서로 협력하며 학습활동지에 제시된 과제를 해결하였다.
교사는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을 발표하게 한 후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확인했으며, 이데 대해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C교사는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빠짐없이 가르쳐야 한다는 관행에서 벗어나 배워야 할 핵심 내용만을 간추려 학생들이 스스로 그 원리를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수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수업의 원리는 수업공개 등을 통해 일상적으로 교사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었다.
B교사, A교사와 C교사의 서로 상반된 수업 특징을 모두 보여주었다. 기본적으로 교사가 일방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일제식 수업 모습을 보였지만 부분적으로 학습활동지나 모둠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와 협력을 독려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제식 수업에서 탈피해 학생들의 참여와 협력을 도모하는 수업을 지향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1. 수업의 시공간적 맥락
가. 시간적 맥락(시간표)
학교의 시간적 특징은 시간표에 상징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기계적으로 배정된 수업시간표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리듬과는 거리가 먼 인위적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간적 흐름은 시간과 시간 사이에 인위적인 단절을 낳으며, 교실이라는 고정된 공간에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고도의 인내력을 요구한다.
그리고 시간표의 교과 배정역시 다른 교과 수업과 특별한 연관성 없이 임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특히 체육(신체활동이 활발한 오전), 수학 등과 같이 쉬는 시간 10분이 지나고 나면 전혀 다른 세계로 넘나드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분절적이고 직선적인 시간의 양상을 극복해보고자 하는 것이 블록타임제와 주기집중수업(발도르프교육)의 도입이다.
나. 공간적 맥락(교실)
전통적인 좌석 배치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사이에서도 의미 있는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기 어렵게 된다. 일렬로 교사만 바라보고 있는 좌석배치는 교사 주도의 일제식 수업에 적합한 물리적 배치이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권력관계가 형성된다. 단절적 고정적 자리 배치, 책상과 책상 사이의 간격을 일정하게 하여 물리적 간격을 줌으로서 학생과 학생이 잡담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배열은 교사의 눈을 피해 딴 짓을 많이 하게 만든다.
그러나 적절한 과제가 부여되지 않거나 협력학습이 일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때 학생들은 무질서하게 된다. 유동적 관계적 공간, ㄷ자형 좌석배치는 학생들이 교사 뿐 아니라 학생들과도 시선을 주고받을 수 있고 한 학생이 발표한 내용을 모든 학생이 쉽게 공유하고 서로 자신의 생각을 주고받기 용이한 구조다. 이러한 공간배치는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여 배울 수 있는 상호적 관계가 나타나게 된다.
2. 수업,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
가. 교수-학습 상호작용으로서의 수업(학생참여수업)
수업시간에 교사가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학생들은 탐구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교사는 학생의 반응에 주목하면서 이에 대해 적절한 피드백을 제시한다면 학생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된 수업이 된다. 만약 교사가 강의식 수업(강한통제)을 한다면 학생과 학생사이에도 소통의 여지를 주지 않는 강한 분리가 일어나게 된다.
나. 대화로서의 수업
수업을 분석할 때 교사의 언어를 분석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즉 교사의 언어적 특징에 따라 학생들과 소통적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면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강한 통제가 형성되어 소통을 가로막고 반대로 교사가 대화적이며 경청과 배려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그 자체로 관계의 기능, 소통의 기능, 교육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교사의 언어는 통제적으로 되기 쉽다.
즉 명령, 지시, 금지 같은 통제적 언어를 사용하고 권력이 우선시되는 일방적 의사소통, 학생의 개별성이 사라지는 몰인격적 의사소통, 대화적 언어가 아닌 독백적 언어가 지배하는 의사소통 등이 일어나기 쉽다. C교사는 학생들에게 통제적 언어 대신에 격려하기, 돌려 말하기, 경청하기, 협력을 유도하기 등과 같이 말함으로써 학생들은 자신이 존중받는 다는 느낌을 갖고 수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수업에서 소외되는 친구들을 도와주려는 협력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 또 이러한 존중과 배려의 언어가 다른 교사들의 성찰과 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다. 교사와 학생의 소통
교사와 학생 사이에 강한 통제, 교사의 일방적 수업, 약한 통제, 학생들이 보다 참여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지닌다. 교사는 일방적으로 말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다양한 반응을 경청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경청하기, 연결하기, 확장하기, 되돌리기) 한 학생이 표현한 내용을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고, 나아가 학생들의 개별적인 생각들을 서로 연결해 더 고차원적인 탐구로 확장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
또한 학생들이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이를 다시 되돌리는 역할도 한다. 일반적인 교사의 발문 패턴(이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00입니다. 참 잘했어요.)을 벗어난 한 학생의 의견이 다른 학생과 상호작용을 하도록 돕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관계에서는 보다 평등하고 협력적인 대화가 이뤄지며 학생들의 참여도 보장될 수 있다.
라. 학생과 학생의 협력
학생들의 협력학습은 단지 교사가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알아서 해결하기를 기다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교사는 모든 모둠에서 학생들의 협력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는지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은 없는지 유심히 살피며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3. 수업혁신을 위한 교사의 협력
가. 수업을 둘러싼 교사의 관계
교사와 교사 사이에 강한 분리가 형성된 학교에서는 교사들 사이에 고립적 관계가 깊어져 의미 있는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 경우 수업은 온전히 개별 교사의 몫으로 맡겨지고 바람직한 수업 개선을 위한 공동체적 노력은 형성되지 않는다. 반면에 약한 분리가 형성되어 있는 학교에서는 공동체의 차원에서 수업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진다.
나. 단절과 고립, 정서적 소진
학습공동체가 형성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학교는 교실과 교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교육과정이나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교사 개별로 보면 역량이 훌륭한데 그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지 않고 있다.
다. 교사들의 동료성과 전문적 학습공동체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교사들의 자발성과 협력성에 기반을 두고 단위 학교 안에서 교사 스스로 교육과정과 수업을 개선하기 위한 모임이다. 교사들은 이 모임을 통해 배움에 대한 관점, 교과서에 대한 관점, 교육과정과 수업에 대한 관점 등의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나 사회적 실천이 배제되면 이는 성과주의로 흐를 수 있다.
수업참관에서는 교사의 행동(수업의 구조, 교사의 발문, 시간배분, 수업테크닉 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를 관찰한다. 누가 배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누가 소외되고 있는지, 교사는 학생들의 배움을 잘 매개하고 있는지 등에 주목하고 있다.
4. 학습활동지의 매개적 역할
가. 교육과정 재구성의 구현물(학습 활동지)
교과서는 타일러의 목표중심 교육과정에 따른 계획, 실행, 평가(투입, 과정, 산출)의 과정을 매개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 재구성이 활발해짐에 따라 학습 활동지는 교육과정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와 수업을 설계하는 교사의 전문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이다. 교사가 스스로 제작한 학습활동지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학습활동을 매개하며 학생들의 학습을 평가하는 자료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활동지의 유형은 모방적 수준(교과서-개별활동), 매개적 수준(심화-모둠별 협력학습), 창조적 수준(새로운 주제로 전면적 재구성, 교과와 삶, 교과와 교과, 교과와 사회적 실천, 가치)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나. 학습활동의 매개물
학습 활동지는 그 자체로 학생들의 사고를 자극하고 활발한 협력학습을 유도하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하고, 학생들은 교사가 제시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 학생들과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이나 표현력이 발달하게 된다. 학생들이 작성한 학습활동지는 그 자체가 포트폴리오 방식으로 수행평가에 반영되기로 하고 협력학습에서 중요한 매개물 역할을 한다. 잘 구안된 학습 활동지는 학생들의 학습활동을 매개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다. 과정중심 평가 자료
수업의 과정과 분리된 결과 중심의 일제식 평가는 그 결과를 다시 학습과정에 피드백하기 어렵고 학생들도 시험이 끝나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는 등 별 다른 의미를 주지 못한다. 반면 수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과정평가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평가 결과를 즉시 피드백 할 수 있다.(학생은 부족한 점을, 교사는 수업방식을)
-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 평가를 매개로 한 교육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시험 사교육을 줄임)
이처럼 잘 구안된 학습 활동지는 교육과정 재구성, 학생 활동중심의 수업, 과정 중심의 평가 전반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5. 수업에서 학생의 참여와 협력
가. 배움이 느린 학생에 대한 배려
강한 통제 교실(교사중심, 진도중심)의 겨우 배움이 느린 학생은 수업에서 소외를 느낀다. “선생님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말로만 하면 힘들어요. 20분 정도는 버틸만 한데, 한 시간 내내 듣기만 하려니 힘들죠.” “말로만 하는 수업이 많아요? 같이 활동하는 수업이 많아요?” “말로만 하는 수업이 많아요.” 교사 중심 수업과 학생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활동 위주 수업에서의 학생 수업 참여는 많이 달랐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못하는 학생과 잘 하는 학생이 서로 소통하게 하는 수업을 해야 한다.(이질 집단에서의 협력학습 원리) 보통 사회 경제적 여건이 불리하고 배움이 느린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신의 가치가 평가 절하되고 배제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시혜적인 차원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복지 사업이나 추가적인 보충학습의 기회는 오히려 이러한 배제되는 느낌을 더욱 조장한다. 이러한 학생들은 돌보고 배려하는 것ㅎ은 학교의 일상적인 수업에서 배려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나. 참여와 협력을 통한 관계 형성
통제가 높은 수업은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봉쇄하고 학생과 학생 사이에도 의미 있는 협력과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게 막는다. 학생과 학생 사이의 협력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수업은 모둠 활동을 통해 주어진 과제를 학생들이 협력하며 해결하는 형태의 수업이다.
이는 소규모 이질 집단의 협력학습 속에 모든 학생의 배움이 보장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수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동료 학생에 대해서도 배려하면서 수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것이 학교의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지식을 탐구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므로써 사회적 조직 활동, 예술적, 신체적 표현활동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Ⅳ. 평가를 통해 드러나는 교육의 역할
1. 평가의 사회학
교육사회학에서는 학교교육을 자본주의 계급구조를 재생산하는 도구로 본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통해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나 통제 방식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익히게 되고 학교교육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부모의 부와 권력이 학벌을 매개로 또 다시 자녀에게 대물림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를 정당화하는 핵심적 장치가 바로 평가이다. 평가는 사회적 지위를 배분하기 위해 사람들을 나누고 줄 세우는 방식이나 마찬가지이다. 한국사회는 시험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절대적이다.
가. 평가의 결과로 나타나는 분리
평가에서 분리란 평가의 결과로 학생들이 어떻게 나뉘는가 하는 문제다. 그 특징을 보면 학생들의 성취보다 석차에 관심을 둔다. 주로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다. 시험범위가 많다. 난도가 높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항을 풀어야 한다. 이러한 평가는 학생들의 점수와 석차에만 관심이 있을 뿐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배움이 느린 학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절대 평가는 모든 학생이 학습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배움이 느린 학생도 배려하고 있는가? 평가의 결과로 모든 학생이 자신이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 평가를 통해 실현되는 통제
통제가 강한 평가는 이미 정해진 하나의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동일한 시간에 모든 학생이 동일한 문항으로 평가 받는다. 평가를 치르는 방식이 엄격하다. 평가를 무기로 학생을 통제한다.
반면에 통제가 약한 평가는 정답의 개방성이 보장된다. 교사별 평가, 정기적인 시험보다 상시평가가 이뤄진다.
평가를 치르는 방식이 자유롭다. 우리 사회는 시험을 공정한 것으로 믿는다. 이는 사람의 선천적인 지위보다 능력의 결과를 중시하는 능력주의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험성적으로 신분상승을 꾀하기 보다는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2. 평가 유형에 따른 특징
가. 폐쇄적 평가와 개방적 평가
여러 개 답안 중 하나의 정답을 고르는 선다형 평가는 통제가 강한 평가의 대표적인 예다. 반대로 수행평가나 논술평가는 정답의 개방성을 보장하는 평가 방식에 해당한다. 수행평가는 지식의 적용과 활용과정을, 논술형 평가는 지식의 구성 및 표현과정을 중시한다.
나. 시험은 언제 보는가?
결과중심의 평가, 과정중심의 평가, 교육부 훈령에 의하면 평가는 지필과 수행평가로 구분하고 수행평가는 담당교사사가 학습자들의 학습 과제 수행과정 및 절차를 직접 관찰하고 그 관찰 결과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행평가가 수업과정과 무관하게 별도 과제를 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거나, 특정한 날짜를 정해 모든 학생이 동시에 치르는 방식은 수행평가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 시험은 왜 보는가?
서열을 위한 평가(석차와 선별에 중점을 두는 평가), 학생들은 평가를 통해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기보다는 오히려 좌절감을 경험하고 학습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성장을 위한 평가. 학생 개개인이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확인하고 모든 학생이 보다 성장하고 발달하도록 지원하는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성취도 격차를 줄이고자 최대한 많은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하고, 교사의 수업과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학생들은 평가를 통해 의미 있는 성취감을 느끼고 더 나은 발달과 성장을 도모하게 된다. 즉 수업과 연계된 평가, 교사별 평가,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독려하는 평가는 모든 학생이 하습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평가를 말한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하고 여기에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는 배움이 느린 학생을 충분히 배려하는 방식의 수행평가이기도 한다.
3. 평가를 통한 학생의 성장과 발달
평가의 유형은, 폐쇄적 평가와 개방적 평가/ 결과중심의 평가와 과정중심의 평가/ 선별중심의 평가와 성장 중심의 평가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의 유형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평가의 양상에 따라 학생들이 학교의 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강한 평가는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와 정체성을 주로 학업성적에 의해서 확인하게 된다. 약한 평가는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와 정체성을 학업성적 이외의 다양한 영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 학생 개개인의 발달과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
발달과 성장을 중시하는 평가는 학생들이 현재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정상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가를 중시한다.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역역 이론은 학생들이 현재 도달해 있는 실재적 발달 수준을 넘어 교사나 동료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및 협력에 의해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 발달 가능성에 중시한다. 즉 학생의 학업성취 정도를 통지하는 것은 학생의 발달과 성장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별 의미가 없다. 모든 학생이 학습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전제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돕는 데에 평가의 방향이 있다. 배움이 느리고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마다 좌절감을 반복해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나를 배려해주고 있구나 하는 신뢰감과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이 기회를 주고 성장과 발달을 도와야 한다.
Ⅴ. 교육과정-수업-평가의 혁신 방향
1. 참된 배움을 보장하는 교육과정
가. 지식(주제), 탐구, 실천(표현)의 통합적 학습 기회 제공
나. 분절적 교과의 경계를 넘어선 통합적 교육과정
다. 학생의 삶, 사회적 가치와 연결된 교육과정
2. 참여와 협력이 있는 수업
가. 학생의 참여가 보장되는 배움중심의 수업
나. 이질 집단의 협력을 기본 원리로 하는 수업
다. 배움이 느린 학생을 배려하는 수업
3. 성장과 발달을 위한 평가
가. 수업과정에서 이뤄지는 평가
나. 정답이 열려 있는 개방적 평가
다.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
학생들이 수업을 기피한다든지,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듯 보이나 실질적으로 수업에서 소외되어 있다면 이를 교사나 학생의 개인적인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학적인 문제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즉 선택과 소외, 배제(분리)와 통제의 코드를 살펴볼 일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속에 나타나고 있는 일상적 질서 자체가 학생들을 어떻게 참여시키거나 배제하는지, 그 속에서 학생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교사는 주어진 교육과정을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교육철학과 학생의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교육과정을 창조하는 실천가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나 교사들은 이러한 일에 취약하다. 교사들은 주어진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절차적 지식이 아니라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실천적 지식,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 사회를 통찰하는 비판적 지식이다. 교육과정에 사회적 가치가 반영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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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희망교육사랑 원문보기 글쓴이: 반달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