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값이 비싼 대신 온갖 편의장비를 다 갖추었다
국산 유일 4WD 세단의 자부심, 4TRONIC
체어맨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차다. ‘한국 4WD의 명가(名家)’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쌍용자동차 자체는 만신창이가 됐지만, 체어맨을 바라보는 시선은 쌍용과는 좀 다르다. 국내에서 현대 에쿠스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고급차이기 때문이다. 판매대수로 보면 에쿠스에 비할 바 못되지만 ‘체어맨’이란 이름 자체는 장년층에서 나름 확고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체어맨 W가 전성기 때의 구형 체어맨(체어맨 H)만큼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나 에쿠스의 뛰어난 상품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값일 게다. 가장 싼 모델이 5,260만원이고 V8 5000은 9,000만원에 육박하니……(그래도 에쿠스보다는 싸다). 그러나 체어맨 W의 실내에 들어서면 비싼 값에 수긍이 갈 만큼 1억원이 훌쩍 넘는 수입차에서나 봄직한 온갖 호사스러운 장비가 가득하다. 대시보드의 모양이나 무늬목 색상은 여전히 호감을 반감시키지만 스티어링 휠 열선이나 자동 차간거리 조정 크루즈 컨트롤, 스웨이드 트림, 전동 트렁크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럭셔리 대형 세단에서 기대할 만한 장비는 모두 갖췄다. 쌍용차의 열악한 환경을 생각한다면 품질도 크게 나무랄 정도는 아니다.
체어맨 H가 그렇듯 체어맨 W 역시 뒷바퀴굴림이다. 이 때문에 요즘 같은 겨울, 특히 눈이라도 오면 도로에서 힘겹게 달리는 승용차 중 십중팔구는 구형 체어맨 혹은 벤츠 같은 뒷바퀴굴림(FR) 자동차다. 전자장비의 도움을 받더라도 FR이 겨울철, 특히 노면이 얼거나 미끄러울 때 불리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국내 유일의 4WD 세단인 체어맨 W 4트로닉은 어떨까? 벤츠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노골적으로 강조하는 체어맨 W이지만 네바퀴굴림(AWD) 시스템은 벤츠의 4매틱과 다른 보그워너사 제품이다. 앞뒤 구동력을 40:60으로 배분하며 기어 타입인 벤츠와 달리 체인 타입이다. 데뷔 초기에는 4트로닉의 판매량이 저조해 한때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3.2L 엔진의 CW600과 3.6L 엔진의 CW700 두 개 모델에 모두 6개의 세부 그레이드가 있을 만큼 체어맨 W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역시 체어맨 W는 전형적인 한국의 장년층이 선호할 만한 나긋나긋한 특성을 보였다.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이 민감하지 않고 승차감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19인치 휠을 넣은 대형세단 중에서 나긋나긋한 승차감으로는 최고이지 않을까. 지금의 기준으로 결코 최신이라 할 수 없고 3.6L 엔진은 출력이 250마력에 그치지만 스로틀을 힘차게 열면 제법 스포티한 주행도 가능하다.
엔진 자체의 소음은 동급 대비 여전히 큰 편이지만 구형 체어맨에서 제기된 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한 피나는(?) 노력 끝에 실내에서 느끼는 수준은 크게 억제되어 있다.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나긋하던 승차감이 제법 탄탄한 느낌이지만 2톤이 넘는 무게로 인한 관성이 여전히 스포티한 주행을 방해한다. 그러나 흙먼지가 쌓인 길에서 강하게 스로틀을 열어도 트랙션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고 어지간히 몰아붙이지 않으면 주행안정장치가 개입할 일도 없다. 어차피 FR이라 하더라도 날카로운 핸들링을 기대할 차가 아니기에 4트로닉으로 인한 득이 실보다 많아 보인다.
체어맨 W 4트로닉은 CW600(3.2)이 5,790만~6,160만원, CW700(3.6)이 6,820만~7,700만원이다. 이것은 국내에서 살 수 있는 유일한 국산 네바퀴굴림 세단의 값이기도 하다. 비슷한 값에 좋은 차들이 많아 이들 중에서 체어맨 W를 선뜻 권하기는 어렵지만 체어맨 W 중에서 꼽으라면 200만원만 더 주면 살 수 있는 4트로닉이 강추다.
SSANGYONG CHAIRMAN W CW700 4tronic
길이×너비×높이 5110×1895×1495mm
무게 2075kg
엔진형식 직렬 6기통
배기량 3598cc
최고출력 250마력/6600rpm
최대토크 35.0kg·m/4000rpm
변속기 형식 7단 자동
CO2 배출량 313g/km
기본/시승차 6,820만/7,115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