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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상식)] 추워지는 날씨에도 자동차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이유 뼈도 시리고 옆구리도 시린 혹한의 겨울. 전기 장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계획에 없던 숙면을 취해버렸다. 지각이다. 부랴부랴 준비하고 나와 자동차 문을 여는데 앞유리가 뿌옇다. 눈 먼 자들의 도시에 온 듯 운전석에서 바라보니 앞이 안 보인다. 가뜩이나 바로 출발해도 아슬아슬한데, 성에인지 뭔지 때문에 자꾸 시간이 지체된다. 급한대로 안쪽 앞유리는 휴지로 닦아냈지만 물기가 남을 뿐더러 얼룩도 지저분하다. 바깥 앞유리에는 얼음 결정이 꽤 견고하게 달라 붙어있다. 운전은 커녕 제대로 출발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유리에 김이 서리거나 성에가 내려 앉는 이유는 온도 차이 때문이다.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만나면 차가운 공기는 따뜻해지고 따뜻한 공기는 차가워진다. 수분을 머금은 따뜻한 공기가 차가워 질 때 이슬이 맺힌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 실내 온도와 외부 온도의 차이가 크면 김이 계속 서릴 수밖에 없고 시간이 더 지나면 작은 이슬들이 얼면서 성에가 생기게 된다. 온도차를 줄이는 방법 하나는 자동차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이다. 겨울철 지하는 지상보다 온도 변화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가 야외 취침할 때보다 실내와 외부의 온도 차이가 적다. 성에가 아예 안 생기진 않겠지만 옅은 성에는 제거하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지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찬바람을 맞혀야 하는데, 이럴 때는 창문을 조금 열어두자. 찬 공기가 자동차 안을 가득 채우면내부와 외부의 온도차가 거의 없어져 성에가 끼지 않을 것이다. 추운 건 함정.
성에와 김서림은 방법을 달리 해서 없애야 한다. 앞유리 바깥 쪽에 야속하게 붙어 있는 성에는 현미경으로 보면 얼음 결정이다. 녹여야 하는데,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어는 점이 물보다 낮은 액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소주도 괜찮고 자동차 워셔액도 좋다. 빨리 녹이기 위해 뜨거운 물을 유리에 뿌리는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은 온도에 따라 부피가 변한다. 0°C에 가까운 앞유리에 뜨거운 물을 끼얹으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 때문에 유리가 깨질 위험이 있으므로 하지 말 것. 다른 하나는 에어컨과 히터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성에의 경우, 시동을 걸고 나서 어느 정도 예열이 이루어지면 히터를 앞유리 방향으로 해서 강하게 틀어주자. 열선이 있다면 열선도 활용해주자. 뒷유리도 마찬가지. 얼음 결정을 다 녹여냈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히터로 따뜻해진 실내는 차가운 밖 공기 때문에 김서림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운전 중에 생기는 김서림은,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는외기를 이용해 앞유리 방향으로 송풍을 해주거나 외기 이용이 어려울 때는 에어컨을 틀어주면 된다.
컴퓨터가 작동 안 할 때 모니터를 한 대 때리는 성향을 가졌다면 성에를 물리적인 방법으로 없애고 싶은 충동이 생길지 모른다. 안 쓰는 카드나 스크래퍼(끌개) 등을 이용해서 시원하게 긁어내고 싶은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지만,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 삼간 태우는 격이다. 방탄 유리는 강한 충격을 받아낼 수 있고, 균열이 생기더라도 깨지지 않기 위해 설계됐다. 자동차 유리도 고속에서 생기는 공기 저항과 노면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을 견디도록 만들어졌지만 균열에 강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긁어서 성에를 벗겨내면 유리에 흠이 생기게 되고, 흠으로 시작된 균열은 아주 작은 충격에도 커질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진행된 균열은 유리의 강도를 떨어뜨려, 작은 접촉사고나 도로 요철로 인한 충격으로 유리가 깨져버리는 원인이 된다. 생쌀 재촉한다고 밥이 되지 않는다. 순리대로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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