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cafe-editor-text"><br />(후반부에 김택수 인터뷰글이 있네요.)<br /><br /><br />출처 : 후추 명예의 전당<br /><br />Prologue<br /><br />후추 명예의 전당 제20호 헌액자 이호 선수를 인터뷰하러 1년 전에 태릉 선수촌에 갔<br />던 일이 있다. 선수촌 입구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저녁 식사를 끝낸 각 <br />종목의 대표 선수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저녁 외출을 하고 있었다. 그 중에 참 눈<br />에 익은 선수 한명이 츄리닝 차림으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며 필자 쪽을 지나쳤다. <br />김택수였다. 그때 필자는 이미 마음 속으로 약속을 했다. '머지 않은 시간 내에 저 <br />사람을 인터뷰하러 꼭 다시 올 것이다' 라고 말이다. 후추의 명전이 꽤 많은 비인기 <br />종목 선수들을 조명하고, '국내'에서도, '비 올림픽 해'에도 그들이 살아 있다는 사<br />실을 각인 시켜가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탁구란 종목이 누락되었었다. 사실 누락될 <br />종목이 아니었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또, 탁구란 종목만큼 '비인기'와 '인기'의 중<br />간에서 번지수를 헤매던 종목도 없었다. 이미 30여년 전인 1973년 '이에리사-정현숙'<br />'사라예보 쾌거'로 한반도를 들끓게 했었고, 그 후로도 수많은 대한의 '탁구 귀신'들<br />이 녹색테이블을 수놓았다. 당시 스포츠 언론에서는 탁구에 대한 특집 기사, 기획 기<br />사, 선수 인터뷰 등, 국제 대회 전후로 최소한 반 페이지 이상의 공간을 할애했었다. <br />'한국 탁구의 황금기'를 설계하고 건설했던 동아건설의 최모 회장이 서서히 세력을 <br />잃어가던 즈음, 한국 탁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 다시 말해 언론의 초점 역시 '부도 <br />처리'가 되어갔다. 한국 탁구의 설계와 건축까진 좋았는지 몰라도 유지 보수 과정에<br />서는 실패했다. 100년을 내다보고 짓는다는 건축물은, 아니 '한국 탁구 아파트'는 결<br />국 부실 공사가 되어 버렸다.<br /><br />탁구란 종목의 한 인물을 선정해서 후추 명전에 올리는 일이란… 마치 눈 감고 뺑뺑<br />이 돌려서 아무나 걸리는 한명을 헌액 하더라도 누구도 후추의 선택을 욕할 수 없을 <br />정도로 그 선택의 폭은 넓고 다양했다. 이에리사, 정현숙, 윤길중, 박미희, 이수자, <br />양영자, 김완, 김기택, 현정화, 안재형-자오즈민, 그리고 유남규… , '소 한 마리 잡<br />으면 버릴 데가 없다'는 축산업자의 말이 떠오를 정도로 우리 탁구의 중흥기 및 황금<br />기를 장식한 별들은 누구 한명도 '버릴 데가 없다'. 개개인의 흥미롭고 독특한 스토<br />리가 담겨져 있고 실력으로 따져도… 아니다, 실력으로 우열을 가리는 발상 자체가 <br />유치하다. 그들 모두 위대한 선수였음을 부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후추는 김택수를 <br />선택했다. 김택수가 한국 탁구 사상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선발되었기 때문도 아니고, <br />그가 16년째 태극 마크를 달고 '고군분투'란 말의 새로운 정의를 내려줬기 때문도 아<br />니고, 일본의 한 탁구 용품 회사에선 '김택수 라켓'이란 제품을 상품화할 정도로 그<br />를 인정해 줘서도 아니다. 후추가 수많은 대한민국의 '탁구 신(神)' 중에서도 굳이 <br />김택수를 택한 이유는… 그는 우리 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기 <br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회'란 자다가도 벌떡 깰 만큼 지겹도록 들어온 '중국의 벽'<br />을 깨뜨릴 수 있는 '기회'도 아니고, 누굴 만나서 악수하기조차 싫어지는 유럽의 '쉐<br />이크 핸더(Shake Hander)'들을 물리칠 수 있는 '기회'도 아니다. 김택수가 우리에게 <br />주는 '마지막 기회'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그의 현역 생활을 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br />고 박수와 축하로 그를 떠나보낼 수 있는 '기회'를 뜻한다. 평생 한번도 찾아보지 못<br />한 탁구 경기장을 '김택수 출전'이란 이유 하나만으로도 한번 가 볼 수 있는 그 '기<br />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세계 탁구계의 열손가락 안에 든 'World <br />Class Athlete' 김택수의 경기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아직까지는 <br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br />'버스는 떠나고 신작로에는 먼지만 뽀얗게 일고 있다'는 아쉬움이 이젠 지겨워서 김<br />택수를 선택한다. 수많은 우리 탁구 영웅 중에 그 누구를 선택해도 무방하다면 (객관<br />성, 주관성을 다 떠나서 얘기해도 무방한 건 사실이다) 후추는 '아직도 늦지 않은' <br />김택수를 택한다.<br /><br />가끔 김택수를 TV에서 볼 때 마다 필자는 눈물이 난다. 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두 광<br />대뼈, 땀으로 범벅이 된 그의 유니폼 상의, 속이 허옇게 들여 다 보일 정도로 심해진 <br />부분 탈모 증세, 그리고 두 눈을 찡그리며 하늘을 쳐다보는 그의 길고도 허무한 한<br />숨… 하늘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약관 17세의 나이로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김택수 <br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 어느덧 대표팀의 최고참으로 중국이면 중국, 유럽이면 유럽<br />의 최강 'Number 1 시드 (Seed)'들과 격돌해서 분전하는 김택수의 모습을 보노라면, <br />솔직한 심정으로 딱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김택수의 취재를 결정하고 나서 <br />필자는 '고군분투'란 말을 다시 한번 사전에서 찾아보게 되었다. '수가 적고 후원이 <br />없는 외로운 군대가, 힘에 겨운 적과 용감하게 싸움. 적은 인원의 힘으로 도움도 받<br />지 않고 힘겨운 일을 그악스럽게 해냄'. 필자가 잘못 알고 있지는 않았다. 김택수와 <br />한 조를 이루고 있는 현역 파트너들을 과소평가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냥 김<br />택수를 보면 '혼자 싸운다'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럴 것이다. 스웨덴의 발드<br />너에서부터 중국의 류궈량까지… 김택수의 16년 국대 시절동안 맞붙어야 했던 '세계 <br />1위'는 왜 그리도 많았는지… 한 명의 '세계 1위'를 겨우 따라 잡을만하면 또 한명의 <br />'세계1위'가 왜 그리도 금세 등장하는지, 김택수가 출전하는 승부는 '2-3' 이란 스코<br />어가 왜 그리도 많은지… 세계 탁구계의 '톱 클래스'는 세대교체다 뭐다 하면서 하루<br />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허구한 날 '김택수'가 결정을 지어줘야 하는지…<br />'이제 그만 접고 편하게 살아라' 란 말이 입안에서 맴돈다. <br /><br />누가 붙여줬는지 필자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김택수의 '순둥이'란 별명… 그저 착하<br />기 그지 없고 뽀얗게 생긴 그의 외모만 보고 단정지은 '부당한 별명' 임엔 틀림없다. <br />깡마른 체구 어디에서 그런 웃기지도 않는 힘이 솟아나오는지, 그 많은 탁구 전형 중<br />에도 김택수가 '파워 드라이브'를 고집하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그는 '순둥이'와는 <br />거리가 멀다. 서양인들과 체력 싸움에서 안 되는 동양인들이라면 '기교파, 두뇌파'가 <br />훨씬 더 어울릴텐데, 김택수는 그들과 아주 제대로 맞짱을 떠 왔다. '힘 대 힘', <br />' 테크닉 대 테크닉'으로 말이다. 90년 북경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그가 보여준 '6<br />시간 투혼의 남북대결'을 누가 잊으리요, 얼마 전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 보여 준 '32<br />구 환상의 랠리'를 보고도 누가 감히 김택수를 '순둥이'라 하리요… 오히려 김택수의 <br />행동 거지를 살펴보면 '청부 살인자(Hitman)' 쪽에 가깝다. 우리가 보아온 그 어떤 <br />탁구 선수보다도 김택수는 냉철하고 묵묵하고 절제된 행동의 소유자이다. 어지간한 <br />승부처에서도 그는 '쇼맨쉽', '오바'라곤 없다. 현란한 푸트 워크와 어마어마한 궤도<br />와 스피드의 와인드업, 그리고 통렬한 스매싱… 김택수의 '명중' 뒤엔 짤막한 '주먹 <br />불끈' 밖에 찾아볼 수 없다. <br /><br />'20세기 최고의 펜홀더', '펜홀더의 교과서' 그리고 '영원한 세계 Top 10' 김택수를 후<br />추 명예의 전당 27호 헌액자라 부른다. '탁구'였더라면 굳이 김택수가 아니더라도 무<br />관했겠지만 후추는 꼭 '탁구의 김택수'만을 고집하고 싶다. 김택수는 올림픽 금메달리<br />스트도 세계선수권 우승자도 아니지만, 한국 탁구의 자존심을 너무나 오랫동안 혼자서 <br />지켜온 외로운 승부사이기 때문에 그를 명전에 초대한다. 김택수마저 은퇴한 다음에 <br />후추가 '뒷북' 쳐야 하는 처지가 된다면 필자는 아마도 밤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br />김택수의 '고군분투'는 이 글로 영원히 날려 보내고 싶다. 앞으로 경기 전 락커룸에<br />서 라켓 고무 커버에 풀칠을 하고 있는 김택수의 머리 속에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니란 <br />생각, 그리고 비록 눈에 보이는 '아군'의 숫자는 적을지언정 김택수의 마음 속에 자<br />리잡고 있는 '열렬 후추인'들의 성원의 함성 소리를 잠시라도 느끼게 할 수 있다면 <br />후추 명예의 전당 안 김택수의 자리는 언제나 빛나게 될 것이다. <br /><br /><br /><br /><br /><br />'10-10 클럽'<br /><br /><br /><br />5월14일 발표된 세계 테니스 랭킹을 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의 이형택 선수가 당당히 <br />67위에 올라 있었다. 작년 여름, 4대 테니스 그랜드 슬램 중 하나인 US Open에서 이<br />형택이 16강에 진출한 소식은 아직까지도 사실 잘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사<br />건'이었다. 아니, 어쩌면 있어선 안 될 일이란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국민들처럼 테<br />니스란 종목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나 사회적인 저변이 열악한 나라의 특정 선수가 <br />그런 '획기적인 사고'를 자꾸 치다 보면, 혹자는 또 그런 생각을 가지지나 않을까 하<br />는 우려 때문이다. '이형택이 좀 봐… 인프라가 어떻고 저변이 어떻다 하더라도 열심<br />히 하니까 되잖아? 투자고 뭐고 다 필요 없어. 하고자 하는 개개인의 마음에 달려 있<br />다고…' 이형택의 승승장구는 어찌 보면 세계 탑 랭커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 <br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외국 테니스 협회측에 대한 최대의 '부정 행위' 일 것이<br />다. '67 Lee, Hyung Taik - KOR'이라고 쓰여진 랭킹 페이지에 Top 10 랭커들을 한 번 <br />보았다. 쿠에르텐, 사핀, 애거시, 샘프라스, 카펠니코프, 페레로, 휴잇… 등의 쟁쟁<br />한 스타들이 Top 10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형택이 세계 67위에만 올라도 이처럼 <br />광분하는 우리들에게 과연 세계 Top 10 랭커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저 '넘을 수 없<br />는 산' 정도의 느낌이랄까? 아니면, '인간이 치는 테니스가 아님' 정도?? . <br /><br />같은 날 필자는 세계탁구연맹의 홈페이지인 <a href="ITTF.COM을">ITTF.COM을</a> 찾았다. 그리고 현재 세계 랭<br />킹을 검색해 보았다. 1위부터 573위까지의 세계 랭킹이 나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br />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탁구 랭킹도 장난이 아닌데… Top 10만 정하는 게 아니네?' <br />명예로운(?) 573위의 자리는 몰타 출신의 '부티기에그' 선수가 차지하고 있었다. 테<br />니스의 경우 (공간이 모자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1,319위까지 랭킹이 정해져 있었지<br />만, 탁구 마저(?) 100등 이하까지의 랭킹을 정한다는 사실에 무엇보다도 세계적인 규<br />모의 탁구 커뮤니티에 감탄했다. 그리고 김택수의 이름을 보았다. '7 Kim, Taek Soo<br />- KOR' 우리가 테니스의 세계 탑 랭커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그런 막연한 부러움과 신<br />기함을 몰타의 '부티기에그' 선수나 그의 팬들도 김택수의 탁구를 바라보며 느끼겠지? <br />우리 테니스가 세계 랭킹 100위권에 '걸맞은 나라'라면, 탁구 랭킹 100위권에 '걸맞<br />은 나라' 처럼 보여지는 쿠바, 이집트, 싱가폴… 이런 나라의 탁구 팬들은 김택수의 <br />환상의 랠리를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이 들까… '코리아의 김택수는 미친 인간이다' <br />라고들 하겠지. 음하하하… <br /><br />김택수는 1986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을 물리치고 2관왕(단체전, 복식)<br />을 차지하며 한국 탁구계의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한다. 일찌감치 '떡잎'을 알아본 <br />대한탁구협회는 당시 전무했던 '유망주 유학 프로그램'을 가동, 김택수를 1986년 9월<br />부터 87년 1월까지 유럽 탁구의 본고장 스웨덴 스톡홀름의 벨링비 마을로 보낸다. 수<br />많은 사과나무와 자두나무, 마치 에덴의 동산을 옮겨다 놓은 것처럼 보이던 벨링비 <br />마을, 그리고 빙하의 자취가 남아있던 키루나 마을에서 보낸 사춘기 소년 김택수의 <br />스웨덴 조기 유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김택수의 탁구 인생에 분수령으로 작용했다. <br />그곳 '앵비 탁구 클럽'에서 같이 생활하며 훈련하던 선수들이 바로 그 이름도 유명<br />한, 세계 탁구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불리던 얀 오베 발드너, 페르손, 그리고 에펠<br />그린 등이었다. 이듬해인 87년, 그러니까 김택수가 18살 되던 해 그는 사상 최연소 <br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자신의 '세계선수권 첫 경험'을 하기 위해 뉴델리로 향한다. <br />'약관 김택수'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 같이 연습하던 스웨덴의 발드너 선수와 풀세<br />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2-3으로 분패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세계 탁구계는 <br />'코리아의 무서운 아이 - 김택수'를 주목하게 된다. <br /><br />서울에서 열렸던 88 올림픽. 대표팀 막내 김택수는 1년 선배 유남규의 '금메달 돌풍'<br />에 철저히 밀려난다. 이미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김완, 김기택과 같은 선배들을 실력으<br />로 물리친 바 있었던 김택수지만, '민족의 향연' 88 올림픽에서 만큼은 실력과는 무<br />관한 다른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작용할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대표팀 엔트리에 <br />올라 있었지만, 88올림픽은 결코 김택수의 몫이 아니었다. 안방에서 열렸던 올림픽에<br />서의 '들러리 신세'를 뒤로 하고 89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유로-아시아 대회에서 김<br />택수는 사상 첫 세계대회 우승을 경험한다. 대회에 출전했던 각국의 선수 중에 최연<br />소의 나이로 팀 선배 김기택 선수를 3-1로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김택수의 <br />시대는 그렇게 막이 오른다.<br /><br />8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에서 김택수는 유남규와 한 조를 이루어 동메달을 따냄으<br />로써 중국을 5-0으로 완파하며 '쉐이크 핸드 전성시대'를 예고했던 스웨덴에게 '펜 <br />홀더의 자존심'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90년 북경아시안 게임 남자 단체전… 국민들의 <br />가슴 속에 김.택.수.란 이름 석자를 영원히 잊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린 북한과의 피 <br />말리는 일대 전쟁. 이 대회를 통해 김택수는 명실공히 한국 탁구의 대들보로 자리잡<br />는다. 그리고 그 정상의 자리에서 정확히 10년을 버텨왔다. 87년 처음으로 태극마크<br />를 가슴에 단 이후, 김택수는 무려 8번의 세계 선수권 대회(격년제)에 출전했고, 4번<br />의 올림픽과 3번의 아시안 게임에 나가서 김택수 특유의 힘과 투혼을 발휘한다. 비<br />록 이에리사, 유남규, 현정화처럼 세계 선수권이나 올림픽 금메달 사냥에는 성공하지 <br />못했지만, 그래서 유독 김택수에겐 '뒷심 부족'이란 말도 심심찮게 따라다니기도 했<br />지만, 김택수는 그 긴 세월을 한결같이 한국 탁구의 간판으로 군림해 왔다. <br /><br />김택수는 말한다. 하루이틀 만에 우승여부가 판가름 나는 단기전에선 세계 그 어떤 <br />탑 랭커들과 맞붙어도 이길 자신 있다고… 자신이 추구하는 선이 굵고 체력 소모가 <br />심한 파워 위주의 탁구가 워낙 사람 진을 빼 놓아서 그렇지, 반나절 동안 2-3명 꺾고 <br />우승하는 대회엔 언제 나가도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이다. 그의 말은 '뻥'이 아니었<br />다. 지난 91년 일본에서 열렸던 IOC 회장컵 ('사마란치 컵') 세계 8강 초청경기에서 <br />김택수는 그야말로 펄펄 난다. 세계 8위 안에 드는 중국, 유럽 권의 최강자들을 상대<br />로 한명씩 아주 개박살을 내며 결국 결승에서도 발드너를 가볍게 3-1로 따돌린다. <br />92년부터 출전했던 '월드 올스타 서킷', 이 역시 세계 탑 랭커들을 초청해 세계 전역<br />을 순회하며 1, 2, 3차 우승자를 가린 후 최종 우승자를 결정하는 단기전 성격의 승<br />부. 이 대회에서도 역시 김택수는 지난 10여년 동안 통산 9번의 우승을 차지한다. 우<br />리가 '모르는 세계 대회', 우리가 '안 본 세계 대회'에서 김택수의 진가는 나타난다. <br />우리보다 외국 탁구팬들이 김택수를 더 인정하고 감사해 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이<br />유에서 일 것이다. <br /><br />'10-10 클럽'… 야구에는 '30-30 클럽', 그리고 축구에도 '50-50 클럽'이 생겨나는 <br />판국에 왜 탁구에는 '10-10 클럽' 이란 말이 생기지 않는 건지 필자는 이해할 수가 <br />없다. '10-10 클럽'이 뭐냐고? '10년 동안 세계 10강'의 자리를 지켜온 실력, 꾸준함, <br />그리고 체력의 결정체를 뜻한다. 탁구에는 왜 그런 눈에 확 들어오는 용어 하나 만들<br />면 안되나… 필자의 친한 친구는 한국 탁구를 보면서 종종 그런 말을 했다. '김택수<br />가 아무리 잘 해도 빅 게임에선 유남규가 나가야 된다'고 말이다. 아시안 게임이다 <br />올림픽이다… 소위 'TV 중계 되는 큰 대회'에선 유남규가 죄다 쓸었으니 전혀 근거 <br />없는 얘기도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김택수의 끈질긴 생명력을 간과할 수 없다. 10<br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소위 '빅게임에 강하다는 그들' 모두가 떠난 이 자리에도 <br />김택수만은 남아있다. 발드너다 왕따오다 유남규다… 그들이 모두 떠난 자리에도 김<br />택수만은 아직도 라켓을 쥐고 있다. 10년을 세계 탑 클래스에 속해 있다는 사실… <br />즉, 절정의 실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선수의 진정한 가치를 필자가 아무리 목 터져라 <br />외쳐 봐도, 칼 립켄 주니어 혹은 최태원의 연속 경기 출장 기록을 인정하지 못하는 <br />사람들에겐 '소귀에 경읽기' 밖에 안 된다. 김택수의 질긴 생명력과 자기 관리… 어<br />쩌면 그를 칭하는 수많은 수식어 중에 가장 으뜸으로 꼽아야 할 '김택수만의 저력'<br />일 것이다.<br /><br /><br /><br /><br /><br />'The Vintage 김택수' ('90 &'98 아시안 게임 Replay) <br /><br /><br /><br />1990년 북경 아시안 게임은 김택수 본인에게는 물론, 유남규란 '올림픽 스타'에게만 <br />의존하던 당시 한국 남자 탁구계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준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남<br />자 단체전 결승에서 북한과 맞붙은 한국은 유남규의 뜻하지 않은 부진에도 불구하고 <br />김택수의 3전 전승, 그리고 복병 박지현의 2승에 힘입어 종합 전적 5승4패로 북한을 <br />간신히 따돌리고 대망의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수비 탁구의 귀재'라고 불리던 <br />북한의 이근상, 유남규를 꺾고 졸도까지 한 김성희, 그리고 약관 18세의 '겁없는 아<br />이' 최경섭을 차례로 물리치고 금메달 획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택수의 마지막 <br />경기는 1구 1구에 온 국민의 손에 땀을 쥐게 하고도 남았다. 한국 시간으로 밤 8시, <br />북경의 노동자 체육관에서 시작된 북한과의 단체전 결승은 새벽 1시가 넘어서 끝이 <br />났고 김택수는 마지막 세트까지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최경섭을 2-1로 제치고 영웅<br />이 되었다. 최경섭과의 마지막 9차전… 후추가 Replay 한다.<br /><br />90 북경 아시안 게임 남자 탁구 단체전 결승 : 김택수 (한국) vs 최경섭 (북한)<br />단체전 스코어 3-4로 궁지에 몰렸던 한국 남자팀은 이근상을 2:0으로 이긴 박지현의 <br />수훈에 힘입어 전체 스코어 4:4… 김택수의 '마지막 한판'으로 희비가 엇갈리게 되<br />어 있었다. 김택수는 이날 이미 2경기에 출전, 이근상과 김성희를 각각 2-0으로 셧아<br />웃 시킬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김택수와 격돌하는 최경섭은 18살의 나이로 <br />'무서울 게 없는' 다혈질 쉐이크 핸더였다. 1세트… 국제 무대 경험이 비교적 부족한 <br />최경섭을 압도하기 위해 김택수는 초반부터 파워 넘치는 드라이브와 속공 스매싱으로 <br />최를 몰아 부치기 시작한다. 17-7까지 앞서 나가는 김택수의 일방적인 리드… 당시까<br />지만 하더라도 김택수의 '약점'은 초반 상승세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체력이 저하되<br />고 '뒷심 부족'을 이유로 역전패를 곧잘 당하곤 했는데, 1세트를 여유롭게 리드해 나<br />가는 김택수에 대한 유일한 우려는 '막판 뒤집기' 밖에 없을 정도로 초반 분위기를 <br />압도해 나갔다. 김택수의 맹공에 기가 꺾인 최경섭은 연속되는 서브 리시브 실수로 <br />쉬운 점수를 내주며 1세트를 21-13 란 점수로 패한다.<br /><br />각오를 새롭게 한 최경섭은 2세트 시작과 함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전법으로 <br />초반부터 엄청난 공격을 시도한다. 기회만 생겼다 하면 무조건 파워 넘치는 드라이브 <br />공격, 김택수는 당황한다. 초반 0-7까지 리드를 당하던 김택수는 기가 오른 최경섭의 <br />멘탈 게임에 교란되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 1세트를 넘겨준 최경섭의 반격에 체육<br />관을 찾은 중국 관중들가지 '최경섭'을 외치며 일방적인 응원이 시작된다. 1, 2 포인<br />트 따라간다 싶으면 최경섭의 과감한 속공에 무릎을 꿇은 김택수는 15-21로 2세트를 <br />내준다. 1세트와는 판이하게 다른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br /><br />마지막 3세트… '물불을 가리지 않는 최경섭의 총력전'은 3세트 초반에도 주효, 0-5<br />까지 점수차를 벌인다. 그렇지 않아도 2세트의 '원 사이드'한 승리에 제대로 힘을 받<br />은 최경섭은 3세트 초반마저 자신의 페이스 대로 경기가 풀리자, 완전히 자신감을 얻<br />은 모습… 한국 측 벤치는 초조와 긴장 속에 침통한 모습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br />해설자마저 이미 경기를 포기한 듯, "아쉽다'는 말만 반복한다. 경기의 전반적인 분<br />위기는 그 정도로 북한의 최경섭 쪽으로 넘어가 있었다. 3세트 스코어 1-8… 패색은 <br />짙었다.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최경섭은 기쁨에 길길이 날뛰었고 앳된 모습의 김택수<br />는 코 앞에까지 왔다가 멀어져 가는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 야속하기만 했다. 이때…<br />김택수의 일대 반전은 시작된다. 피 말리는 롱 랠리 한방으로 4-9로 점수 차를 좁히<br />더니 그 후 다섯 점을 연속 득점… 마치, 먹이를 포착한 맹수처럼 김택수는 최경섭<br />의 헛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김택수의 반격에 당황한 최경섭은 실수<br />를 연발했고 점수는 어느덧 9-9 동점… 이때부터 김택수와 최경섭의 숨막히는 각축전<br />은 시작된다. 김택수가 14-10 까지 치고 나가면 곧바로 최경섭은 따라 붙었고, 14-12, <br />14-13, 14-14, 15-15… 양 선수는 경기 도중 룰에도 없는 타임을 불러 라켓을 놓고 <br />땀을 닦으려 하지만 심판 아저씨가 브레이크… 결국 두 선수는 '갈 데까지' 간다. <br />19-16 상황에서 김택수와 최경섭은 다시 한번 총력을 다한 랠리를 펼친다. 김택수 승<br />리… 승부의 쐐기를 박는다. 이 포인트를 진 최경섭은 격분해서 라켓을 집어 던지고 <br />김택수는 특유의 '주먹 불끈'…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이다. 탈진 상태까지 간 두 선<br />수는 20-19까지 승부를 몰고 가지만 김택수는 21-19 란 간발의 차이로 금메달을 한국<br />팀에 안겨준다. 김택수의 3승 째가 결정되는 순간, 한국 벤치 인사불성 북한 벤치 망<br />연자실… 마지막 9차전을 앞두고 "만약 한국팀이 진다면 나 때문에 진 것이다" 라고 <br />얘기했던 유남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김택수와 얼<br />싸안고 깡충깡충… 김택수의 아시안 게임 신화는 그렇게 시작된다.<br /><br />98 방콕 아시안 게임 남자 단식결승전: 김택수 (한국) vs 류궈량 (중국)<br />필자가 기억하는 많지 않은 '탁구 명장면' 중에 하나가 바로 김택수와 중국의 류궈량<br />이 펼쳤던 98 아시안 게임 남자 단식 결승에서의 '32구 랠리' 일 것이다. 그 장면을 <br />하일라이트로 보면서 넋을 잃었다. '저게 대체 사람인가?' 중국의 세계 1, 2위 공링<br />후이와 류궈량을 차례로 꺾고 8년 만에 다시 한번 아시안 게임 정상에 오른 김택수의 <br />분전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김택수 탁구의 모든 것이 아마도 이 한 포인트에 축약<br />되어 있을 것이다.<br /><br /><br /><br /><br /><br />김택수와 사람들…<br /><br /><br /><br />지난 15년 동안 김택수를 '거쳐간' 세계 정상의 탁구인들의 명단을 뽑아보면 꽤나 쟁<br />쟁한 이름들이 속해 있을 것이다. 필자가 굳이 '거쳐간' 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세<br />월이 흐르고 탁구판이 변해도 'Kim, TaekSoo - KOR' 란 사실만큼은 아직까지도 '불<br />변'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특별활동 시절에 '친구 따라서' 라켓을 처음 <br />잡은 김택수가 처음으로 맞붙었던 세계 최강 발드너에서부터 왕리친까지… 김택수의 <br />라이벌은 '씨가 마르지 않는 것' 같다. 아직도 중국집에서 짜장면은 먹지 않는다는 <br />김택수의 말 한마디가 중국에 대한 김택수의 모든 걸 대변해 준다. 제 아무리 중국의 <br />'인해전술'이 무시무시하다곤 하지만, 중국의 탁구 문화는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br />이렇게까지 재빠른 세대교체를 단행해 나갈 수 있는 것인가? 2년마다 열리는 세계 선<br />수권 대회에서 같은 이름의 중국 선수가 결승전에 오르는 일이 없으니… 김택수 혼자<br />서 제 아무리 짱구를 굴려서 묘수를 던져도 '역부족'이란 말이 실감난다. 유럽은 또 <br />어떤가? 경기 후 진심으로 그 친구들하고 악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까 싶다. 이러다가 <br />김택수는 악수 대신 '하이파이브' 던져 대는 결례를 범하는 인간이 되는 건 아닌가… <br />김택수의 탁구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획을 그었던 3명의 선수를 집중 조명해 본다. <br />어쩌면 그들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김택수도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대<br />한 라이벌 관계는 서로의 최고를 뽑아낸다'는 말처럼 말이다. <br /><br />얀 오베 발드너 (Jan Ove Waldner)<br />스포츠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발드너란 이름 석자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br />1965년 10월 3일 스웨덴 스톡홀름 출생의 자타가 인정하는 현재 탁구 사상 최고의 <br />선수 발드너… <br />지난 20여년 간 중국이 넘쳐 나는 '탁구 인재'들로 세계 탁구계의 한 축을 지켜나가<br />고 있었다면, 나머지 한 축은 아마도 발드너의 오른손 하나로 지탱해 왔다고 해도 과<br />언이 아닐 것이다. 신장 179Cm, 체중 76kg의 잘 뻗은 몸매와 수려한 외모로 세계 각<br />지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발드너는 아마도 스웨덴이 배출한 최고의 '수출 상<br />품'일 것이다. 89년 6월 생애 첫 세계 랭킹 1위 자리에 등극해서 그 후 93년까지 매<br />년 랭킹 1위의 자리에 올랐던 발드너는 유럽 탁구의 아성이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br />올림픽, 한국 나이 36살의 나이로 '확실한 하향세로 접어들었다'던 발드너가 개인 단<br />식 은메달을 획득한 사실은 그의 화려한 탁구 인생에 확고부동한 느낌표를 찍은 셈이 <br />되었을 것이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식 금메달, 세계선수권 대회 통산 3관왕, <br />유럽 선수권 2관왕, ITTF 프로 투어 2관왕 등 중국 선수와 발드너가 맞붙었던 '결승<br />전'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발드너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아마도 세계 각<br />지의 언론에서 예외 없이 대서특필하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일 것이다. "XXX, 발드<br />너 격파!' 지난 20여년간 탁구 정상을 꿈꾸던 수많은 탁구 유망주들에게 발드너를 꺾<br />는 일이란 '파란'이자 '성공 보증수표'처럼 느껴졌다. 김택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br /><br />발드너와 김택수… 김택수와 발드너의 인연은 그 어떤 국내 탁구 선수들의 그것과도 <br />다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김택수는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고등학교 시절 발<br />드너의 '안방'인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탁구 연수'를 다녀왔던 선수이다. 5살 연상<br />의 발드너는 동양에서 온 앳된 모습의 김택수를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6개<br />월간 함께 생활하며 훈련하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유독 해외에서 <br />강하다는 김택수, 그리고 유난히 유럽선수에 강하다는 김택수에게는 모름지기 고등학<br />교 시절 경험했던 유럽 탁구가 아직까지도 정신적인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br />발드너와의 첫 대결은 김택수의 세계선수권 데뷔 무대였던 87년 뉴델리… 개인단식 2<br />회전에서 격돌한 김택수는 5세트까지 가는 혈전을 벌이며 결국 무릎을 꿇고 만다. 비<br />록 진 승부였지만, 이 대회를 계기로 세계 탁구계는 한국의 신예 김택수를 주목하기 <br />시작했고 그 후 4년이란 세월이 지난 91년 사마란치컵 세계 최강전 결승전에서 김택<br />수 역시 처음으로 '김택수, 발드너 격파'란 꿀맛을 보게 된다. 발드너의 손에 의해 <br />치러진 김택수의 데뷔전 그리고 그후… 김택수와 발드너는 각종 크고 작은 국제 대회<br />에서 통산 20여 차례 다시 격돌한다. 김택수의 증언(?)에 따르면 발드너 상대로 승률<br />이 40% 정도 된다고 하니 대충 감이 온다. 발트해의 바이킹 후손답게 시종일관 무표<br />정하고 프로페셔날한 모습의 소유자인 발드너가 사석에서는 그렇게 장난기가 많고 사<br />교성 풍부한 선수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장난꾸러기'란 별명이 늘 따라다녔다고 하<br />는 발드너는 어린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김택수와 함께 해 온 '바다 건너 유럽'의 진<br />정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br /><br />왕따오 <br />필자가 백수십장이 넘는 김택수의 과거 자료를 뒤지면서 혀를 내둘렀던 점은 바로 중<br />국의 끊임 없는 '스타 탄생'이다. 어쩜 그렇게 줄기차게 세계 탑 랭커들을 배출해 내<br />는 건지… 96 애틀란타 금메달리스트 류궈량, 2000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공링<br />후이,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왕리친 그리고 왕따오… 모두 한때는 세<br />계 1위 랭킹에 올랐던 선수들이고, 현재 무서운 신예로 떠오르는 마린은 이제 겨우 <br />21살이다. 중국 본토에 등록된 탁구 선수가 총 7백만 명이라고 한다. 더 이상 무슨 <br />말이 필요할까? 김택수 본인의 말대로 최근 몇 년간 세계 1, 2위를 독식하던 공링후<br />이와 류궈량과의 상대 전적은 각각 2승2패, 3승1패로 대등한 성적을 올렸다. 서서히 <br />그들을 물리칠 해법을 찾아나간다는 얘기다. 몇 차례의 격돌 끝에 세게 최강 격파의 <br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듯 싶으면 그땐 이미 새로운 중국의 강자가 세계 1위의 자리에 <br />올라가 있다는 얘기다. 왕리친과 마린이 그런 경우다.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지경<br />일 것이다. 김택수가 지난 10여년 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6번의 세계선수권대<br />회는 중국의 신진 스타의 등용문과도 같았다. 2년마다 새로운 스타가 발굴된다는 얘<br />기다. 한국?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하게 그나마 세계 Top 10 자리에 머무를 수 있었<br />던 선수는 김택수 뿐이다. 이런 걸 보고 중국의 '인해전술'이라고 해야 하나… <br /><br />그토톡 몸서리 쳐지는 중국 선수들 중에 유독 김택수의 뇌리에 생생히 새겨져 있는 <br />이름 석자가 있다. 바로 왕따오… 공링후이나 류궈량에 비해 국제적인 업적이나 지속<br />적인 월드 랭킹에서는 뒤떨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김택수 개인에게 왕따오란 이름은 <br />그 어떤 중국 선수보다도 특별하다. 167cm의 단신에 배까지 나와 운동선수로 보기 어<br />려운 체격이지만, 쉐이크 핸드 전형을 중국식으로 완성시켜 펜홀더 전형이 주류를 이<br />루는 한국 선수들을 파죽지세로 몰아붙이던 선수였다. 힘과 스피드, 유연성의 3박자<br />를 겸비하고, 테이블에 바짝 달라붙어 날리는 타점 높은 드라이브와 까다로운 구질의<br />이면 돌출 러버 사용에 능해 95-96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선수였다. <br /><br />김택수 역시 탁구에 서서히 눈을 뜨려던 시절인 1995년 5월. 중국 텐진에서 개최되었<br />던 제 43회 세계선수권대회… 김택수는 파죽의 연승 행진을 기록하며 8강에서 격돌한 <br />왕따오를 불과 30분 만에 3-0으로 셧아웃 시켜버렸다. 대회 기간 내내 워낙 컨디션이 <br />좋았던 김택수는 4강전 상대자 류궈량과의 한판 승부를 남겨두고 있었는데 믿기지 않<br />는 왕따오와의 '악연'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br /><br />적진의 심장부에서 중국 탁구의 영웅 왕따오를 개박살 낸 그날 밤, 국제탁구연맹<br />(ITTF)은 긴급 집행위원회와 소청위원회를 열고 '한국의 김택수가 중국의 왕따오와의 <br />8강전에서 사용한 라켓에 ITTF가 허용한 기준치 이상의 유해화학물질이 함유된 고무풀<br />(본드)을 쓴 것으로 밝혀져 실격처리 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오전 왕용강과의 <br />16강전에서도 같은 라켓을 사용했는데 아무런 문제제기가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유독 <br />왕따오 전 이후에 이런 판명을 내린 점은 의심이 가고도 남았다. 원래 탁구 선수들은 <br />라켓과 러버를 경기에 앞서 매번 다시 붙이게 되는데 이는 접촉 강도가 강해질수록 <br />공의 탄력과 스피드가 크게 향상 되기 때문에, 한번 사용해 약해진 라켓의 접촉강도<br />를 높이기 위해서 경기 시작 약 1시간 전에 고무풀로 러버를 새로 부착한다. ITTF가 <br />말하는 '유해성 화학물질'이란 얼마 전까지 동네 불량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들이 마<br />시던 그 본드 안에 들어있는 환각성 솔벤트를 말한다. ITTF는 이를 방지하고자 일정<br />기준치를 정한 본드제품만을 인정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12개사 제품이 공인되어 <br />있다. 김택수의 당시 라켓은 공인 업체인 일본의 버터플라이사에서 만든 페어젝과 독<br />일의 실라 미케 제품을 혼합해서 사용해 왔는데, 유독 왕따오와의 경기 후만 그렇게 <br />강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br /><br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중국 탁구계의 비리와 '져 주기' 행위를 고려했을 때 <br />이번 사건은 충분히 중국측의 텃세 내지는 '작업'이 가미된 결과라고 김택수 측은 입<br />장을 밝혔다. 문제의 핵심이 김택수의 양심이건 제조사의 실수였건 간에 김택수는 탁<br />구계 사상 처음으로 고무풀 때문에 실격 당하는 불명예를 경험하게 된다. 평소 정직<br />과 성실하기로 국내외 탁구계에 소문났던 김택수의 탁구 커리어에 치명적인 오점을 <br />남긴 사건이기도 했다. 그런 김택수를 더욱 슬프고 무기력하게 만든 건 대한탁구협회 <br />측의 반응이었다. 제대로 된 규명 파악 또는 항의 한번 못 해 보고 ITTF 측의 판정을 <br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며 귀국한 김택수에게 오히려 '엄중 경고'란 '미지근한' 징계를 <br />내렸다. '선수 자격 박탈'이면 박탈이고 '출장 정지'면 정지지, '엄중 경고'는 또 무<br />슨 대단한 '징계'인지… 협회측도 답이 안 나왔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이 사건으로 <br />말미암아 김택수는 꼬박 이틀을 통곡했다. ITTF의 결정이 억울하고 중국 측의 텃세가 <br />분하고 대한탁구협회의 반응이 섭섭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는 탁구 라켓을 놓을 생각<br />까지 한다. '국제적으로 아무런 힘 없는 한국 탁구 환경에서 더 이상 죽어라고 해봐<br />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회의가 들어서 였다. 하지만, 김택수는 '실력 하나로 <br />다시 한번 니 결백을 밝혀라'는 주위 선배들이나 동료들의 위로와 격려를 등에 업고 <br />한 달 뒤 다시 탁구 계에 복귀, 홍콩에서 벌어진 95 탁구월드올스타 서킷에서 왕따오<br />를 다시 한번 3-0으로 셧아웃 시킨다. 고무풀 논란은 두 번 다시 없었다. 왕따오 그<br />리고 '고무풀 사건'은 김택수의 탁구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반환점이 되기도 한다. <br />시련의 나날을 보내며 정신적으로 좀 더 성숙되고 안정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되었<br />다. 96년부터 김택수의 탁구는 '완전히 물이 올랐다'는 주위의 평을 듣기 시작하고 <br />앞서 말했던 공링후이, 류궈량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앞서 나가기 시작한다. <br /><br />유남규<br />김택수의 명전을 쓰는 데에 있어서 '한국 남자 탁구의 간판', '싸움닭', '불사조' 유<br />남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서두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유남규가 후추 명전의 <br />앞마당에 올라와 있어도 그 누구 하나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김택수를 <br />선택한 후추의 결정을 반신반의하는 사람은 있어도 유남규를 선택했을 때 그 결정을 <br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후추는 김택수를 선정했는지도 모른다. <br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말이다. 지난해 1월, 유남규의 태극마크 반납을 두고 기타언론<br />에서 사용했던 유남규의 프로필이다.<br /><br />"부산남중 재학 시절이던 지난 85년 청소년대표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유남규는 왼손 <br />펜홀드 드라이브의 정통공격법을 트레이드마크로 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단식과 단<br />체전 우승으로 대회 MVP가 되면서 세계적인 스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br />88년 서울올림픽서는 구기종목 최초의 금메달을 딴데 이어 8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br />권대회에서는 현정화와 컴비를 이뤄 혼합복식 우승을 일궈냈고 90년 북경아시안게임<br />서는 한국의 단체전 우승에 주역을 맡았던 한국탁구의 얼굴이기도 하다" <br /><br />그렇다. 유남규는 말 그대로 한국 남자 탁구의 '얼굴'로 인식되어왔다. 86년 서울 아<br />시안 게임과 88 올림픽 당시 유남규가 전해줬던 그 환희와 감격의 순간은 아직도 기<br />억 속에 생생하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예선전에서는 대충대충 어슬렁 거리다가 결<br />정적인 승부처에서 더 빛을 발했다는 유남규, TV 중계 되는 대회에서는 꼭 실력 이상<br />의 기량을 발휘해 한국 탁구의 인기몰이에 절실히 필요했던 'TV용 탁구선수' 유남규, <br />'녹색 테이블의 여우'라고 불릴 정도로 잔꾀가 뛰어나 상대방의 단점을 이용하는 두<br />뇌플레이에 있어서는 세계 그 어떤 선수도 따라갈 수 없다는 평을 받던 유남규… 유<br />남규의 쇼맨쉽 그리고 카리스마 때문에 그의 진정한 탁구 실력이 폄하되는 것은 결코 <br />원하지 않는다. 그는 분명 '죽여주는 탁구선수'였다. <br /><br />김택수는 현역 시절 전반부 7-8여년을 '유남규의 그늘'에 묻혀 살아온 적도 있었다. <br />다른 것 다 제쳐 놓고라도, 10여년간 두 사람이 복식 파트너로 뛰던 시절 내내 그 '환<br />상의 복식조'는 항상, 그리고 영원히 '유남규-김택수 조'라고 기억되어왔다. 단 한번<br />도 '김택수-유남규 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만큼 유남규는 한국 탁구를 견인해 왔<br />던 선수였다. 그들이 지난 89년 3월 제40회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처음으<br />로 복식 파트너로 기용되던 시점부터 이 두 젊은이들은 평생을 잊지 못 하는 선의의 <br />경쟁자의 길을 걷게 된다. 유남규 같은 파트너와 경쟁자가 있어서 김택수는 날이 갈<br />수록 일취월장할 수 있었고, 김택수 같은 다크호스가 항상 고삐를 늦추지 않았기 때<br />문에 유남규 역시 '올림픽 신화'에 안주할 수 없었다. 유남규와 김택수, 김택수와 유<br />남규… 둘은 마치 '물과 기름'이었다. 하지만 이 두 명의 한국 탁구의 보배가 손을 <br />잡고 녹색테이블을 달굴 때면, 그들을 지켜보던 모두가 '무아지경'으로 빠질 수 밖에 <br />없었다. 아마도 이런 결합을 두고 '조화'란 말을 조심스레 쓰리라 본다. 왼손과 오른<br />손의 조화, 영호남의 조화, 동아생명과 대우증권의 조화, 기교와 파워의 조화, 그리<br />고 화려함과 절제의 조화… 두 살 터울의 나이만 빼놓고 보면 절대로 함께 어울릴 수 <br />없는 이 두 사람이 펼쳐내는 환상의 탁구쇼를 보면서… 분명 사람들끼리의 '궁합'은 <br />존재하는 것 같다. <br /><br />8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 대회에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김-유 커플, 유-김 커플은 <br />곧 바로 동메달을 획득하며 그 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 93년 예<br />테보리 세계선수권 동메달, 99년 네덜란드 세계선수권 동메달, 90년 북경 아시안 게<br />임 동메달, 94년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 은메달,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동메달 등, <br />비록 세계 정상에 올라보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유-김 복식조였기 때문에 그 정도의 <br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는 평도 없지 않았다. 단식 라이벌로선 90년대 중반 이후 유남<br />규에게 절대적인 우세를 나타낸 김택수는 각종 크고 작은 부상과 체력 저하로 하향곡<br />선을 긋던 유남규가 지난 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때 '후보 신세'에 불만을 품고 조기 <br />귀국, 실질적인 은퇴를 선언함으로써 두 거물의 라이벌 구도는 막을 내리게 된다. <br /><br /><br /><br /><br /><br />세계 속의 김택수<br /><br /><br /><br />우리나라의 '비인기 종목' 선수들 대부분이 마찬가지겠지만, 그들은 이 땅에서보다 <br />바다 건너 타지에서 훨씬 더 대우를 받고 인정을 받는 느낌이다. 김택수의 경우도 예<br />외는 아니다.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양의 탁구 강국을 순방할 때면 어딜 가든지 김<br />택수는 팬들의 사인 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탁구 선수가 팬들의 사인 공세에 시달려? <br />이해가 안 된다. 프로 야구 선수도 아니고 프로 농구 선수도 아닌 탁구 세계 탑 랭커<br />한테 사인을 받아? 대만의 한 팬은 대만에서 열렸던 한 국제 대회의 현지 중계방송을 <br />시청하는 도중 TV 화면에 나온 김택수의 얼굴을 다시 카메라로 찍어 김택수에게 보내<br />주기도 했다. 김택수의 집에서 보았던 수백장의 사진 속엔 적지 않은 수의 중국 여성 <br />팬들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 때문에 부인 김조순의 바가지도 피해갈 수 없었다. <br />현 여자 탁구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의 왕란 선수의 취미 생활에 대한 일화를 들어보<br />면 더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김택수가 한창 펄펄 날기 시작했던 95년, 그러니까 <br />왕란 선수가 학생시절부터 그녀는 틈만 나면 김택수의 경기 장면 비디오를 시청하면<br />서 '여가 선용'을 한다. 대부분의 신예 중국 선수들의 '탁구 히어로'는 발드너와 김<br />택수로 꼽힌다고 하니 기뻐해야 할 일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br /><br />김택수에 대한 대외적인 관심은 동양권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유럽 최강의 프로 탁구 <br />리그인 분데스리가의 명문 탁구클럽 '그랜저우' 팀은 지난 97년 5월 영국의 맨체스터<br />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대회에 어깨부상으로 남자단식 32강전에서 탈락한 김택수를 <br />영입하기 위해 온갖 러브콜을 보내왔다. 10개월 임대 형식으로 연봉 15만 달러라는, <br />당시 탁구 선수에게는 잊을 수 없는 거래를 제안한 것이었다. '그랜저우' 클럽은 삼<br />소노프, 공링후이, 류궈량 등, 대부분 당시 세계 랭킹 10위 권에 속해 있던 탑 클래<br />스 선수들을 보유하고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던 강팀이었고, 김택수까지 영입해서 '펜<br />홀더 전형'까지 보강하려는 의도였다. 소속팀 대우증권 역시 팀의 기둥이었던 김택수<br />를 '좀 더 큰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기량을 향상시킨다'는 취지에는 <br />동감했지만, 여러 가지 민감한 팀 사정 때문에 결렬되고 말았다. 유럽 측의 끈질긴 <br />'김택수 스카우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98년 9월에는 프랑스의 1부리그 클럽인<br />Caen(까엥)에서 10개월 임대 조건으로 1억5천만원을 제시했다. 98년 10월부터 99년 <br />5월까지 까엥 팀 소속으로 탁구를 좀 쳐달라는 얘기였고, 그 기간 동안 국가대표 소<br />속팀 복귀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었다. 태극마크는 언제라도 달게 해 줄 테니 '비<br />는 시간'에 와서 라켓 좀 잡아 달라는 제안이었다. 결국 김택수는 10여년 만에 다<br />시 한번 유럽으로 복귀한다. 프랑스 북부에 위치한 까엥에 적을 두었던 기간 동안 <br />김택수는 아마도 일생일대 가장 감정적으로 up 되어 있던 시점이었을 것이다. 프랑<br />스 진출 2개월 뒤인 98년 12월엔 방콕 아시안 게임에서의 기적적인 금메달 잔치가 <br />있었고 그의 천년배필 김조순과의 교제가 한참 무르익었을 때도 역시 그가 프랑스 <br />까엥 소속으로 운동을 했을 때니까 말이다. <br /><br />김택수의 길지 않은 일대를 조사하고 공부하면서 필자는 한 가지 깜짝 놀랄만한 사실<br />을 발견했다. 미국의 스포츠 영웅 타이거 우즈, 안드레 아가시, 마이클 조던 등이 세<br />게 스포츠 마케팅의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선수였다면, 김택수 또한 '우리가 모<br />르는 동안' 세계적인 탁구 용품사의 간판 얼굴로 활동하고 있었다. 일본의 버터플라<br />이 사는 스웨덴의 '발드너 시리즈', '페르손 시리즈',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프리모<br />락 시리즈'에 이어 얼마 전 펜홀더 전형 전용 라켓인 '김택수 시리즈'를 출시했다. <br />그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현존하는 세계 시장의 탁구 라켓 중에 가장 비싼 제품 중<br />에 하나라고 한다. 다시 한번 굳이 탁구를(Table Tennis)를 테니스(Tennis)에 비유한<br />다면, 김택수의 지속적인 세계 랭킹을 토대로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보여질 수도 있<br />으나, 국내 그 어떤 선수가 자기 이름을 건 라켓이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단 말<br />인가… 몰타의 탁구 팬들이 들으면 '경기'할 소리가 아니란 말인가… <br /><br /><br /><br /><br /><br />김택수의 '사는 이야기' &연금 '만땅' 커플<br /><br /><br /><br />김택수의 명전 취재는 이례적으로 2번의 인터뷰가 필요했다. 철저한 '탁구 이야기'를 <br />듣기 위해 소속팀 담배인삼공사의 훈련장인 상무 체육관으로 한 번 갔었고, 김택수의 <br />'사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의 송파 보금자리를 찾았다. 원래는 김택수와 소주를 <br />한잔 하려고 했었다. 상무체육관에서 김택수와 얘기를 나누는 도중, 왠지 모르게 '이 <br />사람 술 한잔 들어가면 진짜 재미있는 사림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 약속을 했지<br />만, 그가 급하게 지방 대회에 출전하는 바람에 소주 약속은 무산되고 그의 신혼살림 <br />집을 대신 찾았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김택수의 반려자는 바로 96년 애틀<br />란타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조순이다. 사실, 필자의 성격이 고<br />약해서인지 '김택수-김조순' 정도의 스타 커플이라면 무엇보다도 '연금'이 궁금했었<br />다. 둘이 합쳐서 도대체 얼마나 받는지 말이다. ^^ 이미 김택수의 1차 인터뷰를 통해 <br />연금에 대한 이야기를 명확히 들었기 때문에 그의 집을 찾았을 땐 그냥 아주 거침 없<br />이 '연금 커플'이란 표현을 쓸 수 있었다. 이에 받아 치는 김조순의 멘트가 더 압권<br />이다. "우리 연금 '만땅' 커플이예요… ^^<br /><br />김택수와 김조순은 98년 6월, 태릉 선수촌 합숙 때 처음 만나게 되었다. 대표팀 선수<br />들의 최대 악몽 중에 하나였던 '불암산 합동 등반' 당시 두 사람은 모두 부상 때문<br />에 '도보조'에 속해 있었고, 하산길에 우연히 동행을 하게 된 김택수와 김조순은 '불<br />꽃이 찌링찌링' 하는 그런 첫 만남은 아니었지만, 둘의 첫 만남은 하여튼 그렇게 이<br />루어졌다. 내려오는 길에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둘 다 잘 기억은 못한다. 하지만 (필<br />자 역시 그를 만나고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김택수 특유의 '입담'에 김조순은 호<br />감이 갔던 것 만큼은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저 친한 '운동 선후배' 사이였지만, 같은<br />해 12월 방콕 아시안 게임에 두 사람 모두 '동반 우승'을 하면서 둘의 사이는 좀 더 <br />끈끈해 진다. 전화, 편지, 삐삐를 통해 서로 격려하며 응원하고 자신이 금메달을 딴 <br />것 보다도 상대방의 금메달 소식에 더 감격한 걸 보면 제 아무리 선후배 사이라고 <br />하더라도… 이미 '사건'은 터졌던 것이다. <br /><br />이제 막 불꽃을 당기려던 두 사람에게 시련도 없지 않았다. 2000년 봄, 좀 더 홀가분<br />한 상태에서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결혼 계획을 발표했던 두 사람에게 집<br />중되는 언론의 관심 그리고 인터뷰 요청으로 인해 먼저 나가 떨어진 사람은 바로 김<br />조순이었다. 극도의 집중력과 심적 평정을 요구하는 양궁 선수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br />나날들이었다. 결과는 시드니 올림픽 예선 탈락. 김조순의 올림픽 2관왕 꿈은 그렇<br />게 무너졌고 김조순의 충격으로 인해 김택수 역시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 흔들렸다. <br />단식 1회전 탈락, 복식 8강 탈락… 잘 나가던 스타 커플이 꿈꾸던 최대의 결혼 선물, <br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명예로운 은퇴'는 그렇게 고스란히 날아가 버렸다. 이렇게 어<br />려운 시기를 함께 위로하며 극복했던 것이 오히려 둘의 사이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br />는지도 모른다. 2000년 12월23일 올림픽 파크텔 결혼식장에서 둘은 황영조의 사회로, <br />그리고 김운용 회장의 주례로 화촉을 밝힌다.<br /><br />김택수와 김조순은 아주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매달 꼬박꼬박 <br />200만원씩의 수입이 보장되니 사는 게 재미없을 일도 없겠지만… 송파에 자리한 그들<br />의 보금자리는 말 그대로 깨소금이 쏟아질 것만 같은 여느 신혼살림과 다를 바 없었<br />다. 김택수와 5년 차이가 나는 김조순 역시 이제 아줌마 냄새가 폴폴 나서 그런지, <br />운동 선수 특유의 수줍음과 낯가림 보다는 털털하고 시원시원하게 잘 웃는 그런 시원<br />스런 성격의, 그리고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였다. 수박을 내 놓으며 1시간 가량 대화<br />를 나누는 자리에서 김택수는 며칠 전 상무 체육관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필자가 <br />소주 자리에서 찾고자 했던 그런 김택수의 '끼'가 발동 걸리기 시작했다. 와이프가 <br />옆에 있는 자리에서도 은근히 '왕자병' 증세를 보이며 꺼내 놓는 중국의 '극성 (미모<br />의) 여성팬' 이야기에서부터, 카타르의 교민 아줌마들과 골프 라운딩까지 해야 할 정<br />도로 어딜 가나 '탁구 계의 얼굴 마담' 노릇을 해야 한다는 넋두리, 그리고 마루에 <br />진열되어 있는 빈 양주병 3병을 하룻밤에 비워버린 이야기까지… 감히 누가 김택수를 <br />이런 사람이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탁구대 앞에선 물불 가리지 않는 냉철<br />한 'Hitman 김택수' 일런지 몰라도, 사석에서의 김택수는 샤프한 이미지만큼 날렵하<br />고 재치 넘치는 위트를 발휘하는 대단한 재담꾼이었다. 김택수가 이야기 보따리를 푸<br />는 동안 김조순은 옆에서 웃음을 멈출 줄 모른다. '신참 부부' 김택수와 김조순이 놀<br />고(?) 있는 모습은 그저 보고만 있어도 즐겁고 좋아보였다.<br /><br />올 늦가을이면 김택수는 아빠가 된다. 김택수-김조순 커플의 태교 방법은 무엇인지 <br />궁금했다. 꿈 같은 신혼살림집에서 1년에 6개월도 채 못 사는 김택수가 집을 비울 때<br />면, 김조순은 아무리 심심해도 전자파 우글거린다는 인터넷 접속도 삼가고 있다. 비<br />록 임신 5개월 째지만 태아의 발차기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고 한다. 김택수의 경기 <br />비디오를 태교 삼아 시청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집 아이는 뭐가 될는지 더 궁금<br />해 진다. 유전자로만 따지자면 잘못 나와도 '칼 루이스는 기본' 같다. 여자 아이가 <br />태어나면 탁구 선수도 괜찮을 것 같다는 김택수의 의견에 김조순은 골프 쪽을 지지<br />한다. 김택수는 곧 바로 받아 친다. '애 골프 시킬 돈 되겠냐?'고… '연금 만땅 커플<br />' 맞는지… 아니 그러다가 자식까지 연금 받게 되는 건 아닌지… ^^<br /><br />' 아무리 좋은 취지로 조직이 되어도 한국 사람들 여럿 모이기만 하면 결국은 파벌 싸<br />움하고 갈라지는 꼴 보기 싫어서' 일체 스포츠인 모임에 참여하기 싫어하는 김택수-<br />김조순 커플이 유일하게 활동하는 모임이 하나 있다. 바로 OB 스포츠인들이 모여서 <br />불우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함께하는 사람들' 이란 봉사 활동이다. 현역 선<br />수의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다른 사람들만큼 왕성한 활동은 못 하고 있지만, 그 모임<br />만큼은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남들이 하는 건 다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김택수<br />의 지론 덕택에 골프면 골프, 바둑이면 바둑, 김택수는 못 하는 게 없다. 골프 실력<br />도 싱글 수준이라고 하니 프로 선수처럼 화려한 스폿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탁구 선수 <br />김택수가 이런 만능 '르네상스 맨(Renaissance Man)' 이었는지 그 누가 알았을까? 김<br />택수의 인간적인 측면은 분명 일대 '발견'이었다. 어찌 보면 김택수는 실속파 중에 <br />실속파이기도 하다.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여느 프로 선수처럼 빚을 내어 외제차를 <br />끌고 다니지 않아도 김택수는 챙길 것 다 챙겨가며 인생을 enjoy 하고 있다. 남 부럽<br />지 않은 삶이다. 5살 연하 이쁜이 와이프에게 '2006년 아테네'를 강조하며 '올림픽 <br />금메달 한(限)풀이'를 다짐하는 김택수의 모습을 보며 필자는 미소를 머금는다. <br /><br /><br /><br /><br /><br />김택수 노컷 인터뷰 l <br /><br /><br /><br />후추:이런 인터뷰 항상 그렇듯이, 어린 시절이나 그런 얘기부터 시작을 하겠습니다. <br />^^ 처음에 어떻게 탁구를 시작하게 되셨죠? <br />김택수:근데 진짜 탁구 시작할려고 한 게 아니구요, 왜 초등학교 때 특별활동 시간 <br />있잖아요. 그때 친구 두 명이 수업 끝나고 그걸, 탁구를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br />인제 동네 친구들 두 명, 저까지 세 명이 집이 같은 동네여가지구, 혼자 맨날 집에 <br />가는 거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맨날 걔네들 탁구 치는 걸 구경하고 있다가 끝나고 같<br />이 오고 같이 오고. 근데 또 저도 심심하잖아요. 그래 가지고 인제 같이 저도 재미<br />로 하다가… <br />후추:집에 같이 가실려고 처음에는? <br />김택수:예, 인제 친구들이니까, 동네도 같고 그래 가지구. 근데, 그 친구들은 다 관<br />두고 지금은 나만 해요, 어떻게 반대로 돼 가지구 ^^ <br />후:그때가 4학년때죠? <br />김:예, 4학년때. <br /><br />후:그때 탁구 시작하신 다음에 중3때 우승 많이 하셨죠? <br />김:중학교 3학년때, 3학년 초에 올라가서 첫 우승했죠. 초등학교 때는 전국에서 개인<br />전 3위 입상이 최고였구요. <br />후:예, 그럼 중3 그 무렵부터 전국적으로 슬슬 유명한 선수가 되신 거네요? <br />김:예, 그래 가지구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면서, 청소년 대표 시작하면서 대표팀 훈<br />련 형들하고 같이 하면서 그때부터 쫌 좋아졌던 거 같애요. <br /><br />후:스웨덴 갔다 오셨잖아요? <br />김:예,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때… 4개월 갔다 왔어요. <br />후:9월 달에 가셔서 4개월 계셨었죠. <br />김:거기 이제 그때 스웨덴 프로리그에요, 제가 뛸 수 있었어요. <br />후:어떻게 가게 되신 거에요? <br />김:협회차원에서 보내줬었죠. <br />후:유망주들? <br />김;예, 근데 제가 인제 거기 가서 잘 했어요 어떻게 잘 돼 가지고… <br /><br />후:그때 같이 훈련하셨던 선수들 기억나세요? <br />김:스웨덴 선수들요? 지금까지도 잘 하고 있는 발드너 선수, 페르손, 에펠그린이라든<br />지, 다 같이 했죠. <br />후:그때 스웨덴 대표 거의 다 같이 다 합류했다 그러던데… <br />김:예, 대표팀 훈련했을 때 들어간 거니까 같이. <br />후:그때 가셨던 마을이 참 경치가 좋았다고 말씀 많이 하시는 거 봤는데… <br />김:예, 스웨덴 가 보면요, 시내만 빼 놓고는… 지방 쪽으로 가면 공기도 좋고, 우리<br />하고는 많이 틀려요. 이렇게 우리는 복잡한데 거기는 여유가 있고 공기도 좋고. <br /><br />후:언어의 문제는 없으셨어요? 4개월이긴 하지만… <br />김:그 당시는 이제 어렸을 때니까 공부도 하면서, 쪼끔쪼끔… 그래서 지금은 인제 뭐 <br />다니면서 인터뷰 거의 할 정도… <br />후:영어로요? <br />김:예, 그래 봐야 뭐, 다른 건 아니고 탁구적인 인터뷰 하는 거니까… <br />후:인터뷰를 많이 하세요? 주로 어디랑… 해외 나가시면, 해외에는 탁구 전문 잡지 <br />같은 것도 많이 있나요? <br />김:그럼요, 다 있죠. 또 항상 거기는 시합 끝나고 나면 팬들이 있고, 또 기자들 이런 <br />게 잘 돼 있으니까 항상 인터뷰 요청을 하고, 기본적으로 시합 끝나면 선수들이 그런 <br />걸 당연히 해야 되고… <br /><br />후:지금도 혹시 연락 되는 스웨덴 선수 계세요? 그때 당시 만났던… 친구라든지 뭐. <br />김:아뇨 뭐, 다 탁구 선수들이죠. 지금까지 보고 다니죠, 그때 그 선수들. <br />후:그니까 대회 나가면 맨날 보고 다니는 거? <br />김:그렇죠, 장난치고 시합 끝나면 술도 한 잔씩 하구요. <br />후:술 잘 드신다면서요? <br />김:아이 그냥 잘 하는 건 아니고 쪼끔 해요, 쪼끔. <br />후:주량 어느 정도 되세요? <br />김:그냥 분위기에 따라 틀려지죠 ^^ <br />후:그게 젤 무서운 말인데 ^^ <br />김:소주 한두 병 해요. <br />후:96년도에도 두 병 하신다고 하셨는데 그 동안 주량이 안 느셨나요? ^^ <br />김:아뇨 ^^ <br /><br />후:국가 대표에 처음 언제 뽑히셨어요? <br />김:87년도요. <br />후:고등학교 2학년 때죠? <br />김:87년이면… 그렇죠,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 올라가면서 인제… 2월달이니까… <br />후:그게 아마 그때 당시에는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 아니었나요? <br />김;모르겠어요 그 당시에 나이는… 최연소인지는 모르겠는데 나이는 어렸었어요. <br />후:최연소였는데 지금은 깨졌죠. 유승민 선수 때문에. <br />김:대표 선수 경력은 제가 가장 오랠 거에요. <br />후:그럼 몇 년 된 거에요? <br />김:87년부터 지금까지니까… <br />후:15년째네요? <br />김:그렇죠, 햇수로 15년째죠. <br /><br />후:86년에 청소년 대회에서 북한 꺾고 3관왕 하셨던 거 기억 나세요? <br />김:2관왕이었죠. <br />후:2관왕이었나요? 어떻게 어떻게 2관왕이었죠? <br />김;그때 일본 나고야에서 했을 때가… 단체전에서는 북한 이기고 우승을 했고요, 복<br />식에서 1등 했고, 혼합 복식 2등 하고, 단식에서는 이제 8강에서 지고… <br />후:근데 그때 청소년 대회 국내 선발전에서 유남규 선수랑 붙으신 거 기억 나세요? <br />김:글쎄 잘 모르겠어요. <br />후:그때 유남규 선수한테 지셨어요. 아마 유남규 vs 김택수 첫 대결이 아마 그 대회<br />로 알고 있어요. 그 대회에서 지셨거든요? 근데 오히려 그 (세계) 대회 나가셔서는 <br />더 잘 하셨잖아요. <br />김:예 <br /><br />후:청소년 대회에서 우승하신 다음에 달라지신 점이라든지 그런 거 있었나요? <br />김:저한테는 국제 대회가, 그렇게 큰 대회가 처음이었고요, 굉장했었어요 그때. 북측<br />하고 결승전을 했는데… 분위기가 그 당시만 해도요, 북한 애들이 이기면 막 인공기 <br />들고 내려 와서 체육관 휘젓고 난리치고 이랬을 때라고요. 그러고 막 이렇게 그 당시<br />에는 방 문도 꽉 잠그고 자라, 조총련들 혹시 누구 하면 열어주지 마라 이랬을 정도<br />니까요. 그때 분위기가 살벌했다고요. 시합장 딱 들어가면은 조총련들 쫙 있고요, <br />또 민단 쫙 있고… 그래서 하나 이기면 서로 난리고 막 이랬을 때니까요. 근데 그때 <br />당시에 큰 게임에서 제가 두 게임을 잘 해 가지고… 그때 첫 경기였는데, 긴장에다<br />가 부담이 굉장히 뭐 이렇게… 그때는 북한 사람들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했을 <br />땐데, 첫 시작이 쫌 좋았던거 같애요. <br /><br />후:87년도 뉴델리 세계선수권 대회 기억나세요? 이 대회에서 이제 최연소, 대표팀에<br />서 최연소였잖아요. 이 대회에서 국제적으로 유명해 <a href="지셨잖아요.기억나세요">지셨잖아요.기억나세요</a> 이 대회? <br />김:예, 이 대회에서는 64강에서 발드너 선수, 그 당시에 개인전에서 결승에 올라갔었<br />어요 이 선수, 스웨덴 선수가. 근데 그때 시합을 저희가 잘 했어요, 지긴 졌지만. <br />2-1로 막 이렇게 리드하다가 3-2로 졌거든요? 그것도 뭐 듀스 가서 막 지고 이래 <br />가지고… <br /><br />후:이 대회 이후에, 드디어 한국에도 새로운 별이 뜬다 그런 기사도 나오고 그랬던 <br />걸로 기억하는데… <br />김:예, 그때 이후로… 국내에서도 완이형, 기택이형, 재형이형 이런 형들은 제가 고<br />등학교 때도 이겼었으니까… <br />후:그래요? <br />김:예, 저 중학교 때 완이형을 처음 이겼었어요. <br />후:그 분이 그때 몇 살이었었어요? <br />김:완이형 같은 경우가… <br />후:몇 년 선배에요? <br />김:한 8-9년 선배죠. <br /><br />후:혹시 그때 발드너 선수가 알아 보지 않던가요? 그때 같이 훈련도 했었는데. <br />김:알아 보죠, 다 알아 보죠 그때. 같이 인사하고… <br />후:나이가 어떻게 돼요 발드너 선수. <br />김:65년생. <br />후:오래 했네… 그 양반 아직도 하잖아요? <br />김;예. <br /><br />후:원래 탁구는 그렇게 (선수) 생명이 긴가요? <br />김:아뇨 아뇨, 그 유럽 선수들은 좀 많이 길었던 편인데, 저희 한국 같은 경우는 수<br />명이 많이 짧았죠. 왜 그러냐면, 완이형 기택이형 뭐 안재형 선배 다 20대에 관뒀으<br />니까요. 20대에 관두고 이래 가지고… 근데 이제 저희… 제가 쫌 오래 하고 있는거죠. <br />근데 그 생각 자체가, 선수 한 명 이렇게 나오는게 쉽지 않잖아요 재목이. 근데 이제 <br />그 전에는 쫌 일찍일찍 관두고, 그리고 또 20대 후반만 되면 노장이라는 그런 생각이 <br />앞서 있었고. 또 언론에서도 20대 후반 되고 그러면 한 게임, 후배들한테 한 번 지면… <br />질 수 있잖아요? 근데 뭐 체력이 다 됐다, 힘에 밀렸다, 뭐 이런 얘기 들으니까 자꾸… <br />안 그래도 후배들하고 하면 굉장히 벅찬데요. 그 부담이 얼마나 많이 되는데요, 후배<br />들하고… 정신적으로도… 당연히 이겨야 되니까요. <br />후:잘 해야 본전이니까? <br />김;예, 그런 부담감이 있는데, 질 수도 있는데 그걸 인제 그런 쪽으로 하니까 더 힘<br />들어지는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뭐 항상 이길 수만은 없는거고… 그럼 부담감 때문<br />에 인제 선배들이… 또 힘들기도 하고 운동이. 그래서 쫌 빨리 관뒀던 거 같애요. <br /><br />후:89년도 유로 아시아 토너먼트 대회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회 국제 대회 우승하셨어<br />요. 근데 그때 결승전 상대가 누군지 기억나세요? <br />김:예, 기택이형이었어요. <br />후:김기택 선수였는데, 이때 김기택 선수가 당시 세계 1위인 장자량 선수를 꺾고 결<br />승에 올라가서 전부 다 김기택 선수가 이길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근데 오히려 그때 <br />그루바랑 첸룽찬 이기고 올라가서 이기셨죠? 뒤집고. 이 대회 이후에 완전히 뜨셨죠 <br />속된 말로. ^^ 신문에도 막 대문짝만하게 나고. 이 대회 이후에 가장 개인적으로 바<br />뀐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br />김:자신감이죠 역시. 운동 선수라는 거는 훈련만 해 가지고 좋아진다는 거는 그거는 <br />쫌 말이 안 맞는 얘기고요. 물론 훈련 해서도 기량 향상이 되는 거지만, 시합을 통해<br />서 기량 향상이 가장 많이 되거든요. 그런 자신감들이 몸에 이렇게 딱 왔을 때 실력<br />이 향상이 되고, 또 누구하고 하더라도 두려움이 떨어지고. 그런 자신감들, 중국 선<br />수들이나-중국 선수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유럽 선수들한테도 이기고 하니까… <br /><br />후:김택수 선수 인터뷰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유남규 선수 질문이 많이 나올데요, <br />그건 어쩔 수 없다는 거 아시죠? ^^ <br />김:예, 아이 근데, 저는 제가 이렇게, 같이 이렇게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거는 가장 <br />옆에서… 물론 라이벌이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그런 거는… 지면 다른 사람보다 주위<br />에서 왜 졌냐고 얘기하고, 실력적으로도 낫고 왜 졌냐… 그 얘기 들으면 제가 가장 열<br />받죠 솔직히. 근데 또 어떻게 한 편으로 보면은 유남규 같은 선배가 있었기 때문에 제<br />가 지금까지 계속 이렇게,어떤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잘 오지 않았냐 이렇게 생각해요. <br /><br />후:나이 차이는 얼마 안 나시죠? <br />김:1년 선배에요. <br />후:예, 근데 상당히 선배인걸로 저희들은 알고 있잖아요. 이 유남규 선수랑 89년도 <br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대회 앞두고 처음으로 복식조 하셨는데 이 때 왜 갑자기 같이 <br />하시게 된 거에요? <br />김:글쎄 인제 뭐… 그때는 제가 많이 올라오고 하니까, 또 안재형 선배 그 당시만 해<br />도 제가 많이 이겼고… <br />후:예, 그때 유남규-안재형 그렇게가 우리 나라 최고의 복식조였었는데, 이 대회 15<br />일 앞두고 갑자기 바뀌었어요. 그래 가지고 김택수 선수랑 유남규 선수랑 조를 만들<br />었는데, 사전에 협회에서 민 건가요, 그거를? <br />김:글쎄요, 그건 모르겠어요. 근데 저는 많이 부담되죠, 일단 다 선배들인데. 복식 <br />그 당시만 해도. 그래서 쫌 약간 선배들하고 부담이 되더라구요. <br /><br />후:근데 이 대회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중요한 대회 아니었나요? <br />김:예, 중요한 대회였죠. <br />후:병역 문제 걸려있고… <br />김:예, 그런 것도 있었고... <br />후:근데 이 대회에서 성적이… <br />김:안 좋았죠. <br />후:안 좋았죠? 그래서 어떻게 되셨어요 그 다음에요? <br />김:뭐 89년 이제 단체전에서도 소련한테 8강에서 지고, 굉장히… 저희가 전력 상에서<br />는 우세했는데 제가 3점을 뺏겼어요, 세 번 뛰어서 세 번 다 지는 바람에…한 점만 잡<br />아도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4강 갔으면 그 당시만 해도 병역 혜택이었었다구요. <br /><br />후:한 번만 이기면? <br />김:예, 근데 운동 선수는 병역 혜택이 이런 게, 병역에 대한 게 굉장히 엄청나게 중<br />요한 거에요. 그래 가지고 그거 지고, 시합 끝나고 쇼크를 좀 많이 먹었죠. <br />후:(군대) 가는구나? ^^ <br />김:예 ^^ <br /><br />후:근데 김택수 선수는 본인 생각했을 때, 가장 본인이 잘 했던 경기 그러면 무슨 경<br />기 생각나세요? <br />김:뭐 시합은 잘했던거 많이 있고… 90년도 아시안 게임 때도 쫌 잘 했던 거 같고. <br />후:역시… ^^ 90년 아시안 게임 결승전, 북한하고. 그 세 경기 잡으시고. <br />김:근데 그때 굉장히, 그때도 빅 게임이었어요. 저녁 7시에 시합을 들어갔는데요, 새<br />벽 1시쯤 끝났어요. <br />후:6시간… <br />김:예, 그래서 뭐 김성희 선수 같은 경우는 시합 끝나고 막 쓰러져 가지고 실려나가<br />고 그랬을 정도로 접전이었으니까요. <br />후:그때 몸이 상당히 안 좋으셨다고… <br />김:아 그 시합 전, 훈련 하는 과정에서 인제 무릎도 안 좋고 이래 가지고… <br />후:예, 무릎 부상 당하셨다고… <br /><br />김:한 달 전에 수술 하느냐 마느냐, 시합 가느냐 못가냐 그랬는데, 병원에 상의도 많<br />이 해 보고, 치료 받고 약물 치료 해 가지고 나갔죠. <br />후:근데 첫 단식에서 이근상 선수를, 진짜 아무도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이기셨어요. <br />기억 나세요? <br />김:예 <br />후:근데 이근상 선수가 그 전에 누구를 이겼었냐면… 중국선수들 이겼죠? <br />김:예, 중국 선수들도 다 이겼죠. 그 당시에는 세계 랭킹… 1위 실력이 됐었다구요, <br />이근상 선수가. <br />후:예, 수비를 워낙 잘 해 가지고 이길 수가 없다고 했는데… 그때 이겼을 때 벤치에<br />서 뭐라고 하던가요? 기억이 안 나시나? <br />김:지금은 뭐 기억이 안 나죠 뭐 <br />후:기억 안 나시죠? ^^; 그 마지막에 제일 중요한 그, 최경섭 선수하고 경기할 때, <br />이거 이기면 저희가 이기는 거고, 지면 지는 거고. 마지막 경기 나가시기 전에 기분<br />이 어떠셨어요? <br />김:그때는 이제 훈련장에서 연습을 하는데 인제… 4-3으로 저희가 지고 있었어요. <br />근데 박지현 선배가 이근상 선수하고 하게 됐는데, 북한 최경섭 선수하고 둘이 연습<br />장에서… 저도 이근상 선수가 이길 줄, 당연히 실력적으로 누가 봐도 이근상 선수가 <br />앞서니까 우리 끝나는 줄 알았어요 5-3으로. <br /><br />후:거기서 끝나야 정상인 게임이었죠. <br />김:예, 근데 이제 1세트를 이겼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쫌 있다가 강희찬 선수가 <br />갑자기 뛰어 와서 시합 준비를 하래요. 어우 근데 긴장이 빡~ 되더라구요 막. 야~ <br />그래 가지고… <br />후:실력적으로는 해 볼 만 하지 않았었나요? <br />김:최경섭 선수한테요? <br />후:예. <br />김;아니 실력적으로는 제가 좀 유리했죠. <br />후:그러니까요. <br />김:근데 이제 그 마지막 시합이라고 하는 거는 서로, 긴장되고 하니까요. <br />후:거기에 또 북한… <br />김;네, 긴장되고 하는 그런 거기 때문에 몰르죠 뭐. <br />후:이 경기 보시다가요, 국내에서 돌아가신 분도 계시대요. TV 보다가 심장마비로 돌<br />아가셨대요. <br />김;예예… <br /><br />후;별명이 뭐죠? 그 다들 알고는 있지만… ^^ <br />김:아이 저는 모르겠어요 진짜. ^^ <br />후:순둥이라고… ^^ <br />김:아이, 그건 아닌데… 별명은 없어요. <br />후:신문이나 그런 데서는 별명이 순둥인데… <br />김:예, 개인적으로는… 이 별명에 대해서 솔직히 기분이 안 좋아요. <br />후:예, 나는 독종같애 오히려. 그 실제 경기 하실 때 보면 정말 완전히… 제대로 악 <br />받쳐서 경기하시잖아요. 근데 어쩌다가 이런 별명이 생겼죠? <br />김:근데 옛날에 뭐… 그런거 같애요, 하도 이렇게 이기고 있다가 지고 이런게 많으니<br />까. 또 승부 같은 거 인정을 팍팍 해 버리니까. 지는 거에 대해서 많이 그… 핑계를 <br />대거나 그런거 보다 이건 내가 부족했다 하고 인정을 해 버리니까… 그래서 그런 거 <br />같애요. <br /><br />후;90년에 서울장충체육관에서 열렸던 복식컵 우승하셨죠? <br />김:예~ <br />후:이게 아마 유남규 선수랑 조 짜서 우승한 몇 개 안 되는 대회 중에 하나였는데. <br />김:예, 굉장히 큰 대회였어요 그 복식컵 대회는 <br />후:1회 대회였어요. <br />김:예, 1회 대회였죠 <br />후:굉장히 큰 대횐데 현정화-홍차옥 조 동반 우승하고… 이때 어느 조 이기고 우승하<br />신지 기억나세요? <br />김:예, 그 때 당시에 인제 결승에서 독일 선수들요. 페치노-로스코프. <br />후:예, 로스코프 선수. 이 로스코프 선수 상당히 이제 자주 나오는 이름이죠. 김택수 <br />선수랑 아주… 나중에 이건 물어보고… 이때 우승 상금이 얼마였죠? <br />김:3만불인걸로 알고 있어요. <br />후:딱 만 5천불씩 나누셨나요? <br />김:세금 떼고 해 갖고 뭐 만 5천불은 안 되고… ^^ <br />후:하하하… <br /><br />김:2회 대회도 라스베가스에서 했는데, 2회 대회도 우승했죠 우리가. <br />후:해외에서 우승하는거랑, 국내에서 우승하는 거랑 차이가 있나요? <br />김:글쎄요 뭐… 어떤 쪽으로 차이를 말씀하시는거죠? <br />후:그니까 뭐 예를 들어서, 해외에서 우승하는 게 더 어떻게 보면 스포트라이트를 받<br />을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려질 수 있고. 그리고 경기면에서도 해외<br />에서 뛰는거랑 분명히 다를 거 아녜요. <br />김:근데 뭐 저 같은 경우는 해외에서 뛰고 해도 굉장히 많은 팬을 갖고 있어요. 오히<br />려 국내보다 훨~씬 많은 팬을 갖고 있어요. 중국 같은 데 가 봐도 알지만… 혹시 기<br />회가 되면 가 봐서 나중에 알 수 있으실 지 모르겠지만, 가보면은 정말 제 이름 한문<br />으로 김택수 딱 써 주면요, 이제 제 이름 김택수 못 알아 들으니까, 중국가면 발음이 <br />틀리니까. 제 이름 써주면 웬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중국가서 살으<br />라 그래요. ^^ <br /><br />후:근데 중국 애들은 진짜 탁구 열기가 어때요? <br />김:어마어마해요. 정말 거… 지금 프로리그도 있구요, 중국에서 공링후이나 류궈량 <br />이런 선수들 일년에 한 20만불씩 벌거에요 아마. 20만불이면, 달라로 20만불이면 중<br />국에선 엄청 난거죠. 재산이 뭐 제가 볼때는 한 10억, 20억대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br />공링후이는. 그니까 걔네들은 유럽 축구 같은 거 하면은, 뭐 멘체스터나 어디 이렇게 <br />시합 하면은 자기네 친구들끼리 베팅을 뭐 5천불 만불씩 해요, 자기들끼리. 그리고 <br />잃어도 뭐 눈 하나 깜짝 안 해요. ^^ <br />후:대접을 되게 잘 해 주나부다 중국애들은… <br />김:예, 그렇죠. <br />후:두 번째 인기 스포츠잖아요, 축구 다음으로. <br />김:근데… 물론 지금은 축구가 지금 올라 와서 그렇지만, 내면에 깔려 있는 거는 탁<br />구가 엄~청나죠. 나이든 옛날 사람들 탁구 안 쳐본 사람들이 없고 뭐… <br /><br />후:대회장, 경기장 같은 데 가도 관중들이 많이 오죠? <br />김:그럼요. 관중들이 정말 탁구 좋아하는게… 그때는 정문으로 들어가기 힘들어요. <br />후:제일 그게 심한 나라가, 탁구 열기가 심한 나라가 어디에요? <br />김:중국이죠 역시. 그리고 일본 같은 경우는 국민 의식이 있으니까 딱~ 점잖게 보고 <br />후:스웨덴은 어때요? <br />김:스웨덴도 인기 좋고. <br /><br />후:현정화-홍차옥 조 이때 동반 우승 하셨을 때요, 그때 가십 기사로 뭐가 났었냐면<br />요. 그 두 조끼리 시합을 하신다면서요? <br />김;예. <br />후:근데 6점 주고 하면은 이기고, 7점 주고 하면 진다고 하는데 이거 진짜에요? <br />김:예. 핸디를 그렇게 주고 해요. <br />후:오~ <br />김:단식도 마찬가지에요. 여섯 점 일곱 점씩 주고 해요. 지금은 뭐 유지혜 김무교 일<br />곱 점씩 주고 하기도 하고. <br />후:그럼 이겨요? <br />김:그럼 이길 확률이 많죠. <br />후:아 근데 몰라요 그건 또? 확실친 않아요? 저희가 생각할 때 다른 스포츠 종목들은 <br />남자랑 여자랑 어느 정도 레벨 차이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탁구는 그런 게 <br />쫌 적긴 하지만… <br />김:아니 적은 게 아니죠 핸디 일곱 개면… <br />후:6점 7점이면 큰 건가요? <br />김:큰 거죠 7점이면… <br />후:하긴 21점 중에 3분의 1이니까… <br />김:큰거죠. <br /><br />후:저, 91년도에 남북단일팀 하셨는데 맨날 인제 싸우다가 같은 팀 되셨는데, 그때 <br />분위기가 어떻게 하다가 만들어 지게 된거죠? <br />김:그 당시에는 인제 박철언 장관, 탁구에 관심 있고 이래 가지고… <br />후:통일 외교 하고 정치적인 면이 많이… <br />김:예, 정치적인 거였죠. <br />후:당시 실력으로 보면 어디가 더 나았나요? 우리가 쪼금… <br />김:비슷했어요. 정말 비슷했어. 남자도 비슷했고 여자도 비슷했고. <br />후:근데 그때 단식 멤버에, 단식 멤번가? 전부에 못 끼셨어요. 유남규 김성희 선수<br />가 에이스였고, 이근상 선수가 가끔 나오고… <br />김:아 전 뛰었죠. <br />후:중국전인가 뛰셨잖아요. 근데 대회 전 예상에 보면 중국전에는 김택수 선수 투입<br />하고, 스웨덴 전은 이근상 선수 투입한다 그랬죠? <br />김:예 <br />후:근데 사실 그런 단일팀 아니었으면, 풀로 뛰셨을 거 아녜요? <br />김:예, 그렇죠. <br />후:근데 쫌 밀렸다는 생각은 안 드셨나요? <br />김:아니 그런 거 아니었어요. 스웨덴하고 저희가 8강할 때요, 단식도 뛰고 복식도 뛰<br />고 제가 들어가 있었어요. 근데 마지막 게임이어서, 저희가 3-1로 져 가지고 끝난거<br />죠. 만약 2-2 갔으면 제가 뛰었을 거에요. <br /><br />후:나중에요? <br />김:예, 엔트리에 다 들어가 있었죠. <br />후;그때 북한 선수들하고는 어땠나요? 얘기 좀 해 주세요. 처음 같이 생활하신건데. <br />김:예 그 전에 뭐 자꾸 보고 이런 거는 있었는데, 그때 이제 우리측에서 요구한 거는 <br />복식도 같이 하고, 혼합 복식도 같이 하고, 방도 같이 쓰자 복식 파트너끼리. 근데 <br />이제 그건 무산됐죠. 그래 가지구 이제 층을 다르게 썼어요. 저희가 한 층 밑에 쓰고, <br />북한 애들이, 북측 애들이 한 층 위에 썼다고. 그래 가지고 이제… 그 당시에는 뭐 <br />매일 축제 분위기죠. 운동 끝나면 총련에서 파티, 뭐 또 다음날 되면 민단에서 파티. <br />뭐 식사하러 갈 때 딱 보면은 사인 뭐 백장씩 이상씩 해야 밥 먹으러 가고 이렇게…<br />굉장했었어요. 그래 가지고 시합, 훈련하면서 왔다 갔다 하면서 보면은 그쪽에서도 <br />못 보던 사람 한 서너 명 있고, 이쪽에도 탁구 관계자 외에 못 보던… 그럼 이제 안<br />기부에서 파견된 사람, 저쪽에는 또 인민무력부 이제 그런 데서 파견된 사람 그런 거 <br />다 있었고. 근데 뭐 알면서도… 그리고 지내면서 선수들 방 왔다 갔다 하면서 친하<br />게 지내고…<br /><br />후:형 아우 이렇게 하고? <br />김:그럼요, 근데 사상적으로 완전 생각이 틀려요. <br />후:어 그래요? 그걸 느끼세요? <br />김:그럼요. 완전히 틀려요. <br />후:그런 얘기가 나오면 민감해 지나요? <br />김:서로 안 꺼내고, 막 이렇게 인제 하는거죠. <br />후:그니까 완전히 다르게 사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게 느껴져요? <br />김:그럼요, 딱 이렇게 딱… 있어요 그런거. <br />후:그럼 혹시 뭐 이런 말은 하지 말아라 그런 얘기 들으셨나요 위에서? <br />김:저희도 그 단일팀 하기 전에 교육을 받았죠. 근데 김성희 그 형 같은 경우도, <br />'아, 이거 단일팀 하면 피곤해서야…' <br />후:하하하 <br />김:그 교육 받았던게요, 자기네들도 다 교육을 받죠. <br />후:받겠지. <br />김:그 저희도 인제 교육을 받고, 저희도 교육받고 이런건데, 그 당시에는 뭐… 그래<br />서 인제 그 시합이 끝나고 저 혼합복식 했던 유순복 선수 같은 경우는 얘기하면… <br />'우리 인제 다시 또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빨리 통일이 되고 뭐 이래야 되는데 그<br />런 얘기 하면. '아~ 거저 미국놈들 빨리 물러가야 되는데…'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는<br />거죠. 물러가면 다 통일이 되는 건줄 알고… 그래서 인제 나는 그런거 설명을 다 했<br />죠. '어떻게 그렇게 미국 애들만 물러간다고 바로 통일이 되겠니 응? 독일, 서독하고 <br />동독하고 통일할 때는 왔다갔다 왕래도 굉장히 많았는데도 몇 년이 걸렸고, 바로 통<br />일하고 나서도 굉장히 문제도 많은데, 지금 우리는 왔다갔다도 하지 못하는 현실 속<br />에서, 미국 애들만 물러간다고 통일이 되겠니' 라고 하니까 애가 말을 못하는 거에<br />요. '야~ 택수 오빠 보니께, 답~답합니다. 안타깝습니다' 이러는거야. ^^ <br /><br /><br /><br /><br /><br />김택수 노컷 인터뷰 ll <br /><br /><br /><br />후:91년도 6월에요, 국내 대회에서 강희찬 선수한테 패한 적 있으세요 남녀 실업 탁<br />구대회. 기억 나세요? <br />김:예예예 <br />후:그… 어떻게 하다가 지셨어요? 방심했나요? <br />김:아니요, 방심한 거는 아니고, 그때 당시에는 솔직히 이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br />요. 그 당시에는 같은 동료로서, 같은 팀이고 복식 파트너고 그래 가지고 이기는 사<br />람이 3관왕이었어요. <br />후:아~ <br />김:이기는 사람이 3관왕이었는데, 복식도 1등 했고, 단체 우리 팀이 1등했었고, 단식 <br />하나 남았었어요. 둘이 결승에서 딱 했는데, 그 당시에 저 같은 경우는 쫌… ^^; 1등<br />도 해 봤고, 국내 대회 몇 번 1등도 해 보고 그래서 이 친구 좀 잘 해 봤으면 좋겠<br />다 싶어 가지고 쫌 이렇게… ^^; <br /><br />후:91년도에 일본 마쓰모톤가? 거기서 IOC 회장컵 대회 우승하셨죠? 이 대회 굉장히 <br />큰 대횐데. <br />김:예, 세계에서 8명만 이렇게, 사마란치컵이라고 해 가지고요 시합을 만들었어요. <br />후:8명 제일 잘 하는 사람만 불러서 하는건데, 이 대회에서 결국엔 결승에서… <br />김:발드너한테 이기고 우승했죠. <br />후:처음 이기신 거에요? <br />김:91년도면… 그렇죠, 공식 시합에서는 처음 이긴 거라고 볼 수 있죠. 그때 아주 경<br />기 내용이 좋았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굉장히 많은 일본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br />후:국제적으로 유명해 지셨죠. 대회 예선에서도 이기신 선수 보면 당시 한참 잘 나가<br />던 페르손이나 마웽거… 이 대회가 전체적인 김택수 선수 캐리어로 봤을 때도 상당히 <br />중요한 우승 경력에 들어가는 거죠? <br />김:예, 그렇죠. 그거 이기고 나서 좀 국제적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죠. <br /><br />후:올스타,월드 올스타 서킷 시리즈,유독 이 대회에서 상당히 강한 모습을 보이셨어요. <br />김:예, 근데 이제 저같은 경우는 펜홀더 탁구를 하고, 힘있는 파워 탁구를 많이 하다 <br />보니까 체력적인 그런게 굉장히 저한테는 부담이 많이 돼요. 근데 이런 시합 같은 경<br />우에는 시합이 짧아요. 투어 개념으로 딱 돼 있어서 시합이 짧아요. 기간이 짧다고. <br />후:몇 일 하고 옮기고 그러죠? <br />김:예, 하루 이틀 하고 옮기고, 하루 이틀 만에 끝내는 시합이라고요. 그런 시합은 <br />인제…제가 인제 지금도 물론 나이는 있지만, 하루 한 게임 딱 이렇게 긴장하고 하는 <br />빅 게임 이런 거는 자신있어요. <br /><br />후:96년까지 아홉번이나 우승하셨어요. <br />김:예, 굉장히 많이 우승했어요. 만약에 골프나 이런 따른 종목이었으면 어마어마했<br />을 거에요. ^^ <br />후:타이거 우즈죠 그냥. ^^ <br />김:엄청난 거죠 이런거는 ^^ <br />후:외국 선수 중에요, 상대하기 어려운 선수 있으시죠? <br />김:중국 선수들이요 중국 선수들. <br />후:예를 들어 누구. <br />김:뭐, 중국 선수들은 다 힘들죠. 그리고 또, 걔네들 (이기고) 자신감 생길만 하면 <br />밑에 애들이 나와서 괴롭히고… <br />후:걔네는 세대교체가 워낙 빨리 되나 봐요? <br />김:그럼요 예. <br />후:워낙 많으니까… 선수층이 넓으니까 그렇구나. <br />김:지금 뭐 공링후이 이런 애들 스물 일곱, 여섯 이런 정도 밖에 안 됐는데요 뭐. <br /><br />후:근데 걔네, 중국 애들하고 유럽 애들하고 뭐가 그렇게 달라요?<br />김:중국 애들은 아주 탁구 기술이 세밀하고 정확하죠, 변화도 있고. 그니까 잘 하는 <br />애들이 굉장히 많으니까 걔네들 잘 하는 수준에서 계속 연습을 하다 보니까… 한 예<br />로, 중국 오픈 끝나고 아시안 게임 전에요, 저희가 중국 애들하고 일주일 동안 합동 <br />훈련 했어요. 근데 이제 훈련하면서, 하다가… 거기 이제 탁구대가 22대가 딱 있더라<br />구요, 훈련하는 데가. 근데 이제 저희는 아침 일찍 하고, 저녁에는 청소년 애들이 훈<br />련하더라구요, 중국 애들이. 거기서 연습을 하는데, 한 번은 거기서 청소년 애들이 <br />훈련을 한대요. 그래 가지고 어떻게 얘길 해 가지고 한 번 봤는데, 우리 나라는 탁구<br />신동이라고 해서 유승민 유승민 이러잖아요? 근데 유승민만큼 치는 애들이요, 44명<br />이서 훈련을 하는 거에요. 그 정도 실력 되는 애들이. 거기는 뭐 탁구 학교도 있고<br />요, 굉장히… 공식 선수로 등록된 인구가 700만 이상 될 거에요. 우리는 전체 초등<br />학교부터 전체 대학 뭐 해 가지고 2천명 되나? <br /><br />후: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고 비교하면 되겠네요. <br />김:지금도 세계랭킹 10위까지 안에 5명 들어가 있어요. <br />후:지금 1위가 누구죠? <br />김:1, 2, 3, 4. 6위가 중국 애들, 아니, 1, 2, 3, 5, 6위가. <br />후:지금 1등은 누구에요 그럼? <br />김:왕리친 선수라고. 2위가 공링후이 선수고. <br />후:그런 랭킹이요, 물론 국가대표급 선수들이야 랭킹 뭐,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 듣<br />겠지만, 일반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죽었다 깨나도 그건 모르거든요? 스포츠 신문이<br />나 이런 데서 탁구 한 번 내 주지 않는 이상? 그건 어디서 알아요?<br /><br />김:국제연맹이라고 있어요. <a href="www.ittf.com">www.ittf.com</a> 이라고. <br />후:<a href="ittf.com이요">ittf.com이요</a>? 여기 가면 랭킹 있다? <br />김:여기 가면 인제 국제탁구연맹 소식도 있고, 랭킹 리스트도 나와 있고. <br />후:그 투어는 따로 점수 집계 되죠? <br />김:랭킹 카운트는 매 시합을 카운트해요. 컴퓨터 랭킹이기 때문에 아주 정확해요. 지<br />금 세계 대회 끝나서 제가 지금 7위로 다시 올라왔는데, 또 다른 시합이 있다 그러면 <br />그 시합 끝나면 카운트를 해 가지고 바로바로 올라가죠. <br /><br />후:인터넷도 많이 하시나요? <br />김:예 <br />후:어디서 하세요? <br />김:저는 광양, 또 집에 컴퓨터가 있으니까. <br />후;로스코프 선수, 아까 얘기하려다가 뒤로 미뤘는데, 이 선수랑은 상당히 인연 많으<br />신데… 이거 기억 나세요? 92년도 월드 올스타 서킷 3차 대회에 이 선수 대신 나가셨<br />어요. 대리 출전하셨다구요. 그랬는데 우승하셨어요. <br />김:아~ 한 번인가 그랬을 거에요. <br />후:그때 그러셨고, 98년도 월드컵 탁구 대회에서… <br />김:제가 한 번 졌죠, 결승에서. <br />후:예, 결승에서, 굉장히 중요한 대횐데 졌고. 96년도가 제일 아까웠죠? <br />김:예, 올림픽 때 8강에서. <br /><br />후:그때 공링후이를 잡으셨어요 16강에서. 그래서 이제 우승이다, 올림픽 금메달이다 <br />그랬는데 오히려 이 선수한테 잡혔어요. <br />김:굉장히 아깝게 시합을 졌고요, 그 친구가 굉장히 또 상승세를 탔고 그래 가지고… <br />큰 대회는 운이 많이 따라야 돼요, 운동도 운이 따라야 돼. 물론 이제 실력도 실력이<br />지만 일방적으로 이기지 않는다면야… 세계 수준 되면은요, 긴장되고 하면은요 거의 <br />나인틴, 듀스 시합이거든요? 거기서 운이 따라줘야 돼요. 안 풀릴 때는 뭐 에지도 나<br />오고 막 이런 느낌이 안 좋다구요. <br />후:이 선수랑 뭐 특별히 전형상의 어려움이 있거나 그런 거는 없었나요? <br />김:예, 꼭 그런 건 아닌데요. <br />후:실력적으로는 지실 이유가 전혀 없는데… <br />김:예, 아니 실력적으로는 이겼다 졌다 할 수 있는… 10위권 이내에는 항상 이겼다 <br />졌다 할 수 있거든요. <br /><br />후:이 로스코프 선수는 원래 복식에서 더 잘하지 않았나요? <br />김:예, 복식도 잘 하고요, 근데 단식도 잘 했어요. <br />후:92년 4월에 삭발하신거 기억나세요? <br />김:예 ^^; <br />후:왜 하신 거에요? ^^ <br />김:글쎄 뭐 항간에 소문은 많지만 그 당시에는 올림픽 앞두고요,새로운 마음가짐으로 <br />후:인터뷰에는 '나태해진 정신자세를 가다듬기 위해서 삭발은 했다'고 하셨는데… <br />김:아니 근데 이제… 그때 이제 어떻게 깎게 됐냐면요 솔직히요… ^^ 올림픽을 앞두<br />고 뭔가 새로운 마음에서 뭔가를 쫌 해보고 싶은데, 그게 어떻게 얘기가 됐냐면요 <br />'머리 한 번 깎아 볼까? 이렇게 삭발 한 번 해 봐? 머릴 팍 한 번 쳐 봐?' 했는데 옆<br />에서 강희찬 선수가 이렇게 불씨를 지폈죠. '니가 어떻게 깎어 씨~' 이런거죠. ^^ 그<br />래 가지구 인제 나보고 못 깎는다 그래서 자존심이 팍 상하더라구요. 저 태어나서 삭<br />발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그래서 이제 자존심을 팍 긁더라구요. '그래?' 그래가지구 <br />뭐 깎으면 자기가 10만원을 내 놓는대. ^^ 그래가지구 인제 마음은 그거였지만, 자존<br />심도 상하고, 남자가 한다 한 번 말했는데… 그리고 정신적인 그런 것도 쫌 다듬고, <br />나는 그런 동기였었는데. <br /><br />후:신문에는 뭐라고 나왔냐면요, 그 전에 유남규 선수한테 두 번 연속 지셨어요. 종<br />합선수권이랑 국내최강전 두 번 지셔서 김택수가 이를 갈았다, 여기서 인제 쇼크 먹<br />고 열심히 운동할라고 그러는구나 하고 전부 다 났어요. <br />김:아니 근데 그건 아니었구요, 저는 그래요, 시합이라는게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br />있고. 뭐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거 같애요. <br />후:91년도 이후에는 유남규 선수에게 거의 안 지셨어요. 그 전까지 좀 지시구, 그 이<br />후에는 거의 이기셨거든요. <br />후:근데 사람들이 옛날에는, 그 당시만 해도 탁구를 많이 봤다구요. 근데 유독 또 어<br />떻게 TV 중계만 하면 지고 그랬다구요. 이긴거는 인제 TV 중계 안 됐을 때. 그 뒤로<br />는 탁구가 쪼끔 관심 떨어지면서, 그 뒤로 이긴거는 TV에 안 나오고… <br />김:예, 저도 그러니까 항상 보면은, 진짜 너무너무 아깝게 지는, 그런 장면을 많이 <br />봤어요. 이겨도 뭐 월드 서킷이나 해외 나가서 이기시니까, 그런거 우리나라 위성중<br />계 안 해 주잖아요. 그러니까 빅 게임이다 이런거 할 때 항상 기억나는게 김택수는 <br />'2대 3'. 한국 단체전 같은 경우는 김택수가 단식 두 경기 이기구 꼭 복식이나 막판<br />에 어그러져 가지구 2-3으로 진다, 난 그 기억이 항상 기억에 남아요. <br /><br />김:뭐 팬들도, 딱 보면은 탁구인들도 국내 시합하는 것만 봤잖아요. 그리고 우리 선<br />수들하고 시합하는 거니까 질이 높을 수가 없죠. 그러니까 이제 외국 나가서 외국 선<br />수들하고 하는 거 보면 질이 높아지잖아요. 제 탁구도 질이 높아지고. 그래서 탁구인<br />들이 나가서 하는 거 보고 많이 놀랐대요. '야, 탁구 잘 친다 잘 친다 말만 들었었지,<br />정말 탁구 수준이 어느 정돈지는…' 물론 저도 이제 질 수도 있고 하지만… <br />후:실력적으로도 위셨고, 해외 나가서 유명하시고 그런데두, 90년대 초중반까지두 유<br />남규 선수가 더 유명했어요 솔직히. <br />김:아~ 뭐 남규형 같은 경우는 그렇죠. '86, 뭐 '88 올림픽 타이틀 그게 엄청난 그거<br />죠, 정말 대단한 선수였죠. <br />후:그런 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br />김:아니 저는… 그 당시에 주위에서는 라이벌이다 라이벌이다, 나는 정말 생전… 옆<br />에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노력해 가지고 어떻게 해서 금메달 땄다 그런 걸 다 봐 왔고, <br />난 내가 부족하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배울게 많다… 아 지면 저도 열 받죠. 저도 중<br />학교 고등학교 이럴 때 선배들한테 지고 그러면 잠 못자고 분석, 스코어 다 적고 뭐 <br />이렇게… 계속 야간 연습하고, 이길 때까지 하고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실력적으로<br />는 뭐 주위에서는 라이벌이다 라이벌이다 하면서 그런 거를 했는데, 저도 (지면) 기<br />분은 제가 최고 안 좋죠. 근데 그 형에 대해서 딱 인제 다 좋은데, 그 형이 이제 시<br />합하면서 최고 맘에 안 들었던게 딱 한 가지 있었어요. 실력 외적으로. 시합 안 풀<br />리면 막 볼 같은 거도 깨고요, 막 이렇게… 막 이렇게 아프다고… 저는 그렇게 이기<br />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이렇게 깨끗하고 정정당당히. 물론 그 형이 시합하는 방식<br />이겠지만은, 뭐 따른 거는 기술적으로나 그런 거는 다 좋은데, 그 쫌 정당하게, 이렇<br />게 깨끗하게 싸우고 싶고… <br /><br />후:일종의 교란술이겠죠, 상대 심리 약간 교란하는. <br />김;근데 볼 같은거 공식적으로… 게임 안 풀리면 볼 깨버려요. 자기 안 풀리면 볼 깨<br />고 그건 안 되는 거잖아요. 시합 하다가 깨지고 그런 거는 괜찮은데… 그래서 딴 거<br />는 다 좋은데 그거 하나는 좀 약간… <br />후:부상이 좀 많으셨죠? <br />김:예 부상이 좀 많았죠. <br />후:92년 5월에 무릎 쪽에 이상이 있어서 검사 받으셨는데 이게 고질적이었나요? <br />김:어렸을 때부터 이제 쫌 안 좋긴 안 좋았는데,지금 보면 무릎이 좀 안 좋잖아요. <br />후:어 진짜 왜 이렇게 무릎 뼈가 튀어 나왔어요? <br />김;지금 이제 완전히 뼈가 이렇게 갈라져 있는 상태에요. 그래서 이제 수술을 할까 <br />많이 고심하다가, 병원에서도 운동하는 사람 아니라면 수술을 해도 상관 없지만은, <br />운동을 하기 때문에 이거 수술하면 재활에 대해서는 이렇게… 운동 안 하면은 몰르지<br />만, 운동하기 때문에 지금 만큼의 힘을 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보장을 못 하겠다<br />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이제 재활을 많이 했죠. 근육 강화 훈련하고. 다 그걸로 <br />버틴거죠. <br /><br />후:이게 선천적인 거라면서요? <br />김:아니 그건 모르겠어요, 어렸을 땐 이러지 않았거든요. <br />후;근데 기사를 보면은 '선천적으로 뼈가 이상하게 자랐다'고 돼 있던데… <br />김:근데 이제 기자님들 쓰는게… ^^; <br />후:하하하 ^^ 그 탁구를 하시다 보니까 목이나 허리에는 항상 부상이 있으시죠? <br />김:예 목 같은 데는 지금 병원을 가 보면 수술을 하라고 해요. <br />후:목 디스크? <br />김:예, 허리도 있고. <br />후:근데 부상 그렇게 잦은 거 술 때문은 아녜요? ^^ <br />김:아이~그런건 <a href="아니죠.저는">아니죠.저는</a> 술 같은 거 가끔 한 번씩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br />후:아니 물론 스트레스 풀고 이런거는 도움이 되는데, 누구는 그러더라구요. '허구헌<br />날 부상 당하고, 당하는데 또 당하는 사람들이 보면은 대부분 말술이고, 그게 술 먹<br />은 다음날 근육이 제대로 회복되기 전에 또 고된 훈련하고 이러다 보면은 그게 부상<br />으로 이어진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br />김:물론 운동을 하는데 도움… 그거는 좋진 않겠죠. 근데 이제 운동할 때는, 다음 <br />날 운동할 거면 술 안 먹어야죠. 시합 끝나고나 그럴 때 마시는거지. <br />후:그런 경우면은 무관하겠지만… <br />김:예, 안 그러면은 제가 볼 때는, 계속 술 마시면서 이렇게 자주 마시면서 운동했는<br />데 이런 거는 절대 운동 선수로 수명 오래 못 가죠. 자기 관리죠 그것도. 평상시에 <br />훈련을 계속 제대로 정상적으로 하면은… 저는 믿음이 있는데요, 잠을 못 자면 운동<br />을 못 해요. 정상적으로 잠을 제대로 자도, 7시간 8시간 자도 운동 뛸라면 피곤하거<br />든요. 그럼 뭐 이제 점심 때도 꼭 자야지 운동을 할 수 있고. 근데 뭐 하루 이틀은 <br />개길 수 있겠죠, 근데 그게 얼마나 집중이 되겠어요. <br /><br />후:맞어요. 엉치 95년에 엉치. 그리구 담석 수술도 하셨죠? 98년에. <br />김:자꾸 이제 결리고 막 하니까, 이렇게 가슴 쪽으로 결리고… <br />후:근데 운동을 열심히 하시면 그런 것도 생길 여유도 없을텐데… ^^; <br />김:아니 이게 결리고 등도 결리고 하도 아프니까 병원에 갔는데 검사하다 보니까 담<br />석이라고… <br />후:그 수술은 어떻게 하는 거에요? 째요? <br />김:레이저로 했죠 레이저로. 아주 간단, 그… 지금 의술이 좋아져 가지고 레이저로 <br />해 가지고 현미경 들어가서… 지금 수술 자국 쪼만하게 네 군데 나 있어요. 옛날 같<br />으면 이만큼씩 찢었다 그러더라구요. 회복기간도 2주 3주씩 걸리고. 지금은 뭐… 일<br />주일만에 퇴원했어요 수술하고 나서. <br /><br />후:95년도 고무풀 사건, 기억나시죠? <br />김:예 <br />후:이거에 대해 하실 말씀 없으세요? 그게 저거죠, 아까 (훈련 전에) 바르신거. <br />김:그 당시에는, 지금 유럽 애들도 다 이제 그 알고 있는데, 그때 그 당시에 초창기 <br />바로 시행됐을 땐데, 그때 이제 16강에서 중국 선수를 이겼어요. 똑같은 고무풀에 똑<br />같은 그걸로, 근데 아무 문제 없었다구요 검사를 했을 때. 근데 8강이 왕타오 선수였<br />다구요. 그 당시에 중국에서 했었고 또 그때 인제 천안문 사건 때문에 시끄러웠다구<br />요. 그래 가지구 다 탁구에 집중시킬라고. 그래가지구 인제, 그때 이제 제 라바가 <br />떴었다구요, 라바만 갈았어요 그래서 포장된 걸로. 근데 포장된 거는 지금 해도 새 <br />봉지에서 다 나와요. 그걸 이제 몇일 전에 뜯어 놔야 돼요 다. 그건 인제 그거를 제<br />조업체에 항의를 해야 된다고 했는데 국제 연맹에 저희가 제소를 했죠. 문제가 있다<br />고 해 가지고. 그래서 국제 연맹에서 다음 날 10시에 공식적인 미팅, 심판 미팅을 <br />하자, 10시까지 와라. 그래놓고, 다음 날 10시까지 오래 놓고 전날 프레스는 다 터<br />뜨렸죠 실격이라고. <br /><br />후:그때 당시에 버터플라이 페어젝이라는 상품이랑 독일의 실라 미케 두 제품을 섞<br />어 쓰셨죠? <br />김:예, 그거는 별 문제가 안 돼요. <br />후:그러니까 그건 완전히… <br />김:그리고 제가 얘길 했는데, 검사한 사람도요 저보고 분명히 괜찮다고 그랬거든요. <br />그리고 나서 그 사람을 찾았는데 문제가 되니까 그 사람 없어졌어. <br />후:쨌구나. 그래 가지구 한국 탁구협회에서도 김택수 선수한테 경고, 엄중경고라고 <br />했는데… <br />김:저는 굉장히 그때, 우리 협회가 정말 힘이 없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강하게 이<br />렇게 해 줬어야 되는데… 와 가지고 저보고 이렇게 징계 검토하고 어쩌고 저쩌고… <br />그때 너무너무 저는 협회에 대해 불만이 많았어요. 근데 지금도 그래요, 협회가 너<br />무 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도 마찬가지고. 협회하고 싸우면, 만약 <br />싸워서 잘못 되면은 시합을 못 나가는데 선수가. 그건 정말 유럽이나 이런데 비해 너<br />무너무 잘못됐어, 협회 권한이. 그래서 프로가 되면은요, 협회 권한이 그렇게 크지 <br />않고 선수들한테 이렇게 비중이 커지는 거죠, 정말 경기력 향상되고. 그래서 저는 운<br />동을 하면서 아직도 소신이 뭐냐면은 무조건 프로화가 돼야 된다, 전문화가 돼야 된<br />다. 선수 관리 해 주는 사람은 관리해 주는 사람, 운동 뛰는 애들은 경기력 향상에만 <br />집중을 해야 되고. <br /><br />후:그 다음 대회, 바로 다음 대회 올스타 서키트 시리즈에서 또 지셨어요 왕타오 선<br />수한테 지시고 홍콩 시리즈 가서 이기셨어요. 몇 대 몇으로 이기셨는지 기억나세요? <br />김:예, 3대 0으로 이겼어요. <br />후:예, 완전히 뭐 원사이드로 이기셨어요. 그때 기분 어떠셨어요?<br />김:제가 원래 운동을 관둘라 그랬어요, 안 할라 그랬어요 갔다 와서. 나 이런 데서 <br />운동해 가지고 별… 제가 이틀 동안 울었어요. 그래서 이제 기회가 자주 오는 것도 <br />아니고, 정말 그때 느낌에는 인제, 예선에서 너무너무 힘들게 올라와가지구요. 그 시<br />합 내용 보시면 알겠지만 고무풀 같은 거는 아무 연관 그런 것도 없어요, 뭐 경기력 <br />향상이니 뭐니. 근데 그 당시에 시합 들어가기 전에 컨디션이 너무 좋아 가지고 딱 <br />들어가기 전에 코치님한테, '오늘은 3대 1로 무조건 이긴다' 많이 가면 3대 1 정도<br />로 이긴다, 왜 그러냐면 예선서부터 너무너무 힘들게 올라와 가지고요, 계~속 상대<br />한테 매치포인트까지 막 지는 그런 상황까지 가서 막 이렇게 뒤집고 올라오고 올라오<br />고 그래가지고, 16강에서 중국 선수한테 3대 2로 이기고 올라오고 그래 가지고 8강 <br />딱 왔는데 컨디션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무조건 이긴다, 3대 1로 이긴다고. 2대 0에<br />서 18대 12 지고 있다가 거기서 역전시키고 이겼다구요. 그니까 3대 0으로 이겼죠<br />3대 1도 아니고. 그래 가지고 느낌에 그 당시만 해도 준결승에 류궈량 선수, 결승에 <br />공링후이 선수, 그 당시만 해도 어렸었죠. 멤버도 못 들어갔죠. 근데 그 선수들이 결<br />승에 진출했는데, 진짜 막 이렇게 딱 느낌이 진짜 왔었죠. 그래 가지고 인제 탁구를 <br />관둘려고 했었죠. 갔다 와서 인제 충격도 받고. 이런 상황에서 운동해 봐야 뭐 하냐<br />고, 그리고 또 국내에서도, 협회에서도 뭐 어쩌구… 근데 주위에서 인제 저한테 다르<br />게 생각하게 얘기해 준 게, '그렇게 해 버리면 니가 인정하는 거 밖에 더 되냐, 한 <br />번 보여줘라. 니가 실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라' 그래 가지고 다시 한 거죠. 그래서 <br />인제 이기고 왔고. 유럽 선수들도 그거는 중국측에… 지금도 중국 선수들, 중국은 어<br />땠냐면요,자기 선수들끼리 시합 하고 그러면요,누구 져 줘라 해요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br /><br />후:선수 키우기에요? <br />김:아뇨 이제 상대가 딱 누가 올라오느냐에 따라 성적을 내야 하니까 누가 강하냐… <br />후:아, 전형이 있으니까… <br />김:그럼요~ 얼마나 그런게 많은데요 무지무지해요 그런거. 그 고야마 지레 같은 선수, <br />일본에 가 있잖아요. 중국에서 그때 87년 세계 대회때, 그때 누구한테 지라 그랬는데<br />요, 중국 선수 누구한테 지라고. 근데 자기는 싫다고, 자기가 이겨 갖고 그담부터 대<br />표선수 못 했잖아요. 원래 올림픽을 나와야죠, 87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가요 88때 <br />못 나왔잖아요. 그 자오즈민 형수, 첸징하고 그때 그 서울 올림픽 4강이었잖아요. <br />4강 했는데, 실력적으로는 그때 형수가 잘 했다고요. 근데 인제 결혼 문제 재형이형<br />하고, 그러니까 그냥 '져라' 그랬었다고요. 그런게 얼마나 많은데.<br /><br />후:참, 자오즈민 씨 요즘 잘 계시나요? ^^ <br />김:예. <br />후:한국말도 잘 하세요 이제? <br />김:예. <br />후:97년에 독일 분데스리가 팀에서 스카우트 제의 왔었죠? <br />김:예, 뭐 여러 군데에서 많이 있었어요. <br />후:근데 이 팀은 되게 잘 하는 팀이었잖아요, 2위했던 '그랜저우'.<br />김:예, 그랜저우. <br />후:연봉을 15만불이나 주신다고… 근데 왜 안 가신거에요? <br />김:아니 안 간 게 아니고, 못 간 거죠. 회사에서 안 보내줬던 그런 이유도 있고… <br />후:96년에, 대우증권 코치도 겸임하셨죠? 그니까 그 1년 후니까 애들 좀 봐 주고 가<br />지 마라 그런 식으로 한 건가요? <br />김:그런 뭐 정말 일찍 나갔으면 돈도 많이 벌고 개인적으로는 봐서는 좀 많이 그랬어요. <br /><br />후:98년에 나가셨잖아요. <br />김:예, 프랑스로 나갔죠. 카엥. 깡이라는, 프랑스 말로 깡이라고 하는데 그게 어느 <br />지점이냐면은, 프랑스에 2차 세계대전때 노르망디. 상률작전 한 데 그 도시에요. <br />후:돈 많이 받으셨다고… <br />김:70만 프랑이니까… 그때 환율로 한 1억 7-8천 됐을 거에요. <br />후:1년 가 계신 거에요? <br />김:아뇨, 10개월인데 16경기 뛰어 주는 조건으로. <br />후:말이 10개월이지 그러면 거의 뭐… <br />김:경기당 천만원 정도 됐죠. 엄청난 거였죠. 근데 1년 계약에 얼마다 딱 그러면 그<br />런데, 다른 프로의 게임 수에 비하면… 16경기니까. <br />후:근데 그런 제안들이 가능하네요? 걔네들은 탁구 16게임 할라고 그 많은 돈을 쓰<br />네? 클럽팀이잖아요. <br />김;예, 근데 저희가 클럽에서 유럽 챔피언까지 했어요. <br />후:계속 있으시지 왜 오셨어요? <br />김:거 뭐 세계대회 있고 아우 힘들더라구요 혼자 있으니까 그리고 또 올림픽도 있고. <br /><br />후:불어도 좀 하시겠네요? <br />김:아~ 불어는 못해요. 아우~ 어려워 가지고… ^^ <br />후:인사말도 모르세요? <br />김:인사말 정도 겨우 하는거지. <br />후:어떤거요? <br />김:bonjour? 이런거 ^^ <br /><br />후:여기 프랑스 갔다 오신 다음에, 개인적으로는 실력이 느셔 가지구 방콕 아시안 게<br />임때 우승하셨잖아요? <br />김:개인적으로 실력이 늘은거라기 보다두요, 경기 감각이죠. 그니까 저는 우리 젊은 <br />선수들도 후배들이나 이런 선수들도 기회 된다면 해외 나가서 시합 해 봤으면 좋겠어<br />요. 그게 그렇잖아요, 큰 물을 가 봐야지 그 물이 어떤 물인지 알지, 이 물에만 있으<br />면 그 물밖에 모른다구요. 우리 나라 선수층으로는, 외국 나가면 세계적인 선수들 모<br />여 있는데, 세계적으로 잘 하는 선수들 다 모여 있는데 적응을 해 봐야지 게임이 되<br />죠. 그 볼이나 구질에 적응 못 하면 그건 어렵죠. <br /><br />후:방콕 아시안 게임에선가 그 "환상의 랠리" 그때죠?그게 몇 분 짜리 였어요 그게? <br />김:글쎄요 저는 시합 상태라 세어 보지는 못했는데, 끝나고 나서 보니까 32구? <br />후:제가 그때 홍콩에 살고 있었어요, 당시에. <br />김;생중계 됐었을 거에요 아마. <br />후:생중계 됐었고, 그날 저녁 스포츠 뉴스, 테레비라는 테레비마다 전~부 그게 나왔<br />어요. 진짜 끝내줬어요. ^^ 그때… 공링후이 선수 준결승에서 이기시고, 결승에서 누<br />구 이기셨죠? <br />김:류궈량 <br /><br />후:당시 세계 랭킹 1위. 그래 가지구 당시 인터뷰에서 뭐라고 하셨냐면, 공링후이나 <br />중국 선수들 이기는 데, 프랑스 갔다 온 게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br />김:예, 도움이 많이 됐죠. 근데 그 전에도 이겨봤어요. 이겨봤는데 경기 감각이나 이<br />런 게 살아있었기 때문에… <br />후:그 아시안게임 우승한 게 딱 세 번 있었어요. 66년에 (탁구협회) 부회장님이 하셨<br />고, 86년에 유남규 선수고, 그리고 김택수 선수. 아시안 게임두 어렵죠? <br />김:뭐 다른 종목들은 아시안 게임 나가면 뭐 거저 1등하고 막 이렇게… ^^ 이건 탁구<br />는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이나 별 다른 거 없어요. 더 어려우면 어려울 수도 있어<br />요, 왜냐하면 중국 애들하고 바로 부딪히니까. 다른 시합 같은 거는 어떻게 보면 운 <br />좋으면 유럽선수들이 한 번 이겨줄 수도 있고 그런데… <br /><br />후:하하하 ^^ 중국에 대해서는 참… 장난이 아니겠네요. <br />김:제가 짜장면을 안 먹잖아요. ^^ <br />후:푸하하하하~~ 어느 정돈지 이해가 가요. ^^ 해외에 나가서요, 어떤 점들을 배워<br />야 될까요? 해외에 저희 젊은 선수들이 나간다, 그럼 그 선수들한테 뭐라고 말씀해 <br />주시겠어요? <br />김:뭐 물론 기술도 기술이지만, 프로 정신이라 그러나? 자기는 이렇게 전문적으로 <br />이 길이다 그러면 거기에 목숨, 목숨 건다고 하면 좀 그렇지만, 거기에 정말 매달리<br />고 그렇게 파묻혀 갖고 해야지, 열심히 해야지… <br />후:선수들은 감독한테 막 따지고 막 신경질 내고 그런다면서요? 그러다가도 연습 딱 <br />시작하면은… <br />김:그런 것도 많이 있죠, 자기 성질에. 근데 그런 것도 제대로 된 그런 거라면 그렇<br />게 안 하죠. 제대로 된 사람이면. 근데 인제 저는 선수들하고나 이렇게, 저하고 이렇<br />게 많이 싸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많이 부딪혀야 된다고 생각해요. <br />후:아, 코치랑 선수랑? <br />김:예, 왜 그러냐면 기술적인 내용 갖고는 많이 부딪혀야 된다고 생각해요. <br /><br />후:그래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br />김:예, 자꾸 인제 기술적인 고민 이런 거 갖고 서로 얘길 해 가지고, 최대한 좋은 거<br />를 찾아 내기 위해서라면은 많이 싸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어떤 소모적인 전쟁, <br />감정적인 이런 거는 그건 도움이 안 되지만은. <br />후:저기 질문도… 너무 많이 시간을 뺏은 거 같아서… <br />김:아 괜찮습니다. 오늘 하기로 했으니까. <br /><br />후:그럼 짧게짧게 몇 개만 더 여쭤볼게요. 얼마 전에 오사카 가셔가지구, 또 '분패' <br />하셨잖아요. <br />김:예 ^^; <br />후:저 이제 못 보겠어요 그런 중계를… ^^; 진짜, 이거 참 외람된 얘기지만, 보기 <br />딱해서 못 보겠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br />김:예 ^^ <br />후:근데, 매스컴에서는 단일팀 구성하면 된다고 분위기 막 띄우고 그러는데, 그거 <br />진짜 될까요? <br />김:아니 제가 볼때는요, 단일팀 한다고 해서 꼭 1등 한다고, 그거는 쫌 어려워요. <br />단일팀 한다고 세계 1등 하면 맨날 하죠. 그거는… 우승할 확률보다는 우승 못 할 <br />확률이 더 높죠. 근데 이제 그 외적인 거 단일팀의. 으쌰으쌰 하고 어떤 그런 힘을 <br />한 번 바라보고 그렇게 하는거고, 또 한 편으로 보면은 남북 합한다, 그 하나 자체만<br />으로도 의미를 두는 거 같애요. <br /><br />후:그런 거 또 어떻게 보면은 진짜 일본 애들 같은 경우는 쫄 수도 있을 거 같고, 그<br />럴 거 같애요. 북한에도 또 잘하는 선수 있고 그러니까, 저 둘이 합치면 얼마나 잘 <br />할까, 그냥 막연한 상상만으로도 막연한 위압감 같은 거 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br />김:근데 일본 같은 경우도 세계 선수권 대회 남자 같은 경우는 굉장히 선전을 했다구<br />요. 세계 128개국 나와 가지고 세계 4강 드는 거 이거 쉽지 않아요. 구기 종목에서<br />요, 세계 4강 들어가는 종목이 몇 개나 있어요 지금 우리 나라에서. <br />후:맞어요, 정확히 맞어요. 그래서 그래요. 그래서 저희가 사실 이런 인터뷰 자체도,<br />야구나 농구나 축구나 월드컵 나가서 16강에도 못 들잖아요. 근데 탁구 선수들에 대<br />한 관심이나 국가대표 축구팀 스트라이커에 대한 관심이 사실 까놓고 말해서 천지차<br />이잖아요. 몰라요, 탁구장 저도 잘 안 가 봐서 이런 얘기할 자격은 없지만, 이런 오<br />빠 부대나 이런 것도 농구나 축구에 비하면 전혀 없잖아요. <br />김:근데 그런, 그 정도의 관심까지는 저희는… <br />후:바라지도 않더라구요? ^^ 다 그래요,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그렇게까지 바라지도 <br />않는대요. 근데 그냥 인정할 거 정도만 인정해 주면… <br />김:예, 그렇죠 뭐 나가서 이렇게 잘 했던거 쫌 이렇게 인정해 주고 기사화 시켜주고, <br />있는 그대로 또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평가해 주고 그런 면. 태릉 한 번 딱 들어가 <br />보세요, 인기 종목, 비인기 종목 딱 보면은 비인기 종목이 고생이란 고생은 훨씬 많<br />이 하죠. 물론 뭐 나라 어디 가나 그런 건 있겠지만, 정말 고생은 고생 대로 다 하<br />고, 대우 받는 거는 열악하게 대우 받고. <br /><br />후:성적은 또 다르구요? 그죠? ^^ <br />김:예, 그러니까 맨~날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있을 때 막~ 하고… 하키 보세요 하<br />키. 2등 해 갖고 국민들 와~ 국민 스포츠 어쩌고… 지금 뭐 하키 누가 누군지 어떻<br />게 알아요? 기사 뭐 하키 신문에 나는 거 있어요? 안 내 주잖아요.<br /><br />후:저기 김택수 라켓 그 얘기 좀 할게요. 그거 어떻게 된 거에요? <br />김:아 인제 그… 일본 용품회사에서요, 계약이 됐어요. 우리 나라에서는 용품이 안 <br />나오니까요. 라켓 같은 거는 만들지도 못하고 이렇게 하니까. <br />후:그 일본 회사 이름은 뭐죠? <br />김:버터 플라이.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크죠. 한 55%. 나머지 45%가 이제 다른 데고. <br />다른 용품 회사들도 많은데 55% 시장 갖고 있는데, 거기서 이제 어렸을 때부터 스폰<br />서 해 주면서 한 마디로… 저를 상품화 시킨거죠. <br />후:그럼요~ 근데 김택수 라켓 출시가 돼 가지고 상품성 있고 나가니까 만들었을거 <br />아녜요. <br />김:그렇죠, 라켓 중에는 아마 가장 비쌀 거에요. <br />후:아, 그래요? 이게 왜 펜홀더 그런 거 때문에 그런가요, 스타일이? <br />김:아뇨 아뇨…일반 회사에서 쓰는 펜홀더하고 나무는 똑 같죠. 근데 그 중에서도 좋<br />은 나무를… <br />후:김택수 그 라켓이요, 물론 펜홀더로만 나오겠죠? 셰이크 핸드로는 안 나오겠죠? <br />김:그럼요, 제가 치는 거니까… <br />후:그러니까, 펜홀더가 더 희소가치가 있는 스타일이잖아요. <br />김:지금은 인제 어린 선수들, 셰이크 핸드로 많이 가거든요? 왜 그러냐면 셰이크가 <br />편하고 치기 쉬우니까. <br />후:그렇죠 처음 배울 때는 셰이크 핸드가 훨씬 더 빠르죠. <br />김:예, 쉬우니까. 그리고 덜 힘들고요. 근데 이제 펜홀더 같은 경우는 체력적인 면<br />도 있고… 물론 익사이팅 하고 이런 면은 있지만 그래서 많이 가는 거 같애요. <br /><br />후:어, 이건 좀 과장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세계 탁구 역사상 최강의 펜홀더 선수다' <br />라는 사람도 있었어요, 김택수가. 이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br />김:물론 이제 많은 선수들이 (역사 속을) 지나가니까… 저도 이제 지나가는 중에 그<br />런 말이 나왔을 수도 있을거 같애요. <br />후:그럼 현역 선수, 펜홀더 선수 중에서는 가장 자신 있으세요? <br />김:지금은 인제 그 중국의 마린 선수도 잘 하고 있고요, 대만의 장펭롱 선수도 잘 하<br />고 있고, 근데 한 5년 전만 해도, 4년 정도 전만 해도… 97년, 98년까지, 마린이라<br />는 선수가 지금 세계 랭킹 3위고 장펭롱 선수가 세계 랭킹 4위거든요? 그 선수들 저<br />한테 한 번도 못 이겨 봤어요. ^^ 진짜 저하고 하면 긴장되고 그 전까지요. 근데 진<br />짜에요. 그 당시엔 이제 펜홀더 선수로는 제가 쫌… 독보적이었고요, 그 뒤로 인제 <br />얘네들도 올라오고 막 이래서 그렇지만은… 공링후이나 류궈량 선수도요, 제가 92년<br />도에 중국에 시합가고 그러면은요 뭐 청소년 이때니까, 저하고 발드너 팬이어가지고 <br />막 위에서 박수치고 응원하고… 근데 지금 자기네… 가끔 한 번씩 가면 너무 신기하<br />대요. 자기네가 막 나 시합 할 때 응원하고 박수치고 이랬는데, 자기 시합하면 나 이<br />기고 그런다 이거에요. 그리고 왕란 같은 경우, 여자에요 중국 세계 랭킹 1위. 자기 <br />취미가 탁구 비디오 보는건데, 제 비디오 보는 거에요 탁구 비디오가. 근데 그때는 <br />막~ 이러더니 지금은 인제 자기 1등이라고 쳐다보지도 안데요. ^^ 그런게 많아요. 중<br />국은 어릴 때 갑자기 이렇게 막 큰다고. <br /><br /><br /><br /><br /><br />김택수 노컷 인터뷰 lll <br /><br /><br /><br />후:한국 남자 탁구가 최근에 많이 부진하죠? <br />김:아뇨, 지금은 다시 살아나는 추세에요. <br />후:아, 오상은이나 유승민… <br />김:예, 좀 이번에 선전하고… 근데 세계 대회 한 번만 갖고 평가하긴 좀 그렇고요… <br />뭐 전체적인 탁구는 좀 침체기죠. 아주 이번 시합 같은 경우는 무지허니 선전을 한 <br />거구요. 진짜 없는 그거에… 우리 딱 이렇게 실업팀 하면 이십 몇 명 되나? 시합장 <br />가 보면 한 이십 몇 명 돼요. 그 연습 하는 거 딱 보면, '이 선수 가지고 중국하고 <br />시합을 한다는 거는…' 아 이 안에서 대표선수 다 나오니까요. <br />후:암담한… <br />김:예. <br /><br />후:혹시 주목하고 계신, 코치 입장에서 주목하고 계신 학생 선수들, 유승민 같이 유<br />명한 선수들 말고 그런 선수 없나요? <br />김:아직은 쪼끔… <br />후:안 보이나요? <br />김:예, 집중적으로 청소년 때부터 이렇게 협회에서 투자를 해 주고 뭐 이래야 되는데, <br />그런 부분이 약간 미약한 거 같애요. <br />후:얼마 전에 그 탁구협회 쪽하고 한참 막 파문 일었던거, 사실 저는 잘 몰라요 내용 <br />자체를- 그 실체가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간단하게 요약해 주실 수 있어요? 뭐가 <br />문제였고... <br />김:저는 이제 비주류 쪽이었는데, 지금 주류 쪽은 협회 쪽이고. 일단 회장 선임 문제 <br />갖고 발단이 됐죠. 근데 인제 그… 회장 선임 문제 갖고 했는데, 스포츠 서울 윤흥렬 <br />사장님이 회장을 하기로 했는데, 기존 협회측에서 다 인제… <br />후:반대하고? <br />김:아뇨, 반대를 안 했죠 첨에. 하시라고 인정을 해 줬죠. 그러면서 인제 윤 사장님<br />이 청와대 그쪽이니까 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집권해 왔으니까 그걸 놓치기 싫어 <br />가지고,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 가지고… '안 된다, 이건 힘으로 눌러서 이렇게, 회장 <br />임기 두 달 남았는데 그걸 밀어 내고 회장을 할라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 협회 회장<br />님을 기득권에서 모시고 왔죠, 숭민 그룹 회장님을. 근데 그 와중에 인제 그거 잘못<br />됐다, 그리고 회장님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인제 뭐 여러 가지 그런 것도 얘기하면<br />서 서로 인제 그런 갈등이 시작된거죠. 근데 이제 우리 쪽에서는 협회 전체 분위기<br />를 잘 갈 수 있게끔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자, 지금 기득권이 이러는 거는 협회 침<br />체기 밖에 안 되고. 회장을 반대한다 이런 거 보다는 그런 게 아니고 그 밑에 집행부<br />에 대해서 이렇게… 그런 취지였죠. 저는 그래 갖고 그 당시에 정말 별 이상한 소리<br />도 다 듣고 그랬습니다. 선수가 왜 이렇게 정치에 참여하냐 그런 얘기도 들리고, 안 <br />좋은 뭐, 저에 대해 뭐, 내가 뭐 이 회장님에 대해 뛰어 다니면서 반대하고 이상한 <br />말 하고 다니고 이런다고… <br /><br />후:미운 털 안 박히셨어요? <br />김:아니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당당하고 싶어요. 왜 그러냐면 누구 앞에서도 얘기<br />해도 내 생각이나 그런 거는 확고하게 얘기할 수 있고요. 미운 털 박히면 어때요? <br />자기 소신껏 탁구를 위해서 좋은 말 하는게, 후배들한테 좋은 그런 걸 남겨 주기 위<br />해서 그렇게 생각한다면은 전 선배들한테 얼마든지 욕 먹을 자신 있어요, 괜찮아요 <br />그 부분에 대해서는. <br />후:지금 그럼 어떻게 다 마무리가 됐나요? <br />김:아니 지금도 불씨는 살아 있죠 아직. <br />후:근데 비주류라고 찍히기는 확실히 찍히셨겠네요 이제? ^^ <br />김:저요? 그 전에 찍혔죠. ^^ 근데 이제 그 태릉도 원래 안 들어갔죠. 태릉에서도 <br />뭐 남북 단일팀 하는데 '입촌거부' 뭐 그런 것 때문에 시끄러웠잖아요. 그날 제가 전<br />화 받은 것만 해도 200통 넘게 왔을 거에요. 그래 가지고 이제 정부에서도 관심 많<br />이 가지고 있고, 남북 단일이니까. 그래 가지고 인제… 정말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br />었어요, 개인적으로. 근데 다 뜻을 접고, 다 나라를 위하는 거고… 그런 거 딱 접고 <br />들어갔죠. 근데 몇일 지나니까 '단일팀 무산' ^^ 진짜 막 허탈하더라구요. 그러니까 <br />제가 뭐 세계대회 안 뛰어 본 그런 것도 아니고, 저한테는 솔직히 세계대회 한 번이 <br />개인적으로 그렇게 큰 의미가 아니라고요. 단일팀이라고 해서 정부차원에서 그렇게 <br />크게 생각해 가지고 들어갔는데 어이가 없더라구요. ^^ <br /><br />후:이제 탁구 얘기 그만 하고 재밌는 얘기 할게요. 결혼하신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얘<br />길 안 할 수가 없네요. 98년에 만나셨죠? 어떻게 만나셨어요? <br />김:잘~ 만났습니다. ^^ <br />후:하하하… 처음에 어디서 만나신 거에요? <br />김:아니, 그 전부터 알고는 있었어요. 96년도… 얼굴은 알고 있었고, 98년도에 태릉<br />에서 만났죠. 불암산에서 크로스 컨트리 하는데, 그때 저도 발목이 아파서 못 뛰고 <br />걸어서 도보조로 올라 가고 내려 오면서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근데 뭐 항간에 어<br />떤 신문에서는 내가 뭐 뛰다가 넘어져 가지고 일으켜준 게 계기가 돼 가지고 그랬다고 <br />후:그러면 당연히 트레이닝 복장이셨겠네요 두 분다? <br />김:그렇죠. <br />후:화장도 하나도 안 하셨을거고? <br />김:예. <br />후:예뻐 보이시던가요? <br />김:아이~ 그때는 이뻐 보이고 그런게 어딨습니까. ^^ <br />후:처음에는 그냥 순전히 동생처럼? <br />김:그냥 뭐 운동하는 사람끼리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br /><br />후:어떤 거에 많이 도움을 받으셨나요? <br />김:그냥 인제 운동을 하다 보니까 공감을 하는 것도 많고, 이해 하는 부분도 많고… <br />그런 거 같애요, 자기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양궁 같은 게 멘탈적인 거, 정신적인 거… <br />그런 거에 있어서 얘기하면서 많은 도움도 많이 받고. <br />후:지금 호칭은 어떻게… <br />김:저는 뭐 마누라씨 이렇게도 하고, 뭐 그냥 말을 높일 때도 있고… <br />후:몇 년 차이 나세요? <br />김:5년 <br /><br />후:주례를 유명하신 분이 하셨죠? <br />김:예, 김운용 회장님. <br />후:사람 많이 왔겠네요? <br />김:그냥, 뭐… 600명쯤. <br />후:98년 이후에, 우연인지 모르지만 성적이 좋아지셨어요. 그 전에 약간 침체하셨는<br />데. 그 결혼의 영향이 있나요? <br />김:뭐 잘 나왔으니까 얘길 할 수 있는거죠 도움을 받았다고. ^^ 만약에 못 나왔으면 <br />또 사람들이 그거 때매 못 나왔다 뭐 그랬을 거고… 뭐 결과 가지고 얘기하는 거죠. <br /><br />후:98년 성적 때매 99년 2월에 최우수 선수상 받으셨어요. 그리고 4월에는 과장 승진 <br />하셨구요, 4월달에 프로 투어 랭킹 1위도 하셨어요. 그리고 5월달에 3년 8개월만에 5<br />위로 다시 올라가셨어요. 그니까 속된 말로 완전히 살아나신거에요. 근데 영향이 없<br />었다고 말씀하실 수가 있을까요? ^^ <br />김:영향이… 있는거 같애요. ^^; <br />후:그냥 뭐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그런게 있겠죠. 지금 양궁 하시나요? <br />김:아뇨. <br />후:안 하시죠? 완전히 놓으셨나요? <br />김:예 <br />후:다시 하시고 싶으시다면… <br />김:아니 저는 안 말려요. <br />후:왜 아줌마들 많이 복귀해서 하잖아요, 다시. <br />김:아니 저는 결혼하면서도 그랬어요. "야, 운동 좀 해라" <br />후:하하하 <br /><br />김:아니, 하고 싶으면 하라고. 근데 지금은 좀 쉬고 싶다고. 그래 가지고 그럼 내가 <br />쉬게 해 주께. 그러고 한 1년 쉬게 해 줬어요, 애 가져 가지고. ^^ <br />후:아~ 몇 개월이세요? <br />김:지금 5개월째 돼 가는데… 쉬고 싶다니까 푹 쉬게 해 줘야죠. 우린 또 말을 잘 <br />들어 가지고<br />후:그럼 평소에 부인한테 하시고 싶으신 말 있으시면… <br />김:아니 저는 워낙 평상시에 잘 하기 때문에… <br />후:잘 하시나요? ^^ 그럼, 지금까지 오늘의 김택수를 만든 건 뭘까요? 물론 여러 가<br />지 그런게 있겠지만 딱 한 가지, 나의 이런 게 없었다면 오늘 이 자리에 못 섰을 거<br />다 싶은 거. <br />김:쫌 오기가 있는 거 같애요 오기, 고집이. 성격은 무지무지 급하거든요. 진짜 급<br />해요. 그런 것 때문에 첨에는 시합도 그르치고 그런 것도 많이 있었는데, 고집이랄까<br />요? 맘 먹은 거는 꼭 해야 돼요. 근데 능력으로 안 되는 거는 어쩔 수 없죠. 근데 고<br />집 딱 그거 하면은, 뭘 내가 해야 되겠다 딱 그러면, 하물며 내가 신문에 집중하면은, <br />와이프 얘기 하는 것도 못 들어요. 와이프 두세 번씩 얘기해야 그 때 알고. 그것 때<br />문에 얼마나 많이 부딪혔는데요. <br /><br />후:대꾸 좀 해라? ^^ <br />김:예, 뭘 하면은 거기에 집중력이… 좀 빠지고… <br />후:근데 원래 성격이 급한 선수들이 그걸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있잖아요? 그걸 어떤 <br />식으로 극복하셨어요? 자기 감정 조절을… <br />김:저는 운동을 통해서 했죠. 실패를 통해서 했죠, 실패. <br />후:아 실패를 통해서? 하나하나 지면서… <br />김:아 그럼요, 시합 뭐 큰 대회 그런 거 리드했다가 지면은, 매치 포인트까지 갔다가 <br />한 번씩 지고 그러면은… <br />후:아, 그때 기분이 어때요 그럴 때는 진짜? <br />김:끝나고 나면 그게요, 진짜 충격이 오래가요. <br />후:그러니까요. <br />김:아니 진짜 오래가요. <br />후:얼마나 오래 가나요? 한 달쯤 가나요? <br />김:한 달이 뭐에요? <br />후:지금도 그럼 충격 상태시겠네요? <br />김:지금은 이제 그런 것들이 하도 단련이 돼 가지고 쪼끔 인제 덜하죠. ^^ 지금은 또 <br />워낙 시합들도 많이 있고, 그런 충격들이… 지금도 그런걸 만약에 그런걸 크게 느껴 <br />버리면 운동 못 하죠. <br /><br />후:그럼 에어백 같은게 인제 하나 정도 달렸겠네요? <br />김:듀얼 (Dual)이 달렸죠. <br />후:듀얼 에어백? 하하하… 근데 정말 그게 상상이 안 가요. (승리가) 바로 요 코 앞<br />에까지 왔다가 가잖아요. <br />김:그 승부가 다 그렇구요, 그걸 또 인정을 해야만 다시 할 수 있고… 만약 계속 그<br />렇게 그걸 생각하면 운동 못 해요. 쇼크 먹어서… <br /><br />후:탁구의 매력이 어딨을까요? <br />김:머리 쓰고 좋잖아요, 완전 머리 싸움하고… 또 깨끗한 운동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br />신사적인 운동이고 샤프하고… 뭐 부딪히고 이런 거는 없으면서도 자기 몸에는 체력 <br />소모나 이런거 많으면서도 굉장히 머리 싸움도 많이 해야 되고. <br />후:하루 훈련 일정이 어떻게 돼요? <br />김:뭐 태릉 같은 경우는 6시에 일어나고 에어로빅 하고, 아침 9시에 시작해서 12시 <br />반에 끝나고, 오후 한 3시에 시작해서 6시 반에 끝나고. <br />후:근데 탁구 선수들만을 위한 특별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그런게 있나요? <br />김:다 있어요, 프로그램 있고요. 원래 태릉에서도 처음에 인제 그 김준성 위원님이라<br />고 훈련 위원장 있는데, 야, 이거 뭐 쪼만한 공 갖고 노니까 그랬는데 와서 해 보니<br />까 체력이 장난 아니거든요. 태릉에서도 연습량 가장 많은 팀 중에 하날 거에요. 불<br />암산 뛰는 것도 항상 상위 종목이고요. 인정을 하잖아요. 농구나 뭐 이런 거는 40분 <br />하고 끝나고 뭐 돌아가면서 뛰고 그럴 수 있지만, 이거는 하루 연습량만 해 가지고 <br />하루 5시간씩 친다는 얘기거든요, 그걸 어떻게 쳐요? 완전 체력전이에요. <br /><br />후:나중에 탁구팬들이나 스포츠 팬들이 김택수 선수를 어떤 선수로 기억해 주었으면 <br />하는 생각이 드세요? <br />김:저는 뭐 그냥 있는 그대로를 평가 해 줬으면 좋겠어요. 시합을 하면은 저도 시합<br />을 즐기고 싶고, 보는 사람들도 내가 하는 거에 대해서 같이 즐겨줬으면 좋겠고, 이 <br />자체로. 서로 이렇게 이 자체로, 멋있는거 나오면 박수 쳐 주고 같이 이렇게 즐기는 <br />거, 그렇게 느껴 줬으면 좋겠고. 또 저도 나이 먹어서도 뭐, 물론 이기는 것도 중요<br />하지만, 후배들한테 대해서 지는 것도 어떻게 지는가 이게 참 중요하다, 그래서 나이 <br />먹어서 지는 게 흉이 아니고 정말 '아 저 선수는 최선을 다 했다' 그런 좋은 모습, <br />후배들에게 하나의 어떤 귀감이 되고 싶다고 할까요? <br /><br />후:탁구는 얼마나 더 치실 거에요 현역으로? <br />김:아 저는 옛날에는 힘들어서 빨리 관두고 싶다 그런 생각 했는데, 지금은 딱 이렇<br />게 못을 박기는 싫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은 제가 그때 가서 어떤 상황이 돼서 <br />더 할 수도 있고, 그럼 또 약속을 못 지키게 되니까, 체력 닿는데 만큼. <br />후:근데, 선수들이 서른 넘고 나이 먹기 시작하면 '아 인제 그만 해야 되겠다' 이런 <br />생각이 점점 자주 들수록 결국 은퇴로 가는 거잖아요. 근데 아직은 아직까지 그렇게 <br />절실한 거는 아니시구요? <br />김:예, 제 생각 자체를 바꾸고 있는거죠. 제가 얼마나 운동을 하기 싫어했었냐면, 학<br />교때 막 도망다니고 그랬어요 애들 막 집단으로 데리고. 그래 가지고 인제 어떤 이런<br />저런 이유로 못 관두게 된 상황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아, 이 길이 내가 가야 하는 <br />길인가 보다' 그때부터 정말 힘들게 운동했어요. 힘들어서 막 눈물 흘리고 쌍코피 터<br />진 거는 흔하고 그런 것도 있고. <br /><br />후:앞으로 한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중국하고 한국의 수준의 격차가 점점 더 많이 벌<br />어질까요? <br />김:지금… 쫍히기는 제 나름대로는 좀 비관적인 생각이지만은… 어떤 획기적인 변화<br />가 있지 않으면은… <br />후:근데 그런 거 같애요, 우리나라 스포츠는 인프라가 중국처럼 제대로 깔려 가지고 <br />거기서 양성이 되는 거보다, 한 5년이나 10년에 한 번씩 '미친 선수'가 툭툭 튀어 나<br />와 가지고 한 10년씩 끌어가 주고, 그렇게 수명을 이어 가는 거 같은데… <br />김:예, 아주 잘 보셨어요. <br />후:그죠? 그런 탁구, 농구도 마찬가지고, 중국의 벽이라는 걸 도저히 못 넘는다는 그 <br />종목들은, 대부분이 어떤 스포츠 전반적이 토양이나 그런 거는 따라 잡을 수 없을 <br />거 같구, 그냥 정말 뭐 신의 뜻에 따라 한 놈이 튀어 나오면 또 그냥 먹고 살구… <br />김:예, 근데 이제 그걸 찾기 위해서 뭐 획기적인 방안이나 그런게 있어야 될 거 같구<br />요,또 그렇게 해줘야 되는,그게 협회에서 할 일인거 같고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br /><br />후:돈 많이 버셨다면서요? <br />김:근데 그…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고… <br />후:에이~ 땅부자라고 소문났던데요? <br />김:그렇지 않아요, 그건 와전된 얘기고요. <br />후:아,나 진짜 궁금한 거 하나 <a href="있다.부인이랑">있다.부인이랑</a> 인제 김택수 선수도 연금 좀 받으시죠? <br />김:예, 둘이… <br />후:예, 둘이 합치면 이게 장난이 아니겠더라구요? <br />김:아니아니, 맥시멈이 백만원씩이에요. 백만원 이상은 못 받아요. <br />후:아, 그래요? 그럼 초과분은 어떻게 돼요? 일시불로 받나요? <br />김:예, 일시불로. <br />후:받으셨겠네요? <br />김:아뇨, 못 받았죠. 이제 금메달만 받는거죠. 2, 3등은 뭐… <br /><br />후:아니 근데 부인께서는 금메달 리스트 잖아요? <br />김:예, 그 친구 백만원 받고, 저도 백만원 받고. <br />후:그거 평생 받는거죠? <br />김:예 <br />후:따땃하겠다 그거 진짜, 따땃~하겠다. ^^ <br />김:전에 이제 결혼하기전에 제가 백만원 안됐을 때,연금 갖고 자존심을 좀 긁더라구요.<br />후:하하하하 <br />김:요새는이제, '까불지마 나도 백만원이야' 이러고… ^^ <br />후:예, 알겠습니다. 오늘 시간 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구요, 재밌게 인터뷰 응해 주<br />셔서 감사합니다. <br /><br /><br /><br /><br /><br />Epilogue<br /><br /><br /><br />후추 명전을 한번씩 쓰는 동안 필자 역시 '선정 기준'에 대한 판단이 가물가물해 질 <br />때가 있다. '과연 내가 옳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걸까?' 하고 말이다. 김택수의 경우<br />는 달랐다. 열흘 가까이 그를 지켜보고 그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고 그의 경기 장면을 <br />분석하면서 '김택수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김택수 같은 국<br />제적인 보배를 아직까지도 마음만 먹으면 직접 가서 응원해 주고 파이팅을 외쳐줄 수 <br />있는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고마웠다. 김택수는 오늘도 한국 탁구의 최전<br />방에서 나라를 지키고 있다. 아마도 내년쯤이면 은퇴를 하지 않을까 싶은 필자의 예<br />측을 "아테네까지 해야죠." 라는 한마디로 일축하는 그의 대답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br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내년에 큰 부상을 입어서 본의와는 달리 은퇴를 할지<br />도 모르지만, '금메달을 못 따더라도'란 무언의 전제가 더더욱 대견(?)하다. 그래 맞<br />다. 탁구란 종목이 '메달권 효자 종목'이 더 이상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도 나이든 <br />노장 선수가 순수히 그 스포츠를 enjoy 하는 차원에서 라켓을 계속 잡는다는 사실이 <br />든든하다. <br />몇일 전 어느 골프대회에서도 김택수를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다. Eagle을 칠 정도로 <br />그의 골프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국제 대회에서 비추어지는 김택수의 모습과 유니폼<br />을 벗은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르다. 삶을 즐기면서 살 줄 아는 사람이란 인상을 <br />받았다. 여유 있고 정감 있고 사근사근한 김택수를 보면서'과연 어떻게 저런 사람이 <br />그토록 무서운 승부욕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a href="든다.서른">든다.서른</a> 두 살짜리 '노<br />장 선수' 김택수가 탁구에 있어서 더 이상의 목표는 없다고 얘기할 지 몰라도 필자는 <br />느낄 수 있다. 김택수의 탁구 시나리오 속엔 '마지막 랠리'가 남아 있다는 것을… <br />'마지막 반격'이 남아 있다는 것을… <br /><br />현역 초반 유남규의 그늘에 가려 아직까지도 '2인자'의 누명을 쓰고 있는 김택수는 <br />명실공히 대한민국 남자 탁구의 1인자임을 후추가 나서서 공표하려고 한다. 올림픽 <br />금메달리스트가 아닐지언정, 세계선수권 우승자가 아닐지언정, 후추는 김택수의 '꺼<br />지지 않는 생명력'을 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오랫동안 우<br />리 곁에서 라켓을 휘둘러 왔지만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대한민<br />국 탁구사를 장식해 온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쳐두고 후추는 자랑스럽게 '현역 김<br />택수'를 불러낸다. 그가 은퇴한 후에나 인정하고 박수 쳐 주는 그런 팬들만 존재하는 <br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김택수의마지막 랠리' 지켜보며 그를 향한 '주먹 <br />불끈'을 보내주고 싶다.</p>
<!-- -->
저도 예전에 탁구경기 보러갔을때. 김택수 선수의 인품과 인기를 직접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유남규 선수도 당시 경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경기가 잘안풀리니까 네트를 이로 물어뜯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 김택수 선수 실력으로나 인품으로나 영원히 기억될 훌륭한 분인것 같습니다. 저랑 갑장이라 더 정이 가네요 ^^
첫댓글 이 글로 인해 김택수 감독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네요..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한국탁구의 부흥을 기대하게 되는 어제, 오늘입니다..^^
저도 예전에 탁구경기 보러갔을때.
김택수 선수의 인품과 인기를 직접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유남규 선수도 당시 경기하는 모습을 봤는데..
경기가 잘안풀리니까 네트를 이로 물어뜯는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
김택수 선수 실력으로나 인품으로나 영원히 기억될 훌륭한 분인것 같습니다.
저랑 갑장이라 더 정이 가네요 ^^
예전에 굉장히 재밌게 읽었던 글인데 다시 보니 반갑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