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주마 친구여!

[유무이]

엉세판 침 흘리던 올챙이에서
굴욕이던 식민지의 손자로
허리 부러진 동란의 아들로
격동의 세월을 안고 태어난 우리들

조명탄인지 신호탄인지
그 뜻하는 의미가
위기인지 영광인지 모를
상황에서도 초지일관
"배고픔은 면하자"

도체도 절연체도 아닌
어중개비인 널 부여잡고
석기도 철기도 한방에 보내버릴 너를
주야수자직晝夜需子織으로 꿰어놓고선
"한 번 잘 살아보자"

한반도 모시적삼 소매끝에서
가녀린 소녀의 피땀으로 태어나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는 영광이 있기까지는
너를 선택한 지도자의 예지력에다
널 거둔 기업가의 추진력이 아닐까?

인간의 심장이 삼백육십혈의 근원이라면
넌 푸른 지구별을 생동케 하는
피스톤의 활력으로 다가와서는
한라에서 백두의 대동맥을 이었구나

화무 십일홍이라 하더구먼

한세월 지나고

아기의 포대기 안에도
아이의 책가방 속에도
그리고 나의 포켓 안에도
필요악인 너는?

시공간을 유유자적하고
인간을 밀어내고
지식의 최상위에 자리한 너는?

피조물로 탄생한 우리처럼
오만과 방종으로 퇴락을 거듭하다
끝내는 낙원에서 퇴출 당하고 마는
우리꼴을 면하리라 생각하니?

동병상련이라 생각하여
한세기 정도의 생명에 감읍하고
읍소하는 우리들처럼
진보하는 문명의 뜀박질에 추월당하느니
메가에서 기가인것에 만족하라

일러주마 친구여!
너 뒤에 올 지도 모르는 엄청난 대갈통
론나와 퀘타바이트가 버티고 있더라

[난석]

잘 읽고 갑니다.
요즘 메타인지가 자주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할지 궁구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그 무엇을 어떻게 궁구해야 하는지까지를 생각하는게 메타인지라 합니다.
하지만 AI 가 그것까지를 넘볼지도 모른다니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걱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AI 가 인간을 지배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지요.

그건 그렇다 치고
본인의 몸을 잘 지배하기 바랍니다.

[여백]

유무이님의 깊은글에 빠져 한참을서성입니다

돌아보면 모두가
상전벽해
그때 이 길이 아니고
저쪽길 로 들어섰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어쩌겠어요
이제와서

안분지족 할 수밖에요

좋은날 되시기 바랍니다

[낭만]

엉세판. 귀한 우리 토박이말로 시작한 궁한 시대에는 그리 살면 되는데
론나와 퀘타바이트까지 들먹이는 지금 시대에는 ?
어찌 글을 이리도 잘 쓰실까 탄복하면서...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