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푸른초장에 있는 김명은의 엄마입니다.
명은이는 26살의 아가씨이지만,
아직까지도 너무나도 애기 상태 그대로입니다.
밥도 먹여줘야하고
아직도 기저귀를 차야하고
잠이 유난히도 짧은데다가 늘 밤낮이 바뀌어 있어서
낮잠은 서너시간씩 자도 밤에는 거의 안자는 생활을 하지요.
제가 원래는 참 날씬하고 여자답게 생긴 사람이었었는데
명은이 키우는 세월 동안에 참 튼튼해지고 강해졌지요.
남들은 절보고 그렇게 잠을 안자고 어떻게 사냐고 놀래지만
명은이 따라서 토막토막으로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고 힘이 펄펄 솟으니
명은이를 키울 수 있는 체력을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답니다.
저는 딸만 셋입니다.
제가 옛날 시대에 살았다면 당연히 쫒겨났겠지요?^^
게다가 막내로 명은이같은 장애아를 낳았으니...
그런데.
저의 시부모님이나 친정부모님께서는 유난히도 신앙심이 좋으신 분들이셔서
아들이건 딸이건 똑똑하건 장애아건
"자식은 하나님께서 주신 기업"이라는 성경 귀절을 굳게 믿으시는 참 신실하신 분들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첫째로 딸을 낳았을 때나,
둘째를 연이어서 또 딸을 낳았어도
당연히 축하해주시고 기뻐해주셨지요.
제가 셋째를 또 가지니 저의 어머님께서는
"에구. 얘야 이 험한 세상에 아이를 뭐하러 더 가졌냐? 지금도 이렇게 험한 세상인데 얘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세상은 얼마나 더 험하겠냐? 괜히 애들 고생시키는 것이지..."
"너희는 젊은 애들이 왠 애 욕심이냐?"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그러다가 셋째도 딸을, 게다가 아주 심한 장애아를 낳으니
저의 어머님께서는
"하나님께서 너희들에게 귀한 선물을 주셨구나. 너희가 너무 걱정이 없어서 내가 오히려 걱정이었는데 하나님께서 너희가 교만하지말고 늘 겸손하도록 기도하라고 기도의 선물을 주셨구나"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저의 어머님께서는 지금 호주에서 사시는데
아주 가끔 대전에 오십니다.
저는 저의 어머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저의 어머님처럼 늙어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아무튼...
첫째딸은 이곳 충남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둘째딸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얘도 서울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명은이만 데리고 이리저리 씨름하는 동안에
하나님께서는 저의 두 아이들을 잘 키워주셔서 사회인으로서 한몫을 하고 있는 모습에 참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의 아이들이 공부를 잘 했다든지, 취직을 잘해서 돈을 잘 벌고 있어서 고마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심한 장애 동생을 너무나도 이뻐해주고 부끄러워 하지 않음에 더 큰 감사를 드립니다.
서울에서 일하다가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내려오는 것이 명은이를 보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만일 이 다음에 좋은 신랑감이 나타났는데
자기에게 장애동생이 있다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거나 시부모님이라면 그런 가정과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면서
명은이가 그런 덜 된 사람들을 미리 미리 걸러주는 너무나도 고마운 동생이라면서 명은이를 껴안아주기도 하더군요.
저는 그렇게 잘 자라준 우리 큰애들이 참 고맙고도 대견합니다.
장애인이 있는 가정이라고 반드시 우울하거나 불행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장애아를 데리고 사는 것이 육체적으로 힘이 들 때는 많이 있습니다.
늘 옆에 누군가가 있어줘야 하고
밥 멕여줘야하고,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고
밤낮을 모르고 아무때나 자고 아무때나 일어나니 참 불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26년이라는 세월 동안 참 깨끗하게도 살아가는 이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저는 참 부럽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우리 명은이처럼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늘 생각합니다.
이 나이되도록 단 한번도 남을 시기하거나 미워하거나 질투하거나
남을 비방하거나 욕하거나 해꼬지를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는,
하나님보시기에 정말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저도 물론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저는 늘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고 시기하기도 하고
남 잘되는 꼴을 보면 마음 속에서 질투가 나기도 하고
순간 순간 마음의 죄를 지으며 살아가지요.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하지요.
"하나님. 오늘 하루만은 온전히 깨끗하게 살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저녁마다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더라고요.
명은이라는 거울 앞에서 늘 저를 비춰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해 하지요.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뜻을 두고 한사람 한사람을 만드셨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수로 만들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세상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한심하고 불쌍해 보일지도 모를 우리 명은이 같은 장애아일지라도 명은이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저는 확신하지요.
20년전 대전에 장애아이들의 교육실이 하나도 없을 때 "명은어린이집"이라는 교육실을 만들게 되었고
그 교육실은 지금껏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금 "푸른초장"의 원장님이 대학생이셨을 때 우리 명은어린이집에서 자원봉사를 하시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원장님께서는 졸업후에 명은어린이집"의 교사로 취직이 되셨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결국 원장님께서는 "푸른초장"을 열게 되었고
지금 많은 장애아이들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보살핌을 받고 있지요.
원장님께서 대학생일 때 했던 작은 자원봉사의 일이 나중에 이렇게 큰 일을 이루게 된 첫걸음이 되리라고 원장님 자신도 그때는 전혀 생각지 못했을겁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장 9절)
지금 내가 내미는 작은 첫 발자욱은 내가 계획한 일이지만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여호와 하나님이셔서 하나님께서 그 나중에 어떤 큰 일을 이루게 되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무능하고 힘이 없고 결점투성이의 나를 통해서도 하나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하고 계십니다.
바람이 훅~하고 한번만 불어도 금방 꺼져 버릴 것 같은 아주 작은 촛불같은 우리 명은이라는 존재가 명은어린이집과 이 푸른초장을 만들게 되었고
이 두 기관을 통해서 수많은 장애아와 그 가족들이 마음의 평안과 쉼을 얻을 수 있게 됨을 보며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하나님의 잣대와 세상이 보는 잣대가 틀림을 저는 믿습니다.
앞으로 자원봉사를 하시면서 만나게 되는 어떠한 작은 사람 한명일지라도 그 작은 자에게도 하나님의 큰 뜻이 있으리라는 귀한 생각으로 봉사를 하실 때 하나님께서 그 봉사의 손길 위에 축복이 함께 하시리라고 믿습니다.
좋은데 놀러다니고,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고, 대접 받으려고 할 연세에 이렇게 자원봉사에 뜻을 두신 여러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존경심을 보냅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의 귀한 뜻을 아름답게 받으시고 어르신들의 그 귀한 마음이 이미 하늘나라에 상달되었음을 믿으며 감사드립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첫댓글 영실아 니가 가서 이렇게 연설했어![?](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장하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짝짝짝![!](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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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난 영시리 연설 들은 적이 있지...얘가 침착하게 생글 생글 웃으면서 청중을 사로잡더라니까...참 귀한 일이지![?](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너? 언제?
새삼 너의 소중함을 느낀다. 감동이 밀려오는걸 표현 못하는 마음이 아쉽기만 하네!
응. 원고는 일단 이렇게 준비해서 갔는데, 앞으로 자원봉사에 뜻을 두신 할머니 할아버지들 앞이어서 중간 중간 너스레를 떨면서 했지. 우리 큰애들 신랑감도 부탁한다고도 하고... 내가 날씬하고 예뻤었다고 살짝 고짓말도 했지만... 그분들이야 실상을 모르니까...^^
ㅎ ㅎ ㅎ 장하고 장하도다................우리 영실이.......^^* 사랑해^^*
영실아 안녕. 아침에 너의 글을 읽고 많은 것을 느꼈단다. 아무렇게 살아온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영실아 왜 거울은 뒷면이 없을까? 친구의 감동적인글 잘 읽었읍니다. 고마워 친구야.
다 축복받은 집안이고 기은,희은,명은 다~예쁜 딸과 훌륭한 엄마와 아빠다.영시라 잘했어~~~
역시 국문과야 흠 명문이로구나 영시라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장 9절) 그 말씀을 되새겨보는 밤이다 장한 우리 영시리 파이팅!!!!
ohl la la amen ~재연 선배님이 그렇단 말씀?
힘들고 어려운 것은 너 겠지만 이 와중에도 남에게 봉사하고 있는 부군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구나 뭐니 뭐니해도 너의 큰 자랑은 시집 잘 간 것 같아 ....남자가 봐도 김박사는 멋쟁이니까
영실이가 카페에 소홀해서 한마디 할까 했는데 이런 중요한 일에 바빳구나. 경옥이나 종인이 성은이, 아마 태옥이도 그런가? 딸없는 에미들 말이다. 너의 글을 읽으며 서러웠을것 같다.
아멘..
영실아 어쩌면 너처럼 뻔뻔하게 말 잘 할수있니 ? 갈쳐줘 잉.
얼굴에 철판 확 깔고서리... 원섭아. 너는 철판 깔지마. 원판이 너무 이뻐서 아깝잖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