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왕길은 무왕이 익산으로 천도하며 남긴 왕궁 터와 그가 태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 등을 추적해 길로 연결한 것이다. 익산시에서 역사유적지 탐방형태의 새 걷기 코스로 ‘무왕길’을 조성했지만 사실은 무왕의 옛길인 셈이다. 길은 익산의 모든 유적을 하나하나씩 연결한다. 역사 유적 탐방코스로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길이다.
익산은 도시 곳곳이 경주 못지않은 유적지다. 그 유적지를 길로 연결했다. 가는 곳마다 국보와 보물, 사적지로 지정된 문화재들이다. 한마디로 감탄스럽다. 익산시는 이 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고, 문화재청에서도 남한산성과 더불어 세계유산 우선 등재지역으로 지정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도시로는 경주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
사적 408호로 지정된 왕궁리 유적지가 유적전시관 바로 옆에 있다. 유적전시관에서 불과 100여m 거리에 왕궁 터가 있다. 왕궁 터엔 고대에 있었던 다양한 건물의 형태를 복토로 표시하고 있다. 그 중에 우뚝 솟은 탑 하나가 눈에 띈다. 국보 제289호인 왕궁리 오층석탑이다.
남한 최대의 대나무 군락지로 알려진 익산 구룡마을 대나무숲에서 일행들이 대나무숲을 바라보며 무왕길 마지막 코스를 걷고 있다. 이곳은 드라마 ‘추노’ 촬영지이기도 하다.
국보 오층석탑을 해체 복원하는 과정에서 다시 또 국보 제123호인 사리장엄구를 비롯 금동제 사리함과 금강경판 등이 출토됐다. 물론 전부 유적전시관에 전시돼 있다.
유적전시관과 왕궁 터 주변엔 벚나무가 담장을 대신하고 있다. 4월에 활짝 핀 벚꽃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정표도 잘 정비돼 있다. 전시관 앞 도로를 따라 30m쯤 가면 왼쪽 방향으로 ‘고도리 석불입상’이 있다. 보물 제46호다. 이렇듯 사적지에서 국보로, 다시 보물로 출발한 지 불과 30분도 지나지 않아 소중한 문화재를 계속 지나친다. 석불입상은 200m 거리를 두고 2구의 석불이 동서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석불입상에서 ‘서동생가터 0.5㎞’란 이정표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있다. 하천을 따라 조금 걷다 횡단보도를 건너 도로 뒤로 올라서면 널찍한 공터가 나온다. 낙엽을 살짝 걷으면 기와조각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바로 옆에는 ‘마룡지’로 불리는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마룡지와 서동생가터’란 안내판에 마룡지에 대한 유래가 설명되어 있다.
익산은 세계문화유산 우선 등재지역
무왕(서동)의 탄생지와 생가 터를 지나 어려서 사용하던 우물터 용샘으로 가는 길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길이다. 거름 냄새가 나고 한가한 분위기가 거리 곳곳에 서려 있다.
무왕의 탄생과 얽힌 장소는 이곳 주변에 널려 있다. 마룡지와 생가터, 용샘(龍井), 그리고 오금산 등이다. 오금산은 무왕이 어릴 적 서동이란 이름으로 선화공주를 유혹해서 데리고 가다 다섯 개의 금을 얻었다는 산이다. 용과 금, 전부 왕과 관련된 용어들이다.
용샘 옆에 있는 용정마을을 지나 오금산에 오르면 사적 제92호인 익산토성이 있다. 보기 드문 토성이다. 남한의 산성은 대부분 석성이지만 거의 원형대로 보존된 몇 안 되는 토성이다.
익산토성에서 산길을 걸어 다다르는 다음 유적지는 미륵사지. 미륵사는 무왕이 창건한 동양 최대의 사찰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절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절터만 남아 옛날의 영화를 대변하고 있다. 미륵사지는 사적 제150호다. 미륵사지에 있는 미륵사지 10층석탑은 국보 제11호, 그 옆에 있는 당간지주는 보물 제236호다.
이젠 마지막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익산토성을 들러 드라마 ‘추노’를 촬영한 구룡마을 대나무숲에 이르면 된다.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무왕길에는 놓칠 수 없는 유적과 문화재, 명소들로 가득 차 있다. 숱한 길을 가봤어도 다른 길에서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이 진하게 다가올 것이다.
익산토성 동문에서는 양쪽의 홈이 있는 바위가 성문을 여닫은 흔적을 말해 준다. 성문 앞으로 옹성을 축성,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고 있다. 다시 위로 올려다보니 경사가 45도 이상은 족히 될 것 같다.
이젠 한적한 등산로로 내려와 구룡마을 대나무숲으로 간다. 한반도 최대 대나무숲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3대 5일장의 하나였던 강경장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간 대나무다. 이곳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대나무를 팔았기에 ‘생금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전체 면적이 담양 죽녹원보다 훨씬 더 크다.
무왕길은 백제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길이다. 지나온 길에 사적지만 3곳이며 국보, 보물 등이 숱하다. 정말 눈이 사치를 하는 길이다. 한마디로 감동적이다. 이 길은 아직 명확히 고증되지 않은 무왕의 역사를 되새기며 또한 한반도의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좋은 체험장이 될 것이다.
교통
서울 출발 기준으로 경부고속도→ 천안논산고속도→호남고속도에서 익산IC로 빠져나와 금마사거리에서 좌회전해서 10분도 채 안 걸려 왕궁리 유적전시관에 도착한다. 서해안고속도로로 가면 거의 90㎞ 가까이 늘어난다.
익산고속버스터미널이나 익산역에서 왕궁리 가는 버스는 40분 간격으로 65번과 65-1번이 운행한다. 택시요금은 1만5,000~2만원.
숙식(지역번호 063)
익산의 별미는 서동이 어릴 때 생계유지를 위해 팔았던 마를 맛보는 것도 괜찮다. 문광부 선정 전국 100대 음식점에 꼽힌 본향퓨전한정식(858-1588 또는 011-681-8688)을 우선 꼽을 만하다. 미륵사지 주변엔 두부요리집이 많다. 그 중 두부카페(833-1088)는 두부로만 만든 각종 요리를 맛깔스럽게 선보이는 집으로 유명하다.
미륵산순두부(836-8919)도 나름 괜찮은 집으로 꼽힌다. 왕궁리에서 출발하려면 그 주변엔 숙박시설이 별로 없다. 2~3㎞쯤 떨어진 곳이 왕궁온천모텔(291-5000)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