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행복-12월 24일의 영상일기
12월 24일의 일기다.
이날은 충남 서산에 있는 대전지방법원서산지원에 일거리가 있어 충남 서산을 다녀와야 했다.
그 길목에서 나와 마주친 사연들이 있었다.
모두 아홉의 사연들이었다.
하나같이 나를 참 기쁘게 하는 선물 같은 사연들로, 내 마음에 깊은 감동으로 담겼다.
그 아홉의 사연들을 이렇게 영상으로 담아봤다.
새벽 5시에 출근. 사무실 돈나무가 나를 반김. 문득 생각에 이 돈나무 덕에 5년 세월 버텨 온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날 내 마음에 담긴 첫 번째 선물이었다.
사무실에서 ‘친구의 조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6시 40분에 남부터미널 도착했다. 그 잠깐 사이에 글 한 편을 쓸 수 있는 심정적 여유로움은 두 번째 선물이었다.
곧장 터미널 구내 음식점인 ‘우리 한식’을 찾아, 8,000원짜리 선지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웠다. 아직 뚝배기 속에서 펄펄 끓는 해장국을 한 숟가락 떠서 호호 불어 식혀먹는 그 순간의 기쁨, 이날 내가 받은 세 번째 선물이었다.
주방 아주머니 한 분이 왼쪽 콧구멍에 솜방망이를 틀어막고 있었다. ‘돈 좀 벌라꼬 하다보이 코피가 터져뿐네요’ 그곳 주방아주머니의 말씀이었다. 종업원이면서도 주인의식을 갖추고 몸 사리지 않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그 모습이 감동이었다. 네 번째 선물이었다.
7시 20분 정각에 내가 탄 버스가 서산을 향해 출발했다. 서울톨게이트를 지나고 수원을 지나고 동탄을 지날 때쯤 해서,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뚫고 비치는 아침 햇살이 찬란했다. 그 찬란한 일출 풍경, 내 가슴을 따뜻하게 덥히는 이날의 다섯 번째 선물이었다.
오전 9시 반쯤해서 법원에서 할 일을 마쳤다. 그리고 찾아가야 할 곳이 한 곳 있었다. 지난 2013년 7월에 그곳 법원 정문 앞에서 개업한 검찰수사관 후배인 최준영법무사 사무소였다. 반겨주는 그 얼굴에 담긴 화색, 그것이 이날 여섯 번째로 나를 기쁘게 한 선물이었다.
서산공용터미널에서 10시 정각에 출발하는 서울행 버스에 승차했다. 원래는 10시 20분 서울 남부터미널행 표를 끊었는데, 승차장으로 나가보니 10시 강남터미널 행 버스가 막 출발을 앞두고 대기 중인 상황이어서, 표를 바꾸려고 매표소를 다시 찾았다. 그러나 매표소는 매진이어서 표를 바꿀 수 없었지만, 마침 그 표를 가진 손님 중에 10시 20분 남부터미널 행을 원하는 사람이 있어 즉석 표 교환이 이루어 졌다. 소위 ‘20분의 횡재’로 이날 내게 주어진 일곱 번째의 선물이었다.
버스 차창 밖으로 넓은 서산 땅을 바라본다. 여기저기 하얀 눈밭이 광채를 띠고 있었다. 그 빛나는 전원풍경은 먼 길을 서둘러 다녀가는 내 가슴까지 확 트이게 하고 있었다. 여덟 번째의 선물이었다.
“어머! 그 먼 길을 벌써 다녀오셨어요. 수고 하셨어요.” 서초동 우리 법무사사무소 ‘작은 행복’으로 들어서는 내게, 아내가 해준 그 말 한마디, 성탄절 전날인 이날의 내 기쁨을 종결지은 마지막 아홉 번째의 선물이었다.
첫댓글 감사함으로 도배를 하시니 그 어찌 기쁘지 아니 할까요???저는 그 하루전날 남부터미널에서 아들 현태랑 이별한 마음으로 마니마니 가슴이 미어지네요.그래도 일부러 시간을 내어 함께 동행해준 작은딸 진명이 덕분에 화장실에서 울어 버린.....아픈 엄마의 마음을 알리기가 싫어서......근데 먼저 알고 있더라구요.....
아들 어디갔는데그리 마음아파하나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것이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저같은 20대 청춘들에게는 먼 이야기 같습니다. 항상 주어진 일에 감사하고,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며,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진정 우리 청춘들이 배워야할 인생교육 아닐까 싶습니다. 항상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글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