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시사회 후기 늦게라도 올려요. 사실 후기라기보다는 블로그에 쓴 리뷰 그대로 올립니다. 그래서 반말인 점 이해해 주세요 ^^;
카카오톡 프로필도 영화 포스터로 바꿨는데 주변에서 재밌냐고 물어보기 시작하더라구요. 오프라인에서도 그렇게 나름대로 홍보 중인데 좀 더 입소문 탔으면 하네요! 파이팅!!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 이 시대 '앨리스'들에게 바치는 통쾌한 한 방 -
#1. 생각하게 하는 영화
[앨리스의 순정 그리고 외침]
이 영화를 리뷰한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3포 세대', '5포 세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수남이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녀의 경우, 남편을 향한 '순정'이 성실한 삶의 원동력이 된다. 영화를 보는 우리들에게는 이 앨리스의 순정이 각각 다른 것으로 대입될 수 있다. 누군가는 '자아실현'의 꿈을 위해,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현재의 고통을 무한히 감내한다. 그러나 현재 그 많은 것을 포기하며 노력했는데 더 나아져야 마땅한 내일은 아득하기만 하다. 오히려 열심히 할수록 더 나빠지기만 하는 것 같은 딜레마마저 느낀다. 그나마 약자들끼리라도 힘을 뭉쳐야할 것 같은데 그럴라치면 세상은 또 그 약자들 간에 싸움을 붙인다. 이런 판에서는 애초에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았다면 소박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조차 만만치 않다.
수남이 먹고 살기 위해 익힌 잔기술이 사회를 향한 복수의 도구가 되는 장면들은 그래서 '사이다' 맛이다. 현실적이고 아니고를 떠나, 너무 잔인하고 아니고를 떠나 같은 3포 세대, 5포 세대들에게는 일단 통쾌하다. 그게 이 영화의 목적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그래도 저렇게 괴물이 되지는 말아야지" 따위의 감상평을 남기는 것은 앨리스에 대한 모독이다. 물론, 순수한 그녀를 괴물로 만든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와 한숨은 오랫동안 잔잔한 뒷맛을 남기지만.. 물론, 그녀의 복수극이 진정한 승리, 진정한 행복을 가져온 건 아니지 않냐고 따져 물으면 또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일단은 영화 '하녀'의 전도연이 그랬듯 "나도 끽 소리 좀 내야 겠다구요!" 라는 외침 내지 행동력, 나아가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영화 '성.나.앨'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제목에 대하여]
문자적으로 '성실'과 '실성'은 한끝차이다. 의미적으로 이 둘은 양극단에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이러한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너무나 멋진 제목이다. 감독 인터뷰를 보면 시나리오를 다 쓴 후에야 지은 제목이라고 하는데 영어제목(Alice in Earnestland)의 'Earnestland'라는 조어도 정말 느낌 있다. 아무튼, 지금 우리사회에서만큼은 성실한 삶이 한 개인을 실성하게 하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다 보니 공감대 면에서도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느낌 아니까!"를 외치는 듯하다.
#2. 감각적인 영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생각도 나고, 영화 전반적으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연상됐다. 전체적인 코드에서 '잔혹동화'류의 잔인함이 부각되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고도 충분히 관객의 오감을 잡아 끄는 미술과 음악이었다. (VIP 시사회장의 그 큰 스크린으로 이를 감상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다.)
영화 포스터에 있던 '생활밀착형 코미디' 라는 문구는 조금 영화의 격을 떨어뜨린 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19금 판정을 받았기에 코미디 쪽을 강조해 대중성을 좀 확보하기 위함이었겠지만..) 생활밀착형 코미디로 뭉뚱그려지기에는 풍자성과 사회성이 너무 강하고, 작품성이 너무 뛰어나다! 개인적으로 코미디라고 느낀 부분은 10% 정도. 그러나 그 10% 유머러스한 장면의 임팩트가 매우 강하며, 이 작품을 멋진 블랙코미디 장르로 채색해 준다.
#3. 명불허전 이정현
가수 이정현의 오랜 팬으로서 "이런 특별한 영화에 그것도 재능기부로 출연을?" 이란 생각에 자부심(?)마저 느꼈다. 사실 518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꽃잎'으로 데뷔를 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은 출발이었다. 이후 넘치는 끼를 퍼포머로서 유감없이 발휘하며 가수로서도 꾸준히 활약해 독보적인 커리어를 남겼고, 동시에 배우로서 녹슬지 않은 연기력도 보여주고 있다. '파란만장', '범죄소년', '명량'에 이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까지 그녀가 택하는 작품만 보아도 연기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예쁜 여배우이기를 거부하고 이정현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찾고, 작품성과 사회적 의미가 고려되는 점 등을 말이다. 오히려 이제 남은 건 '흔하고 평범한 여주인공'을 맡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인 그녀의 도전과 성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솔로 여가수이자 여배우로서 이 정도로 독특한 개성과 카리스마, 실력을 가진 엔터테이너는 없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장인정신으로 연구와 노력을 계속했기에 가능했으리라. '성.나.앨'에서도 명불허전 이정현의 면모를 쉬지 않고 느낄 수 있다. 광기와 순수함을 동시에 지닌, 또래의 여배우들에게서 볼 수 없는 팔색조 같은 ~ 등등의.. 더 이상 말해 봐야 입만 아픈 당연한 수식어들을 또 한번 내뱉게 된다. '이정현의, 이정현에 의한, 이정현을 위한' 영화라는 평이 매우 당연스럽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p.s. (아주 개인적으로 꼽은) 베스트 대사
우리 사회의 역설을 블랙코미디답게 아주 '웃프게' 함축한 대사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세한 상황 설명은 생략함.. 영화로 직접 확인하시길..
| 분신자살 하셨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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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불쌍한 사람들이 죄를 짓는 법이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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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소: http://blog.naver.com/brightwisdom/220453983123
첫댓글 자세한 후기 감사해요ㅎㅎ 몇년지나고 봐야겠어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