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안타까운 비극이 연이어 발생했다. 집중호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과 동작구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던 50대 여성이 갑작스레 물이 차올라 집이 침수돼 사망했다. 공통적으로 이들이 거주한 집은 반지하 주택이었다. 창문이 작고, 고정된 방범창이 있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구조라 침수된 집에서 탈출하지 못해 비극을 피할 수 없었다.
반지하 주택 내부에 설치된 개폐형 방범창. 빗물이 일정 수준 이상 차오르면 경보가 울린다. ©조시승
서울시는 작년 여름 반지하 주택 사고와 같이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수해 안전 대책을 가동 중이다. 시민이 사전에 침수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전국 최초로 ‘침수 예·경보제’를 실시하고, 예·경보 발령 시 이웃 주민이 반지하 거주 재해 약자의 신속한 대피를 돕는 ‘동행파트너’ 서비스를 시행하는 정책을 수립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올여름 집중호우에 대비해 침수 우려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실측조사 결과를 토대로 차수판(물막이판), 개폐식 방범창 등 침수 방지 시설을 지원한다.
강동구는 침수 시 탈출을 용이하게 하는 특수 방범창을 개발해 취약가구에 지원한다. ©강동구청
자치구들도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애쓰고 있다. 강동구는 반지하 주택 6,333채를 대상으로 1개월간 ▴주택 진입 도로 경사도 ▴배수 시설 유무 및 처리 용량 ▴창틀과 바닥 사이 간격 등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380채가 ‘매우 위험’ 판정을 받았다. 강동구는 이들 주택을 대상으로 물막이판을 무상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5월 25일, 강동구청 관계 담당자들이 위급 판정을 받은 반지하 주택을 방문해 침수 피해 예상 지역의 상황과 대책을 점검하기도 했다.
반지하 주택에 설치한 인명구조형 개폐형 방범창 ©조시승
강동구는 전국 최초로 빗물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올 때 문을 손으로 열고 탈출할 수 있는 특수 방범창을 개발, 안에서 창문을 열고 쉽게 나갈 수 있도록 했다. 특수 방범창은 물막이판과 방범창의 기능이 합쳐진 일체형으로 개폐형 방범창이다. 외부인의 침입 등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뿐 아니라, 빗물이 일정 수준 이상 차오르면 경보가 울려 대피가 용이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경광등도 달고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비상벨도 설치했다. 강동구는 이 특수 방범창을 ‘매우 위험’ 판정을 받은 취약 계층부터 무료 지원할 예정이다.
수위 측정 센서가 집중호우로 물이 차오를 때 경고음을 울려 신속한 대피를 돕는다. ©조시승
새로운 물막이판 일체형 특수 방범창은 집중호우로 물이 차오를 때 물막이판에 설치된 자동경보장치 센서가 경고음을 울리며 신속한 대피를 돕는다. 강동구는 올 3월 이 특수 방범창을 직접 개발해 특허출원을 냈고, 현재 길동 370-9 외 9가구에 설치를 마쳤다.
강동구 관계자는 “고정식으로 설계된 물막이판과 달리 이번에 설치한 새 개폐형 방범창은 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져 일조량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며 “기존 물막이판보다 제작 비용도 40% 절감돼 다음 달까지 총 200가구에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폐형 방범창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어 정전 시에도 걱정이 없다. ©조시승
최근 강동구의 지원을 받아 물막이판 일체형 특수 방범창을 설치한 주민 이모 씨(53)는 “지난해 폭우 때 집에 물이 들어차 고생했다”며 “새로운 개폐형 방범창 설치로 햇빛도 잘 들어오고 침수도 덜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옆집 반지하 주택의 주민 김모 씨(48)도 “기존의 방범창보다 활용도가 좋고 침수에 신속한 대치가 가능해서 좋다”며 “태양광 패널이 있어 정전과 전기료 걱정을 안 해도 될 거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새로운 방범창 설치에 대한 안내. 기존 물막이판과 개폐형 방범창의 차이가 설명돼 있다. ©조시승
설치가 마무리된 개폐형 방범창 및 차수판의 모습. 위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조시승
서울연구의 '서울의 반지하 주택 얼마나 있나' 자료(2022.9.)에 의하면 서울에서 지하나 반지하에 사는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5%인 20만 가구로, 무려 20명 중 1명이 ‘집 아닌 집’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무쪼록 이번에는 철저한 수해 대비로, 이전과 같은 비극은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