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장(수목장)및 빙장의 도입에 관한 연구보고
이상원 교수(총신대 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총회 빙장․수목장 연구위원회(위원장 김창근목사)는 지난 7월 24일 모임을 갖고
총신대 신대원의 이상원 교수가 연구 보고한 빙장․수목장에 대한 연구 내용을 정식으로 채택하여
총회에 보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본보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상원 교수가 연구 발표한 빙장․수목장에 관한 연구 내용을 원문 그대로 싣기로 했다(편집자 주).
Ⅰ. 한국의 전통적인 장묘문화는 매장문화였다. 이 배경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에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전통적인 유교적 윤리관이 깔려 있었다. 한편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유교와는 다른 이유에서 매장문화를 선호해 왔는데,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구약시대와 신약시대 그리고 초대교회 때부터 20세기 후반 이전까지 하나님의 백성들과 교회들이 일관성있게 채택해 온 장법이 매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전세계적인 규모로 인구가 급격히 증가되고, 인구증가로 인하여 장지가 부족해지고, 산림의 파괴와 지하수 오염과 같은 생태계 파괴 등이 매장에 수반되는 문제점들로 대두되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장법이 화장이다. 화장을 시행하면 장지의 부족과 산림 훼손 그리고 지하수 오염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화장은 새로운 형태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왜냐하면 시신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 속에 기화된 이산화탄소, 수은,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등이 대기 중에 방출되기 때문이다.
화장을 살리면서도 화장에 수반되는 대기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고안된 장법이 자연장 또는 수목장이다. 시대의 필요를 부응하기 위하여 입안되어 2008년 5월 26일에 공포되고 시행되기 시작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장, 제2조, 제3항에서 자연장이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 또한 동 법률은 제1장, 제4조, 제1항에서 자연장의 목적이 묘지의 증가에 따른 국토 훼손을 방지하기 위함임을 밝히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묘지 증강에 따른 국토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화장, 봉안 및 자연장의 장려를 위한 시책을 강구․시행하여야 한다.'
자연장의 기본개념은 화장한 골분을 나무, 화초, 잔디 밑에 묻어 식물에 자양분을 공급함으로써 자연생태계의 유지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토가 좁은 스위스가 1999년 1월에 가장 먼저 자연장을 도입했고, 독일에서는 2000년 수목장연합회가 창립되었으며,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의 국가들에서도 수목장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부 사찰에서만 운영되었다가 2004년 9월 김장수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의 장례식이 자연장으로 치루어졌다. 화장이 시신을 불에 태운 후에 골분을 납골함에 담아서 보관한다면 자연장에서는 골분을 아예 땅 속에 묻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자연장의 경우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화장을 통하여 자연장을 할 경우에 인체를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나오는 인 때문에 뿌리가 썩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등장한 장법이 빙장(Promession, an ecological burial)이다. 빙장은 스웨덴의 생물학자인 수잔 위 메삭에 의해 발명되었다. 빙장의 핵심은 시신이 지니고 있는 인의 함량을 줄이는 데 있다. 시신 안에 들어 있는 인의 함량은 '탄소:질소:인'의 비율이 18:3:1이다. 우선 미세한 나무조각이나 톱밥 등으로 만든 첫 번째 관 안에 시신을 넣은 후에 영하18도의 온도하에 냉동보관한다. 이 관을 영하196도의 상태에서 액상 질소처리하여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만든 후에 관과 시신에 미세한 기계 진동을 가하면 60초 이내에 관을 포함하여 관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들이 밀리미터 크기로 조각나게 된다. 이 조각더미로부터 냉동상태에서 바로 수분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수분을 제거하고 자석을 이용해 금속성분을 제거한 후에 남은 잔여물을 녹말로 만든 또 하나의 관에 담아 지표면 2~30센티미터 밑에 묻는다. 땅 속에 묻힌 잔여물들은 1년 이내에 부식되어 흙의 구성성분이 되고 모두 식물의 자양분으로 흡수된다. 잔여물 속에는 나무로 만든 첫 번째 관과 녹말로 만든 두 번째 관의 구성성분들이 포함되게 되는데, 이 구성성분들이 시신의 잔해와 합해지면 '탄소:질소:인'의 비율이 170:16:1로 바뀌어 인이 1/8.5로 줄어들고, 자양분이 될 수 있는 탄소와 질소가 95.4%에서 99.4%로 늘어난다. 빙장을 채택할 경우에 굴뚝 가스, 다이옥신, 수은,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되지 않으며, 하천이나 해양에 부영양화, 용존 산소량 감소, 지하수 오염 등과 같은 환경오염이 뒤따르지 않는다. 그러나 빙장기기가 고가라는 점과 유해의 부산물이 많이 나온다는 문제가 남는다.
Ⅱ. 최근 자연장과 빙장은 다만 경제성과 환경오염의 측면에서 지니는 장점들에만 근거하여 천거되고 있다. 경제성과 환경오염이라는 측면이 장법을 선택할 때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요소들이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한 장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은 이보다 더 넓은 범주 곧 장법이 신학적인 관점에서와 기독교적인 장례문화와의 관계 안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지 않고 적절하게 조화될 수 있는가라는 관점 안에서 포괄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Ⅲ. 먼저 우리는 이미 영혼이 육체를 떠남으로써 육체적 생명이 종결된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의 문제는 하나의 교리로서 확립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시신 처리방식이 교리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요소는 부활체에 관련된 부분인데, 곧, 마지막날에 인간이 부활할 때 현세 때 입고 있던 몸의 형체와 구성성분이 그대로 부활시의 몸을 구성하는가의 여부에 문제가 된다. 부활시에 입게 될 몸은 형체와 인식 주체는 현세의 몸과 동일한 것이지만, 몸의 구성성분은 변화된 몸이요, 새로운 구성성분으로 이루어진 몸이다.
부활하신 이후의 예수님의 몸이 부활 이전의 예수님의 몸과 형체상 동일했고, 변화산 사건에서 예수님에게 나타났던 모세와 엘리야가 현세에서의 모세와 엘리야와 동일한 형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사후의 영혼들이 현세에서 안면이 있던 사람들을 알아본다(사 14:10,11; 눅 16:9)는 언명들은 부활시의 몸과 현세의 몸이 형체상 동일한 몸임을 말한다. 또한 사후의 영혼이 자기자신이 현세에서 행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경상의 증거들 - 부자와 나사로가 현세 안에서 자신들이 누구였고, 어떤 상태에 있었으며,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가를 알고(눅 16장), 마지막 심판날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을 했고, 귀신을 쫓아냈고, 많은 권능을 행한 사실을 예수님께 상기시키거나(마 7:22), 주 안에서 죽은 자들에게 자신들이 행한 일이 따라온다는 말(계 14:13) 등 - 은 부활 이후의 자아가 현세 안에서의 자아와 동일한 자아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세의 몸은 썩는 몸이요, 욕된 몸이요, 악한 것이요, 육의 몸인 반면에, 부활시의 몸은 썩지 않고 영광스러우며 강하며 신령한 몸이라는 고린도전서 15장 42-44절의 말씀은 부활시의 몸은 부활 이전의 몸과 같은 성질의 몸이 아니요 변화된 몸임을 보여준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된 몸은 하나님이 준비하신 새 몸으로서 현세 안에서 입고 있던 몸의 성분을 그대로 가져다가 재활용하여 만든 몸이 아니라 하나님이 새로운 재료로 새롭게 구성하신 새 몸을 뜻한다. 사실상 현세 안에서도 인간의 몸은 7년 정도를 주기로 하여 완전히 새로운 구성성분으로 바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세에서의 몸의 구성성분이 부활 이후에까지 연장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영혼을 떠난 시신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든 - 땅에 매장되어 부패되어 흙속에 들어가 버리든, 화장되어 흙속에 묻히거나 강이나 바다에 뿌리워지든, 빙장에서처럼 냉동되었다가 산산조각으로 갈라져 버리든 - 부활시에 새 몸을 입을 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신의 처리방식은 기독교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교리적 신조로서 제시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되며, 다만 어떤 방식으로 시신을 처리하는 것이 기독교적인 특성을 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법인가를 권고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Ⅳ. 먼저 자연장의 경우를 검토해 보자. 이미 지적한 것처럼 자연장은 기존의 화장과 대동소이한데 다만 기존의 화장이 불타고 남은 골분을 납골함에 담아 영구보존하는 데 비하여 자연장은 화장한 뒤 남은 골분을 자라는 나무, 화초, 잔디 밑에 묻어 거름화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아이러니칼한 것은 매장을 계속하여 고집할 경우에 장지가 부족하고 삼림의 파괴와 지하수 및 강의 오염 등과 같은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문제점들 때문에 화장이 적극적으로 권장되었는데, 이제 화장이 또다시 장지의 부족과 심각한 대기오염이라는 동일한 문제에 다시 봉착하여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자연장은 곧바로 다시 환경오염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골분 속에 남아있던 다량의 인이 나무나 화초나 잔디의 뿌리를 썩게 만든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자연장을 채택할 경우에 납골당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부담은 해소되지만 대기오염이라는 심각한 환경파괴와 식물의 뿌리가 썩는 생태계 파괴가 수반된다. 납골을 위한 장소를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치와 생태계 파괴라는 가치를 비교해 볼 때 전자를 위하여 후자를 희생시킬 수 있을까? 적절한 규제없이 방만하게 진행되는 매장이 대규모의 장지 점유로 인한 산림 파괴를 수반한다는 것은 알리가 있는 판단이지만, 납골을 위한 장지를 마련하는 것조차 국토 훼손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납골함을 안치하기 위한 장소를 마련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치는 생태계 파괴라는 가치를 능가할 수 없으므로 자연장은 기존의 화장을 대체할만한 장법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화장에 대하여 적용되었던 문제는 자연장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장법의 문제를 단지 경제성이나 환경오염의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다. 죽음의 문제는 모든 종교가 붙들고 씨름해 온 인류 최대의 문제요, 따라서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는 특히 이 세상에서의 삶을 마감하는 장례의 절차를 엄숙하고 진중하게 거행하여 왔으며, 장례의 절차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여 소홀히 하지 않았다. 3~4년간 학교생활을 하다가 과정을 마치는 졸업식도 많은 준비과정을 거쳐서 신중하고 의미있게 거행한다면, 7-80년 이상의 긴 세월을 살아온 한 인간이 현세에서의 삶 전체를 마감하고 다시는 현세 안으로 돌아오지 않을 새로운 길을 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는 장례예식을 다만 경제성과 환경오염 문제만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는 것은 경솔한 처사가 될 수도 있다. 특별히 장례예식 그리고 장례예식 가운데 핵심을 차지하는 시신 처리방식은 경제성과 환경오염 문제를 거론하기에 앞서서 예식들 하나하나가 종교적 의미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며, 장례예식에 참여하는 유가족들에게 끼치는 정서적인 영향에 무리는 없는가 하는 등등의 문제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시신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교리적인 신조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화장을 교회나 교단의 차원에서 모범적인 장법으로 권장하기 어려운 이유들, 특히 개인적으로 부득이하게 화장을 시행하지 않을 수 없을 때 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화장은 이방종교에서 추구하는 종교적 관념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 성경적인 신학적 관념들을 상징하는 표상으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2)성경에서는 시신을 불태우는 것이 형벌의 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3)불은 성경에서 하나님의 심판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4)시신의 급격한 해체는 창세기3장에 대한 자연스러운 해석과 어긋난다.
이 네 가지 논점들을 조금 더 자세헤 살펴보자.
(1)화장이 이방종교적 관념들을 반양하고 있는 경우.
a.시신을 그대로 둘 경우에 죽은 자의 혼련이 시신으로 다시 찾아와서 살아 있는 자들을 괴롭힌다고 믿었기 때문에 시신을 불에 태웠다(아프리카와 미얀마의 어떤 부족).
b.시신을 불태움으로써 죽은 자의 영혼을 현세의 속박으로부터 철저하게 해방시킨다(아프리카의 와야나부족, 인도의 라오디아부족, 로마, 힌두교, 불교).
(2)성경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것이 형벌의 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우로서는 행음에 대한 형벌로서 화장이 선고된 것(다말의 경우, 창38:24; 레20:14; 21:9; 암6:10)을 예로 들 수 있다.
(3)불은 성경에서 압도적으로 하나님의 심판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a.개개인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불태우는 것으로 나타난다(다른 불을 드린 나답과 아비후, 레10:12, 출애굽한 후에 광야를 여행중인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 앞에 불평했을 때, 민11:1, 열매없는 자들, 마3:10; 7:19; 눅3:9, 주 안에 거하지 않는 자들, 요15장).
b.지옥은 불타오르는 곳으로 묘사되었다(사66:24; 마3:42; 18:8-9; 25:41; 막9:42,43,47).
c.범죄한 집단 - 도시, 국가, 인류 - 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불의 심판으로 묘사되었다(소돔과 고모라, 창19:24 - 소돔과 고모라가 불에 멸망당한 사건은 그리스도의 재림 때의 불심판의 예표로 인용됨, 눅17:29, 모세에게 반역한 고라의 무리, 민16:35, 범죄한 다메섹, 암1:4, 가사, 암1:7, 두로 암1:9,10, 에돔 암1:11,12, 암몬 암1:13,14, 모압 암2:1-2, 유다 암2:4,5, 인류에 대한 세계적이고 우주적인 심판, 사66:15-16; 겔38:22; 39:6; 계20:9; 말4:1; 살후1:7; 히10:27; 12:29; 벧후3:7,10,12; 계8:7; 8:10-11; 8:13; 9:2; 9:15-18).
(4)시신의 급격한 해체는 창세기3장19절에 대한 자연스러운 해석에 어긋난다. 물론 이 본문은 시신이 흙으로 돌아가는 방법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명도 하지 않고 있으나, 이 본문에 대한 무리없는 해석은 시신이 땅에 묻힌 상태에서 자연적인 과정에 따라서 해체되어 가는 것이다. 이 점은 창세기3장16절에 있는 자녀 출산의 과정과의 비교해석을 통하여 보다 분명해진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타락 이전에 주신 창세기1장28절의 명령이나 '또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라고 한 창세기3장16절의 명령은 하나님이 정해 주신 창조질서에 따라서 자연스러운 성관계와 잉태의 과정을 거쳐서 아이를 출산할 것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창세기3장16절과 동등한 수준에서 주어진 창세기 3장19절의 명령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Ⅴ. 그렇다면 빙장의 경우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물론 빙장을 시행한다 하더라도 부활체에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리적 신조로서 확정할 문제는 아니다. 교인들이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빙장을 선택할 경우에 구태여 적극적으로 반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빙장은 교회적 차원이나 교단적 차원에서 모범적인 기독교적인 장법으로 권장할 만한 장법이라고는 판단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a. 빙장은 경제성과 환경파괴를 최소화한다는 장점 때문에 천거되고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빙장을 추천하는 자들은 빙장을 시행하고 난 후에 남은 잔해물로부터 추출해낸 유기물화될 수 있는 성분에만 주목하고 있으나 이 성분 이외에도 더 많은 부분이 남게 되고, 이 더 많은 부분은 환경에 해를 끼치는 물질들로 구성되어 있는 바, 이 물질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는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차제에 이 물질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는 또다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이다. 또한 빙장을 위한 기기가 매우 고가라는 점도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자칫하면 매장에 대한 대안으로서 화장이 천거될 때 범했던 오류를 다시 범할 수 있다. 화장은 산림파괴를 수반하지 않고 경제적이며 장지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장점 때문에 천거되었는데, 지금은 화장이 더 심각한 대기오염을 초래하며, 여전히 장지 부족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고 따라서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지경에 오게 된 것이다. 빙장에 뒤따르는 장점과 단점을 솔직하게 모두 드러내 놓고 논의하지 않고 빙장을 천거하고자 하는 의욕만을 앞세운 나머지 단점들을 논의에서 배제한다면 화장 천거시에 밟았던 오류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서 한국정부가 1970년대를 전후해서는 증가되는 인구가 한국의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을 중시하고 다른 이유들을 배제한 채 산아제한 정책을 밀어붙였는데, 이 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사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단견이었는가는 벌써 입증되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 한국사회는 심각한 출산률 저하의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정부에서는 부랴부랴 출산장려 정책을 펴느라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같은 실수가 빙장천거문제에서도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b. 화장이 불을 이용하여 시신을 급격히 해체시켜 버리는 장법인 것처럼, 빙장도 냉동과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시신을 급격하게 해체시키는 장법이라는 점에서 모범적인 기독교적 장법으로 권장하기에는 부담이 뒤따른다. 시신이 불가피한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여 어쩔 수 없이 급격하게 해체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나 의도적이고 인위적으로 해체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 우선 시신의 급격한 해체는 창3:19에 대한 자연스런 해석과 조화되지 않는다. 창3:19에 대한 자연스러운 해석은 '흙으로 돌려 보내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매장을 하든, 화장을 하든, 수장을 하든, 풍장을 하든 궁극적으로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 시신은 없다.
c. 빙장이 추천되는 이유는 단지 경제성과 환경적 요인 때문일 뿐, 그 이외에 다른 요인은 없다. 그러나 장법의 선택의 문제는 장례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장례문화에 있어서는 경제성과 환경적 요인 이상의 보다 근원적인 요인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장례예식에서 사용되는 모든 절차들은 성도들의 사후의 소망을 표현하는 데 적합해야 하며, 남은 유가족들을 정서적으로 위로하는 일에도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빙장이라는 장법은 성도들의 사후 소망을 표현하는 일에나 남은 유가족들을 정서적으로 위로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d. 성경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일관성있게 동굴무덤 형태의 매장방식을 선호했다. 특히 성경시대에 이미 화장, 풍장, 수장 등과 같은 다양한 장법들이 이방문화권에서 통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장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성경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매장을 선호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매장이라는 장법이 사후의 소망과 하나님의 유업의 계승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장법이었기 때문이며, 이와 동시에 인간의 몸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므로 남은 유골조차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어서 시신을 인위적으로 해체시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시신을 동굴무덤에 안치한 후 1년쯤 지난 후에 남은 유골도 소홀히 다루지 않고 모아서 납골 처리했다. 특히 시신과 유골을 조심스럽게 다룬 이유는 장법을 사후의 소망을 표현하는 적절한 장묘문화의 상징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매장되어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잠잔다'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라든가(고전 15:20, 51), 씨앗이 원래의 형태 그대로 땅에 묻혀야만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씨앗의 유추를 가지고 부활교리를 설명한 것이라든가(고전 15:42-44), 피조물의 썩어짐을 전제로 하여 영광의 자유인 부활에 이르게 될 것을 말하고 있는 롬 8:21의 말씀도 시신이 매장되어 자연적인 썩어짐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제시된 것이다
현존하는 몸이 하나님의 성전이요,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는 도구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산 제물이라면 신체적 생명이 종결된 시신이라도 존대를 받으며 소중히 다루어져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유대인들은 장법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떠나가는 자에 대한 마지막 존경심을 표현하고자 했다. 어거스틴은 이렇게 말한다. "부친의 의복과 반지 같은 물건들이 부모에 대한 사랑에 비례하여 자식들에게 소중하다고 한다면, 어떤 의복보다도 우리가 더 가깝고 친밀하게 입었던 육체가 경멸적으로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인간의 육체는 결코 단순한 장식품이나 외적인 보조물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본성 자체에 속한다. 그러므로 과거에 의인들은 경건한 장례식과 함께 무덤이 마련되었으며 정중하게 안장되었다. … 천사가 증언하는 대로, 토비트는 죽은 자를 매장해 줌으로써 하나님을 잘 섬겼다고 칭찬받았다. 주님께서도 비록 삼일만에 살아나실 터였지만 어떤 경건한 여자가 그분의 장사를 위하여 손과 발에 값비싼 향유를 쏟아부었기 때문에 '좋은 일'을 한 사실이 기념되어야 한다고 선포하며 명령했다(마 26:10이하). 그리고 복음서에서는 주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거둔 사람들이, 그를 조심스럽게 싸서 온갖 정성을 다하여 장사지낸 일이 칭찬받을 만한 행위로 언급되었다(요 19:38이하). 이런 실례들은 분명히 시신이 어떤 감각을 가지고 있음을 우리에게 입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것들은 하나님의 섭리하심이 시신에게까지 미치며, 부활에 대한 신앙을 품는 것과 마찬가지로 경건한 장례의식도 그분께 기쁜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어거스틴, 「하나님의 도성」). 1640년의 웨스트민스터 예배 지침서도 "어떤 사람이 그 생애를 끝마치고 매장되는 날에는 유해는 그의 집으로부터 장지에까지 정중하게 운반되어야 한다. 장지에서는 여하한 의식도 행함이 없이 곧바로 매장되어야 한다"(James White, 「기독교예배학 입문」)고 했고, 1788년에 발간된 장로교의 예배지침서에도 "어떤 이가 운명하게 되면 그 시신은 정중하게 취급하여 매장 전까지 합당하게 충분한 시간 동안 보존되어야 한다. 장례식날이 되면 시신을 정중하게 무덤까지 운구하여 매장한다"(한진환, '한국교회의 장례식, 이대로 좋은가?' 「성경과 신학」, 제26권, 284)고 밝힘으로써 시신을 인위적으로 훼손시키거나 급격한 변형을 가하지 않고 정중하게 취급할 것을 권고했다. 시신을 소중하게 다루는 행동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인간의 몸, 나아가서는 인간의 생명을 최전선에서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e. 인간의 시신의 일부를 자연 생태계에 자양분 공급원으로 제공한다는 발상은 견강회부의 성격이 강하다. 시신을 이용하여 야생적 생태계에 공급할 수 있는 자양분의 양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극히 미약하며 상징적인 의미 이상의 기여를 하지 못한다. 야생 생태계가 필요로 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자양분은 그런 방식으로 공급될 수가 없다. 예컨대 야생 생태계의 자양분은 하나닝이 하늘 가득히 천둥과 번개를 일으켜서 엄청난 양의 질소를 생성하게 하시고 그 질소를 땅에 내리게 하시는 방법으로 99% 이상이 충당되는 것이지 사람의 시신에서 나오는 유기물 정도를 가지고 충당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보다는 사람이 한 평생동안 배설하는 엄청난 양의 인분을 미생물을 통하여 화학처리하여 토양에 공급하는 것이 실익이 있는 방법이다. 인간의 시신은 자연 생태계에 자양분으로 공급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그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 생태계에 아무런 자양분 공급원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의 시신은 정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가치를 지닌다. 다만 사전 유언을 통해 의학발전을 위한 해부용 자원으로 기증하겠다는 의사표명을 하는 경우라면 시신의 인위적 해체를 받아들 수 있을 것이다.
f. 전통적인 매장방식을 견지한다고 하더라도 산림 파괴나 장지부족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를 들어서 현재 지나치게 관대하게 매장지 규모를 규정하고 있는 법률('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1항에 공설묘지, 가족묘지, 종중문중묘지, 법인묘지의 경우 1기당 10평방미터, 2항에 개인묘지의 경우 30평방미터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되어 있음)을 개정하여 1기당 2평 정도로 획기적으로 줄이고, 봉분형을 평토장형으로 바꾸며, 약 800만기 정도로 추정되는 무연고 묘지 중에서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것들을 제외한 분묘들을 일제 정비하여 자연ㅇ로 돌려보내고 일부를 매장지로 재활용하며, 묘지의 공설화와 가격의 파괴적 인하 등을 실시한다면 매장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제도적으로 환경파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Ⅵ. 이상에서 논의한 결과를 요약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a. 전통적인 매장에 뒤따르는 과도한 경제적인 비용, 장지 부족, 산림 파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화장이 등장했으나, 화장도 심각한 대기오염과 화장부지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 자연장 곧 수목장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자연장도 골분 안에 있는 과도한 인 성분으로 인하여 뿌리가 썩는 등의 생태계 파괴문제를 수반하게 되었고 그 결과 나무의 톱밥으로 만든 관에 시신을 담아 영하 16도로 얼렸다가 다시 액상질소에 넣어 영하 196도의 최저온으로 냉동시킨 다음 기계 진동을 가하여 시신과 관을 밀리미터 단위로 산산조각내고 이어서 물기와 금속성분을 제외한 유기물 잔해를 녹말상자에 담아 식물의 자양분으로 공급하는 빙장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우리는 우리가 장법이 과도한 경제적 비용, 장지의 부족, 환경파괴를 수반하지 않도록 책임있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b. 일단 육체적 생명이 종결된 시신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든 장차 우리가 입게 될 부활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어떤 장법을 채택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교리적 신조의 권위로서 교회나 교단적 차원에서 강제로 부과할 문제는 아니며, 다만 각 장법이 지닌 장점과 단점을 소상하게 제시하여 교회가 가장 무리없이 지행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을 권고적 차원에서 제시하는 장도로 머무르는 것이 타당하다.
c.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장법은 단지 경제적 효율성과 환경적 요인에만 근거하여 결정되어서는 안 되며, 장법의 절차와 과정이 사후의 소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한가의 여부와 유가족들의 정서적 위로를 전하기에 적합한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장례문화의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d. 자연장은 화장에 뒤따르는 대기오염을 방지한다는 의도에서 제기되었으나 식물의 뿌리를 상하게 하는 등의 또 다른 생태계 파괴를 수반한다. 게다가 자연장에는 화장에 수반되는 문제들이 그대로 적용된다. 성경시대에 화장이 단 한번도 바람직한 장법으로 천거된 일이 없고 다만 하나님이 내리시는 형벌의 한 방편으로 시행되었으며, 시신을 급격하게 해체함으로써 창3:19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정서적으로 훼손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불은 주로 하나님의 심판의 상징으로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화장의 배후에는 그릇된 이방종교의 사후 세계관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교회와 교단이 적극적으로 권장할만한 장법은 아니다.
e. 빙장은 자연장에 뒤따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나, 땅에 묻을 유기물보다 더 많이 남는 해로운 유골의 잔해들을 처리하는 방법을 도외시함으로써 또 다른 환경문제를 낳는다. 게다가 시신의 비정상적인 급격한 해체는 화장의 경우와 같이 창3:19과 조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정서적 인식에 해악을 끼칠 우려가 있다.
f. 특별히 비상한 상황 - 경제적으로 궁핍한 경우나 치명적인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시신의 훼손이 너무나 심각한 경우 등 - 이 아닌 한 시신은 급격히 해체되어서는 안 되며, 육체적 생명이 떠난 몸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이 만드신 몸이요, 하나님의 거룩한 일의 도구로 사용된 몸이므로 시신이나 유골은 할 수 있는 한 정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시신을 정중하게 다루는 것은 살아있는 인간들의 존엄성을 최전방에서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g. 교회는 가능한 한 시신을 인위적으로 해체시키지 않는 매장을 장법으로 선택하는 것이 여전히 바람직하다. 매장을 유지하되 무덤의 크기를 2평 정도로 대폭 축소하고, 800만기나 되는 무연고 묘지를 일제 정리하며, 장지의 공설화와 저렴화 등과 같은 제도적 장치를 갖춤으로써 얼마든지 경제성이나 산림 파괴의 문제를 최소화시켜 갈 수 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세계에서 가장 좁은 국토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나라를 잃고 나그네로서 타국을 전전할 때도 구약성경의 전통을 중지하여 결코 화장을 선택하지 않고 매장방식을 견지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끝>
첫댓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