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드리는 편지
안나/이근선
성모님!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어떤 말부터 드려야하나
연애편지 쓰듯 몇 날을 끙끙 않다가
부끄러움 무릎쓰고 성모님께 글 올립니다.
여기 방황하는 자녀의 말을 들어주소서!
혼란스럽고 뒤죽 박죽인 나날입니다
대로에 철퍼덕 앉아 앙앙 울고싶을 때도 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하나
현실에서 도망치고싶을 때도 있습니다.
엄마가 있을 때는 이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육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였지만
언제나 따듯한 마음과 변함 없는 말투로
용기와 힘을 주는 아주 큰 기둥이였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늘 생각했습니다
나는 언제쯤 엄마처럼 의젓한 진짜 어른이 될까
그런데 내가 진짜 어른이 된것 같지도 않은데
엄마는 벌써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엄마 가신지 몇 달이나 지났다고 아버지가
위암이라니 청천벽력같았습니다.
삼백 예순 날 눈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더 기막힌 일은 엄마 첫 기일 다음날
아직 젊은데 오빠 마저 대장암 선고 받아 대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 있습니다
하루에 서른 번도 넘게 화장실을 다니느라고
일상 생활은 커녕 잠도 못자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몇 달전에 위암 수술 받은 아버지는 지난달 장협착으로
소장 일부를 또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서로 더 많이 사랑하며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 몫까지 열심히 일하자고 용기를 나누며
견디고 있지만 계속되는 고통으로 많이 지쳤습니다
쓰러지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고
새로운 힘을 얻어 굳세게 살아가고자
이렇게 애타게 당신께 매달립니다
주님의 어머니!
아들의 피와 살이 뜯기는 고통을 지켜보신 어머니께
먼지만도 못한 작은 고통을 덜어 달라고
울고 매달리는 어리석은 저를 용서하소
하늘의 여왕이신 첼리나 성모님!
낳고 길러준 엄마를 이제는 보내드리오니
성모님께서 따듯한 사랑으로 돌봐주소서,
일곱가지 고통 이기신 돌로로사 성모님!
제가 어머니처럼 강인한 인내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제 손을 꼭 잡아주소서,
위로자이신 꼰솔라따 성모님!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아픔을 살피시어
주님께 가족의 평화를 간절히 빌어 주소서,
주님께서 허락하신 나의 어머니!
당신을 엄마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당신의 딸로 행복하게 살고싶습니다
주님과 함께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신
든든한 어머니 사랑합니다.
무언가 굉장한 일이 일어날것 같은 신비스러운 하늘입니다
어제도 있었고 오늘도 있고 또 내일도 있을 그 하늘입니다
밤이 깜깜할 수록 여명은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저 다리 건너에 엄마가 서 계시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지금은 딸을 기다리는 엄마로 서 있기에 눈물 대신 환한 웃음을 준비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예쁜딸은 버스를 타고 이 도로를 따라 곧 올것입니다.
엄마가 마중 나왔다고 좋아서 싱글벙글 웃을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니 기쁩니다
척박한 육교 위 깜깜한 밤도 절망보다 희망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생명이 숨쉬고 있습니다
아주 평화로운 성가정의 모습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이리도 예쁜 아드님이 십자가에 못박혀서 돌아가실 것을
이미 알면서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성전에 바치셨습니다
영혼이 칼에 꿰뚫리는 고통을 참고 자식이 십자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모두 지켜 보시며 하느님께 찬미 드리는 성모님의 순명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언어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사랑하는 우리의 어머니 성모님 당신을 닮고싶습니다
첫댓글 성모 엄머니 사랑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