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도만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명도의 정민경변호사입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에 공인중개사가 관여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지난 4월, 공인중개사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되었는데요, 최근 대법원에서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의 내용과 범위를 명시한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공인중개사인 피고는 원고에게 보증금 9,000만 원의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면서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중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 사항’란에 “임대차보증금 총액: 6억 원(임대인 구두 확인)”이라고 기재하였고, 원고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다가구주택의 선순위 임차보증금 합계액이 6억 원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이후 경매절차에서 다가구주택은 약 15억 원으로 감정평가되었으나, 저가에 낙찰되어 원고는 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다가구주택에 거주하던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액수,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여 원고에게 설명하거나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공인중개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실제 선순위 임차보증금 합계액이 6억 원에 미치지 않고 선순위 근저당권에 대하여도 설명하였으므로 선순위 권리관계와 관련하여 원고에게 고지하지 않거나 허위로 고지한 내용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매절차에서 확인된 확정일자 부여현황 확인 결과 원고보다 선순위 임차인들이 갖는 임대차보증금 총액은 6억 원을 초과하고 있었는데, 피고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기재한 내용은 임대인으로부터 구두로 확인받은 총 6억 원이 전부로 다가구주택 임차인들이 실제 보증금이 얼마인지, 그 중 소액보증금이 얼마인지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있고, 그 금액조차 실제 선순위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 총액에 미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중개업자로서는 설혹 임대인이 관련 자료제공을 거부해 실상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더라도 이 사건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수, 인근 유사 부동산의 임대차보증금 시세에 비추어 임대인이 구두로 확인한 금액이 실제와 다를 수 있고 상당수의 소액임차인이 있을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우리 법원은 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인의 법률관계를 민법상 위임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어 공인중개사에게는 선량한 관계자의 주의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등을 조사․확인하여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69654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직접 조사․확인하여 설명할 의무가 없는 사항이라도 중개의뢰인이 계약을 체결할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이라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다30667 판결,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12594 판결 등 참조).
즉, 공인중개사는 다가구주택 임대차계약을 중개함에 있어서 중개의뢰인이 임대차계약 체결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인 다가구주택 내 선순위 권리에 대해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그 제공의 정도는 단지 임대인의 진술만을 전달할 것이 아니라 다가구주택의 규모와 전체 세대수, 인근 유사 부동산의 임대보증금 시세에 비추어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제공하여 임대인의 진술이 사실과 다를 경우를 고려하여 중개의뢰인이 의사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 다가구주택과 관련된 경매정보를 확인해보니 다가구주택 내 많은 세대가 존재하여 소액임차인에게 보장되는 최우선보증금액을 감안하면 피고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당시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액과 선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액이 감정가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되면서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중개시 임차인에게 확정일자부여기관에 정보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과 임대인의 체납세금을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할 의무가 생겼고, 동시에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개정으로 임대인은 해당 주택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및 보증금 등 정보와 납세증명서를 제시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임차인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마련된 만큼 앞으로는 이 사건 피고와 같은 피해자는 다소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