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멍·먹멍·쉬멍” 제주도 여행기
개암 김동출
지난 4월 중순에 일주일 동안 국내 여행의 버킷리스트 1위에 드는 제주도를 다녀온 지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인연을 가진 친구들 세 부부가 한팀이 되어 금년 4월 15일부터 4월 20일까지 5박 6일 동안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인근에 사는 교육대학 74학번 동기생 세 부부로 꾸린 여행단이다. 애초에는 다섯 부부가 희망하였으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세 부부만 참석하게 되어 단출한 여행단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다녀온 직후 여행기를 쓰려고 맘먹었으나 갑자기 피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겨 이날까지 미루게 되어 생생한 기억과 감동이 많이 퇴색하였지만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에서 구입한 밀감 카라향기보다 진한 추억을 남긴 이번 여행의 진목면을 진솔한 기록으로 남기려한다.
글쓴이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76년 J 교육대학을 졸업한 동기생으로 우리 세 친구는 오래전부터 같은 지역에 살면서 가끔 부부 동반 여행도 함께 다녀온 친숙한 사이다. 정년퇴직 후에 글쓴이는 오랫동안의 병상 생활로 이들 친구로부터 많은 격려와 도움을 받았다. 그러기에 체력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도 이번 여행 만은 함께하고 싶어 동행하였지만 여행 중에 우리 부부는 일행에게 폐를 끼쳐 송구하였다. 그렇지만 5박 6일간 “놀멍 먹멍 쉬멍(놀면서 먹고 쉬면서) 한 이번 제주도 여행은 서로 간의 우정을 깊게 나눈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결코, 간단치 않았던 이번 여행의 역할 분담은 자연스레 여행 일정을 기획하고 준비한 친구 J가 대장을, 여행 마니아며 Best 드라이브인 Y가 현지에서 빌린 카니발 운전을 그리고 글쓴이가 사진 기록을 맡게 되었다. 5박 6일 여행 기간 내내 글쓴이의 부부는 여행 전문가인 J와 Y 부부의 진심 어린 도움과 배려를 받았다. 사실 필자가 퇴직한 2019년 그해에 이들 부부와 함께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여행경비를 사전에 적립해 나갔으나 아쉽게도 필자는 중도에서 포기하였다. 그때 일행과 합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언젠가 동기생 모임에서 미국 여행을 다녀온 후일담을 들었을 때 너무 부러웠다.
우리 일행은 오전 11시 40분에 김해공항에서 트랩으로 탑승하여 오후 1시경에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제주국제공항은 국내외 여행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이 혼잡하였다. 짐을 찾아 바깥 통로로 한참 걸어 나와 버스를 타고 렌터카 사무실로 가서 예약해 둔 7인승 카니발을 대여하여 제주도 여행 시동을 걸었다. 차창 너머로 뵈는 4월 중순의 제주도는 찬란한 봄꽃 향연을 펼친 흔적만 띄엄띄엄 남아있었다. 바다로 내려앉은 넓은 개활지 오름 사이의 수목들은 벌써 싱그런 신록의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가성비 높았던 우리 여행단이 보낸 여행 일정을 복기해 본다.
◎ 04/15(월)-≪제1일≫□마산역 출발-김해공항▻제주 공항 13:10. 7인승 카니발 대여하여 ▻제주 여행 출발-▻13:50 점심/정직한돈(점심) ▻곽지해수욕장▻인근 까페에서 휴식 ▻ 애월읍 농협 하나로 마트▻숙박(애월여가한옥펜션)
◎ 04/16(화)-≪제2일≫□ 제2일째 관광 출발(09:30)-▻조식(애월우체국 인근 노포 식당 성게미역국)-▻상가리야자숲 -▻양떼▻점심<애월ZZIM 식당에서 해물찜 먹고. ▻한라수목원 -▻18:00 숙박지 도착-▻석식(공용실)-▻ 자유시간 후 취침
◎ 04/17(수)-≪제3일≫□제3일째 ▻조식(08:30,숙박지 공용실에서 간편식) -09:30. 짐을 챙겨 3일째 관광출발-▻김창열 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관람-▻점심(낭쿰낭쿰에서 해물갈비전골)-▻곶자왈 탐방-▻산방산-▻용머리 해안 -▻숙박지(서귀포 라임 오렌지빌펜션)
◎ 04/18(목)-≪제4일≫□ 제4일째 ▻조식(구내 까페) -천지연폭포-▻이중섭, 왈종미술관 관람-▻<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점심(시장 안 통나무집 회 센터)-▻서귀포 주상절리(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 관광
◎04/19(금)-≪제5일≫□ 제5일째 ▻조식(공용실에서 간편식)- ▻새연교- ▻외돌개-▻유람선 관광-▻점심(어부촌 식당-해물찜.생갈치조림)- ▻이중섭거리(선물구입)-▻치유의 숲 탐방-▻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방문(카라향 구입)- ▻숙박지
◎ 04/20(토)-≪제6일≫ □ 마지막 날-▻조식(카페에서)-▻08:40 체크 아웃-▻1100 지방도 -▻용두암-▻렌트카반납▻제주공항-▻점심(공항 구내식당)-▻17:20 제주출발-▻18:20 김해공항-▻마산역-▻귀가
첫날과 둘째 날을 보낸 숙소는 애월읍에 있는 독채형 한옥이었다. 산속에 위치하여 주위 환경이 조용하고 아침저녁으로 숲속에서 청아한 새소리가 귀를 맑게 하였다. 목재로 지은 숙소는 온돌바닥에다 천정이 높아 공기도 신선하여 수면 환경이 쾌적한 한옥 스타일의 펜션이었다. 넓은 잔디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숙소 앞에는 가족끼리 바비큐를 할 수 있게 야외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고 아이들을 위한 바이킹 놀이기구, 수영장도 설치되어 있어 어린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의 가족 여행에 적합한 숙소였다. 공용 실에는 아침저녁을 간단히 숙소에서 해결하고 인근으로 관광 나갈 수 있도록 토스트, 라면, 달걀 등의 먹거리와 취사용 전자레인지가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머문 이틀 동안 아침과 저녁은 공용실에서 토스트와 라면 또는 햇반으로 간단히 먹고 점심은 당일 관광 목적지 인근 식당에서 해결하였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제주도 산중에서 볼 수 있는 푸른 4월의 밤 제주 하늘의 별들의 잔치는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이곳에서 머무는 동안 일행은 ♤상가리야자숲 ♤애월읍 양떼목장 ♤한라수목원을 다녀왔다. 상가리 야자수 숲은 제주도의 숨겨진 명소로 다양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을 다녀간 기념으로 부부끼리 혹은 독사진으로 인증사진을 남겼다. ♤양떼목장은 기대와는 달리 목장 관리가 폐가를 방불할 정도였지만, 제주도 먼바다가 바라보이는 목장의 정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제주시 연동 광이오름 기슭에 자리 잡은 ’한라수목원‘은, 제주의 자생수종과 아열대 식물 등 1,100여 종의 식물이 식재되어 전시되는 수목원이었다. 5만 평에 달하는 삼림욕장 1.7㎞의 산책코스가 오름 정상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코스로 조성되어 있었다. 한라수목원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지만 일정에 쫓기는 여행객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다음 여행 일정으로 삼일 밤을 보낸 숙박지는 서귀포의 R 펜션이었다. 저녁 늦게 도착하여 어둠 속에서 숙박지의 전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짐을 챙겨 들어가니 숙소가 독채이긴 하나 내부 시설에 세월이 묻어있었다. 일행이 머물 3개 숙소 중 화자가 택한 숙소는 냉장고가 입구에 있어 불편했지만 쓸 일도 없었다. 정작 여행객에게 필요한 시설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전자제품 작동도 잘 되었다. 건물이 연식이 있었지만, 가성비를 우선한 여행이라 이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펜션 주위를 살펴보니 소나무 숲사이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비치는 풍경은 이국적이었다. 펜션은 서귀포 해안으로 통하는 <제6둘레길>로 연결되어 친구 Y는 새벽마다 일어나 이 길을 걸었다 한다. 꼬박 사흘 동안 그곳 환경에 적응되어 양식당 카페를 오가다 보니 키 큰 야자수가 지키고 있는 펜션의 이국적인 풍경의 배경이 기념사진 촬영하기가 좋아 일행을 카메라 앞에 불러세우기도 하였다. 마지막 날 아침 떠나올 때 폭우가 쏟아져 비를 맞았던 기억이 새롭다. 제주도에 내리는 비는 ‘삼다수만큼 깨끗하겠지’ 생각하며 우리 부부는 우산 하나를 쓰고 꼴찌로 승차하였다. 그곳에서 머무는 동안 조식은 사무실에서 구매한 쿠폰으로 구내 카페에서 양식으로 먹었지만 음식 질도 좋았다.
이곳에서 숙박한 3일 동안 탐방한 곳은 ♤김창열 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곶자왈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천지연폭포 ♤이중섭, 왈종미술관 ♤서귀포 매일올레사장 ♤서귀포 주상절리(화자는 불참) ♤서귀포 새연교 ♤외돌개 ♤유람선 관광 ♤치유의 숲 등이었다. 제주도립 김창열 미술관에서 전시관 벽면에 설치된 화면으로 김화백의 대표작으로 물방울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물방울’ 시리즈 중 회귀(Recurrence)를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물방울과 한자 문자를 결합하여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에 한참 동안 빠져들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에서 제주도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곶자왈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숲으로 다양한 희귀식물이 자생한다’라고 하였지만, 일행은 곶자왈의 생태계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우리 부부는 30분 코스인 ‘서광리 곶자왈 생태탐방로(약 2.3km)를’ 다른 두 부부는 왕복 1시간 거리인 ‘화순 곶자왈 생태탐방 숲길’을 탐방하였다. 뒤처진 우리 부부는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전망대’에 올라 멀리 바라보이는 한라산과 서귀포 앞바다를 조망하며 신록이 피어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휴식하였다.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 탐방에 이어 우리 일행은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둘레길을 걸었다. 용머리 해안은 파도의 해식 작용에 깎여진 해안절벽이 용 머리를 닮은 것이 신비로웠다. 일행은 다행히 밀물 때를 피해서 탐방하였다. 앞서가는 젊은이들과 달리 거친 바위를 타고 넘고 건너는 구간에서는 높은 산을 오르기보다 더 힘들고 미끄러워 위험하였다. 좁은 바위구멍을 통해 구간을 빠져나올 때 필자의 아내는 젊은 외국인 여자분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 제주도 여행 4일째. 목요일에는 <이중섭 미술관>과 <왈종미술관>을 방문하였다. 서귀포 이중섭 문화거리에 있는 이중섭 화백이 전쟁의 참화를 피해 1951년 1월 부인(야마모토 마사코, 이남덕李南德)과 두 아들과 함께 서귀포로 피난 와서 머물렀던 초가와 이곳에서 머물며 남긴 수많은 작품이 소장되어있는 [이중섭 미술관]을 방문하였다. 李 화백이 살았던 초가 1칸은 당시 李 화백 가족의 고생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로 협소하여 이런 곳에서 살았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였다. 이중섭 미술관에서 말로만 듣던 담뱃갑 속의 은지(銀紙)에 송곳으로 그려낸 소, 닭, 어린이, 가족을 그린 소품을 대면하여 감상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은 평론가들의 말과 같이 동화적이며 자전적인 요소가 강하고 아름다운 제주도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또한 이중섭 화백의 걸작으로 알려진 <섶섬이 보이는 풍경>,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등 70여 년 전에 그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왈종미술관>에서는 제주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온 이왈종 화백의 예술 세계를 감상할 수 있었다. 가장 볼만한 작품은 <제주생활의 중도>로 이 시리즈는 제주도의 자연과 일상을 독특한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제주도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미술 평론가들의 말대로 작품 속에는 현실과 환상이 어우러진 독특한 구조와 색채가 돋보이며, 자연과 인간, 동물들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었다. 2층 전시실에는 약 9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1층에 있는 어린이 미술 교육실이 마련되어 있어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미술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하였다. 왈종미술관에서는 이왈종 화백의 작품 상설 전시와 함께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는 아트숍이 있고 옥상에는 한라산과 제주도의 남쪽 바다, 섶섬, 문섬, 새섬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었고 정원에는 이왈종 화백의 조각작품도 전시되어 있었다.
◎ 제주도 여행 5일째. 금요일 오전 11시 30분 서귀포에서 해상 유람선을 타고 서귀포 주상절리의 아름다운 해안을 감상한 것은, 제주도 여행의 백미였다. 서귀포항 해저 해상관광선착장에서 출발하여 새섬, 정방폭포, 외돌개, 12 동굴 및 서귀포 해안 절경을 돌아오는 1시간 코스였다. 유람선 이물 우측에서 함께 탄 해설사의 배꼽 잡는 우스갯소리를 곁들인 해안의 주요 명소의 역사, 자연경관에 대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며 해상의 절경을 감상하는 기분은 으뜸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루 입장 인원이 600명으로 제한되어 있어 사전 예약을 하고 찾은 ‘서귀포 치유의 숲’은 자연 속에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편백과 삼나무가 빼곡히 자라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은 숲의 환경을 이용한 심신 치유 체험으로, 명상, 해먹 체험, 맨발 걷기 등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 부부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택하였고 일행은 ‘건강 숲길 시오름 코스’를 택하여 숲길 탐방과 서귀포의 아름다운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시오름 전망대까지 다녀왔다. 이곳에서 힐링하는 동안 치매에 걸린 노인이 숲속에서 길을 잃어 가족의 신고로 119가 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였다.
17년여 만에 다시 찾은 제주도는 많이 변해 있었다. 이번에 우리 일행이 다녀온 제주도의 자연은 예전의 원시적 풍광은 사라지고 있었다. 경관이 아름다운 곳곳이 무분별한 중국 자본 유입과 난개발로 파헤쳐지고 아름다운 녹지는 줄어들고 있었다. 물론 우리가 다녀온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작은 부분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요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지만, 매스컴을 통해 듣던바 대로 최근 10여 년 동안 제주도의 자연환경은 난개발로 인해 여러 가지 변화를 겪고 있었다. 특히, 날로 더해가는 아열대로 가는 기후 변화와 함께 난개발이 제주도의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초 5인 부부 팀으로 계획된 이번 여행이 저간에 개인 사정으로 3팀을 축소되었다. 여행단이 단출해져서 7인승 카니발을 타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우리 일행의 이번 제주도 여행의 목적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삶에 찌든 심신을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번 여행의 역할 분담은 자연스레 이루어졌다. [대장]은 이번 여행을 기획하고 일정을 추진한 친구 餘深이, 가장 힘든 [운전]은 자타가 공인하는 BEST 드라이브인 松雲 친구가 [사진 촬영과 기록]은 필자 개암이 맡았다.
❋아호가 여심 餘深인 晉州 출신 친구 J는 이번 여행을 기획하였다. 친구의 아내 P 여사의 말대로 부잣집에 태어났으면 MIT를 나온 유명한 수학자가 됐을 거라는 아쉬움을 토로할 정도로 수학을 좋아하는 만큼 치밀한 기획력과 걸출한 지도력을 지녔다고 동기들은 평한다. 여심의 아내 P 여사는 아담한 체구로 늘 웃음 띤 얼굴로 남편을 말없이 내조한 어질고 착한 한국의 대표적인 어머니상을 보듯 한 현모양처. 알고 보면 전국 유명한 산을 섭렵한 등산 애호가. 이들 부부는 소문난 잉꼬부부다.
❋ 아호가 송운 松雲인 사천 출신 친구 Y는 안경 낀 외모가 수려하고 평소 친절하고 다정다감하여 동기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와 잠시 얘기 나누어도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고 할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다. 테니스광으로 주말마다 테니스 동호인과 회합하여 경기를 즐기는 운동광이며 바둑도 즐긴다. 집에 있으면 몸이 쑤셔 병이 난다는 그는 국내외로 도보여행을 여러 번 다녀온 여행 광. 지난겨울에 일본 후지산 도보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아내 K 여사와 부부 교사로 퇴직하였다. 송운松雲의 아내 K 여사는 성격이 매우 활달하고 사교성이 남다르다. 개신교 모태 신앙인으로 대형교회의 권사를 맡고 있다고 한다. 신앙심이 굳은 여장부로 남편을 개신교 신자로 전도하였다고 한다.
❋ 아호가 개암(榛木)인 거제 출신 글쓴이의 부부는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다. 2019년 정년퇴직 후 장기간 입원하여 2020년 4월 평생 고질병이던 심장을 떼어내고 기적적으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지금은 회복 중으로 주일마다 성당에 나가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틈틈이 수필과 시를 쓰면서 소일한다. 아내 수월당(水月堂)은 이러한 남편을 평생 헌신적으로 내조하였다.
이번 제주도 관광으로. ❋하나> 친구 간 우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기회가 되었다. 동기생으로 교육대학 졸업 후 현직에 있을 때는 각자의 근무처가 달랐기 때문에 살아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변한 친구들의 정서적 취향이나 은퇴한 이후 각자 취미 활동에 대해 잘 몰랐던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둘> 이번 여행 중에 부인 상호 간에도 먹거리를 구입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하고 협조하며 도와주는 가운데에서 친밀감이 커졌으며, 슬하의 자녀들에 대한 미담도 알게 되었다. ❋셋> 사전 치밀한 계획과 현지 사정 조사로 비가 오는 날에도 일정을 조정하여 차질없이 관광에 나설 수 있었다. 대장의 오랜 경험과 리더 십 덕분이었다. 다섯째, 각자 부담한 경비로 마른 한 예산 총액 대비 여행의 운영 및 만족도를 비교할 때 가성비가 놓은 여행이 되었다. ❋넷> 공자님이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 하였다. 세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으로부터 배우라는 의미이다. 이번 여행 기회를 통해 내 삶에 스승 같은 두 친구의 향기로운 인성을 발견한 계기가 되었다.
◎ 제주도 여행 6일째 마지막 날. 우리 일행은 사흘 동안 숙박한 두 번째 숙박지 서귀포 R 펜션에서 앞길을 막아서듯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속에 출발하여 다음 여정인 제주시 용두암으로 향했다. 제주도 중산간 1100도로로 한라산을 횡단하여 제주시로 넘어오는 연초록 신록이 묻어나는 비 오는 4월 중순 한라산을 횡단하는 숲속 길은 이번 여행의 압권이었다. 당장 내려서 숲속에 묻히고 싶을 정도였다. 이번 우리들의 제주도 여행은 치밀한 계획성, 탄탄한 조직력, 극기와 인내심, 상호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원활한 소통 등 오랜 교직 생활의 경험이 이번 제주도 여행에 많은 밑거름이 되었다. 우리들의 제주도에 여행에 제주도 날씨는 오락가락하며 도와주지 않았다. 어떤 날은 아침나절에 잠깐 맑았다가 낮부터 흐리기 시작하여 오후 코스를 수정하기도 하였다. 궂은 날씨로 성산 일출봉을 오르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웠다. 주중 내내 제주 하늘은 파란 속살을 보여주지 않다가 돌아오는 하늘길, 비행기가 제주공항을 선회하며 제주도를 벗어날 때 비행기 창 아래로 구름을 덮은 한라산 백록담은 신비한 그 모습을 살짝 보여주었을 때 쾌재를 부른 사람은 비단 화자 한 사람뿐만은 아니었다. 이번 여행에 참여한 세 친구 부부가 건강한 모습으로 또 다른 여행에 함께 하기를 기대하며, 다음에 제주도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한 계절이나 한 달쯤 머물면서 해발 600~800m의 80Km에 이르는 한라산 둘레길을 도보여행하고 한라산 정상을 꼭 오르고 싶다. 2024-07-06
첫댓글 사진 글 감사합니다
김봉균 시인님!
지겨운 저의 기행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화를 빕니다.
세상에서 단 한 명의 친구만 있다 하여도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셋이나 된다니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세세한 여행 후일담에 푹 빠졌다가 헤엄쳐 나왔습니다.
그 우정 건강하게 쭈욱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仁堂님!
너무 길고 재미도 없는 제주도 기행문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평안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