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있음에(시우회 33주년 기념을 위한 헌정)
이상일
가만이 눈을 감습니다.
눈에 눈물이 고입니다.
빰을 타고 흐름니다.
가슴이 메어 집니다.
슬프게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손을 붙잡고 울었습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슬피 울었습니다.
와우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성수대교 붕괴 현장에서
삼풍 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우린 그곳에서 통곡을 했습니다.
박봉에 울었습니다.
유치원에 보내지못한 자식 때문에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자식 때문에
대학에 보내지못하는 자식 때문에
부모형제가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특별시 공무원이 된 자식이
자랑스럽다며 서울역에 내렸는데
그 장한 자식이 안내한 곳은
안양, 성남,부천,의정부, 고양, 인천의 조그마한 셋방.
깜짝 놀란 듯 한 부모형제의 모습에서.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듯이
서울시 행정을 집행하면서도 서울시민이 못된
자신 때문에 울었습니다.
“이곳을 나가는자. 국가는 당신을 믿는다.”
참았습니다. 또 참았습니다.
공무원 교육원에서 나에게 민족중흥의 사명을 주면서 한 그 말을 꼭 지키겠다며.
함성이 들려옵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
전 시민이 함께하는 노랫소리입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월드컵의 환호성입니다.
성화에 눈부시게 빛나는 1000만 시민이 들려주는
청음의 환호성이 들려옵니다.
37대까지의 시장님과 5만의 시우들이 힘을 모아 그 환호성에 화답했습니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한강에 숭어가 놀고 있습니다.
요트가 바람을 가르고. 유람선이 물살을 희롱하고 있습니다.
자전거와 강아지와 시민이 어울려 품어내는 아름다운 향이 한강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망우 탄천 도림천 중량천은 이제 침수를 잊었습니다.
악취 나던 청계천은 옥류수가 되어 수표교를 씻어주고 있습니다.
수십개의 간선도로 두더지 굴처럼 얽혀져 있는 지하철.
31개의 대교가 거대한 룡이되어 한강남북을 엮어놓은
세계 최고 최상의 인프라가 구축된 도시로 우뚝선 서울특별시.
이것을 다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지요. 그러나 우리는 외침니다.
이는 우리 시우님들이 만들어낸 ‘서울의 기적’이라고.
앞으로는 더 이상 자책같은 것은 하지맙시다.
자만합시다. 거드럼을 피웁시다. 자기애를 가집시다.
우리님은 충분히 그러실수 있는 자격이 넘치고도 넘칩니다.
남은 삶 잘지켜 갑시다.
이제 더 이상 세월에 먹혀가는 삶을 살지 맙시다.
스스로 세월을 잡아먹으며 삽시다.
훗날 누가 님에게
“그때 당신은 어디있었는가.” 하고 물으면
우린 당당하게 말합시다.
“난 그때 그곳에 있었노라고....”
2019.4.23. 다가오는 시우회 총회를앞두고 이상일 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