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부는 한 가지 문제가 영원히 반복되며 고통을 받는다. 정신적으로 병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 즉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들이 권력을 탐한다는 사실이다.“ SF 소설 「듄(Dune)」의 저자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는 행성 간의 정복 전쟁이 벌어지는 미래사회에도 변하지 않는 비극을 그린다.
왜 사람들은 정치에 발을 담그면 누구나 부패하고 입만 열면 거짓말만하는 악당이 되는 것일까. 권력이라는 것 자체가 부패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부패하기 쉬운 사람들만을 골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특수한 성격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람들은 폭력에 쉽게 취하는 경향이 있고 한 번 취하면 금방 중독이 되는 병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다.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권력자들의 정치에 어지간히 분노했는지 「예종의 길(The Road to Serfdom」이라는 그의 저서 제10장의 제목이 '정치에서는 왜 최악의 인간이 정상을 차지하는가?(Why the worst get on top)'이다. 「듄(Dune)」의 저자 프랭크 허버트와 유사한 시각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하이에크는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 하고(wield power) 권력을 가장 무자비하게 행사하고 싶은(most ruthless in using power) 성정을 지닌 자들만이 정치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개탄했다. 국민을 위한다거나 자신의 이상과 선을 실현하려는 꿈만으로 인간이 처절하게 모든 것을 희생하고 피투성이가 돼 권력의 정점을 향해 기어오르진 않는다.
이타심은 이기심처럼 강력하지 못하다. 권력을 사유화해 누리고 무자비하게 휘둘러보려는 욕망을 가눌 길 없는 자들만이 권력의 정상을 차지한다. 그렇게 국민은 권력자들의 노예가 된다. 하이에크는 "권력자들이 '착한 사람'이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마음 따뜻한 사람이 벌거벗은 노예 등짝을 채찍으로 갈겨대야 하는 감독관 일도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다름없다"고 단언한다.
베트남 전쟁을 '더러운 전쟁'으로 몰고 간 미국의 36대 존슨 대통령의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가장 부패하고 난폭했던 최악의 정권 중 하나로 기록된다. 미국 최고의 전기 작가로 추앙받는 로버트 카로(Robert Caro)는 그의 불후의 명작 「권력의 통로: 린든 존슨의 시대(The Passage of Power: The Years of Lyndon Johnson·2012)」에서 존슨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국민을 기만하고 부패하고 난폭해지는 권력의 속성을 낱낱이 해부한다.
"권력은 인간의 감춰진 본성을 드러내게 만든다.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권력을 부여하도록 설득하고, 권력을 향해 기어오를 때는 자신의 본성을 감춰야만 한다. 그러나 일단 권력을 장악하면 위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한마디로 권력을 쥐고 나면 가면을 벗고 꼭꼭 숨기고 있던 본색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권력이란 CIA가 자백 유도제로 사용했다는 티오펜탈(Thiopental)과 같은 일반인들은 접근해서는 안 되는 향정신성 의약품과 같은 것이다.
오늘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국회의원 공천에 목숨을 걸고,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을 박차고 나가 새 당을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가장 천박하고 국민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최악의 정치 청부업자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정말 하이에크의 경고처럼 그들의 노예가 되는 길(The Road to Serfdom)에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김상회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