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기업의 경영기법을 행정에 접목하기 위해 최근 5급 이상 공무원들을 울산 에스케이 에너지 공장에 보냈다. 기업 현장에서 듣고 배운 기업의 경영전략, 인적자원 및 성과 관리 등을 그대로 행정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다. 민선 8기 울산시는 시정 목표를 혁신과 성과에 두고 있다. 그런데 혁신과 성과는 맞물려 있다. 특히 공공기관은 혁신 없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이를 강조하면서 "마누라, 자식 빼곤 모조리 바꾸라"고 했다. 행정도 이런 기업 정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울산시는 지난해 11월 현대중공업 전무를 울산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발탁하는 대신 울산시 서기관 1명을 그쪽에 보냈다. 기업인을 선택한 것은 물렁해진 공조직을 담금질하겠다는 것이다. 매일 출근만 하면 월말에 월급 꼬박꼬박 받아 가고 몸만 사리는 보신주의의 철밥통에 일정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보따리를 싸야 하는 기업 세계의 냉혹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서기관을 현대중공업에 보낸 것은 현장에서 인적자원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 공조직에서 그대로 활용하라는 이야기다. 그동안 공무원 사회가 제식구 감싸기로 비난받은 적이 적지 않았다.
행정안전부가 울산시의 이번 공무원 기업현장 공무원 교육을 전국적 사례로 꼽고 전국 지자체에 전파할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가 울산시의 혁신 행정을 귀감으로 삼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대차 전기차 울산공장 신설에 공무원을 파견해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것도 전국 적극 행정 모범 사례로 꼽혔다. 따지고 보면 컬럼버스의 달걀이다. 쉬운 일이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들을 울산시가 시도해 불필요한 행정규제 일부를 싹 걷어냈다.
지금은 대통령도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시대다. 김두겸 울산시장도 스스로를 `세일즈맨`이라고 한다. 공직자들이 앞장서지 않으면 그 지자체는 경쟁력에서 뒤지고 결국 퇴보한다. 그런 점에서 울산시의 자체 혁신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오히려 울산시의 혁신을 본 받도록 선도해야 한다. 자동차, 선박만 만드는 도시가 아니라 행정 혁신도 이끌어가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