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부 마오로의 이콘산책] (12) 정적주의(靜寂主義) (하)
성부 · 성자 · 성령의 고요한 어울림
- [작품2] 삼위일체: 템페라, 안드레아 루블료프 삼위일체 작품 모작, 120 x 94cm, 이콘 마오로 미술관, 안성, 한국.
붉은색으로 권능을 강조한 성부의 위에는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요한 14, 2)라는 의미로
아브라함의 집이 있으며, 성자의 뒤편에는 생명 나무가 있고, 성령의 뒤편에 바위를 둠으로써 신앙을 굳건히 하는
성령을 표시하고 있다. 앞에 놓인 그릇에는 대접하기 위한 송아지 머리가 들어있다. 그것은 희생을 의미하며
성자께서 축복하신다. 발판을 보면 역원근법이 사용되었음을 볼 수 있다.
성자 앞 탁자의 선(線)과 성부와 성령의 무릎으로부터 발까지 이어진 선을 연결하면 커다란 잔이 이루어지고,
그 잔 위에 성자께서 성체의 모습처럼 보인다. 성자 하느님의 오른쪽 어깨로부터 밑으로 내린 황금색 띠처럼 보이는 것은
‘클라부스’라 하는데 이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라는 뜻이다.
2. 빛의 흐름
나라마다 빛을 내어주는 태양신에 대한 신화는 많습니다. 빛은 신성(神性)을 상징하는 개념으로 등장합니다.
구약에서 빛은 생명·행복·율법·지혜와 결부되었으며, 신약에서는 초월적 성스러움의 상징이었습니다.
즉 타보르산에서 그리스도의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은 ‘부활과 다시 오심’을 미리 보여준 상징이었습니다.
빛은 그리스도를 통해 다시금 구약에서 드러난 야훼의 영광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리스도는 빛 중의 빛이며 세상의 빛이었습니다.(요한 1,1-14 참조)
조화와 비례는 아름다움을 측정하는 기본 원리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본질적 아름다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빛은 조화나 배합에 의하지 않고도 그 자체가 아름답습니다. 그분은 세상의 빛이고 그에게서 나온 빛이 아름답다면,
그와 닮은 우리 안에도 빛이 있기에 충분히 영적·심미적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빛으로 하느님께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안도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신앙 서적에서 영성(靈性)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면서 그 의미도폭넓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영성은 바오로 서간에 나타납니다. 그에 따르면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것은 곧 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라 합니다.
영적인 사람(1코린 2,13-15 참조)이란 물질적인 실체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하느님의 영 안에 거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영성이란 ''성령의 능력 안에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신앙 서적에 요약하였습니다. 영성은 마음의 고요(정적) 안에 머뭅니다. 그 안에는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빛의 흐름’이 있습니다.
그 빛은 환하고 따뜻하기에 주변 모든 사람을 환하게 비추고 따뜻하게 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작품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