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24학년도 동의대 한의학과 편입학 전형에서 합격하여 수기를 올립니다. 사람마다 공부 내력과 환경, 목표 등이 다를 터이지만 저의 글이 하나의 참고가 되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해에 걸친, 저의 입시 공부를 요약하는 말은 ‘선택과 집중’입니다. 다른 일과 입시를 병행해야 했으므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함을 인지하고, 제게 가장 잘 맞는 학교 한 곳 동의대학교를 중심 목표로 설정, 그에 맞추어 준비했습니다.
1. 토익
편입 준비 전에 토익은 응시 경험이 없었고, 다만 토플 91점, 수능영어 1등급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불확실성이 큰 편입 시험에서 토익 점수가 높을수록 유리함은 물론이기에, 만점을 목표로 2월부터 5월까지 일정상 응시가 가능한 대로 응시했고 이후에는 한의학과 생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간과 비용은 적게 들이면서 고득점을 얻고자 했기에 학원 수업을 따로 듣지는 않았고, 시험 전날 밤~당일 아침에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유명 강사의 토익 수업을 활용, 문제풀이의 감을 끌어올리고 빈출 고난도 어휘 등을 익힌 후 시험을 쳤습니다. 토익은 시험 특성상 몇 문제 틀리더라도 만점이 나올 수 있으므로, LC에서 어떤 문제를 놓쳤다 하더라도 바로 넘겨버리고 다음 문제에 집중했습니다. RC에서도 잘 안 풀리거나 헷갈리는 문제는 바로 넘겼고, 풀리는 문제들을 다 풀고 난 후 처음에 어려웠던 문제로 돌아와 지문과 선지를 다시 차분히 읽어 답을 찾아내고자 했습니다.
2. 한의학
학부 전공 공부를 하며 동양 학문의 관점에 익숙해져 있긴 했지만, 한의학 공부의 첫걸음을 뗀 것은 편입 준비를 시작하면서입니다. 2월에 바로 오준아카데미에서 손원수 교수님의 ‘처음 배우는 한의학’을 수강, 한 달 동안 한의학의 전 범위를 쉽고 재미있게 접하며 머릿속에 한의학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이후 자세하고 많은 내용을 공부하며 길을 잘 잡아갈 수 있었고 한의학을 공부하는 것이 더욱 기대가 되어 공부에 더욱 재밌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3월~10월에 걸쳐서는 한의학집요와 한의학총강을 주 교재로 하여 공부했습니다. 역시 손원수 교수님께 수업을 들으며 진도를 나갔고 무작정 암기가 아닌 이해 기반의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매주 쪽지시험이 있어 그것을 대비하는 것이 매주 복습의 직접 동기가 되었습니다.
집요는 개요식 정리본으로서 그대로 머리에 입력하기에 좋고, 총강은 서술식 교과서로서 이해하기에 좋아, 두 교재를 같이 보아가며 공부했습니다. 아울러 전술했듯 저는 시간이 부족했기에 모든 내용을 머릿속에 넣으려 하기보다는, 전년도 기출 정보를 토대로 공부가 필요한 내용의 우선순위를 정해, 높은 순위에 있는 내용부터 깊이 있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암기하고자 했습니다. 예컨대 경락학설을 공부할 때는 유주나 오수혈 암기는 후순위로 설정해두고, 우선 경락의 체계와 그 개념 각각을 숙지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11월~1월에는 강의를 듣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스스로 온전히 정리하고 소화를 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생각해 그리 진행했습니다. 집요나 총강 전체를 다루되 이미 잘 알고 있는 대목은 빠르게 넘기고, 여러 번 봤지만 머리에 잘 들어가지 않는 혹은 매번 헷갈리는 대목을 공략했습니다. 또 사소하게 넘길 만하지만 실은 명확히 알아야 하는 지점들을 파악하기 위해, OX 퀴즈를 스스로 만들어 풀었습니다. 예를 들어 “십이경근은 경맥의 氣가 근육에서 離入出合하는 것이다.(답X. 離入出合하는 것은 경별임. 경근은 結聚散絡된 것임)”와 같은 식입니다. 이러한 공부 방법은 실제 시험장에서 선지의 참 거짓을 정확히 가려내 정답을 고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3. 생물
문과 출신이지만 편입에 도전하기 전 자연계 수능에 도전한 이력이 있어 고등학교 수준의 생물 공부가 되어 있는 상태로, 제게 가장 잘 맞는 생물 강사를 찾아 그 1년 커리를 따라 일반생물학을 공부했습니다. 강사를 고를 때 제가 중시한 것은, 생물을 전공자 이상 수준으로 공부한 사람인가, ‘한의대 편입 생물’을 전문으로 하는가, 수업을 컴팩트하게 구성했는가, 교재가 너무 두껍지 않으면서 실제로 출제되는 내용 위주로 되어 있는가 등입니다.
생물 역시, 모든 내용을 외우려고 하기보다 기출 경향에 의거해 우선적으로 익힐 것을 선별, 집중 학습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이론 과정 중에도 시중 일반생물학 문제집을 풂으로써 출제자의 시각을 먼저 파악, 어떤 대목을 왜 잘 알고 있어야 하는지 깨닫고 보다 수월하게 학습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생물을 공부하다 보면 생소한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러다 보면 마냥 내용이 벅차게 느껴지는 것이 난관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한국어 용어든 영어 용어든 그것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쪼개어 보고 사전(네이버 국어사전, 영어사전, 지식백과 등)도 적극 찾아보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의미가 습득되어 억지로 외울 필요가 없이 용어를 파악하는 동시에 해당 내용 자체를 익혔습니다. 또한 어떤 생물학적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 순서(인과 혹은 선후관계)에 유의하며 공부했는데, 이는 실제로 이번 필기시험들에서 많은 문제를 맞히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생물 과목에서도 스스로 OX 퀴즈를 만들어 풀었고, 11월~1월에 강사의 문제풀이 커리에 임하면서는 틀린 문제로부터 내가 잘 모르는 지점을 찾아내고 채우는 식으로 생물 공부를 마무리했습니다.
4. 한문
학부 때부터 꾸준히 한문을 공부해왔고 사서 강독 경험이 있어 한문은 어느 정도 자신 있는 과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범위가 방대하다는 점, 처음보는 한문 문장도 읽을 줄 알아야 하리라는 점 등에서 방심하지 않고 틈틈이(특히 한의학, 생물 공부를 하다 집중이 안 될 때 혹은 잠이 덜 깬 새벽에) 사서 및 의학한문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읽어나갔습니다. 읽을 때는 시험에서 빈칸이 뚫려 있을 만한 구를 표시해 가며 읽었고, 사서의 경우 주희의 뜻풀이에 유의했습니다.
5. 시간과 마인드 그리고 동료
비록 전업으로 할 수는 없었지만, 하루 중 가장 집중 잘 되는 시간에 한의대 편입 공부를 배치하는 등 이 공부를 최우선으로 실행하고자 했습니다. 제 경우 새벽과 아침에 한의학을, 이동 시간과 저녁에 생물을 주로 공부했습니다. 시험 전 한 달 동안은 전업으로 하면서 과목을 자주 스위칭하며 공부했습니다. 한의학 한 단락을 공부한 후 생물 한 단락을 공부하고 또 그 다음에는 한문 한 단락을 공부하는 식입니다. 한 과목을 장시간 붙들고 공부해도 괜찮겠지만, 제 경우 그리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감이 있고, 모든 과목이 어느 정도 공부가 된 상태이므로 다른 분야를 살펴보다 와도 몰입이 잘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루 중 공부 장소 또한 바꿔주었으니, 집, 학교, 스터디카페 세 곳에서 일정 시간씩 공부했습니다.
덧붙여 공부 이외의 일과를 언급하자면, 평소 몸의 리듬에 따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유지했고(6~7시간 취침), 아침식사는 든든히, 점심과 저녁은 가볍게 했으며, 식사 후 짧게 산책을 했습니다. 운동의 경우 2월 한 달 동안은 새벽 수영을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저를 종일 피곤하게 함을 깨닫고 그만두었습니다. 제 경우 꼭 일부러 본격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이동하며 걷는 시간이 많아 그것으로 충분했던 듯합니다. 이러한 공부 외적인 것들(그렇지만 공부 역량에 영향을 주는 것들)도 공부법처럼 개인에게 맞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터입니다.
한의대 편입 공부를 하면서 제가 가졌던 혹은 가지고자 했던 마인드를 공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재밌게 할 것
* 절도 있게 할 것
* 이 공부는 나를 두근거리게 하는 꿈, 그것을 이루는 과정이자 목적임
* 한의사가 되기 위해 어차피 다 공부해야 하는 것들을 한의대 입학 전에 공부할 따름임
* (특히 힘들 때) 잘하려 하지 말고, 열심히 하려 하지 말고, 그냥 할 것
* 盡人事待天命
마지막으로 저와 함께 공부해준 동료들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7, 8월에 실강에 출석하면서 알게 되어 스터디를 진행하고 서로 격려한 동료들입니다. 필요에 따라 스터디 활동을 정하고 줌을 이용해 진행했는데, 공부 내용을 직접 설명하며 명확히 하고 또 동료에게 직접 배우면서 기억에 남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스터디 내용을 떠나서라도, 저는 제가 존경하는 친한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할 때 그에 더욱 진심과 책임감을 다하며 임하게 되는지라, 같이 공부하는 시간 그 자체가 크고 소중했습니다. 위에 적은 마인드셋 중 몇몇은 동료가 일러준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부족한 저를 이끌어준 동료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오준 교수님, 손원수 교수님, 먼저 합격해 아낌없이 조언, 격려해주신 선배님께 감사드림은 물론입니다. 진정성 있게, 한의대 편입에 도전하시는 분들께 응원을 보냅니다.
첫댓글 합격생: 박OO. 여학생. 국어국문 전공, 중어중문 부전공, 대학원생. 딱 1년만에 동의대 합격 성공하였습니다. 수험 준비의 키포인트가 '선택'과 '집중'이었군요! 이 합격 수기는 비단 동의대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대학의 편입 준비에도 무척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이 될 것입니다. 축하축하합니다. 훗날 멋진 여한의사 되세요.
아래 오준의 자작 漢詩로 박양의 합격을 축하축하 드리고 격려합니다!
待 天 命 前 盡 人 事 천명을 기다리기 전에 내 맡은 본분 다하는 것,
談 何 容 易 實 可 難 말은 얼마나 쉬운가만, 실상은 정말 어렵다네.
素 緣 淸 源 勤 頂 踵 애초에 맑은 샘물 인연 닿아 부지런히 공부한 터,
東 醫 渙 發 亦 在 君 이제 해동 의술 활짝 핌 또한 자네에게 달렸네.
*淸源: 허준 선생의 字
*頂踵: 摩頂放踵의 줄인 말 <맹자>
*東醫: 해동(우리나라)의 의술, 동의대
교수님께서 한시까지 지어주시어 축하해주시고 격려해주시다니 다시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읽을수록 벅찬 마음입니다. 열심히 배워 좋은 한의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do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