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9, 두더지 잡기 How to Catch a Mole, 마크 헤이머, 2019, 황유원 옮김, 2021, 총287쪽
황무지에 가득 핀 꽃을 꺾어다가 집에 갖고 가면 들꽃의 의미와 느낌은 완전히 사라지겠지. '두더지 잡기'는 독후감을 쓰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은 그냥 읽으면 된다. 그냥 읽은 책이다. 그냥 읽지 않고 누군가 말해주면 그것은 원래 가진 의미가 시들어버릴 것 같다. 집에 가지고 간 들꽃처럼. 그래서 나는 한 마디도 이 책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 단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앉아서 이 책을 타이핑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도 전부 다 타이핑하면 안 되니까 얼마 만큼의 분량 만큼만 타이핑 한다. 이것을 펜으로 종이에 쓴다면 필사이겠지만, 난 글자로 쓰는 것은 이미 다 잊어버렸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려진 그림은 내가 들국화 가득 핀 들판에서 어린 시절 나의 엄마와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느낌이었다. 슬픔을 처음 맛본 느낌이라 많이 슬프고 많이 울었다.
겨울과 초봄에 덫으로 두더지 잡기(26)
햇빛이 들기 전까지 세상엔 아무런 색깔이 없다.(28)
두더지가 끼치는 해는 다음과 같다.
1. 간이 활주로에 있는 두더지들이 비행기 착륙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킴
2. 두더지가 파는 굴이 달리는 말의 무게에 함몰되면 기수가 낙마할 수 있음
3. 작은 방목장의 말들은 붕괴되는 두더지 굴에 발을 헛디뎌 다리가 부러질 수 있음
4. 두더지는 방대한 경작지를 활동 범위로 삼으며 금세 잡초로 뒤덮이는 두더지 언덕을 만들어놓는데 그러면 농작물과 수확물이 줄어들고 땅은 목초지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며 농부들은 재정적 손실을 입는다.
5. 두더지는 더 많은 두더지를 낳고 녀석들은 다시 옆집의 들판으로 옮겨 가 더욱더 많은 농작물과 목초지를 망쳐놓는다.
6. 두더지 언덕이 곡물을 수확하는 농기계의 날을 망가뜨렸음. 곡물과 뒤섞인 두더지 언덕의 흙은 날을 상하게 하고 못쓰게 만듦
7. 또한 이 흙이 잘못해서 사일리지(풀이나 작물을 말리지 않고 밀폐해 발표시킨 가축용 저장 사료)로 사용하는 동물 사료에 들어가면 소와 우유에 리스테리아균이 생겨날 수도 있고 그러면 사람이 먹을 수 없게 됨
따라서 영국에서는 두더지 사냥꾼이 필수적이었다.(34-36)
두더지는 아주 작다. 녀석들은 귀엽다. 자연의 다른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두더지는 우리의 감정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두더지는 대단히 파괴적이고 늘 승리한다.(36). 두더지는 작고 강력하고 포악한 지하의 포식자다. 녀석들은 매일 자기 몸무게의 절반 이상을 먹어야 하며, 매년 20킬로그램에 달하는 지렁이를 먹게 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119)
낫을 들고 수확하는 사람은 전통적으로 목초지 중앙에 곡물 다발을 세워서 남겨두는데, 이는 곡물의 정령 '존 발리콘JOHN Barlycorn'이 숨을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이다.(43)
두더지의 촉감은 최상의 벨벳 천과도 같다. 뾰족한 이빨은 너무 작아서 부엌 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깨진 유리 조각들처럼 보인다. 눈은 이 책에 찍힌 마침표보다도 작은 반짝이는 검은 점 같다. 녀석은 매끈한 벨벳 소시지다. 두더지의 검은 발과 다리는 쥐의 그것처럼 아주 작고 가늘고 연약하며 꺼칠꺼칠한 꼬리는 2~3센티 되는 길이를 세워서 굴 안의 천장을 감지하는데 사용한다. (57) 두더지의 코는 개처럼 예민하다.(216)
특히 별코두더지는 북미의 축축한 늪지대에 살며, 개울과 늪의 밑바닥에서 딱정벌레와 무척추동물을 먹잇감으로 찾아다닌다. 손은 거대하고 꼬리는 길고 두껍고 무엇보다 별코두더지는 코끝에 지름 1센티미터 가량의 '별'이 있는데 녀석을 그것을 이용해 주변을 살피며 나아가고 먹이를 발견한다.(61)
또한 두더지는 영국에서는 '검은 벨벳 옷을 걸친 작은 신사분'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그 이유는 스코틀랜드의 카톨릭 왕인 제임스 4세를 폐위시킨 프로테스탄트인 윌리엄 왕이 두더지 언덕에서 말이 발을 헛디딘 사고로 죽었기 때문에 제임스 4세의 지지자들인 자코바이트들이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63)
아버지는 나의 이런 점을 질색했다. 나는 아버지가 내게 '비를 피해 집에 들어오지도 못할 정도로 멍청하다(Come in out of the rain: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뜻)'고 말하는 걸 듣고는 '하지만 비는 재미있는데'라고 생각했던 게 떠오른다. 나는 몽상적인 아이였다. (73)
북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선 사람들이 당신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혹은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 않는다. 그들은 '어디에 머무르나요?'라고 묻는다. 마치 어딘가에 산다는 것이 여행 도중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는 듯이. 마치 우리 모두가 여행자라는 듯이.(91)
나의 마음은 숲속과 초원, 낙엽 사이에 뿌리를 내린 양치류가 축축한 그늘에서 자라나는 야생의 장소들 속에 가 있다. 개울 위로 디기틸리스나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곳들, 떨어진 이파리가 썩어 대지의 용광로처럼 유쾌하게 끓어오르는 어두운 샘과 연못 등의 장소들. 이런 곳들에서 나는 십 대 시절 방랑자로 지내며 몇 시간씩 앉아 있거나 잠자리를 정돈하곤 했다. 이런 곳에서야말로 나는 안심하게 된다.(92)
알지 못하는 상태를 편하게 느끼는 것은 사냥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그럼으로써 모든 선택지를 열어둘 수 있고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104)
어느 날 밤, 들판 가장자리의 나무에 몸을 기대고 있다가 같은 들판에 있는 누군가가 바로 옆에서 기침하는 소리를 듣고선 혼자 펄쩍 뛰었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아드레날린을 뿜어대며 경계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밤새 계속되었고, 나는 몇 시간 내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오는 새벽이 되어서야, 나는 양의 기침 소리가 사람이 내는 소리와 완전히 똑같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다른 밤에는 잠이 들려고 하던 참에 내가 누워 있던 생울타리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따금 발자국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는데, 알고보니 반대편에서 말이 잠시 졸고 있던 것이었다.(111)
밤이 되어 휴식을 취할 때면, 나는 마치 내가 땅과 밤을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들 속으로 녹아 들었다. 나는 자연 속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것과 '교감'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이었다.(113)
훼손은 존재의 흐름의 일부다. 나는 늙어가고 있고 내 몸은 계속 분해되고 있다. 나는 째깍거림이 서서히 멈취가는 중인 시계다. 나는 피를 맑게 하기 위해 어느 날 내가 누구인지, 페기가 누구인지, 내 아이들이 누구인지 모르게 만들 혈전을 방지하기 위해 약을 먹는다.(122) 늙어간다는 것은 정지해가는 과정이다. 나는 부패에서 성장의 시작을 보는데 왜냐하면 그것이 내가 세상을 보기로 한 방법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세상을 우아하고 시적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며, 나에게는 종교가 없기 때문이고 나는 정원사이며 그것을 매일 목격하기 때문이다.(165)
나는 내 아이들을 만들었고 자연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는 나의 불가피하고 개인적인 생태계다.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생태계가 있을 테고, 다만 그것은 서로 비슷할 것이다. 그것은 모두 평범한 일이다. 우리는 이곳에 와서 자라나고 그러고는 다시 점차 사라져간다.(125)
걷기는 스포츠가 아니었으므로, 나는 힘들게 걷는 대신 한가로이 걸었다. 집 없이 어둠이 내려 그 사람들 모두가 산들바람에 불려가는 민들레 씨앗처럼 사라져버릴 때까지 나는 나무 아래 앉아 있을 수 있었고 다시 혼자가 되면 한결 시원해진 공기 속에서 어쩌면 조금 더 걷기도 했을 것이다.(126) 나는 완전히 텅 비어버렸다. 그곳에는 닻이 없었고 꽉 붙잡아야 할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남은 것은 단지 존재에 대한 받아들임과 사랑뿐이었다. (128)
어두운 아침과 저녁에는 우듬지(나무 꼭대기의 줄기)에서 노래하고 밤에는 관목의 보금자리에서 쉬고 낮에는 땅 위에서 먹이를 찾는 검은지빠귀들을 보았다. 낮은 나무에 둥지를 틀고 그곳에서 먹이를 찾는 울새들. 무리를 지어 관목에서 관목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작은 새들, 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새들을 보았고, 나를 지켜보는 올빼미와 산비둘기도 보았다.(131)
두더지의 피에 들어 있는 헤모글로비는 다른 동물들의 피보다 훨씬 더 많은 산소를 운반할 수 있으며 특이하게도 두더지는 자신이 들어마신 숨을 재호흡함으로써 그로부터 최대한 많은 양의 활력을 얻어낼 수 있다. 불리한 점이라면 두더지의 피는 잘 응고가 되지 않아 출혈로 쉽게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다.(147)
호랑가시나무의 열매들은 어둠 속에서 환하고 깨끗한 빛을 발하고 나무 안의 그늘에는 울새가 앉아서 매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자신이 그 영역의 주인임을 알린다. (149)
정원사로 일하는 나는 보통 여름의 끝 무렵에 월계수 생울타리를 자르고 다듬는다. 전통적으로는 8월에 한다. 이렇게 해주면 월계수는 겨울이 오기 전에 새잎을 낼 시간을 충분히 얻게 되고 성장도 늦춰지게 된다. 만일 월계수를 봄에 잘라준다면 나는 그해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같은 일을 해야 할 것이다. 손으로 가지를 칠 때 나는 늘 내가 그곳에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고 애쓴다. 나는 잎이나 가지의 마디 가까운 곳을 잘라주고, 그러면 헐벗은 줄기들이 쑥 튀어나오는 일 없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월계수를 자르면 아몬드 향이 풍긴다. 잎과 가지에 청산가리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던 정원사들은 과거에 이것 때문에 맥을 못 추곤 했다. 그 냄새가 심하게 나면 뒤로 물러나 가스가 공기 중에 흩어지길 기다려야 한다. 고요한 날, 청산가리는 생울타리 나뭇가지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여우 한 마리다. 아직 털이 풍성한 걸로 봐선 죽은 지 그리 오래 된 것 같지 않다. 늙은 여우처럼 보이는 녀석은 이곳 월계수 아래에서 자신의 최후를 맞이했다. 여우는 좋은 장소를 골랐다.(168-169)
나는 방수포 안에서 단단히 몸을 웅크린 채 눈과 입만 밖으로 겨우 내놓고서, 영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 동안 결코 지나가버리지 않을 것 같은 먹구름으로부터 억수같이 쏟아져 내리며 언덕을 난타하던 비와 빗소리를 보고 들었다. 단순하면서도 아마 명백한 사실일 텐데, 그것은 거의 참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동시에 그만큼 참을 수 없이 외롭게 느껴졌다.(172)
대략 60년 전에 두더지 사냥꾼들은 두더지 킬러들의 출현으로 위협을 받았다. 그들은 지렁이가 들어 있는 잼 단지를 들고 다녔다. 스트리크닌(에탄올에서 사방정계로 결정하고 녹는점이 286~288'C이다. 물, 에테르, 냉 에탄올에는 잘 녹지 않고 클로로포름에는 녹기 쉽다 수용액은 강렬한 쓴 맛이 나고 맹독이며 경직 경련을 일으키지만 미량은 신경흥분제로 쓰인다.)에 흠뻑 적신 그 지렁이들을 두더지 굴 안으로 놓아두는 것으로 두더지를 죽였다.(177)
페기와 내가 만났을 때 우리는 긁히고 잘 부서지고 많이 싸웠지만 세월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서로의 가시를 닳게 하여 없앴고 거친 부분들을 부드럽게 연마했다. 이제 우리의 굴곡은 서로 들어맞는다. 문신이 있고 많이 상했으며 헝클어진 털로 가득하고 밋밋한 쇠팔찌를 찬 내 손은 색색의 리본으로 페기의 손에 영원토록 묶여 있었다. 나의 캐리어드cariad.(179)
나의 값비싼 거위털침낭은 폭우에 흠뻑 젖은 뒤에는 내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 않았다. 거위털 침낭은 쓸모없는 사치품이었다. 나는 그것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다음 중고품 가게에서 낡은 양모 담요를 하나 구입했는데 그것은 내게 매우 소중한 물건이 되었다. 푸른색의 그 양모 담요는 거칠지만 따뜻했고 심지어 젖었을 때도 여전히 따스했으며 젖은 후에도 다시 말랐다. 그 푸른색 담요는 나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 되었다.(181)
공격적인 행위는 결국 우리를 무언가 더 크고 강하고 빠른 것들이 있는 먹이 사슬에 속하도록 만들 것이다. 생존을 위한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그것은 굶주림과 추위, 탈진, 어려움과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며 계속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인데, 그러지 않는다면 멈춰서 죽거나 아이처럼 의존적이 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186)
공격적인 동물이나 인간과 마주쳤을 때 항복하는 것은 거의 아무런 효과가 없지만 나쁜 날씨와 맞닥뜨린 경우에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이은 피하거나 항복하는 것이 전부다.(187) 두더지는 생존 기술의 귀재이며 그 기술의 첫 번째 규칙은 '위험한 것은 우회하라'이다.(188)
치유의 감정이란 그것들을 예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데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수용과 용서와 사랑과 성장과 새출발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다. 흉터는 삶의 불가피한 요소다. 아름다움은 슬픔과 기쁨 사이의 균형이고 그 순간 속에서 탄생하며 보는 자와 보아지는 것 간의 관계에 존재한다. 내 삶은 이것으로 가득하다. 그런 감정은 절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오로지 당신과 이 순간 사이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바로 이곳에만 존재한다. (200-201)
페기는 나를 '발견하는 사람'이라 부르고, 내가 무언가를 찾는 일에 전문가라고 말한다.(207)
몸을 더 사용하고 느끼면서 생각은 덜 할수록 대개 결과는 더 성공적이다.(209)
사냥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노리는 사냥감에 걸맞는 은신법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눈에 띄지 않는 것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기술로, 나는 그 기술을 어린아이였을 때 배워서 부랑자 시절에 완벽히 가다듬었다.(218)
내 치아가 안 좋아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생동물은 이빨을 잃으면 그길로 끝장이다. 나는 몸을 깨끗이 하고 살 곳을 찾아 다른 종류의 삶을 꾸려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맨체스터까지 걸어가 먼 친척들을 찾아 그들을 가까운 친척으로 만들었다. 그러기까지는 몇 달이 걸렸다. 서두르진 않았지만 몇 번의 우여곡절을 겪은 뒤 수년 전 와보았다고 생각되는 거리에서 여러 번 문을 두들긴 끝에 내 어머니의 어머니를 찾아냈다. 외할머니는 문을 열고 나를 안으로 들여보냈고 뜨거운 물로 목욕을 시켜주었으면 계란 프라이와 감자튀김을 해주셨는데 그동안 내가 어디서 지냈는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나는 몇 달 후면 열여덟 살이었다. 그 다음 주에 나는 맨체스터 피커딜리 역 사무실을 찾아가 철도 신호소 일의 면접을 봤다. 나는 그 역에서 7년을 일했고, 그 후 그곳을 떠나 예술 학교에 입학했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믿길 원하는 것을 믿기로 결정해버리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기도 전에 소통한다. 겉모습과 걸음걸이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가늠하고 분류하면서, 그리고 사회적 계급과 수입과 생활 방식을 판단하고 정치적 입장과 철학과 신념을 추론하면서.(255)
하늘은 폭풍으로 노랗게 빛나고 나는 그것의 방문을 환영해.
지나고 나면 너무 금방 지나가버린 것처럼 느껴질 그 기다림을.
나도 이제는 바라보고 기다리고 즐길 때가 되었지.
덫에 걸려 차갑게 죽어 있는 시퍼런 두더지들은 기다릴 줄 알아
마른 채로 서걱거리는 씨방 달린 줄기들은 기다릴 줄 알고 여전히 눈부신 풀들도 기다릴 줄 아네.
검은딸기나무와 너도밤나무 생울타리, 사과나무 들도 기다릴 줄 알지.
나는 집으로 가고 있네.(260-261)
나는 삶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삶이 무엇을 하는지는 안다.(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