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시. 세상을 돕는 삶
1. 삶에서 신념을 추구하자
추구하는 신념에 따라 같은 직업인일지라도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인다. 예를 들어 대학교수들도 본인의 신념에 따라서 행동양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노벨상을 목표로 연구에 집중하거나, 후학양성에 열중하거나, 사회운동을 하거나, 기업활동에 기여할 수도 있다. 정치인이라도 모두 같은 정치인이 아니다. 국회의원도 자신이 추구하는 신념에 따라서 교육, 복지, 국방, 외교, 경제 등 차별적인 분야에서 공헌할 수 있다.
신념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가치를 주요한 신념으로 추구하게 될까? 십중팔구는 돈이 주요한 가치관으로서 들어앉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돈 때문에 공부하고, 일을 하는 물질만능적인 신념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은 초등학교 저학년들도 꿈을 물어보면 금전적인 것과 결부시키는 경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돈을 많이 벌어서, 세계일주 하면서 놀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황금만능사상’을 삶의 철학,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학생들은 어떤 경로로 황금만능사상을 신념으로서 받아들이는 걸까?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하고, 돈이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신념을 어디에서 배우는 걸까?
TV에서 방영되는 다수의 프로그램들이 황금만능사상을 부추긴다. 매일 방영되는 드라마들은 이런 메시지를 자녀들에게 던진다.
‘돈이 많으면 매력적인 이성과 사랑할 수 있어’
‘돈이 많으면 존경 받을 수 있으며, 멋진 집에서, 폼 나게 살 수 있어’
‘막장드라마’가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화제에 오르기도 하는데, 막장드라마에 등장하는 악인의 주된 동기는 바로 돈이다. 부모를 외면하거나, 자녀를 버리거나, 사람을 속이는 등으로 돈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는 듯 행동한다. 가족이 둘러앉아 막장드라마를 자녀와 함께 시청하는데, 나는 솔직히 그러한 TV시청이 우려스럽다.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황금만능사상을 학습한다. 카카오톡, 게임, 페이스북, 유투브, 인터넷 포털 등을 통해 유포되는 상업적인 광고들, 사진들, 영상물들을 통해 물질만능은 우리에게 노출된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빈부의 격차를 체감하면서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상술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심리적이며 고도로 발전해왔다.
교직 생활 23년차 김선생님은 대입진학의 베테랑으로서 매 수업시간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김선생님은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결혼도 잘하고, 돈도 잘 벌고, 편하게 살 수 있다고 굳게 믿어왔으며 학생들을 그렇게 가르쳐왔다. 그것이 학생들을 위하는 가르침이라고 확신했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2003년부터 고3 담임으로 근무하면서 간판이 좋은 대학에 합격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학생들을 독려해왔다. 학과보다는 오로지 대학 간판을 기준으로 원서를 접수하도록 설득시켰다. 대학간판만 좋다면 이름도 생소한 학과에 학생을 설득하여 합격시키고 그것에 흡족해하면서 스스로 유능하다고 자부해왔다.
능력을 인정받은 김선생님은 학교의 진학팀장을 맡게 되었으며 3년 동안 학생들을 위한 대입전략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부모를 위한 서울시 OO구 대입전략 설명회’ 강사로 500명 이상의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대학입시 전문가로 충실히 임해왔다고 자신했다. 그러한 일들이 김선생님에게는 사명감 넘치는 일이었다.
어느 해 3월 재학생들을 위한 대입전략 설명회가 있는 날이었다. 김선생님은 그 날도 엑셀파일을 화면에 띄우고 선배들의 합격, 불합격 점수들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등으로 설명회를 명쾌하게 마치고 대강당을 빠져 나와 계단을 올라가는데, 앞서 올라가는 1학년 신입생들의 대화에 김선생님은 큰 충격을 받았다.
“입시 설명회를 듣고 보니 나는 갈 대학이 없어. 대학에 절대 못 가게 생겼어. 그 선생님의 말을 안 듣는 게 나을 뻔 했어. 저 선생님은 ‘드림킬러’야. 저 선생님은 보기도 싫어!!!!!!”
이 말을 듣던 날 김선생님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는 학생들이 현실을 직시하길 바라고 좋은 대학에 가려면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도였는데… 학생들의 자신감을 잘라버리고 꿈꾸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자괴감에 몇 일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고, 그 해에는 고3 담임으로서 자신감도 잃어버렸어요.”
극심한 슬럼프를 겪은 끝에 김선생님은 학생들의 ‘드림메이커’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으며, 학생들이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김선생님은 자신의 신념을 학생들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는데, 김선생님의 첫 번째 신념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긍정적인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이며, 두 번째 신념은 “열심히 공부해서 1점이라도 올리는 성공경험을 해보자. 그러한 경험으로 도전하는 삶을 살자”이다.
첫 수업시간에 김선생님은 자신의 신념을 말해주고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현재에서 1점이라도 올리는 성공경험을 해보자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작은 성공경험을 통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큰 꿈에 도전하자고 학생들에게 열정적으로 강변하는 것으로 첫 시간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김선생님은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일에 혼신의 열정을 다했다. 그러한 신념으로 열정적으로 강의하는 김선생님의 모습에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싶은 열의를 가질 수 있었다.
신념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면서 열정적으로 강의한 결과 전국 모의고사에서 7~9등급을 받던 학생들도 성적이 올라서, 학급의 40%가 넘는 학생들이 지구과학에서만큼은 1등급의 성적을 거두었으며, 꼴찌였던 한OO는 국영수는 8, 9등급이었지만 지구과학에서 1등급을 받아 자신감을 얻었으며, 뒤늦게 시작한 수학에서도 3등급을 받아 희망하던 학과에 진학했으며, 보건물리치료사가 되어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어머니에게 월급을 드리고, 김선생님에게도 내복을 사서 찾아왔다. 그 날 김선생님은 자신이 드림메이커가 되었음에 감사하고 눈물을 흘렸다.
김선생님은 말한다. “교사가 자신의 신념을 학생들에게 얘기하고 함께 노력해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해낸다면, 학생들이 믿고 따라오면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는 정말이지 대단해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의미가 경쟁에 이겨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함이라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신념을 향해 노력하는 인생으로서의 공부, 작은 것이라도 성공을 경험해보는 과정으로서 공부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김선생님은 학교에 제안하여 ‘꿈을 담아 써보는 논문대회’를 개최했다. 전교생이 참가하는 글짓기 대회로서 학생들이 원하는 꿈을 발견하는 대회로 제안하여 개최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갈 것 같지도 않은) 내가 공부를 왜 해야 하나요?”라며 답답함을 호소하는데, “좋은 대학에 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조언한다면 이는 자녀를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편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편협한 가르침을 이제는 멈추기를 바란다. 그러한 가르침을 우리 자녀들은 이미 충분히 들어왔다. 이런 가르침은 ‘좋은 대학에 갈 수 없다면 공부할 필요가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공부의 의미를 말소시켜버린다.
성적이 좋든지 나쁘든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에는 무수히 많은 의미들이 있다. 인생에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으로서의 공부, 노력하는 자세를 익히는 공부, 좌절을 극복해내는 경험으로서의 공부, 작은 부분이라도 성장하고 성취를 맛보는 공부 등으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그러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속에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공부는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활동이다. 공부를 반드시 잘해야만 의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나는 잊을만하면 한번씩 아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OO아, 너는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니?”
그렇게 질문을 받다 보면 아이도 생각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거창하지 않더라도 생각이라도 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더라도 ‘잘 먹기 위해 사는 삶’과 ‘나라를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삶’은 삶을 사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하다못해 공부를 하더라도 ‘나 잘살기 위한 공부’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공부’는 의미가 전혀 다를 수 있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나와 아들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의미, 건강을 관리하는 목적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잘 먹고 사는 정도의 이유가 아니라, 아들이 넓은 생각과 안목에서 의미를 찾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잘 먹고 사는 목적은 솔직히 좀 시시하다. 그 정도 의미에 인생을 바치기에는 뭔가 아쉽다. 모든 것을 잊고 인생을 바칠만한 목적은 훨씬 매력적이어야 하며, 의미 있고, 숭고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본인이 우선 납득할 수 있으며 그 목적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우리의 생각을 가족에서 대한민국, 전세계, 인류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의 폭을 대한민국에서 한 단계 더 넓히면 좋겠다. 대한민국은 넓은 나라가 아니다. 우리의 몸이 지구의 한 지점에 머무를지라도 우리의 생각을 좁은 대한민국에 국한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유태인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이와 같은 질문들을 던진다고 한다. “나라와 세계,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싶니?” 유태인들은 전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노벨상의 약 30%를 석권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민족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모두가 ‘잘 먹고 사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발전에 공헌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학문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투자가 부족하다’거나 ‘시스템이 미비하다’ 등을 꼽곤 한다. 하지만 나는 투자가 부족하거나 연구인프라가 부실하다는 점이 치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포츠나 산업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등을 곧잘 하는데, 관심이나 지원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이룩해낸 성과가 적지 않다.
노벨상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하다못해 노벨상이라도 학문분야에서 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 민족의 뛰어난 인재들이 ‘잘 먹고 사는’ 목적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한 두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일 것이다.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면서도, 왜 일을 하는지 의미도 모르는 목적상실, 의미부재의 상황에서 탈출해야 한다. 세상을 도와주는 신념으로부터 일의 목적과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2. 세상을 도와주는 목적을 추구하자
(1) 이기적인 꿈들이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든다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우리 가족이 잘먹고 잘산다”라는 꿈이라면, 경쟁에서 이겨야할 것이다. 동료들을 제치고 더 나은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 이기적으로 노력하게 될수록, 세상은 더 각박해진다.
(2) 이타적인 꿈을 만들어보자
- “성공해서 남주나?” --> “남주기 위해 성공하자”
- 우리는 이기적인 삶과, 이타적인 삶, 중간 어딘가의 삶을 살아간다.
- 이타적인 꿈을 만든다고 해서 손해볼 이유가 없다.
위인들 중에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목적을 추구한 인물들이 많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로 유명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사람이 피부색이 아닌 인격에 의해 평가 받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목적을 추구하는 인생을 살아갔다.
소파 방정환은 아동문화 운동가였는데 1922년 5월 1일 역사상 처음으로 ‘어린이의 날’을 제정하고, 1923년 3월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아동잡지 「어린이」를 창간했다. 1923년 5월 1일에 ‘어린이날’ 기념식을 거행하고 ‘어린이날의 약속’이라는 전단 12만장을 배포하였다. 방정환은 ‘어린이’라는 용어를 ‘늙은이’, ‘젊은이’와 대등하게 격상시켰다. 방정환은 ‘어린이들이 존중 받는 세상’을 만들려는 목적을 추구하는 인생을 살았다.
세상을 도와주려는 목적을 추구하면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이 역사적으로 적지 않다. 나는 세상을 도와주려는 목적이라면 어떠한 것이라도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이기적인 동기에서 출발할지라도 세상 사람들이 행복하도록 돕는 목적과 활동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
- 미국의 심리학자 앨런 럭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돕는 자의 쾌감(helper’s high)’을 소개하고 있다. ‘돕는 자의 쾌감’이란 주기적으로 남을 돕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럭스 교수는 3,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들 중의 95%가 남을 돕는 활동에서 강한 쾌감을 느끼며, 건강해지는 느낌을 가진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마더 테레사 효과’ 혹은 ‘슈바이처 효과’라고도 부른다.
- 미시간 대학 연구원들은 노인 부부 423쌍을 대상으로 남을 돕는 습관과 수명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조사 기간 5년 동안 134명의 노인들이 숨졌는데, 평소 남을 잘 돕는 노인들의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의 절반 이하였다고 한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마린 카운티에서 55세 이상 2,025명을 대상으로 5년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봉사활동에 규칙적인 사람들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무려 63%나 낮았다고 한다.
- 이러한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내리는 결론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남을 돕는 것에 힘쓰라는 것이다. 남을 돕는다고 해서 어떤 거창한 활동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집안일을 돕거나, 이웃을 돕는 등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활동일지라도 남을 도우면 심신에는 생기가 넘쳐날 수 있다.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말이 있는데, 이 말은 바꿔야 할 것 같다. “하늘은 남을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남을 돕는 것은 자신이 행복해지는 가장 빠른 길이다. 어떤 의도에서건 남을 돕는 활동은 자신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정말로 신비로운 사실인데, 우리는 남을 도울 때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영어를 가르쳐주면 된다. 시험을 잘 치고 싶다면 시험내용을 친구에게 가르쳐주면 된다. 그러면 그 내용이 자신의 머리 속에 남을 것이다.
- 남을 도와주는 꿈을 만들자. 그러한 꿈을 만듦으로써, 우리는 보다 숭고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남을 돕는 활동은 우리에게 평생 추구할 목적, 숭고한 가치로서 자리매김해줄 수 있다. 삶의 의미에 대해서 나 자신부터가 온전히 납득하고, 꿈을 향해 노력할 수 있다. 남을 돕는 꿈을 만듦으로써 우리는 더 집중할 수 있으며, 어려움에도 극복하려는 의지를 불태울 수 있다. 숭고한 목적을 통해, 강한 동기의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하버드대 연구팀은 남을 돕겠다는 생각만으로도, 의지와 자제심 등의 정신력은 물론 체력도 좋아진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2010년에 발표했다.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남을 돕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비범한 정신력과 체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의 연구팀은 간디나 테레사 수녀와 같은 위인들이 처음부터 뛰어난 정신력을 지녔기 보다는, 이웃을 도우려는 생각을 가지면서 다방면의 능력이 발전했을 것이라 말한다. ..
우리가 어떤 목적을 추구할 때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내가 온전히 납득할 수 있는 목적이어야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자신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최선을 다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자신이 납득하기 위해 우리의 꿈은 이타적일 필요가 있다. 편히 사는 정도의 목적이라면 지금의 고생을 감내하기는 쉽지 않다. 늙어서 편하기 위해 인생에서의 황금기에 고생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논리적으로 합당해 보이지 않는다. 지금부터 고생해도 늙어서 편해진다는 보장이 없으며, 언제 갑자기 죽을지도 모르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 욕망을 줄이고 놀면서 편하게 살아가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준성이는 Vision Makers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을 돕는 목적을 만들었다. 준성이가 추구하는 목적은 ‘자산관리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 기금을 조성하여 빈부격차를 줄여나가는 일에 공헌하는 것’이다. 준성이의 말이다.
“제가 가진 전문성으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존경 받는 인생을 살고 싶어요. 그런데 세상을 돕는 목적을 추구하면서 저에게 변화가 생겼는데 그것은 생각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이전에는 영어나 자격증공부, 봉사활동으로 노력하면서도 힘들다고 많이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고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의 생각이 예전보다 확장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Vision Makers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을 도와주는 목적을 만들어낸 학생들은 이와 유사하게 말한다. 이타적인 목적을 추구한다고 모든 일이 순탄하게 풀린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며 현실은 여전히 고단하다. 단지 차이점은 고통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자신이 납득할만큼 가치 있는 목적이라면 고통조차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극복해내고자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으며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손꼽히는 하버드대학은 신입생을 뽑을 때 공부만 잘하는 공부벌레는 뽑지 않는다고 말한다. 2014년 9월 30일자 중앙일보의 「공부벌레 안 뽑아요. 하버드대 선발 기준에 나눔이 우선순위인 까닭」이라는 기사를 읽어보면, 하버드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세상을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려는 열정과 의지를 가졌는지를 신입생을 선발하는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하버드의 공공정책대학원인 케네디스쿨에서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했었던 조우석씨는 하버드는 세상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인재를 중요시하며, 바른 인품과 리더십 역량을 갖췄는지를 평가하여 학생을 선발한다고 말한다.
하버드대의 주요 출입구인 덱스터 게이트(Dexter Gate)에는 두 개의 문구가 쓰여 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는 ‘enter to grow in wisdom’, 나갈 때는 ‘depart to serve better thy country and thy kind’라는 문구이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지혜를 배우고 졸업하면서는 세상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는 뜻이다. 자신의 재능을 세상을 위해 베풀라는 교육철학을 가진 하버드대는 학생들을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인재로 키우도록 주력한다. 하버드대 출신인 빌 게이츠가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과 더불어, 하버드 재학 시절 ‘페이스북’을 개발해 이미 억만장자가 된 마크 주커버그가 매년 수억 달러를 기부하는 것도, 하버드대가 이러한 교육철학으로 인재들을 키웠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대는 신입생의 10% 정도를 1년간 해외봉사로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세계적인 분자생물학자이면서 프린스턴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었던 셜리 틸먼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러한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인생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학생들이 성숙하고 국제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프린스턴대학의 교육이념은 “나라와 세계를 위한 봉사”이다.
세계적인 대학 MIT 학교 홈페이지에는 “우리는 15세 나이에 불치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아낼만한 똑똑한 천재를 찾는 것이 아니라, 공부할 시간을 쪼개어 옆집에 사는 불우아동을 가르치는 마음이 따스한 인재를 찾는다”라는 내용의 글이 있다. 워싱턴월간잡지는 MIT를 두고 “미국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대학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사람이 살기에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줄 대학”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세상을 돕는 꿈, 남을 도와주는 목적을 추구하자는 말을 들으면 ‘내가 왜 희생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도 풍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남을 도와주자는 것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 현대인은 모두 빠듯한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여유를 내기란 쉽지 않다.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자고 미루기 쉽다.
세상을 돕는 꿈을 만들라고 주문하면 누구라도 부담을 느낀다. 나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렇게 물어오는 독자들이 많았다.
“세상을 돕는 꿈을 만들더라도 제가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꿈이 가능할지, 불가능할지를 현재에 어떻게 판단 내릴 수 있겠는가? 무엇을 말하더라도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한계를 스스로 예단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가진 능력의 한계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의 성능을 확인하려면 브랜드나 배기량으로 성능을 짐작해볼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동차 엑셀을 세게 밟아보는 것이다. 시속 200킬로 이상으로 가속해도 차에 진동이 적다면 슈퍼카이겠지만, 시속 100킬로에도 차체가 불안하다면 슈퍼카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시속 200킬로를 거뜬히 주행할 수 있음에도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슈퍼카로서의 성능을 발휘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인생에서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엑셀을 세게 밟아보는 기회가 필요한데, 그것은 다소 힘겨워 보이는 목표를 추구할 때 가능하다. 편하게 살고 싶은 꿈 정도로는 자녀의 잠재력을 끌어내기에는 동기가 부족하다.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방법은 자녀에게 과분해 보이는 목표를 추구할 때 가능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세상을 돕는 숭고한 목적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꿈을 개인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꿈은 공동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과 꿈이 달라야 할 것 같은 부담을 가지는 경우도 많은데, 모든 이들의 꿈이 제각각 달라야 할 필요는 없다. 이왕이면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끼리 동일한 목적을 추구하는 것도 괜찮다. 같은 목적을 추구하더라도 다른 역할을 가짐으로써 공헌할 수 있다. 목적을 공유하는 협력자들을 만난다면 더욱 크고 멋진 일들을 해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신의 미래장례식을 상상해보자. 내가 죽은 이후에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주면 좋겠는지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다음의 빈칸에 미래장례식에 관해 기록해보자. 나의 미래장례식은 언제이며, 주변의 풍경들은 어떠한지, 가족들의 근황, 자식과 손주들은 몇이나 되는지, 조문객들은 어떠한지 등을 작성해보자.
미래 장례식을 상상하는 것과 함께, 나의 사망기사를 미리 작성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한민국의 유력 일간지와 방송이 나의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일생의 행적을 소개하는 내용을 미리 작성해보는 것이다. 명심해야 할 사항은 그 내용을 건설적이면서 긍정적으로 작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3. 스토리형 꿈을 수립하자
『꿈을 실현하는 드림스킬스』에서 나는 꿈의 세 가지 종류를 제안하였다. 단어형 꿈, 문장형 꿈, 스토리형 꿈이다. 학생들이 주로 말하는 대통령, 판사, 검사, 연예인, 의사, 축구선수 등이 대표적인 단어형 꿈이며 주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싶다’로 표현될 수 있다. 앞에서 논의한 바처럼 희망직업은 목적이 될 수 없다. 어떤 직업을 가지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다. 희망직업을 가지지 못해도 인생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단어형 꿈은 인생에서의 통과지점으로 생각하면 충분하다.
문장형 꿈은 단어형 꿈보다는 발전된 형태이다. 자녀가 말하는 희망직업에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더한 꿈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경찰관이 되어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삶을 살겠다’,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삶을 살겠다’,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도와주는 삶을 살겠다’ 등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문장형 꿈이며, 문장형 꿈은 다른 말로 ‘사명선언문’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다음의 빈칸을 채우는 방식으로 문장형 꿈을 만들 수 있다.
"내 인생의 꿈은 사람들을 ...........하는 것이다."
다음의 동사들을 활용하여 위의 빈칸을 채울 수 있다.
돕다, 감명을 주다, 용기를 주다, 치료하다, 보호하다, 아름답게 하다, 기쁘게 하다, 편안하게 하다, 사랑하게 하다, 추억을 되새기게 하다, 가르쳐주다, 배부르게 하다, 즐겁게 하다, 풍요롭게 하다, 세련되게 하다, 힘을 주다, 인정해 주다, 영향력을 미치다, 힘을 주다, 동기를 부여하다, 고양시키다, 섬기다, 준비시키다, 능력을 부여하다, 격려하다, 자극하다
문장형 꿈은 발전된 형태이지만 구체성이 떨어질 수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므로 막막할 수 있으며 실행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는 스토리형 꿈을 제안한다. 스토리형 꿈은 미래에 펼쳐질 인생이야기를 담고 있는 꿈을 말한다. 꿈을 이뤄나가는 삶의 이야기를 미리 그려보는 것이다. 우리 자녀들이 만들어야 할 꿈으로서 이 책이 제안하는 꿈의 형태가 바로 스토리형 꿈인데, 스토리형 꿈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 스토리형 꿈 >
내 인생의 ‘문장형 꿈’ (사명선언문) |
시기 | 이루기를 원하는 목표들 | 희망하는 직업들 |
5년 후 | ||
10년 후 | ||
15년 후 | ||
20년 후 | ||
30년 후 |
스토리형 꿈의 가장 상위에는 문장형 꿈이 위치한다. 그 아래에 과정으로서 5년, 10년, 15년, 20년, 30년 후에 이루고 싶은 중간목표들이 배치된다. 자신이 원하는 희망직업은 시기별로 오른편의 공간에 적어 넣을 수 있다. 인생에서 여러 직업들을 자유롭게 취사선택할 수 있으며 직업들을 동시에 겸직할 수 있음을 이 양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양식을 채우다 보면, 희망직업 하나가 인생의 전부인양 오해하기 쉬운 자녀들의 안목을 확장시킬 수 있다. 인생에서 직업들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다 장기적인 꿈으로서의 스토리형 꿈을 가져야 한다. 단기적인 목표들은 중간과정으로 보고 장기적인 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5년, 10년, 15년, 20년, 30년 후의 중간목표들을 연결시키면 인생 스토리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는 나의 미래 자서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스토리형 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믿음이나 가치관이 담겨야 한다. 어떠한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므로 본인에게 중요한 가치관이 담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경찰관을 희망한다면 무엇을 위해 경찰관이 되고 싶은 지에는 자신의 가치관, 인생관이 담길 수밖에 없다.
스토리형 꿈에는 인생에서 추구하고 싶은 가치들을 담아야 한다. 자신의 가슴에 맺혀진 희로애락의 감정들, 어린 시절 새겨진 추억들, 한으로 남겨진 상처들, 가슴에 응어리진 욕구들에 기반해서 자신만의 스토리형 꿈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꿈을 만든다면 꿈을 생각할 때 가슴이 뛸 수 있으며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 정도가 아니라 꿈에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저명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1980년대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제3의 물결>을 집필했다. 30년 전에 쓰여진 이 책은 현재 우리 사회의 주요한 현상들에 대해 상당부분 이유를 설명해준다. 또 우리가 곧 맞이할 미래에 대해서도 정확히 예견하고 있다. 마치 한편의 예언서를 읽는 듯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다.
<제3의 물결>의 미래예견이 이토록 정확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 첫 번째 이유는, 역시나 토플러의 뛰어난 통찰력 덕분일 것이다. 그의 탁월한 안목과 직관은 예리하고 섬세해서 감탄을 금하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 두 번째 이유로는 토플러의 미래예견이 곧 실현될 것으로 일반 대중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엘빈 토플러는 저명한 미래학자다. 토플러의 예견을 대중들이 믿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가려는 리더들이나 기업들은 그의 예견들을 이뤄내려고 앞다투어 노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견은 더 정확해지는 것이다.
토플러의 미래예견을 일반 대중들이 믿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토플러 박사가 <제3의 물결>에서 다양한 스토리들을 근거로서 제시하기 때문이다. 먼 미래에 관한 예견이므로, 단편적인 사실이나 통계치가 설득력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사람들은 제법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미래가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EBS에서 펴낸 <아이의 사생활>에서는 뇌가 유독 스토리를 좋아함을 밝히고 있다. 단순한 단어의 나열보다 이야기에 뇌는 더 큰 흥미와 집중력을 유지한다. 뇌의 이러한 특성은 1969년 바우어와 클라크의 실험에서 밝혀졌는데, 관련 없는 단어일지라도 이야기를 만든다면 우리의 뇌는 더 많이 기억하고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어 암기한 사람들은 단어의 수뿐만 아니라 순서까지도 정확히 기억했다.
우리는 단순한 단어형 꿈이나, 추상적인 문장형 꿈이 아니라 ‘스토리형 꿈’을 만들어야 한다. ‘스토리형 꿈’에는 미래에 펼쳐질 자신의 인생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그러한 미래 인생스토리가 담김으로써 우리의 꿈은 보다 강력한 예견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이 제안하는 ‘스토리형 꿈’은 미래를 창조해내는 예견력을 가질 수 있다. 꿈을 스토리형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자체만으로 우리의 인생에는 그러한 창조의 힘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미래를 창조해내고 있는 토플러의 미래예견처럼 말이다.
스토리를 담은 예견이 미래를 창조해내는 현상들이 종종 발생한다. 이름 있는 투자전문가가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으로 예견하는 스토리를 퍼트린다면, 그 사람의 미래예견 때문에 너도나도 주식을 구매하면서 결과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현상도 비슷한 사례가 될 것이다.
한번 더 강조하자면 ‘스토리형 꿈’에는 우리의 미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두뇌에 훨씬 깊이 각인될 수 있다. 자신의 미래 이야기를 실현시키기 위해 뇌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후 나의 미래를 엿보았다고 상상해보자. 미래를 보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미래는 변모하게 된다. 좋은 미래를 보았다면 희망에 부풀어서, 그 미래를 더 빨리 실현하려고 확신을 가지고 노력할 수 있다. 반대로 나쁜 미래를 보았다면 그러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 지혜를 짜내면서 노력할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나갈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다. 지혜로운 결단과 노력으로 미래를 충분히 좋은 쪽으로 창조해나갈 수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스토리형 꿈
일본 최고의 부자이며, 동양의 빌 게이츠라 불리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대학 3학년 때 자신의 인생 50년 계획을 수립했다. 손 회장의 인생계획도 크게 보면 스토리형 꿈으로 볼 수 있는데, 당시에 세운 손 회장의 인생계획은 다음과 같다.
“20대에 사업을 일으키고 이름을 떨친다, 30대에 천억엔의 자금을 모은다, 40대에 커다란 사업을 일으킨다, 50대에 사업에서 더 큰 성공을 이룬다, 60대에 후계자에게 사업을 인계한다.”
손 회장은 버클리대학 재학시절부터 컴퓨터가 세상의 중심이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전공은 경제학이었지만, 컴퓨터 칩 사진을 지니고 다녔을 정도로 컴퓨터를 열심히 공부했다. 이러한 꿈과 안목을 지녔던 손 회장은 대학재학 시절에 음성인식 번역기를 개발해 1백만 달러의 금액으로 샤프에 팔기도 했다. 이후 1981년에 소프트뱅크를 세우고, 1996년에는 검색엔진 ‘야후’에 150억 엔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당시의 야후는 15명의 직원에 2억엔의 적자 상태였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일본에서 온 마지막 거품남”이라며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손 회장의 선견지명이 적중했으며, 야후의 주가폭등과 함께 그는 일본 최고 부자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손 회장은 먼 미래까지 내다보는 스토리형 꿈을 가졌기에, 항상 도전할 수 있었다. 손 회장은 장기적인 인생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눈앞을 보기 때문에 멀미를 느끼는 것이다. 몇 백 킬로미터 앞을 보라. 그곳은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하다. 나는 그런 장소에 서서 오늘을 지켜보고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1) 높이 나는 새가 더 멀리를 내다본다
수명이 길어지는만큼, 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지혜로운 인생 선배들은 조언한다. “남이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하라”, “남과 차별된 능력을 계발하라”
참 그럴듯한 말인데, 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눈앞의 현실적인 손해를 감수하라는 뜻이다. 커다란 이익이 보장된다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남과 차별된 능력? 그러한 능력이 천금을 보장한다면, 모두가 계발하려 할 것이다. 남이 하지 않는 일, 남과 차별된 능력은 그다지 매력이 없는, 모두가 꺼리는 비인기종목에 도전하라는 의미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일곱 살에 시작한 피겨 스케이팅.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당시에는 말할 필요도 없는 비인기 종목이었다. 김연아의 어머니가 정말로 위대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질이 아무리 뛰어났을지라도, 피겨 스케이팅이라는 비인기종목에 딸의 인생을 건다는 것은 아무나 내릴 수 있는 결단이 아니다.
인생에서는 당장에 손해인 미련한 선택이 나중에 더 큰 이득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생사는 새옹지마(塞翁之馬),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혜로운 선배들은 당장에는 손해일지라도, 남이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는 속담도 같은 뜻의 다른 표현이다.
남과 차별화된 능력을 키우고 아무도 하지 않는 일에 도전하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을 지녀야 한다. 그러한 안목을 지녔다면, 당장의 불이익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바둑으로 치면 두세 수 정도가 아니라, 30~40수를 내다본다면 당장의 손해를 무릎 쓸 수 있다. 이는 우리가 보다 장기적인 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단기적인 안목의 사람이 눈앞의 손해를 감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버드대 연구자들은 '시간전망(time perspective)'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에 대해 연구한 바 있다. 이는 무엇인가 계획함에 있어 보다 멀리까지 내다보는 습성을 뜻한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은 시간전망을 가능한 멀리까지 내다본다고 한다. 장기적 안목으로 삶을 바라보면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며, 꾸준히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 시간전망을 가진 사람들은 눈 앞의 결과보다는, 먼 미래의 결실을 위해 노력할 수 있으며 현재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미셸드 몽테뉴는 “현재 즐거움의 결과로 고통이 찾아온다면 그 즐거움을 피할 것이고, 나중에 더 큰 기쁨이 주어진다면 고통도 기꺼이 감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장의 고통을 감수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미련한 선택이다. 이는 미래의 큰 기쁨을 내다볼 줄 아는 사람만이 실행할 수 있는 미련함일 것이다.
마가렛 미첼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위한 자료수집에만 20년을 보냈다.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흥망사>를 쓰는 데 20년이 걸렸으며, 노아 웹스터가 <웹스터사전>을 만드는 데에 36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