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제목 : 한국인의 탄생
2.지은이 : 홍대선
3.출판사 : 메디치미디어
4.독서일 : 1회독 - 2023/12/16~2023/12/18, 2회독 - 2024/04/18~2024/04/19
5.분류 : 인문학>문화/문화이론>한국학/한국문화>한국인과 한국문화, 역사>테마로 보는 역사>문명/문화사, 역사>한국사 일반
6.후기 소감
(1).정치에 뜻이 있는 나로서 특히 이 한반도에서 정치를 하기로 마음 먹은 나로서는 궁금했다. '현대로 오면 올수록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국가지도자는 없는 걸까?' 가령 스위스 대사셨던 장철균 선생님의 <스위스에서 배운다>에서는 '우리나라는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국가 지도자가 없다'라는 말이 너무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지도자 내지는 지도층보다 대중들의 힘이 더 강고하고 더 영리하다. 물론 딱 두 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상대 진영에서도 인정하는 면이 있다. 물론 '인정'이지 '존경'은 아님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2).그러던 중 역사학자 심용환 선생님의 유튜브 채널 '현재사는 심용환'에서 딴지일보 사이트에 '악마의 글빨'을 입추의 여지 없이 보여주시는 홍대선 작가님이 심 선생님과 같이 나온 영상이 있었는데 바로 이 책, <한국인의 탄생>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일명 '구라'라고 할 수 있는 홍 작가님의 화술이 입체적이면서도 정교하며 재미있는 나머지 이 책을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다.
(3).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인은 도대체 어떻게 그 험하고 긴 역사에서 헤쳐나왔길래 찬사와 혐오를 서로에게 주고받으며 천박하면서도 숭고한 즉, 성격이 좋으면서 나쁜 모순의 사람들이 된 걸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한국인의 탄생을 세 개의 키워드와 세 명의 인물로 각각 짝지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1.'생존'(영토의 탄생) - '단군'
2.'전쟁'(민족의 탄생) - '현종(고려 제 8대 임금)'
3.'혁명'(민족성의 탄생) - '정도전'
저자는 농담과 진담을 섞어서 단군이 이 나라의 터를 잡으실 때 부동산 투자에 실패하고 사기를 당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한반도는 굉장히 척박한 땅으로 수렵과 채집으로 먹고 살기에는 무리다. 그러므로 쌀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쌀은 인구 대비 경제효율이 높다. 문제는 논은 물을 대어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논농사를 짓기는 짓는데 너무나 척박한 나머지 늘 생존경쟁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품앗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내 눈이 솔깃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속담 중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지만 사촌이 죽으면 논농사를 짓는데 실패해 내가 굶어죽으니 결국 서로를 사랑하며 또한 증오하는 애증의 인류학을 보여주는 국가가 한국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4).그 문장을 보고 엄청 웃었다. 그 형태가 극단적으로 확장되면 바로 '산성(山城)'이다. 왜냐하면 외국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형태를 보고 놀란다. 옆에는 중국이 떡 하니 있다. 중국은 대만도 잡아먹으려고 어흥거리고 있고 티베트는 거의 잡아먹고 있고 몽골은 외몽골과 내몽골로 나뉜 상태다. 내몽골은 중국의 영토다. 그런데 이상하게 옆에 있는 한국은 몇 백년동안 국가정체성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으니까 외국 학자들은 신기해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미스터리함에 대한 대답을 저자는 '한국인은 전투민족이다' 라고 이야기한다.
(5).앞서 3문단에서 이야기한 태어날 때부터 이미 생존경쟁에 시달렸고 경쟁에서 지면 바로 인생이 나락으로 가는 거니까 피가 튀고 살이 튀는 전쟁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뭉칠 때는 단단히 뭉친다. 한국인은 한(恨)의 민족이지만 흥(興)의 민족이니까. 사랑과 증오만큼 사람을 격동시키는 감정은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척박한 산악지대고 산성은 외적이 침입해왔을 때 꼭 지나쳐갈 수 없는 곳에 위치시켰다. 그래서 절대 산성을 지나치고 갈 수 없으며 지나쳐갔다고 하더라도 게릴라전으로 성에서 나온 한국인들에게 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저자는 참고자료와 논문 목록을 부록에 제시했는데 그런 자료들의 깊이와 넓이로 볼 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6).이 산성에서 서로가 서로를 끈끈하게 맺으며 적을 섬멸하는 사례 중 대표적인 예시가 베트남전쟁의 명장인 채명신 장군께서 철조망과 해자를 빙 두르고 파서 북베트남 군들이 나오기를 기다린 뒤에 나오면 그제서야 북베트남 군인들을 향해 공격을 한다. 채 장군님께서 제시한 이 형태는 다음의 절대 명제가 있다.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처음에 미군들이 이 중대전술기지를 보고서 경악을 금치 못했고 경고사격까지 했지만 북베트남 군인들이 거의 전멸에 가까운 결과를 내자마자 유쾌하게 웃으며 위스키 몇 병씩 줬다는 저자의 부친 동료들의 증언이 있다.(저자의 부친은 월남전 참전용사시다)
(7).두번째는 '전쟁'으로 바로 최근에 방영됐던 '고려거란전쟁'에서 메인 주인공 3명 중 1명인 고려 현종이다. 현종은 고려 제 8대 임금이다. 왕위에 오르기까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는데 사생아였지만 고려 제6대 왕인 성종의 아량으로 대량원군으로 왕위 계승 서열을 올려줬지만 성종이 승하하고 목종이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목종은 모친 천추태후의 기세에 눌려서 천추태후가 현종을 신혈사로 내쫓고 자객을 보내 몇 차례나 죽이려고 했다. 그렇지만 진관 스님이 몇 차례나 도와줬다. 그러던 중 목종이 천추태후의 손아귀에서 자신의 권력과 고려를 구하고자 서북면 도순검사 강조를 불러온다. 강조는 곧바로 김치양과 목종이 총애하는 사내 유행간을 죽이고 자신을 부른 목종마저 살해한다.
(8).천추태후는 악녀이긴 하지만 유능한 악녀였고 강조가 천추태후를 내쫓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강조는 신혈사에 있던 대량원군을 왕위로 올리니 대량원군이 고려 제 8대 임금 현종이 된다. 강조 역시 무능하지 않았다. 오히려 매력있는 마초였다. 이러한 강조의 정변과 더불어 강조의 부하장수라고 추정되는 하공진이 고려로 귀화하려던 여진족 무리들을 학살하자 여진족 무리 중 일부가 앙심을 품고 요나라(거란) 조정에 고한다. 이에 요나라 역대 성군으로 평가받는 성종이 거란 대군을 이끌고 오니 그게 바로 거란의 제 2차 침입이다. 강조가 통주 벌판에서 선전하지만 패하고 현종은 나주로 몽진한다. 양규의 맹활약으로 요 성종이 물러간 뒤에 현종의 파트너인 강감찬이 현종과 함께 군사를 육성하며 전쟁을 준비한다.
(9).그 와중에 현종의 실책으로 김훈과 최질이 반란을 일으키지만 이자림의 꾀와 현종의 결단으로 진압된다. 현종은 관용을 보이며 고려를 70년동안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의 민족의식 혹은 유민의식에 사로잡혀있던 사람들을 모두 '우리는 고려인이다'라는 민족의식으로 결합하는데 성공한다. 그 예가. 백제인이 신라의 귀족무덤 근처에 가면 아무리 높은 신분이라도 말에서 내려 절을 하고 가야 했다. 이로써 한국인은 저자가 봤을 때 '한민족의식은 전쟁을 통해서 총화가 된 것이다'라는 명제를 입증한다.
(10).그리고 아시다시피 제 3차 고려거란전쟁에서 개경 금교역 전투에서 현종의 꾀와 지략으로 소배압의 300 정예병을 물리치고 강감찬의 20만 대군이 소배압의 10만대군을 귀주벌판에서 맞아 싸우며 결국 거란군을 전멸시킨다. 소배압은 겨우 수천 명만 데리고 도망가야 했다. 이렇게 저자는 고려 현종 때에 이르러서야 민족의식이 탄생했다고 한다. 더불어 원래 MBC에서 하려고 했는데 복잡한 어른의 사정으로 KBS에서 했다는 웃지못할 소식을 전하며 배가 아프다는 말까지 한다. 물론 먼 미래의 내가 봤을 때는 오히려 잘 된 것으로 보인다.
(11).마지막으로 한민족성을 탄생시킨 사람이 조선 건국의 전략가 정도전이다. 저자는 근대인은 조선인이 아니지만 조선인은 근대인에 가까운 면이 있었다고 한다. 민주주의를 짧고 굵게 정의내린 인물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정부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윗문장을 패러디해서 저자는 여러 지식으로 엮은 추론으로 조선을 건국한 정도전은 다음과 같이 조선을 정의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임금의, 사대부에 의한, 백성을 위한'
왜냐하면 조선은 임금의 나라다. 태종이 정도전을 무인정사를 일으켜 일망타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종은 정도전의 설계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정도전은 임금을 국유화했다. 정도전의 파트너인 태조 이성계가 워낙 솔직하고 소탈하며 사람 좋은 무인이었기에 정도전의 '한 고조 유방이 장자방(장량)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한 고조 유방을 쓴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서 허허실실하며 웃었다는 이야기는 이 명제를 입증한다. 게다가 '사대부에 의한'이다. 조선의 임금은 매일 경연을 해야 했고 사대부들에 맞서 비전을 제시하며 말로써 글로써 마지막으로 논리로써 대결하며 자기 자신의 비전을 실현했어야 했다. 사대부는 사서삼경을 외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면서 '백성을 위한 도구'로서 쓰임받는 사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했다.
(12).그러한 사대부 혹은 엘리트가 될 것이다. 조선인은 현대인에 가깝다. 저자의 생각을 짧게 요약했다. 책을 읽으니 많이 재밌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공감도 많이 갔다. 특히 '한국인은 서로를 애증한다'라는 점을 정말 동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