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생각하기> 스즈키 간타로 / 최지영 / 포레스트북스 (2022)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뛰어넘어 '탈(脫)수학'이란 말이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하긴 수학이란 학문이 어렵긴 어렵다. 그리고 솔직히 세상을 살면서 '제대로 써먹지도 못할 어려운 수학'을 오직 점수를 따고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 주야장천 풀고 또 푸는 뻘짓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면이 없잖아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수학문제를 왜 풀라고 강요하는 것일까? 내가 내린 결론은 딱 하나다. 수학을 배워야 하는 까닭은 바로 '논리적 사고력'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논리적 사고력이란 별 것 아니다.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술술 풀어낼 수 있는 '생각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힘이고, 천재가 아니어도 노력만 하면 상상 이상의 수준의 능력을 갖출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초중고시절에 일주일에 5번 이상의 수업을 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며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진정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따라서 수학공부는 그냥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필수과목인 셈이다.
그런데도 수많은 학생들이 수학공부에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아주 많이 말이다. 그래서 좀 더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비법이 담긴 '문제집'도 풀어보고, '관련서적'도 뒤적거려 보지만, 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신박한 '수학책'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좋은 수학책이 없기에 그런 것이 아니다. 좋은 수학책은 진짜 많지만 '나에게 딱 맞는' 수학책을 찾기가 정말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왜냐면 학생들마다 수학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제각각인 탓이 가장 크고, 자기 수준에 딱 맞는 '난이도'의 책을 고르기도 여간 힘들 일이 아닌 탓이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정답은 '닥치는대로 몽땅 풀어보기' 위해서 온갖 <수학책>을 두루두루 섭렵해보는 수밖에 마땅한 답이 없는 실정이다.
나 역시, 그랬다. 수없이 많은 수학관련 책을 읽고 또 풀고 난 뒤에야 겨우 수학을 공부할 맛을 겨우 찾았었다. 아쉽게도 학창시절에는 찾지 못했고 30대가 되어서야...아이들을 가르치는 처지에 놓이고 난 뒤에야 겨우 찾았었다. 정말이지 '이 책'에서 한 가지 비법을, '저 책'에서 비법을 알듯 말듯 할 정도로 지난한 수련과정을 거친 다음에 겨우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찾게 되었다. 내 경우에 특이한 비법이라면 '문제집'이 아닌 '다양한 논술서적'을 뒤적거린 다음에야 어떤 수학문제라도 꿰뚫는 통찰력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강조한 부분 가운데 하나인 '문해력'이 중요했던 것이다. 사실, 수학도 '언어'를 기반으로 하는 학문인 탓에 '수학기호'가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약속을 이해하고 '풀이과정'을 뚫어져라 째려보면 웬만한 문제는 '모범답안'만 참고해도 다 풀고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그 정도의 안목도 기르지 못한 학생이라면 중학생일지라도 '초등수학'부터 다시 차근차근 풀어보며 '수학언어의 맥락'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옳은 순서가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고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논리적 사고력'을 배우는 심오한 과정이기 때문에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해도 절대로 늦지 않는 학문이다. 그러니 중고생이라 할지라도 '수학기초'가 부족하면 지루할 정도로 '초등기초'부터 차근차근 길러나가야 하는 끈기를 먼저 갖춰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도 말했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는 법이다"라고 말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끝없는 반복으로 능숙을 먼저 익히고, 능숙해진 능력을 숙달시켜 실력으로 쌓은 다음에, 날카로운 안목으로 실력을 갈고 닦은 뒤에야 겨우 '쓸만 한 재주'로 삼을 수 있는 법이다. 비단 '수학'만의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모든 학문이 그렇고 모든 실력자는 다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만들어지는 것이 '배움의 이치'다. 특히나 수학에서는 그 이치가 매우 두드러지게 돋보이기 때문에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명석해보이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을 잘 하는 비법'은 없는 것일까? 좀 더 빠르고 쉽게 잘 할 수 있는 비법 말이다. 결론만 얘기하면, '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다. 부지런하고 꾸준해야 하며 결코 멈추지 않는 노력을 하는 사람에게만 '그 비법'이 통한다는 아쉬운 조건이다. 한마디로 노력하지 않으면 좀처럼 성공할 수 없는 비법이란 말이다. 거의 모든 학문이 그렇긴 하지만 말이다. 서론은 이쯤하고, 그 속성비법의 첫 번째는 바로, '수학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수학적 정의'와 '수학문제 이해하기'로 표현하였다. 일단, 수학문제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 풀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모범답안의 풀이'를 참고하면서도 '풀이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수학'인 탓이다. 누구는 '수학기호'가 이해되지 않기도 하고, 어떤 이는 수학문제에 왜 '영어(알파벳)'가 나오는 것인지 의아할 수도 있다. 또한, 그래프나 표, 도형 따위를 그려놓고 수학문제를 풀라고 강요하는 현실에 도망가고 싶은 심정인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수학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수학의 정의'부터 차근차근, '문제풀이과정'도 차근차근 알아가며 아기가 걸음마 배우듯, 옹알이를 벗어나 대화가 가능해지는 듯한 깨우침을 얻어야만 수학을 배우는 기초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 기본과정을 익혔다면, '수학적 사고력'을 익혀야 한다. 세상 모든 이치에 '당연한 것'은 없다. 원인이 있다면 결과가 반드시 있고, 어떤 결과가 나오기까지 추론할 수 있는 원인들을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은 모든 학문이 지향하는 바다. '수학의 언어'를 이해했다면 '이것'과 '저것'이 똑같은 것이고, 그로 인해 '요것'이란 문제를 풀기 위해 '그것'을 활용할 줄 아는 사고력을 길러야 하는 법이다. 이를 테면, '단위환산' 같은 것이 그렇다. 1m가 100cm인 것을 알았다면, '1m의 제곱'과 같은 면적은 '100cm의 제곱'으로 구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참으로 뻔하고 쉬운 듯 하면서도 종종 실수가 발생하는 부분인데, '수학적 사고력'이 부족하면 왕왕 답이 틀려버리는 안타까운 사례가 상당히 많이 발생한다. 비슷한 예로, 속도와 시간의 '단위환산'에 실수를 하기도 하고, 좌표평면이나 그래프를 잘못 이해해서 알고도 틀리는 문제가 속출하는 것이 바로 '수학적 사고력'이 부족한 탓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식암기'에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공식을 달달 외워서 수를 대입해 답을 구하는 과정에 익숙해지면 '수학적 사고력'은 물론이거니와 '논리적 사고력'을 절대로 키울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맞는 얘기다.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는 사실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런데도 당장의 점수를 위해서 무작정 '공식'을 암기해서 얼렁뚱땅 수를 대입해서 답을 구하는 것에만 열중하곤 한다. 설령 그런 방식으로 좋은 점수를 얻었다고 한들 '수학'이 좋아질리 없다. 다음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 또다시 공식암기를 반복해야 하는 짜증나는 학습법이란 말이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공식을 억지로 암기해서 무엇을 얻길 바라는 것일까?
그렇다고 '공식'을 활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조금 늦더라도 '공식'이 나오기까지의 풀이과정을 곰곰이 생각한 뒤에 공식을 활용해서 문제를 풀면, 분명 '다르다'는 느낌을 얻게 된다는 얘기가 핵심이다. 다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한 공식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그 공식이 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법'이 30가지가 넘는다는 걸 알고 있는가? 그리고 그 유명한 공식은 '피타고라스'만 증명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수학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증명하고, 유용하게 써먹었다는 사실도 더불어 알아두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예컨대, 수학문제의 다양한 출제유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한 눈에 알아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분명 '피타고라스의 정리법'을 활용한 문제인데, '익숙한 공식'으로는 절대 풀 수 없는 유형도 출제되기 때문이다. 그럴 땐, '공식활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기본공식을 활용해서 변형된 공식으로 아주 쉽게 문제를 풀이하는 것이 바로 '수학에서 말하는 논리적 사고력'의 참모습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수학을 포기하면 대입도 포기해야 하는 대한민국 입시현실을 감안한다면, 수학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과목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수학공부를 통해서 '논리적 사고력'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단순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수학공부를 하다보면 쉬이 지치기 마련이다. 수학공부는 '끈기와 인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그 길고도 험난한 수련과정을 마지 못해 억지로 끌려가듯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왕이면 즐겁게 공부하는 비법을 터득하는 마음가짐으로 차근차근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나가면 어른이 되어서도 꼭 써먹을 수 있는 과목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유용한 수학책임에 틀림없지만, 아쉽게도 '수식오류'가 눈에 띄어서 완벽한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수학책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긴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수학적 언어'를 이해하고, '수학으로 생각하기'를 실천하면 누구나 수학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내용이기에 큰 흠으로 잡고 싶지는 않았다. 수식오류는 그저 '옥에 티'로 생각하시고 큰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수학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 틀림없다.
http://blog.yes24.com/document/1658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