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추석대목을 앞두고는 콩나물 시루처럼 빡빡해서 사람이 오고가지 못했어요. 설, 추석으로 1년 먹고 사는데 이것 보세요. 이런 대목장은 처음보네 정말. 그냥 사람들 오고가는 수준이니…. 이젠 추석대목도 거의 끝난 셈인데 큰일입니다." 지난 19일 오후 2시께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 오랜만에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가는 사람을 잡기 위해 상인들의 말과 손짓이 바빠졌다. 하지만 손님이 등을 돌리면 상인의 얼굴은 곧 굳어진다. 손님이 늘어 좋겠다는 질문에 이곳에서 견과류를 파는 제성상회 임헌규(35) 씨의 대답은 냉정했다. 밤, 대추 등 마른 제수용품의 경우 지금이 가장 많이 팔릴 때다. 햇밤이 나와 밤값이 한 되 3000~4000원으로, 지난달보다 절반 값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한 되도 잘 팔리지 않는다. 나와 앉은 여러 상인들이 권하는 햇밤을 먹어보고도 사람들은 발길을 돌리기 일쑤다.
"이렇게 처지는 날 사야 싼거여!" 경동시장에서 20년 굴비장사를 했다는 서옥자(63) 씨가 손님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다. "백화점에서 10만원, 12만원 하는 거 여기서는 반값에 팔아요. 간도 우리가 직접 해서 맛있고. 그런데 이렇게 사가지를 않네." 그는 "바닥(산지)에서 두릅당 1000~2000원씩 올랐는데 지난해보다 장사가 더 안 되는 상황에서 값을 올리지 못한다"고 푸념했다.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영등포 청과물시장 같은 전문 도매시장에서도 추석대목을 찾기는 어려웠다. 지난 19일 오후 4시께 마장동 축산물시장. 트럭, 오토바이만 오고갈 뿐 소매 손님은 거의 없다. 한가한 듯 신문만 읽고 있는 남원1호 상점의 이창석(58) 씨는 "광우병 때문에 LA갈비 같은 싼 고기가 안 들어와서 그런가 사람들이 통 없다"면서 "할인점, 백화점에 납품하는 정육세트도 다 여기 유통회사에서 연결해 공급하는 건데 젊은 사람들은 더 싸게 살 수 있는 재래시장은 도대체 찾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 청과물시장은 강서농산물도매시장으로 상점들이 하나둘 떠난 때문인지 상인도, 손님도 한층 줄었다. 간혹 오가는 주부들은 "배값이 지난해보다 많이 싸네"라고 말하지만 지갑을 쉽게 열지는 않는다. 대성청과의 송영순(52) 씨는 "도매도 소매도 안돼요. 이전처럼 박스 단위로 사가는 손님도 줄었고. 배 6~8개 든 소포장 박스도 얼마나 깎아서 사가는지." 한편 백화점과 할인점도 17일부터 매장 곳곳에 `한가위 선물세트 특설매장` 플래카드를 내걸었고, 종업원들도 한복으로 곱게 차려입고 선물세트 고객맞이에 들어갔다. 재래시장과는 달리 백화점, 할인점 등은 모처럼 몰려드는 고객으로 곳곳에서 즐거운 비명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고객은 몰려들지만 20만원 이상의 고가품은 쳐다보지도 않고 주로 10만원 이하 또는 5만원도 안 되는 저가품에만 매기가 몰리고 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내수경기가 극도로 침체된 데다 사회적으로 번지고 있는 `선물 안 주고 안 받기 운동` 등의 여파로 선물세트 경기는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객은 늘어나지만 저가품 위주로 판매돼 전체 판매실적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백화점의 경우 10만원대의 실속형 선물세트가, 그리고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의 할인점은 5만원 안팎의 중저가 상품이 그나마 잘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은 추석행사 초반인 17~18일 이틀 동안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곶감과 선어ㆍ대하, 청과 등 일부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140%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할인점 역시 5만원대인 중저가 상품의 매출 상승세는 뚜렷했다.
현대백화점 오중희 이사는 "올해 추석명절용으로 값비싼 선물세트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5만원 안팎의 청과, 정육, 생선, 식품세트 등이 지난해보다 많이 팔리고 있다"면서 "고가품은 안 팔리고 저가품만 판매되는 선물세트의 `저고 고저` 현상은 대다수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첫댓글 올추석은 날 샛네요
한여름 매서운 추위 최악의 경기 동장군이 오는 10월부터는 고기 안먹고는 못 살거인게 우리 한번 기다리면서 열심히살아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