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의 제작거부로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파행 중인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의 공동 총파업이 29일 오전 5시부로 시작됨에 따라 KBS 방송 파행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 이하 새 노조)와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 이하 KBS노조) 양대 노조는 29일 오전 5시부터 전면 총파업에 들어갔다. KBS이사회가 길환영 사장 해임 제청안을 가결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4700여명의 KBS 구성원 대부분이 양대 노조에 속해 있고 파업에 참여 중인 만큼, 방송 파행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황을 살펴보면, 우선 방송되는 뉴스 앵커들이 모두 교체됐다. 새 노조는 “양 노조 소속 80여명의 아나운서 전원이 파업에 동참해 부장, 팀장 등 10명만 업무 중”이라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맡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9시 뉴스 앵커도 전면 교체… ‘겹치기 진행’ 속출
한상권 앵커는 29일부터 각각 한상헌, 박사임 앵커가 진행하고 있던 1TV <6시 뉴스>와 1TV <뉴스광장>의 앵커로 투입됐다. 1TV <930뉴스>는 변우영 앵커에서 안희재 앵커로 바뀌었다. 현재 아나운서실 현업총괄팀장인 이창진 앵커는 프로그램을 세 개나 맡았다. 유지원 앵커가 맡았던 1TV <뉴스12>와 김윤지 앵커가 맡았던 2TV <지구촌뉴스>의 진행을 동시에 맡았으며, 오늘 밤 <뉴스9>도 진행한다. <뉴스9>는 KBS기자협회 소속 최영철 앵커가 19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감에 따라 이현주 앵커가 열흘 가까이 단독진행해 왔다. 기자들의 제작거부 이후 <뉴스5>는 편성에서 제외된 지 오래고, <동물의 세계>가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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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KBS 양대 노조의 파업으로 KBS 뉴스9의 앵커도 이현주 아나운서에서 이창진 아나운서로 긴급 교체됐다. 이창진 아나운서는 이날 '지구촌뉴스', '뉴스12'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사진=KBS뉴스 캡처) |
1TV <뉴스토크>는 조수빈 앵커에서 유애리 앵커로, 2TV <굿모닝 대한민국>은 오언종, 정다은, 장웅 3인에서 황수경 앵커 1인 MC 체제로 바뀌었다. 2TV <세계는 지금>은 MC 등장 없이 VCR 편집만으로 나가고, 제작편집실 파행 운영으로 매주 금요일 7시 30분에 방송되던 <똑똑한 소비자리포트>는 내일(30일) 결방될 예정이다.
라디오 쪽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라디오 뉴스는 5분으로 단축 편성되고, 뉴스 앵커 배정에 큰 혼란이 생기면서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1FM 5월 실황특집 중계방송 <뉴 재팬 필하모니 연주회>의 편성이 취소됐고, 백승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1FM <FM풍류마을>과 위서현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클래식FM <당신의 밤과 음악>은 결방됐고 각각 <국악의 향기>와 <장일범의 가정음악>이 재방송됐다.
1라디오 <오한진, 이정민의 황금사과>는 오한진 씨가 단독진행하며 1라디오 <라디오주치의 이충헌입니다>의 이충헌 기자도 교체된 상태다. 2라디오 <당신의 아침 박은영입니다>에는 외부 MC인 방송인 오영실 씨가, 쿨FM <황정민의 FM대행진>에는 이성민 아나운서가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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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5시부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노동조합 양대 노조의 파업이 시작됨에 따라 KBS는 방송 파행을 겪고 있다. 현재 오후 3시 뉴스까지 앵커가 전면 교체됐다. 왼쪽 시계방향으로 뉴스광장 한상권 앵커, 뉴스930 안희재 앵커, 굿모닝 대한민국 황수경 앵커, 뉴스토크 유애리 앵커 (사진=KBS뉴스 캡처) |
파업 장기화 시 방송 전체 차질 불가피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일부 프로그램은 얼마 간 녹화방송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프로그램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1TV 대하사극 <정도전>과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은 촬영이 중단됐다. KBS는 파업 시작일인 29일, 다음달 3일로 예정된 1TV 드라마 <고양이는 있다> 제작발표회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시간이 더 흐르면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예능 프로그램뿐 아니라 6·4 지방선거와 브라질 월드컵 방송까지 파행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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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리에 방송 중인 KBS1TV 대하사극 '정도전' 역시 촬영이 중단된 상태다. (사진=KBS 정도전 홈페이지 캡처) |
새 노조는 “방송사 특성 상 파업으로 인한 제작 및 방송 차질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공영방송 KBS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청자,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부탁드린다. 시청자 여러분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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