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것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새것이 들어서는 것은 세상과 우주의 이치다. 한번 망했다 다시 일어섰다해도 통치이념이 녹슬고 제도가 낡으면 쇠락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나라의 운명과 흥망성쇠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 멸망에 대한 분함과 애석함을 조조 한사람에게 분풀이하듯 나쁜 사람의 화신처럼 만든 나관중의 역사해석은 소설이라해도 지나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낡고 썩어 망해가는 나라를 살리겠다고 하는 것이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것인가. 아니면 판을 뒤집어 새롭게 시작하는 게 백성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
사실 한漢은 전한과 후한으로 나뉜다. 유방이 세웠지만 세월이 흘러 거의 망해갈 뻔했던 나라가 전한이고 후에 광무제가 리모델링한 나라가 후한이다.
한번 리모델링했는데도 또 낡고 썩어빠졌다면 뻐대까지 삭아 가만 놔둬도 무너질 수 밖에 없다.완전히 허물고 재개발하는 것이 정답이다. 망해가는 후한을 부득불 재개발할 수 밖에 없었던 조조는 영웅의 면모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조조는 실제 진정한 영웅이다. 3국의 정사(正史)를 다룬 진수(陳壽)의 ‘삼국지’는 조조를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지도자로 평가했다. 뛰어난 정치가이자 군사전략가로, 후한의 뒤를 이어 위나라 건국의 기초를 닦았다.
뿐만 아니라 음악과 그림·글씨에 능했다. 두 아들 조비‧조식과 함께 삼조(三曹)로 불리며 후한 말기 건안문학을 이끈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다.
“술을 마주하고 노래 부르니 사람의 한평생 얼마나 되겠는가.
산다는 건 아침이슬 같은데 지나온 세월 고생이 가득하더라.
탄식 섞인 노래를 부르니 근심이 깊어지누나.
무엇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우 우 사슴이 울며 들판의 쑥을 뜯는다.
그대가 내게 온다면 북 치고 비파 타고 피리 불리라.
환하고 밝은 달 같은 그대, 언제쯤 내게로 기울려나.
안타까운 마음 끊어낼 길이 없구나….”
조조가 쓴 시 ‘단가행’(短歌行)의 일부이다.
더구나 조조는 중국의 춘추시대 손무(孫武)가 쓴 병법서 ‘손자병법’의 요점을 추려 해석한 ‘손자약해’를 직접 쓰기도 했다. 오늘날 인류 최고의 병법서로 전해지는 ‘손자병법’은 조조가 쓴 ‘손자약해’로 알려지고 있다.
손자약해는 요즘에도 비즈니스·정치·마케팅 등 각 분야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둥도, 18세기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이것을 읽고 참고했을 정도다.
‘손자약해’는 조조가 직접 쓴 서문과 ‘손자병법’ 원문을 알기 쉽게 축약하고 주해를 단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손자약해’를 보면 전장에서도 책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는 조조의 폭넓은 식견이 고스란히 읽힌다.
또한 직접 쓴 서문에 들어 있는 다음 문장들은 조조가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을 지닌 전략가였음을 알 수 있다.
“지혜로운 장수는 평소 무기를 거두었다가 필요한 때에만 쓰는 집이시동(戢而時動)을 용병의 기본으로 삼는다.
어쩔 수 없을 때에 한해 싸우는 부득이용병(不得已用兵)이 그것이다.” 조조는 싸움을 최후의 수단으로 보았다.
“이기는 싸움의 요체는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 있다. 민심이 하나로 모이면 1,000길 높이의 계곡에 막아둔 물을 한 번에 터뜨려 쏟아지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군사력, 즉 군형(軍形)이다.”
조조는 사회적 결속이 곧 승리와 성공으로 이어짐을 꿰뚫어봤다.
'손자약해'는 평생을 전쟁터에서 살다시피 한 조조의 무수한 실전경험이 주석의 형태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최고로 평가된다.이론과 실제의 겸비가 그의 주석을 군계일학처럼 돋보이게 만든 결과다.
조조는 삼국시대 당시는 물론 21세기 현재까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병법가로 꼽힌다.
첫댓글
토르님,
첫 댓글 감사합니다.
삼국지를 읽으며
조조는 간교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지요 님의 글을
읽으며 편견을 가졌던제가
부끄럽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이리보면 간교하고
저리보면 아닐 수 있는게 사람이죠...
삼국지를 통해 조조를 보면 간교한 사람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고견 감사합니다. 달님이님...
어쩌다가 조조가 간사한 사람의 대명사가 됐는지..
실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유방이나 광무제가 세운 한 나라의 명분을 등에 진 유비 보다..
뛰어난 인물인데..
소설이다 보니 작가의 관점과 주관이 많이 들어 가다 보니 그리 되었나 봅니다.
그러게요...
말씀대로 동양의 세익스피어라는 나관중님이
그렇게 묘사했으니....ㅎㅎ
김포인님 고견 감사합니다.
조조를 유비와 비교하여 냉정하게 평한다면 충분히 공감되는 내용이네요.
다만 영웅의 품계를 따지면 어찌될까요.
생전에 사마의를 알면서도 결국 사마씨에게 세상이 넘어가는걸 예방하지 못했고, 결국 370년 위진남북조시대, 중국 역사상 최장 혼란기의 출발점에 선 중요 인물이 되어버렸죠.
선배님 고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국역사상 최장 혼란기의 출발점에 선 중요인물이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제가 上海에 있을때 孫子兵法의
내용 일부를 쓴 書法作品을 중국사람에게서 선물로 받았습니다.
전 세계의 많은 사관학교의 교재로 쓰이고,
기업인들에게는 경영 지침서로도 읽히는
前代未聞이자, 東西古今을 통하여,
가장 뛰어난 兵法書라 생각합니다.
상해에 좋은 친구분을 두셨네요..
말씀대로 손자병법은 단순한 군사 전략서를 넘어 현대에 와서는 리더십, 경영,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되는 고전이죠
방장님 고견 감사합니다.
흥미진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비온뒤님께 지식나눔을 부탁드린 저의
촉에 최고야 칭찬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리 거저 얻어도 되나 싶게 황송하네요~
남은시간도 해피해피 하시길 빕니다
최곱니다.
25일에도 뵈어요~
과분한 말씀 민망합니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몽연총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