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72코스는 2023년도 송년 트레킹 기념으로 다녀왔다. 만대항부터 꾸지나무골까지 약 8.4Km의 거리를 걸었다. 만대항에 도착하니 날씨는 맑고 가시거리도 확 트였다. 선착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포구 끝에 있는 코스 안내판에서 QR 코드를 인증하며 2주만의 안부를 전한다. 지난 코스 때 도착해서는 미세먼지가 좋지않아 가로림만 맞은 편의 황금산이 흐릿하게 보였으나 오늘은 너무도 깨끗한 전경을 보여준다. 황금산 인근에 있는 대산공단의 공장 굴뚝에서 뿜어대는 하얀 수증기가 흔들거리며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다른 안내판을 보니 오늘 걷는 길은 태안절경천삼백리길의 솔향기 1코스와 대부분 겹치는 구간이다. 2007년 12월에 유조선과 바지선이 충돌하면서 원유가 태안 인근 해역으로 유출된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12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며 원유가 묻어있던 바위나 자갈 그리고 모래를 훔쳐내면서 청정지역으로 다시 되돌려 놓았던 곳이다. 당시 봉사자들이 해안을 오르내리던 길을 활용하여 솔향기길을 만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이 고생했던 그 곳을 뒤늦게나마 걸으면서 태안 북쪽지역인 이원반도의 아름다운 길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무데크길을 걷는다. 밑물 때가 되면 해안은 물이 올라오기 때문에 데크가 없으면 이동이 어렵다. 동쪽 맞은 편을 바라보는데 황금산 이외에는 알아볼 수가 없다. 가까이 있는 벌말항은 서해랑길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바닷물이 빠진 해안은 울퉁불퉁한 암석들이 가득하여 걷기 불변하지만 삼형제바위로 다가가면서 점차 해변은 모래로 변하고 해변도 넓직하다. 그 해변에서 단체사진을 남기고 있지만 이번에도 늦어서 함께 하지는 못한다. 대신에 김명자 선배님이 독사진을 남겨 주신다. 감사합니다~ 자연적인 제방쪽에 커다란 소나무가 기울어져 있는데 단연 돋보인다. 삼형제 바위가 있는 곳에 방파제 공사를 하여 들어갈 수는 없지만 길은 산자락을 따라 올라간다. 마침 삼형제 바위에 대한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굴 따러 간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아 기다리던 삼형제가 모두 물에 잠기면서 바위가 되었다고 한다. 설화다운 얘기다. 아울러 삼형제바위는 만대항에서 보면 하나로 보이지만 황금산에서 보면 삼형제 모두가 보인다고 한다. 지난 79코스를 진행할 때 서산의 대산터미널에서 QR 인증을 마친 후에 이벤트를 진행했다. 대산터미널 인근에 있는 황금산을 깜짝 방문하고 해변에 있는 코끼리바위를 탐방했던 적이 있다. 당시 찍은 사진을 집에서 찾아보니 희미하지만 삼형제의 형태가 확실하게 구분된다.
산지락 길을 올라서면 곧바로 시멘트 포장도로와 만나는데 주변에 심어진 소나무들이 하늘높이 치솟았다. 도열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보여 금방 눈에 띈다. 서산에서 태안으로 들어오면서 소나무가 많은 것을 알았지만 이곳도 계속 소나무의 군락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길을 솔향기길로 명명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금방 해변으로 다시 내려간다. 좌측으로 마을이 있고 해변은 조금전에 걸았던 모습과 유사하다. 이정표를 보면 큰수매수둥으로 표기되어 있다. 삼형제바위 안내판이 있던 곳에는 작은구매로 되어 있으니 산자락이 막아 크고 작은 마을이 되었다. 여기서도 가로림만의 맞은 편에 있는 황금산이 너무도 잘 보인다. 대충 세 개의 봉우리로 보이는데 중간에 있는 곳이 코끼리바위가 있는 곳 같다. 그곳에는 높아 보이는 절벽이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 측면에는 해변과 맞닿은 산자락 끝으로 두개의 암석이 보인다. 삼형제바위인 것 같은데 막내는 보이지 않는다.
해변 끝은 이원반도의 최북단이다. 해남에는 땅끝마을이 있지만 여기 태안에도 땅끝이 있다. 여기서 해변을 돌아 나가지 않고 산기슭을 타고 걷는다. 폭이 좁은 이원반도의 동쪽 해안을 타고 북진하던 것을 끝내고 이제는 서쪽 방향으로 걸으며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기슭을 오르며 가로림만과 안녕을 고하고 바다 맞은 편에 있는 황금산과 대산공단과도 마지막 안부를 전한다. 붉은앙뗑이 푯말이 있다. 앙뗑이는 가파른 곳이나 절벽을 의미하는 태안지역의 사투리라고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붉은 등대 모양이 살짝 보이는 것은 수인등표다. 그 부근으로 섬돌 모양의 암초가 수면에 잠기고 드러나서 장안여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나무가지에 가려서 그런것이지 아니면 밑물이라서 그런지 그 형태를 볼 수가 없다. 해안가 방향으로는 안전을 위하여 밧줄이 걸려있는 난간이 설치되어 있고 시야가 터진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니 유조선들이 틈틈이 보인다. 대산공단에 석유화학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산자락에 자리잡은 임도 뒤로 송신탑이 보인다. 황금산에서도 보였던 이원반도의 끝을 알려주는 징표다. 좌측의 해안가에는 멀리 돌아서 다른 기슭이 보이지만 현재는 그곳이 어디쯤일지 알 길이 없다. 계속 숲길을 따른다. 굴곡도 거의 없어서 편하게 걷는다. 약간의 눈이 남아 있지만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다. 쇠막금이라는 장소를 알리는 푯말을 보니 만대항에서 2.1Km를 걸었다. 서해랑길72코스 거리는 8.4Km이고 난이도는 보통으로 표시하고 있으나 이곳은 기름 유출 사고 때 자원봉사자들이 해변을 오르내리던 길이라서 굴곡이 자주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해안쪽으로 열려 있는 전망처에서 잠시 바라본다. 해안가는 작은 자갈들이 무수히 깔려있고 해안선을 빙 둘러가면 산자락이 가로막고 있다. 조금전에 보았던 곳인데 그곳에 서면 전망은 꽤 좋을 듯하다. 소나무가 보기 좋게 군락을 이룬 곳을 지나면서 오르막이 있는 숲길을 오르면 당동전망대에 도착한다. 풍어제를 지냈던 곳이라고 한다. 작은 정자도 있으니 여름에 지날 때는 쉬어가기 적당하다.
전망대에 설치한 안내판을 먼저 바라본다. 유조선 너머로 보이던 섬들을 보여준다. 선갑도는 원래 한쪽 부분이 솟구쳐 있어서 금방 알아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우측으로 이어져 있는 섬은 당연히 문갑도와 덕적도다. 좌측으로는 지도와 율도라고 알려준다. 선갑도는 한국의 무인도 중에서 면적이 제일 크고 선갑도의 선갑산(352m)은 덕적도의 비조봉(293m)보다도 더 높다. 그러나 선갑산은 개인 소유지라서 그런지 이 산을 다녀온 사람이 거의 없는 편이다. 율도와 지도는 인근에 있는 백아도나 굴업도를 방문할 때 잠시 스쳐가며 보았던 곳이다. 미세먼지 수준이 좋다보니 먼 거리의 섬도 잘 보이고 있다. 저 멀리 산자락 끝은 여전히 이곳에서도 잘 보인다. 가다보면 그곳을 경유할 것이다. 이원반도의 폭이 좁다보니 전망대 정자에서도 황금산과 가로리만의 반대편이 훤하게 잘 보인다. 아주 깨긋한 시야가 시원하다. 전망대 안내판에는 요즘 매년 1월 1일 오전 7시에 해맞이행사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는 어느 방향에서 뜰까? 왜목마을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황금산 부근 위로 해가 뜰 가능성이 높다. 솔향기길1코스 안내판을 다시 보니 앞으로 가마봉전망대, 여섬해변, 중막골해변, 용난굴, 와랑창 해변을 거쳐 꾸지나무골 해변으로 간다. 아직 가야할 길이 창창하다. 무을님과 함께 출발한다.
이정표는 가마봉전망대 방향을 가르킨다. 해안 숲길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한다. 간간히 나오는 열린공간은 멀리 보였던 산자락이 이제는 좀더 가까워지고 있다. 회목쟁이라는 곳이 나온다. 마침 막독 팀장이 해안에서 올라오고 있어서 무을님과 함께 내려가 본다. 길은 좁다. 그래서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좁고 잘록해서 회목쟁이라고 한다. 해안은 모래 대신에 검고 다소 큰 바위나 암초들이 널브러져 있고 바다에는 유조선과 덕적군도의 섬 그리고 붉은 수인등표까지 보여준다. 길을 다시 나선다. 틈틈이 바다를 보면서 해안 숲길을 걷는데 갑자기 새로운 것이 보인다. 수인등표 곁에 암초가 있고 그 뒤로 커다란 섬이 있다. 그 좌측 멀리 공장의 높은 굴뚝에서 수증기가 올라가고 있다. 황금산이 보이지 않으므로 저곳은 대산공단은 아닌것 같은데 그럼 어디일까? 나중에 지도를 살펴보니 풍도와 영흥화력발전소로 생각된다. 그리고 붉은 수인등표 곁의 암초는 붉은 앙뗑이에서 볼 수 없었던 장안여로 보인다. 좌우 끝에 다소 큰 암석이 솟아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배가 암초에 부딪히는 사고가 날 법하다. 근욱골해변에서 다시 바라봐도 풍도와 발전소는 계속 그 자리에 있다. 다시 해변에 있는 안내판에 의하면 바위모양이 칼날같이 날카롭게 세워져 있어서 칼바위로 부르는 바위가 있다고 하는데 길가에서는 그런 모양을 정확히 찾을 수가 없다.
해안 숲길을 오른다. 그곳에도 칼바위를 알려주는 푯말이 있지만 그냥 봐서는 칼날과 비슷한 면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쉬면서 막 팀장, 명사포님 그리고 무을님과 담소를 나누며 칼바위를 얘기하지만 모두들 어느 바위인지는 확인이 안되고 있다. 그렇다면 사진이라도 남겨두어야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마도 푯말 바로 앞에 서 있는 산자락이 칼바위인 듯하다. 푯말이 있는 곳에서 바다를 보면 대산공단과 풍도 그리고 영흥화력발전소가 명확히 구분되고 있다. 길을 따라 오르면 큰노루금이 나오고 다시 길을 오르는데 나무줄기에 커다란 노란 박을 끈으로 달고 그 끝 부분에 서해랑길 리본을 단 것이 눈에 띈다. 두 번째 보는 안내 리본 박인데 어떤 의미인지는 다가오지 않는다. 한 번 더 오르막을 올라서니 전망대가 나온다.
가마봉전망대는 넓게 만들어져 있다. 정자는 있지만 소나무가 조망을 가리고 있는 것이 아쉽다. 서해가 아주 잘보이는곳에 어느 누가 곡갱이를 들고 의자에 앉아 있는 조형물이 보인다. 사람 모양의 조형물이 궁금해서 안내문을 읽어보니 아주 훌륭하신 분이다. 솔향기길 지킴이 차윤천 선생이다. 2007년도 태안 앞바다에 원유가 유출되었을 때 기름제거를 용이하게 작업하기 위해 위험한 비탈길과 언덕에 길을 내어 바닷가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 이후 2년간 곡갱이 하나만 들고 만대항부터 꾸지나무골까지 약 10Km를 산에 길을 내어 오늘날의 솔향기길의 기초를 닦은 분이다. 이를 통해 희망의 명품길로 거듭나면서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감사의 선물이 되었고 이제는 서해랑길과 겹치면서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안내판이 2017년도에 설치되었으니 벌써 6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니 이 장소에서 어찌 인증샷을 남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명사포님/무을님과 함께 차윤천 선생님의 손을 잡고 멀리 유조선과 덕적군도의 섬들이 보이는 서해바다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담아둔다.
가마봉은 솔향기길 중에서 전망이 제일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을 좀 더 살펴본다. 순간 이곳에 오기전에 해안가 숲길에서 간간이 보았던 산자락 끝이 이 지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전망좋은 곳은 누구나 금방 알아본다. 정자 옆에서 바라보니 소나무 줄기 사이로 어느 섬이 보인다. 안내판에는 여섬으로 알려준다. 이 섬은 태안군의 최북단에 위치한 섬이지만 가마봉에서 밑물 때 바라보면 아름다운 여인이 바다에 누워 옆으로 얼굴만 내어놓은 모습이라고 한다. 마침 지금은 바닷물이 들어온 시간대라 자세히 살피지만 여인의 옆 모습은 연상이 되지 않는다. 아는 것이 여전히 부족한 듯 하다. 여섬 뒤로 다시 발전소가 보인다. 태안 화력발전소다. 수증기가 굴뚝을 통해 올라가는 모양은 오늘 바다 건너 보았던 영흥 발전소나 대산공단 공장들과 차이가 없다. 발전소는 국가기간시설이라서 다음 코스 때는 그 언저리로 지나갈 것이다.
꾸지나물골 방향으로 나아간다. 해안과 맞닿은 산자락은 급경사 비탈지역이다. 그래서 산허리를 깎아 만든 길은 폭이 좁다. 소나무가 너무 많다보니 길은 대부분 소나무와 함께 걷게 된다. 가마봉 인근부터 길은 오르고 내리는 구간이 계속 반복된다. 높은 곳은 아니라서 너무 힘든것은 아니지만 다소 지루해질수도 있을 때 여섬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 봐도 여인의 옆 얼굴 모습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언뜻 보아서는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모습이 더 맞을 듯싶다. 조금 더 걸으면 여섬해변을 만난다. 나무데크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타고 바다로 가본다. 여섬이 아주 잘 보인다. 오히려 조금 전에 있었던 여섬전망대 보다 더 잘 보이는 곳이다. 해변 우측에 여섬이 있다. 썰물 때는 바닷물이 빠지면서 길이 나타나 여섬을 다녀올 수 있다. 멀리 서해에는 선갑도도 반영된다. 좌측에는 해변에 있는 바위 일부에 하얀 색깔이 묻어 있다. 강원도 동대산에서 보았던 차돌배기와는 다른 것 같지만 그렇다고 갈매기 등의 배설물에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멀리 발전소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나무데크를 올라 길을 재촉한다.
해안숲길은 계속 산자락을 넘어간다. 간간히 트인 시야는 여섬과 태안발전소를 보여주지만 멀리 바다와 접한 육지는 다음 코스에 지나갈 곳이다. 그러니 바다 건너 정면에 보이는 발전소 우측 끝자락은 민어도와 학암포 해수욕장 그리고 분점도의 형태가 보이는 것이다. 날은 구름에 가려 흐린 편이지만 시야는 확 트여서 멀리 잘 보여준다. 학암포 앞의 서해바다에 작은 섬들이 보이는 곳은 방이칠도라는 섬들이다. 방이(防夷)는 오랑캐를 박았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알 수가 없다. 그 중 등대가 있는 곳은 안도라는 섬이다. 질마뱅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가파른 해안 숲길을 따라 계속 오르고 내리며 남쪽으로 간다. 돌앙뗑이라는 지명이 나온다. 돌이 많은 가파른 길로 여겨지지만 길은 편하다. 아마도 해안으로 내겨가는 곳이 앙뗑이인가보다. 나무 줄기 사이에 걸려있는 용도가 불분명한 검은색의 전선에는 산악회의 수많은 띠지가 줄지어 붙어서 바람에 살찍 날며 힘차게 응원해 주고 있다. 거인산악회 것은 전선 보다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막독팀장이 답사할 때 달아 놓은 것 같다. 숲길 옆으로 아담한 전망대가 있는데 이름표가 안보인다. 그래서 그냥 돌앙뗑이 전망대로 통칭한다. 특별하게 보이는 것은 없고 지금까지 계속보고 있는 여섬과 선갑도가 속해있는 덕적군도, 바다 위의 유조선 그리고 발전소가 계속 따라오고 있다. 주변의 산자락은 바다로 급히 추락하는 앙뗑이 형태를 띠고 있다.
해안숲길을 따라 지레너머를 지나니 펜션단지가 나온다. 서해가 아주 잘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메종드메르와 산토리니 펜션 등이 있다. 며칠 쉬었다 갈 만한 곳이다. 그렇게 보여서 그런지 BTS의 진이 방문했다는 해랑해 카페도 해변 근처에 별도로 있다. 바다뷰가 끝내준다는 의견도 있는데 바닷가를 자주 다녀서 그런지 그정도까지의 느낌은 없다. 카페 안이나 테라스에 앉아 바다나 주변 정원을 바라보며 녹차라떼 한 잔 정도 마시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겨울보다는 따스한 5월에 화려한 꽃들과 함께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울릴 것 같다. 카페의 이름도 태양과 바다를 뜻하므로 햇빛 에너지가 충만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의 여왕 때가 더 아름다울 것 같다. 길가 옆이 바로 해변가라서 둘러보지만 보이는 것은 여섬 해변과 차이가 없다.
천천히 걸어가면 금방 중막골 해변이다. 명사포님, 무을님, 김강태님 그리고 버스 기사님이 쉼터에서 쉬고 있고 스낵과 소주 한 병이 보인다. 컨디션이 별로라서 술을 사양했더니 과자를 듬뿍 주신다. 기사님은 도로변에서 버스를 대기 시키고 중간 승차할 일행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잠시 얘기를 나누고 야산 중턱으로 올라간다. 만대항 방향으로 북진하는 73코스와 겹치는 구간에 있는 청춘여관을 지나며 어느 펜션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를 보고 명사포님과 함께 우측으로 임도따라 계속 걷는다. 바다물이 들어오는 시간을 감안하여 용난굴은 생략하고 별쌍금약수터를 지나간다. 73코스 때 걸을 때 보았던 임도변에 있던 여행과 캠핑용 차량인 스위프트(SWIFT) 카라반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임도변에 있는 별쌍금일몰전망대 앞에서 곧장 숲길로 내려간다. 지금은 일몰시간과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이 장소가 일몰을 감상하기에는 적당한 곳으로 보이지 않는다. 혹시 바닷가로 내려가서 감상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역시나 해변에서는 지금 김명자님이 감상 중이다. 이곳에서 일몰을 본다면 배경은 살아있겠다는 느낌은 들어온다. 우측으로 선갑도가 있고 좌측으로 울도와 지도 등이 일자로 늘어서 있으니 저 너머 어딘가로 해가 넘어갈 듯하다. 소나무 향이 묻어나는 숲길을 따른다. 나무들 사이로 보여주는 해안은 거의 절벽 수준이다. 차돌백이라는 곳을 지난다. 해변은 다른 곳과 달리 모래가 아니고 둥글둥글한 작은 몽돌수준은 아니지만 흰색의 자갈들이 많아서 이런 이름을 얻은 듯하다. 솔향기길 지도를 보니 종점이 멀지 않았다. 다시 뱃면이라는 지명의 안내판이 보인다. 여기에는 조금전에 보았던 차돌박이와 와랑창 그리고 독수리바위가 있다고 한다. 차돌박이와 차돌백이는 같은 곳으로 보면 될 것이다. 집 몇채가 보이고 그 뒤로 커다란 비닐 하우스 모양이 보인다. 여기는 KBS1에서 지난 2023년도 6월 15일에 방영한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되었던 가로림양식장이라는 곳이다. 30년 경력의 주인장이 혼신의 노력 끝에 다금바리 양식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순환여과 방식으로 물을 재순환하여 쓰니 환경에 영향을 덜 주고 외부와 단절되다보니 질병이 통제되어 고급어종이 밥상까지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길은 산자락 허리를 돌아 길게 이어간다. 길 아래는 급경사다. 이런 앙뗑이에 길을 내려고 경사면을 갈고 닦았으니 차윤천 선생의 노고에 감사를 아니 드릴 수 없다. 이전 길과는 달리 급경사면에 길을 내어서 그런지 숲길은 굴곡이 적으면서 해안 둘레길은 더 멋있게 다가온다. 해안가를 따라 들쑥날쑥한 산자락 끝 너머로 여섬은 쪼그만해지고 유조선은 해상에 정지되어 있는 듯 움직임이 없다. 붉은 자켓을 입은 김명자 님이 길게 다져진 잿빛 해안길을 홀로 앞서가는 장면에서 솔향기길이면서 서해랑길의 아름다운 모습이 각인된다. 작은 나무계단을 타고 오르니 와랑창이 나온다. 해안가 절벽 해저 바위 틈새에 깊은 동굴이 있는데 파도가 치면 와랑와랑 소리가 들려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안내판에 의하면 온양온천까지 뚫려 있다고 하나 믿거나말거나 각자의 판단에 따라야겠다. 작은 팔각정이 있어서 서해를 조망할 수 있으나 그 아래에 있는 전망터가 오히려 보기 좋다.
바다로 툭 튀어나온 자락에 난간이 있는 작은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다. 주변에 키가 큰 소나무 몇 그루와 어울려 그 자체만으로도 풍광이 빛난다. 난간에는 독수리바위의 위치와 사진이 걸려있다. 우측 측면의 바다와 접한 곳에 산자락 끝부분에 해식절벽이 보이지만 와랑창을 지키고 있는 독수리의 형상은 찾을 수 없다. 대신에 서해바다만 즐겨 보았고 태안발전소가 상당히 가까워졌다. 태안발전소용으로 해외에서 싣고온 석탄을 내리는 하역장도 선명해졌고 학암포해변도 하얗게 비쳐진다. 숲길을 다시 따르면 잠시 후에 가로림양식장을 지날때 보았던 구조물 하우스보다 몇 동 더 믾은 곳을 지나지만 간판이 없어서 같은 업종인지는 확인이 안된다. 좁은 해안가가 나온다. 작은어리골이란라고 한다. 조금 더 걸으면 역시나 큰 어리골이 나온다.
아담하게 자리잡은 자드락펜션이 있다. 자드락은 나지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을 의미한다고 한다. 낮은 기슭은 맞는데 땅은 경사지지 않았다. 아마도 건축물을 지을 때 평평하게 정지작업을 해서 그러지도 모른다. 펜션업체에서 소개한 글을 보면 네마지기 논을 정지작업하여 네 채의 건물을 만들고 해변가 바로 앞에 연못을 조성했다고 한다. 서해 바다를 끼고 있으니 일몰은 멋질 것이고 정원도 잘 꾸며 있어서 지금같은 겨울보다는 5월 이후가 더 화려할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서 '짝'을 찍었고 '사랑은 방울방울' 과 '멀리서 보면 푸른 봄'과 같은 드라마를 촬영했던 곳이다.
술길을 오르고 내려가며 걷는다. 다시 전원주택 건물이 하나 있는 바닷가를 만나는데 해변은 모래보다는 갯바위 위주로 되어있다. 도투매기라고 쓴 푯말이 서 있지만 무슨 의미인지 알길이 없다. 도두라졌다는 뜻 같은데 그냥 위치 명칭만 알고 있으면 된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이번 코스에 있는 대부분의 지명들은 이와같이 외지인은 알 수 없는 생소한 토속명칭을 이정표에 붙이고 거기다가 설명문이나 이해할 수 있는 사진 등도 전혀 없다. 명품길의 대접이 이만저만 섭섭한게 아니다.
고개를 다시 넘어가면 꾸지나무골 해변이다. 개 한마리가 졸졸 따라오고 있어서 돌아가라고 하지만 그런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개를 함께 넘어온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어느 집으로 들어가며 주인 아주머니를 보고 꼬리를 흔든다. 언덕 너머로 자주 마실을 다닌 모양새다. 고개에는 캠핑용 시설을 조성중인지 녹색의 숙박용 건축물이 몇개 보이고 도로도 확장 중이다. 공사 중인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바로 72코스 안내판을 만난다. QR 인증을 하고 해변에서 바라본다. 먹구름은 계속 하늘에 떠서 햇빛을 가리고 있고 바다 건너편의 발전소의 굴뚝에서는 수증기가 멈출 줄 모르고 하늘로 계속 올라가고 있다. 다음 코스 때 인근을 지나갈 것이다. 좌측으로 모래해변이 길게 뻗어 있고 해안가에는 소나무가 방풍림같이 둘러쳐 있으며 그 나무들 사이에는 텐트들이 보인다. 여기에는 캠핑장으로 사용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