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 해설 시적화자가 적시한 사랑학의 진실 탐색 --허영화 시집 『말을 잊은 상사화』 김 송 배 (시인.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 1. “나”와 “너”의 진정한 교감의 발원 현대시의 창작과정에서 등장하는 persona(話者) 곧 나와 너 또는 우리 등의 인칭대명사로의 문장 구성은 자아(自我)나 대아(大我)의 진정한 교감을 통해서 “나”가 “너”에게 보여주거나(showing)거나 들려주는(telling) 형상들이 작품으로 발현하면서 어떤 상황을 설정하게 되고 여기에서 상호 내면에 잠재한 인간적인 대화가 성립하는 시법을 많은 시인들이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허영화 시인도 이러한 화자를 통해서 그동안 쌓였던 의식의 흐름이 아주 세밀한 어조(語調)로 적시하면서 그가 분사(噴射)하고자 하는 어떤 진실을 토로하고 있어서 나와 상대의 정감(情感)에서 발원하는 다양한 심리적인 관념으로 현현되고 있어서 그가 표면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소회(素懷)가 무엇인지를 읽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나”를 시어(詩語)로 자주 대입하는 것은 어쩌면 그 시인의 진솔한 고백적인 언술로 보여서 자신의 독백이나 넋두리로 흘러버릴 염려가 따르기도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너무 많은 나에 대한 언급이나 어조의 교환은 이러한 푸념에서 작품을 이해하려는 우려가 있음을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신에 대한 스스로 메시지를 보내려면 먼저 자기를 인식해야 하고 거기에서 인식된 자아가 삶과 상관한 모든 문제들을 다시 확인하고 성찰하는 자신만의 철학이나 가치관이 필요하게 된다. 여기 허영화 시집 『말을 잊은 상사화』를 일별하면서 이러한 관점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자신과 대칭하는 “너” 혹은 당신, 그대 등의 화자가 그와의 대화나 묵시(黙示)하는 메시지들이 대체로 그와 가장 근거리에서 소통(疏通)하는 어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하고 있는 말이 모자라다며/ 계산을 더 요구하는 그이의 말투,/검은 장막처럼 점점 크게 들려와/ 나를 핏기 없는 젖은 모래로 만든다(「바보라고 할 수도 없고」 중에서)”라고 상대방(또는 그대-너)에게 핀잔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마음 가는데 없고 머리맡에 두고 본 전에 시집은 거렁뱅이 혹독하게도 너를 만나는 순간 나는 시가 되었고 사무치는 눈물로 너는 나만큼 시가 되어 너는 슬픈 언어가 되어 슬퍼 치욕적인 밤 너의 숨은 멎도록 나의 숨은 멎도록 추억은 시간으로 영영 못 잊을 얼굴로 은갈치 파도가 덮친다 --「너는 시가 되어」 전문 허영화 시인은 “너=시”라는 등식을 성립시켜서 너라는 의인화로 시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의 상대 너는 작품 자체임을 이해하게 되는데 시집 전체에서 감응(感應)할 수 있는 “너”는 또 다른 이미지를 포괄하고 있어서 그의 정서나 사유(思惟)의 깊은 내면에는 다채로운 현상의 시적 상황이 설정되고 그 전개방식도 다양하게 적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옛날에 본 시집은 거렁뱅이였으나 지금은 시를 만나는 순간 자신도 마침 시가 되었다는 어조로 그는 혹독하다고 했으니 시야말로 “사무치는 눈물로/ 너는 나만큼 시가 되어/ 너는 슬픈 언어가 되어// 슬퍼 치욕적인 밤 / 너의 숨은 멎도록/ 나의 숨은 멎도록” 너에 대한 연민의 상황은 안타깝게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①너에게로 달려가는 길은, 땅속에 뿌리박은 일처럼 나는 길을 잃지 않았는데 나는 길을 외우고 있는데 길은 내려앉은 듯 더디고, 바라만 보는구나 --「바라만 보는 먼 님」 중에서 ②이기적인 너는 나를 세상 위 붉게 올려 바쁘게 세수를 시키누나, 생각만 해도 터질 것 같은 넌 붉게 붉게 날 붉게 울리지 마라, --「붉은 태양이 오를 때」 중에서 ③바다를 바라보듯 바라보고 너의 연록 빛 마음은 모르고 나라는 한 존재로 불안하여 그 손등이 나를 찾아올 때까지 손가락을 꼽아 보아도 모자라 고민은 머릿속에서 맴돌 뿐이니, --「붉어진 손등」 중에서 혀영화 시인의 사유에서 나와 너의 사유에서 전개하는 스토리나 귀결하려는 주제는 앞에서 본 사물의 의인화와는 약간 다른 양상을 읽을 수 있는데 위에서 감지할 수 있는 화자는 ①에서 “먼 님”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적시함으로써 그 실체성이 나와 상관하는 그대(혹은 당신)의 님이라는 유추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작품 ②에서는 “이기적인 너”라는 어조에서 “나를 손대지도 않고/ 빨갛게/ 나를 붉게 만드는 넌”이라는 상황 설정이 결국 “날 붉게 울리지 마라,”라는 단정적인 훈계로 상대의 의식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③에서도 사랑을 향한 불안한 “나라는 한 존재”에 대한 넋두리를 풀어놓고 있으나 그는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꿈을 다시금 쫓아가고픈 행복이리”라는 확신으로 자신의 소회를 마무리 짓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는 제재를 왜 “붉은”이라는 형용사로 작품을 토로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데 이는 일찍이 러시아 형식주의 비평가 쉬클로프스키의 낯설게 하기라는 이론과 같은 약간 생소(生疎)한 표현으로 시적 은유의 시법을 응용하고 있어서 흥미롭다. 이 밖에도 작품 「그리고 당신은」 「연애는」 「첫사랑」 「얼굴」 「함정 속 사랑이란」 「위로가 되어다오」 등등에서 그대, 당신 등의 화자가 의인법으로 적시하거나 직설적으로 그의 저의(底意)를 표면화한 현상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2. 그리움과 기다림의 이중주 우리가 살아가면서 운명적으로 어떤 인연에서 직면(直面)하거나 주변 환경에서 수용하게 되는 인생행로에 수반하는 여건들이 그리움과 기다림이라는 함수를 심적으로 깊이 간직하게 된다. 이는 인생의 동반자적인 여건이 형성되어 긍정적으로 적응하거나 아니면 배척하는 두 갈래의 행보를 이해하게 되는데 여기에서 생성하는 것이 그리움과 기다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그리움은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지만 어떠한 사연으로 서로 헤어진 상태에서 애타는 심리적인 안타까움으로 불면의 밤을 겪는 보편적인 사유에서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경우를 많이 목도(目睹)하게 되는 것이다. 이웃집 울타리 넘어 뒤돌아보지 말 것을 바람이 어지러운데 얼기설기 둘러친 새움이 돋는 감정 눈길을 걸어오다 고향집 지키던 보름달 빚은 감정 착잡한 마음은 겨울 지붕 위 끝자락을 붙잡고 허공에 몸을 펄럭이며 그리움 두고두고 어이할까나 --「달」 전문 혀영화 시인은 이 시집 전체의 흐름으로 보아 그가 평소에 간직한 사랑에 대한 불망(不忘)의 정감이 너와 혹은 그대라는 인칭명사로 절규하듯이 분사하고 있는데 이는 그의 사랑의 대상에게 애절하게 보내는 메시지가 상당한 설득력을 제시하고 있어서 공감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전개는 그리움이라는 공통점을 읽을 수 있는데 작품의 이미지가 위의 “달”과 같이 한 사물에서 투영하는 감정을 발현하고 있어서 시적인 형상이 잘 현현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사물의 은유적인 처리로 사물과 관념의 상호 교감을 통한 표현 방법은 현대시 창작에서 다수 응용되고 있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작법(作法)은 앞에서 말한 보여주기와 들려주기를 병용(竝用)함으로써 표현의 묘미를 높이는 동시에 주제의 명징성을 더욱 확실하게 정립하여 우리들의 시 읽기를 유도하고 흡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법은 작품 「찻집에 앉아」에서 “그토록 아름다웠지만/ 저렇게 시들 텐데/ 그리고 난 오늘을 그리워하며/ 사랑스럽게 애태우겠지”, 「애쓰며 피는 꽃」 중에서 “창밖으로 무작정 퍼지는/ 저무는 그리움은 부대낌// 소박한 마음 실은 완행열차/ 나를 울리며, 마주 놓였다” 그리고 「그녀는 첫사랑」에서도 “수없이 떠올리며/ 영혼을 싣고/ 그녀의 머리카락을/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라는 어조로 그리움에 대한 그의 의지가 다채롭게 전개되고 있어서 그가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연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내 눈 빛, 발아래 밟히는 허물마저도 묻혔던, 그 첫사랑 설레는 마음인지 가까이 안겨 영원토록 너무나 붉게 반짝여서 입꼬리 당기며 웃음 짓는 꽃 한 송이 빼닮아, 기다린 그대는 마침내 떠나지 못해 낮게 저무는 붉은 눈물 아리게 흘려 보내고 말겠지 --「노을」 전문 이와 같은 그리움의 언저리에는 반드시 기다림이라는 타동사의 행위가 따르게 된다. 이 그리움의 원류는 어떤 상황이 변해서 화자 “나‘를 초조하게 기다리게 하는 요소를 제공했으나 이 제재 ”노을“이 적시하는 것은 ”첫사랑 설레는 마음인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기다린 그대“라는 화자가 감내(堪耐)하는 의식은 ”낮게 저무는붉은 눈물/ 아리게 흘려 보내고 말겠지“라는 결론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작품 「빨간 길 위로」에서 “내게 재촉할 수 없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사랑은 따라오는 내내 기다릴 수 있는 것/ 사랑은 갈구할수록 순간 바람이 되는 것” 그리고 「3월을 기다리며」에서도 “아무래도/ 봄 햇살이 아는 처연한 그대가 궁금해서 한번 가보려고요/ 삼월에 움 틔우는 꽃봉오리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서요”라는 애절한 기다림의 호소는 우리들을 더욱 애타게 하는 공감을 유로(流露)하고 있는 것이다. 혀영화 시인은 내면의 관념적인 이미지를 외적인 사물, 즉 달이나 노을 등에서 그 의미를 부여하고 그 사물이 제시하는 속삭임을 경청(傾聽)하고 자신의 지론(持論)을 진실로 투영하는 시법을 높이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3. 계절이미지와 사색의 인생론 탐색 허영화 시인은 다시 계절의 시간성 변화에 민감하다. 사계절의 섭리(攝理)에 대한 이미지를 투영함으로써 친자연적인 감응이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경우를 다수 대하게 되는데 이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만유(萬有)의 자연 생물들도 형상을 달리하는 데서 시인들이 감지하는 감성이나 자연이 들려주는 진리를 그는 겸허하게 순응하고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들고양이 노랗게 익은 달을 따 안고 봄비 맞고 있다 촉촉이 봄비 내리는데 오랜 상처는 버려지고 버려져 나는 나를 봄비 맞으며 던져 버리고 마주 보던 달 내가 싫은 것이 아니라면 꽃봉오리 채로 버려진 꽃은 다시 보고 싶어질 것이다 --「봄비 일기」 전문 먼저 봄에 대한 이미지를 다양하게 투영하고 있는데 그는 우선 봄비에 대한 그의 정서가 “어둠 속에서/ 들고양이 노랗게 익은/ 달을 따 안고/ 봄비 맞고 있다”는 상황 설정에서 생소한 언어, 어둠과 들고양이, 노란 달들이 이 봄비와 상관성을 가늠하기는 상당한 유추가 필요하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낯설게 하기의 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기(起)에 이어 승(承)에 해당하는 “촉촉이 봄비 내리는데/ 오랜 상처는/ 버려지고 버려져/ 나는 나를/ 봄비 맞으며/ 던져 버”렸다는 어조는 봄비가 상징하거나 비유하는 이미지가 어떤 절망이 내재된 심정의 여운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다시 그는 “내가 싫은 것이/ 아니라면”이라는 가정법으로 자신의 비하(卑下) 즉, 마지막 결론처럼 “꽃봉오리 채로/ 버려진 꽃은/ 다시/ 보고 싶어질 것이다”라는 여운에서 봄비라는 이미지보다는 봄비 내리는 날의 일기에 불과하지만 앞에서 말한 그리움이나 기다림의 축약된 함의(含意)가 있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토록 떨리는 꽃잎/ 나를 스쳐 지나는 흰빛, 봄 햇살/ 당신에게 닿는 수줍은 입술처럼/ 꽃잎은 하나같이 끝없이 몰아(「4월 벚꽃이」 중에서)”친다는 어조와 같이 봄 햇살과 수줍은 입술 등이 꽃잎과의 상관성을 구명(究明)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작품 「봄이면」 「늦은 4월 오후」 「봄의 온기」 등에서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의 말대로 봄철의 모든 숭앙(崇仰)은 사랑으로 연결된다는 봄의 향훈이 사랑으로 넘치는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①자연의 정원으로 꽃이 흩날리며 변함없이 불어오는 바람 나를 매료시킨다 --「여름 일기」 중에서 ②가을을 걸어, 시련 없이 순조롭게 출렁출렁 나뭇잎이 숲을 꿈꾸어 조용한 들녁으로 가을이 나른다 --「가을을 걸어」 중에서 ③어느덧, 그토록 무성하던 초록 잎이 떨어져 우리는 말도 없이 늙어 가고 있다. --「나무 하나 이야기」 중에서 허영화 시인은 사계절의 이미지를 모두 섭렵하고 있는데 지면상 간략하게 살펴보면 여름에서는 봄에 생성한 생명들이 이제 왕성한 자태로 활기 넘치는 계절의 향기가 자연 정원에서 만끽(滿喫)하는 꽃잎과 바람의 매료(魅了)에서 그는 “서글픔 마음까지/ 삶은 마음껏/ 낭만적이다”라는 결론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한편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이다. 그는 시련 없이 순조로운 가을길을 걸으며 조용하게 명상하는 성숙의 성찰의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사계절 중에서 가을에 대한 작품을 많이 분사하고 있는데 「가을빛 저녁 하늘은」에서 “가을빛 붉은 저녁 하늘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 우리는 온통 설레기 좋아라”는 소녀적 감성어린 어조는 가을에 느껴보는 감상주의의 낭만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가을에 관한 작품은 「가을 바람」 「가을 버스정류장」 「가을에 도약」 「석양의 빛」 「비밀 하나」 등등에서 그는 가을의 “허전한 가슴 비로소 채우”고 있는 것이다. 다시 그는 “우리는 말도 없이 늙어 가고 있다.”는 의식의 흐름에서 무성하던 초록잎이 모두 떨어지고 없는 겨울의 황량한 이미지가 잘 부각(浮刻)되고 있어서 측은한 인생사가 겨울 계절에 재생하고 있는 것이다. 4. 자연에서 탐구하는 서정적 자아 허영화 시인은 춘하추동 계절의 순환에서 생성하는 자연 현상에서 특히 화훼류(花卉類)에 대한 미적인 감성을 형상화하는 시법을 많이 도입하고 있는데 항상 아름다움지 상쾌한 향기를 제공하는 꽃에서 먼저 정감적인 서정적인 자아를 탐구하는 그의 내면을 읽을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꽃들에 대해서 꽃전설이라든지 꽃말이라는 전래적인 어휘에 귀기울이비 아니하고 사물의 의인화라는 시법을 적극 활용하여 꽃이라는 사물에게 추상개념의 인격적 요소를 부여해서 표현하는 수사법에 익숙하여 은유의 특별한 한 형식으로 많은 시인들이 작품에 대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꽃을 찾아서 멀리 자연 속을 헤매지 않고 먼저 자기 집에 늘려있는 화초에서 다음과 같은 감응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솔솔 솔 뿌려주면 새벽엔 이슬이 송송 말 안 해도 다 아는 집에 오다 쳐다본 달처럼 활짝 펼친 초록 마을 먼저 좋은 소식 전해 준다네 너와 나 기분 좋은 사랑이 환하게 움트고 나의 유년, 설레며 수줍게 나란히 웃기만 하던 그 예전 조그마한 얼굴이 예뻤던 옛 동무처럼 --「우리 집 화초」 전문 그는 새벽 이슬이 송송 맺힌 꽃잎이나 “집에 오다 쳐다본 달”과 초록마을은 그의 “유년시절, 설레며 수줍게” 웃기만 하던 예전의 얼굴 등이 예뻤던 옛 동무처럼 다가와서 좋은 소식, “사랑이 환하게 움트”는 좋은 기분을 전해주어서 그가 갈망하는 사랑의 진실은 여기 그의 집 화초에서 발견하고 다시 음미(吟味)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그는 작품 「거울 속에 핀 꽃」 중에서도 “같은 꽃을 마주 보고서/ 꽃보다 먼저/ 힘주어 당당히 맞서달라며/ 여물게 살라고 당부하였다.”는 어조에서도 그가 꽃과의 대화에는 그의 진솔한 서정성이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안재홍 사상가도 “꽃은 봄의 중추요, 생명의 표지라. 탐화봉접(貪花蜂蝶)이란 말이 있거니와 꽃을 탐내는 것은 꿀벌뿐만 아니라 무릇 생명을 가지고 생명을 예찬하는 자 누구든지 꽃을 좋아하리라”는 말로 꽃과 생명의 예찬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수국 꽃잎을 바라보는 동안 절실히 지고 있는 내려앉은 노을에 사랑한다며 물든 마음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눈빛 생각이 생각을 하고 나를 뚫고 지나간다 보듬는 눈빛을 두고 고민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아두지 못하고 저쪽으로 무수한 별이 있었다 별이 뜨고 사라지는 사이에 다만 내 갈리는 마음에 기대어 외로워 말고 잘 지내주길 바라는 것이다 --「수국」 중에서 그의 수사법(rhetoric)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이 “수국”에서도 불변이다. “그 눈빛은/ 나를 만지듯이/ 금세/ 쉽사리 사라진다”는 상황 설정과 함께 “생각이 생각을 하고/ 나를 뚫고 지나간다/ 보듬는 눈빛을 두고/ 고민한 적이 있다”는 어조에 이해할 수 있듯이 이 수국이 적시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변치 않는 사랑(“수국”의 꽃말)은 그는 “내려앉은 노을에/ 사랑한다며 물든 마음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눈빛”으로 그의 사랑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결론으로 “내 갈리는 마음에 기대어 / 외로워 말고 잘 지내주길 바라는 것이다”라는 균질화(均質化)한 상상으로 수국을 노래하고 있어서 공감의 영역은 환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투영하는 꽃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살펴볼 수가 있을 것이다. -헤어진 것을 잊을 만큼 소복 같은 별꽃은 내리고/ 그립던 하얀 별꽃은 그 눈동자 그대로 아 름다워/ 더듬어 보아도 머물고 싶은 다홍색 불빛/ 울컥한 마음을 달래주기라도 하듯이 내린 다(「다홍빛 별꽃」 중에서) -오늘처럼 빛의 무지개를/ 타고 높이높이 올라가/ 그대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석류」 중에 서) -그 마음은 충분하여/ 너를 서운하게 할 순 없고/ 말없이 담아 피어 오르게 하라(「그 마음 붉은 칡꽃」 중에서) -한 줄기 곧게 우아하기가/ 이제와서 약속을 지켜주는 것같아,/ 한참를 참았던 눈물로, 위로 를 나눴다.(「인고의 대나무꽃」 중에서) -곁에 있는 넌/ 다시 한번/ 나를 사랑에 빠뜨렸구나(「유혹하는 코스모스」 중에서) -우린 서로를 모르지만/ 너를 본적도 없지만/ 너를 첨 알아서 기쁘다. (「한낱 참외꽃」 중에 서) 허영화 시인은 자연을 사랑하고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서정시인다. 이 시집 『말을 잊은 상사화』에서 들려준 그의 진실은 나의 상상력은 하해(河海)와 같으나 언제부터인가 말을 잊어버린 상상화가 되고 말았다는 그의 언로(言路)가 참으로 측은하지만 그는 만유의 사물을 매개체로 해서 자신이 할 말을 전하고 있으며 동시에 외적인 자연 형상에서 많은 전언(傳言)을 듣는 인격을 가지고 있어서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닌 듯하다. 그는 “쩔쩔매는 말/ 망신당하는 말/ 실수하기 좋은 말/ 그리고/ 공연히 걱정스러운/ 하고 싶은 말 하러,/ 자욱한/ 커피는 내 마음(「커피는 내 마음」) 전문”은 진정한 고백으로 그동안의 고뇌어린 언어들을 정리하고 있어서 그가 지향하는 시적인 의미와 정서의 범주가 명민(明敏)하게 적시되고 있어서 그의 시적인 진실, 그가 구현하려는 사랑학은 더욱 알차게 영글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 시집 출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