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님!인젠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 하고 만다.
......
"빙모님은 참새만한 것이 그럼 어떻게 앨 낳지유?" (사실 장모님은 점순이보다 귀때 하나가 작다.)
.........
김유정 <봄봄> 중에서
춘천시 실레마을,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 많은 작품들의 실제 인물이 살았고 실제 배경이 되었던 그곳을 찾는 발걸음이 마구 설렌다.
김유정의 소설은 해학이 있어서 좋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제대로 된 사람이 드물다. 놀음방에 들어앉아 놀음돈으로 아내팔아먹는 남정네들, 굶주리며 밤낮 노동에 시달리는,
가장 노릇까지해야하는,몸까지 팔아야하는 아내들, 들병이들 (창녀), 음흉한 지주에 가난에 헉헉대는 소작인들.일확천금을 꿈꾸는.....
1930년대 일제하에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죽지못해 사는 군상들. 강원도 사투리와 걸죽한 입담, 욕설.
그러나, 그의 이야기속에는 웃음이 있다. 그는 아마도 그 척박함을,한을, 웃음으나마 풀어내려 했던 걸일까,
아무튼 난, 폐병으로 요절한 김유정 작품의 팬이었고, 실레마을에 꼭 한번 가고 싶었다.
청량리에서 경춘선 기차-->대성리-->청평-->가평-->강촌--> 그리고 김유정역! 사람이름이 역으로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란다,
김유정역은 예전 신남역이었는데, 김유정을 기리기위해 춘천시에서 애를 쓴것 같다. 간이역처럼 아주,아주 작은 정겨운 공간!
김유정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한참 가는 줄 알았는데, 걸어서 3분이라니!! 싱겁다.그리고 좋다.^^
실레마을엔 메밀꽃이 화창~하다. 이리 많은 메밀꽃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흥분. 입이 저절로 귀에 걸린다.
소복한 메밀꽃을 보니 또,,,이효석의 '소금을 뿌려놓은듯한,,,,'
윽~매우 상투적이지만 이 표현외엔 메밀꽃을 표현할 능력이 내겐, 없다.^^
나는 무심코 정보없이 간 건데 마침, 김유정 문학촌 주최로 '책 축제' 중이다. 올해 첫 행사란다.
춘천시립도서관과 출판사들의 결연으로 꼬맹들에게 구연동화도 해 주고 책도 나누어주고 있다.
나도 조카를 위해!! 보물상자안에는 6세 용 동화책 두 권과 퍼즐 맞추기 하나가 들어있다.^^
이 상자를 들고 기차로 서울까지 아니, 우리집까지 무사히 도착!~^^
이정돈 해줘야, 책축제 갔다왔다아~~~하지!!!!^^
이 문을 들어서면 김유정의 생가와 그 옆으로 문학 기념관이 세워져있다.
김유정의 생가는 6.25전쟁때 불타버렸지만, 설계도가 남아있고 또 아직 생존해 계신분들이 몇 분있어서
거의 완벽하게 복원이 되었다고, 전직 교감선생님이셨던 관리인이 말씀해주신다.( 이분덕에 속속들이 정보입수^^)
한 눈에도 참 잘 살았던 집이구나 싶게 참 널직널직하다.
실제 김유정의 증조께서는 금부도사를 역임했고 그 주변 대부분 땅의 지주였단다.
그러나 김유정의 부친, 형님 때부터는부귀영화가 기울기 시작했고
김유정이 30세에 패결핵으로 죽어갈때는 보약한 재 못해먹을 정도로 가세가 기울었단다. (상주하시는 생태작가님의 말씀)
손 때묻은 오래된 재봉틀이 정겹다.
지붕위로 보이는 구름과 나무들.
금병산( 산이 병풍모양으로 비단처럼 아름답게 빙~ 둘러져있어 지어진 이름) 과 들판이 내다 보이는 곳에
정자도 있고!
금병산 아래에 깊숙히 자리한 모양이 꼭 '떡 찌는 떡시루'같다 하여 '실레' 라는 이름을 얻었단다. 정말 산에 포옥 안긴 마을이다.
안에 우물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이 창고에는 농기구들이 가득이다.
생가 바로 옆에 마련된 전시관.
짧은 생애에 이뤄놓은 업적이 고스라니 전시되어 있다.
김유정 소설집 출판의 변천사
적극적인 여성 점순: 칫, 맨날 일만하다 말텐가!"
우직한 나: 그럼 어떻게?"
점순: 성례시켜 달래지, 뭘 어떻해?"
나: "그러면 얼찐 성례를 시켜주야 안 혀유? 밤낮 일만 부려먹구 해준다,해준다.....,"
구장: 그럼 봉필씨,얼른 성례를 시켜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걸."
장인: "글쎄, 내가 안하는 거냐, 그년이 안크니까."
나: "그래,거진 4년동안에도 안자랐으니 그 킨 언제 자라지유? 다 그만 두구 사경 내슈.....,"
열 살이나 아래인 점순이에게 바보라는 소리를 들은 '나' 는 장인과 가랑이를 잡고 한판 하는데
"아!아! 이놈아! 놔라,놔,...할아버지! 놔라,놔,놔,놔,...얘점순아,점순아!"
"에그머니! 이 망할게 아버지 죽이네."
축제 때 자원봉사로 부침개하시는 할머니!난 도토리묵이랑 떡볶이랑 사서 할머니 곁으로 가 앉는다,
할머니께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소설 <봄봄> 속
점순이와 점순이 아버지 (봉필),데릴사위로 온 청년'나' 는 모두 실존인물이다. 실제 봉필씨는 조강지처있는 한 집에 첩까지 들이고
떵떵거리며 잘 살았단다. 실제로 보셨냐니까 그양반이 100년 전사람인데 어찌보냐신다. 하긴 김유정이 죽은지 70년이 넘었으니,
그런데 점순이는 실제 보셨단다.
소설속에는 옆으로 퍼지고 키도 작게 나오는데 실제 그렇게 생겼냐 여쭈니,아니란다. 멋진 눈을 가졌고 아주 늘씬하니,천상 여자, 이쁜 여자였단다.
단편소설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결국 '나'와 점순은 결혼을 해서 이 마을에서 살았단다.
자손이 있냐 여쭈니, 딸 둘이 있단다, 금자& 은자.ㅋㅋ 지금은 춘천시내에서 잘 살고 계신단다.
김유정 생가 건너편에 있는 행사장.
추억의 만화방, 추억의 헌책방,....초가 몇동이 있는데, 나의 눈길을 끈것은 숲연구가 구춘서님의 전시관이다.
1. 주재료는 버려진 나무를 이용한다. 2. 주도구는 톱과 전지가위를 쓴다.
3. 우리의 숲에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4. 교육적 가치가 있어야한다. 5. 숲과 자연사랑의 메시지가 있어야한다.
작품도 전시하고 어린이들의 체험을 돕고 강의도 한단다.
이 분은 나의무거운 짐도 보관해주시고 실레마을 소개도해주고.감사드린다.
숲에 있는 모든 곤충들, 동물들을 만들었는데, 내 눈에 꽃이 제일 예뻐서 꽃만 싣는다.
이제는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련다.
소설속 배경은 오랜 세월이 흘렀는지라 지금은 아쉽게도 터만 남아 표지판으로 대신한다.
그 봉필씨, 봉필씨는 욕을 잘해서 동네 남녀노소할 것없이 욕필이~욕필이~헀다는데
그 집도 대궐같이 컸단다. 데릴사위와 가랑이잡고 싸우고 한 집터.
말하자면 저 기와집 왼쪽 나무숲 자리다.
저 금병산 산중턱 자락들이 모두 작품에 나오는 배경인데,
<만무방>에서 형 응칠이가 놀음하던 동굴도 저기 있단다. 동생 응오는 농사를 지어놓고도 추수해봤자 소작료 주고 빚으면 남는게 없다.
아니 빚을 다갚을 수도 없고 아내는 병들어 약 한채 못쓴다. 그래 추수를 아예하지않고 한밤중 몰래 자신의 논으로 가서 벼를 훔치는 데
도둑잡겠다 잠복하던 응칠이형한테 흠찐 두둘려 맞고 " 내벼 내가 훔치는데 누가 뭐래유, 형까지 왜이래유,,,,,,,"대충 이러던 대사,
참,언제읽어도 가슴먹먹한 그들 이야기,
<
그리고 유명한 <동백꽃> 저기 금병산에 오르면 동백꽃길이 따로 있으며 봄에는 산동백꽃이 많이 핀단다.
"이놈아 왜 남의 닭을 때려죽이니? 이자식아, 누집 닭인데?"
(내가 엉~울자)
"너 이담부터 안그럴테냐." "그래" "요담부터 또 그래봐라, 내 자꾸못살게굴테니.""그래그래, 인젠 안그럴테야.""닭죽은건 염려마라,내 안이를테니"
그 다음은, 그유명한 장면~~~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푹 파묻혀 벌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점순이 드디어, 사랑 성취~~~^^
마을을 산책하는데 꽃이 지천이다. 금병의숙길, 뒤버덩길, 풍류길, 꽃범벅으로 풍성하다.
내가 사족을 못쓰는 과꽃, 코스모스 --진정한 가을의 전령사!!
무슨 열매일까, 유난히 반짝 반짝 맨들맨들!
생긴것은 꽈리 같은데, 꽈리같지는 않고..... 보기에 좋더라!!!!!^^
내가 좋아하는 해바라기,초록벼들 사이로 있으니,더욱 샛노랗다!
오우, 따다가 호박죽 끓여먹고잡다^^
금병의숙, 김유정이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다가 귀향하여 농촌계몽과 문맹 퇴치를 위하여 세운 야학당.
지금은 그 터에 복지 회관이 들어서 있고 입구엔 이런 비가 세워져있다.
그의 수필에 쓰여진 고향, 실레마을의 묘사다.
' 까치와 시비를 하는 노란꾀꼬리도 좋다...'..이 표현도 참좋다!^^
첫댓글 김유정 작품의 실제배경이되었던 실레마을,
이번에 이문일 소설 '청호반새' 가 당첨되어 다시금 떠들어본 사진이에요^^
이문구의 고향도 이 실레마을이라 하니, 이 배경이 아닐까 하는 ,,,,,, 작년 9월에 찾은이곳은 아늑하고 아름다운 곳이었지요~
읽을 기회주셔서 영광이구 또 감사드리구, 함께 당첨된 분들, 안 가보신 분들은 소설읽기전에 한번 보시라구 올립니다^^
요즘 고1딸이 한창 중간고사 준비한다고 공부할 때 슬쩍 보니 국어책에 김유정의 봄봄이 나오던데... 그곳이군요. 그리 먼 곳도 아니니 시험끝나고 기차타고 함 갔다와야겠어요. 가는길도 아기자기 예쁘네요. 잘 봤습니다.
후훗, 맞아요,,,고등국어 1학년에 봄봄나와요....저두 오늘 강의하구왔는뎅,,,,기차로 가기에 안성맞춤인곳에요. 기차역서 5분,,,^^
정말 볼 것이 많은 곳이군요~더군다나 책 축제 까지 가을에 아이들과 함꼐 꼭 가봐야 겠네요~^^
한겨울보다는 봄여름가을에 가면 풍성함 느끼실거에요~~ 자꾸만 여운이 남는곳에요,,,언젠간 저도 한번 더,,,^^
춘천에 고모님이 살고 계셔서 예전에 경춘선 기차 타고 자주 갔답니다. 기차 타고 강변을 지나올때 물안개가 펼쳐질때는 영화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환상도 느끼지요.
아하,,그러시군요,,경춘선의 매력이죵,,^^ 아,,,,가고잡네요~
마치 제가 꽃밭을 거닐고 있는 느김입니다^^
후훗,,,참 좋았어요,,,발바닥 아플때까지 걸엇어요^^
아 닭잡는 문장보니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근데 그 장면만 기억나고 솔직히 김유정이란 분과 제목은 잘모르겠어요 ^^;;
메밀꽃도 참 이쁘네요^^ 메밀꽃에 노란색을 입히면 유채꽃이 될거같아요 ^^
ㅋㅋ고딩때 배웠을거에요,국어책에서,,^^ 김유정은 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랍니다^^ 유채꽃,,,,둘 다 출중한 꽃이라,,매력대결은 힘들겠죠!!!~ㅋㅋ
저 풍경 언저리에서 피끓는 군생활을 했었는데...
그때는 저 화면들이 단지 하나의 무채색처럼,흑백 실루엣처럼 그저 "존재"했을 뿐...그래도 그때는 처절했지만 나름 아름다움으로 남을듯....
때로는 그 시절 요절한 김유정이 부러워서 실레고개마루에서 세월 넋두리를 풀기도...
해넘긴 풍광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지금 다시 현역에 복귀하면 점순이 불러서 메밀묵에 막걸리라도 한잔 거나하게 할 수있을텐데....쩝~~^^
지나고 나니 아름답죠????ㅋㅋㅋ 멋진곳에서 군생활하는 행운을 누리셨군요????지나고나니 말씀드립니다^^
이 봄...봄이건만 봄이 아닌 이 봄날에...저 가을 풍경은 세월의 무상(無常)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만드옵니다...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듯이 ...기억과 역사는 남는거오이다..그럼....난 무엇이 남을까....흙으로 돌아갈 자그만한 육신만....흑....
"세월은 가도 추억은 남듯이....." 그렇게 세월속에 기억을 남길 수 있다면 님은 지금도 피끓는 청춘~~^^
ㅋㅋ인천분님은 아직도 피끓는 청춘 중,,,,,,^^ㅋ
ㅎㅎ ^^ 피 긇는 청춘^^ 누구에게나 받을 수 있는 찬사가 아니실듯하옵나이다.ㅋㅋㅋㅋ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것이 피끊은 청춘이라니...오히려 나이가 드니 세월의 무상함과 추억이 생각나는것이 아닐지...뭐 그래도 청춘이라는 표현에는 기분이 좋아집니다..ㅎㅎㅎ 고맙사옵니다..
꽃을 유난스레 좋아하는 분의 비쥬얼 문학답사기를 잘 봤어요. 청호반새의 팀장으로서 실레마을이 작가의 고향이라니 서평의 가닥이 잡히게 해 줬군요. 아닌게 아니라 메밀꽃 군락이 시루에 갖 찐 백설기를 연상하네요/ 이거 너무 먹는 거 위주로 감상을 해대서 미안합니다=^^=
오직 김유정 생가만 생각하고 갔는데, 실레마을이 저리 꽃동산일줄은 몰랐답니다..제가횡재한거죠,,,,,아,,참좋았는데,,,,,^^아직 책을 안받아서 배경이될지 어떨지모르지만, 성장소설이라하니,,,이문일의유년시절이라면,,여기가 아닐지,,후훗
우와우와~~~~~~ 사진이 무척 예쁘네요~!늘 사진을 잘 찍는것 같아요..안 가본사람도 마치 거기 있는양, 그런 착각이 들 정도로.. ㅎㅎㅎㅎ 김유정님 [봄봄] 예전에 읽으면서 장모가 이거 너무한거 아닌가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