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카미노 33일차
오늘은 드디어 카미노 대 장정을 끝내고 산티아고에 입성을 하는 날이다.
33일간의 고행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순례의 길을 끝내는 날이라고 생각하니
새벽부터 마냥 설레이기만 한다.
어제 어떤이는 오늘 곧장 걸어서 산티아고에 입성을 하겠다는 이도 있었고,
또 어떤이는 10km 지점까지 가서 하루를 더 묵고서 다음날 오전에 산티아고에 입성을 하여
그 분위기로 12시 미사를 참석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전자를 택하기로 하였는데 23km만 걸으면 되므로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산티아고에 일찍 도착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침낭을 들고 식당으로 나와서 짐을 싸는데 밖에는 샛바람이 몹시도 심하게 불고 있었다.
마침 내 뒤를 따라서 일어난 스페인 남자가 밖을 내다보더니 분명히 비가 올 것 같다며
어둠 속을 가다가 비를 맞으면 대책이 없으므로 날이 밝으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을 한다.
내가 다시한번 나가서 하늘을 쳐다보니 바람은 몹시 거세지만 구름 사이로
그믐달과 별이 몇 개가 보이기에 비는 안 올 것 같다고 하였더니
자기가 잘못 본 것 같다고 하면서 같이 떠나자고 한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때부터 한 20분 정도 스트래칭을 계속한다.
나도 덕분에 마지막 날 스트레칭도 해보고 마음 가짐을 단단히 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새벽길을 떠났다.
한참을 나오니 어찌나 바람이 세차게 부는지 몸이 날라갈 것만 같았다.
바람과 함께 황사가 몰아치는데 이곳 갈라시아 지방의 날씨 변덕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 5km정도를 간 지점에서 그동안 자주 만난 스페인 부부를 만났는데
노인네의 얼굴을 붕대로 감쌌는데 흉하기 그지없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그 노인네도 나처럼 자다가 2층 침대에서 떨어졌단다.
그런데 밤중에 가까운 동네 병원에 가서 응급치료를 받았는데
새벽에 상태가 안 좋아서 다시 병원에 간다고 한다.
마지막 구간에서 저렇게 다치다니 . . .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카미노가 한시라도 방심하면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코스인가 보다.
일요일은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준비하지 않으므로
한참을 가다가 바-에 들렀는데 여기서 사라양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어제는 왜 내가 묵은 알베르게로 안왔고 하네스는 어디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하네스는 어제 늦게라도 산티아고에 입성을 하겠다고 우겨서 먼저 가고 자기는 지쳐서 중도에서 머물렀단다.
하네스가 상사의 전화를 받고서 마음이 편치않았던 모양이다.
바-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출발을 하였는데 바람이 그렇게 세차게 불어대더니
이제는 비바람이 되어서 변덕을 부리기 시작 하였다.
판쵸 우의를 꺼내 입었는데도 바람때문에 소용이 없다.
호크가 있는 타입으로 구입을 하여 깔개 겸 우의로 쓰려고 하였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대니
호크 연결 부위가 빠져나가서 빨래가 바람에 휘날리듯 하니 아주 낭패다.
십여km를 그렇게 비를 맞으며 걸어갔는데 도중에 또 7인의 한국인을 만났다.
그런데 3명이 먼저 갔는지 전화로 서로를 찾느라고 난리들이다.
나는 또 모자를 푹 눌러쓰고 그들을 지나쳤다.
드디어 산티아고 대 성당에 도착을 하였다.
남들은 비바람이 몰아치니까 서글퍼할지 모르겠지만. . .
나는 예수님의 수난과 야고보 성인의 고행속의 전도를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그런 분위기에 젖어서
산티아고에 입성을 한다고 생각하니 이런 숙연한 순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이 비바람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야고보 성인이 이 길을 걸으면서 고작 몇명밖에 전도를 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 뒤 천년이 지나고 나서 수백 수천만 명이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으니 정말 무디고 간사한 것이 인간인가 보다.
산티아고 성당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성당인 만큼 그 위용이 대단하였다.
비바람 속에서도 사진을 찍으면서 이렇게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주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미사는 매일 12시에 있다고 하므로 내일로 미루고 우선 순례자 사무실에 가서 증명서를 발급 받았다.
잠시나마 또 33일간의 고행이 뇌리를 스치면서 가슴이 뭉클하였다.
나는 무슨 이유로 이 순례자의 길을 걸었는가?
나는 이 길에서 무엇을 갈구했으며 무엇을 느끼고 찾았는가?
그동안 소흘했거나 잃어버린 나의 가치를 발견하고 방향감각은 찾았는가?
수많은 각국에서 온 이방인들과 어떤 교류를 하고 공감을 하였는가?
~ ~ ~ ! ?
인포메이션 센타에서 추천해 주는 알베르게를 찾아갔는데 성당에서 가깝고 깨끗해서 좋았다.
수퍼마켓을 찾아서 와인과 새우볶음밥등 한봉지 잔뜩 사들고 와서 요리를 해서 먹었는데
프랑스 남자는 칼 다루는 솜씨가 여자들보다 낫다.
이참에 나도 귀국을 하면 꼭 요리학원에 가서 요리를 좀 배워두어야 겠다.
이번주에는 계속해서 비가 온다고 한다.
내일은 미사를 보고나서 하루 정도 쉬고서 모레부터 다시 4~5일 정도 일정으로
피니스테레와 묵시아까지 걸으려고 하는데 걱정이다.
2011.10.23. C H Park
![](https://t1.daumcdn.net/cfile/cafe/1857CE4C4F69A7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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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 설치된 LG-TV 앞에서 너무도 반가워서. . .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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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로 가는 마지막 구간의 고색 찬연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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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불어대는지. . .스페인 남자들도 정신을 못차리고 놀란 표정들~! 이런 날씨가 나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날! 산티아고 입성자들에게 특별한 영성 체험을 하라고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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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인데도 비바람이 몰아치니 내 꼴이 말이 아니다.
사진으로 보니 무지 추웠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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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8113A484F69A7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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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한바탕 휘몰아치고 난 후 소강상태의 위성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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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대성당 전면의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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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대성당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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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130304A4F69A76E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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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대성당에서의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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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대성당~! 가운데 제대가 있고 야고보 성인의 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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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대성당~ 제대! |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569474F69A7A81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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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길 완주 증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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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96BDA4D4F69A7B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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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덴시알 "나는 루르드에서 발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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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619524A4F69A7C53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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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덴시알 "오른쪽 하단 PAGADO 옆이 산티아고에서 받은 스탬프" 그 위쪽이 CASA VERDIC 바-에서 여주인이 직접 손으로 정성들여 그려준 수제 스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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