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숭인동 톺아보기 ❶

[이백]

역사에 무임승차 하지 말자

날 짜 : 2020년 7월 11일(토)
구 간 : 동묘앞역 → 박수근 집터, 옛 동대문스케이트장, 동대문아파트 → 백남준 기념관, 배호 집터, 원흥사 터, 안양암, 김광석 집터 → 조만영 별서터, 한울삶, 전태일재단, (봉재골목) 봉재역사관, 임종상 집터 → 충신동 암문, 벽화마을, 낙산 정상 → 비우당, 자주동샘, 원각사 터, 지봉로 조망점, 청룡사, 정업원 터 → 동망봉, 동망각, 동망정, 묘각사, 강경대 기념관, 상춘원 터 → 여인시장 터, (풍물시장) 영도교 → 동묘앞역
소요시간 : 약 6시간 (09시 ~ 15시, 점심 식사시간 포함)

동묘앞역 6번 출입구

박수근 집터 (서울시 종로구 지봉로 11, 창신동 393-16)
박수근이 살았던 흔적은 여러 곳에 있지만 창신동은 좀 특별하다

창신동 집은 한국전쟁 동안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려 모은 돈으로 구입한 곳이다

한국전쟁이 끝나자 화가 박수근은 흩어졌던 가족들을 모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작은 툇마루가 있는 집(18평 한옥)에서 살았다

1952년부터 1963년까지 11년 동안 이곳에서 그는 ‘길가에서(1954)’, ‘절구질하는 여인(1954)’, ‘나무와 두 여인(1962)’, ‘유동(1963)’ 등 자신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그는 위대한 화가였지만 보통사람처럼 이재에 밝지는 못했다
1953년 집을 살 때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어 집을 구입한 지 10년이 지난 뒤에 땅 주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집을 비우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가집행철거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을 통해 지상권만 인정 받았다
그래서 그는 지상권을 처분하고 전농동으로 이사를 했다

박수근이 부인 김복순과 둘째 딸 인애(11세에 병사)와 함께 창신동 집 마루에 앉아 있는 모습, 행복한 시절이 담겨 있다 - 1959년

♤ 박수근 생가터 (박수근 미술관,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양구읍 정림리 131-1)
양구 박수근 미술관은 박수근의 생가 터(200여 평)에 2002년 10월 25일 개관되었다

건축물은 이종호 대표가 직접 지었는데, 박수근 미술관으로 2002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초대작가가 되었다

제 1 기획전시실 건물 앞에는 박수근 기념동상도 있고, 작품들이 있는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 전농동 집터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로 172, 전농동 188)
오랫동안 살았던 집(1952년~1963년)을 떠나 말년에 이곳에서 작품활동을 하였다
(전곡초등학교 내에 표지석이 있다)

1965년 봄 서울 전농동 자택 작업실에서 찍은 말년의 박수근 - 사망하기 두 달 전

♤ 박수근 묘
박수근 부부(부인 : 김복순) 묘역은 박물관 뒤편에 있다
1965년 4월 초 간경화와 응혈증으로 청량리 위생병원에 입원해 5월 5일 퇴원하여 5월 6일 새벽 1시 “천당이 가까운 줄 알았는데 멀어, 멀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전농동 집에서 사망하였다
경기도 포천군 소홀면 동신교회 묘지에 안장 하였다가, 2004년 이곳으로 이장하였다

♤ 순댓국집 담벼락 물받이 홈통의 ‘박수근 화백 사시던 집’이라는 글씨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썼다
유흥준은 2015년 ‘박수근 화백 50주기 특별전’을 관람한 뒤 박수근의 큰딸 박인숙 씨와 함께 창신동 옛집을 찾았을 때, 박 씨가 “이 홈통은 옛날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하자 “그러면 내가 20세기 최고의 화가가 살던 집이라는 걸 글로 남겨야겠다”며 붓펜으로 써놓았다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터 (서울시 종로구 지봉로 19, 창신동 328-18)
1964년 1월 10일 우리나라에서 첫 실내 아이스링크가 개장했다

통상 동대문이라고 부르는(정식 명칭은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 창신동 문구류 도매상, 의류 제품집, 대형 원단집들 한가운데 웅장한 규모로 들어선 실내링크는 커다란 화제였다

연중무휴로 오전 8시에서 오후 9시까지, 입장권 10원, 활주권 20원, 대화권 30원이라는 개장 안내 전단지가 남아있다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은 부침의 역사를 기록했다
개장 후 1년 만에 운영난으로 휴장을 하기도 했고 그곳을 지키자는 각계의 성원으로 폐장, 재개장을 반복했다

여름철에는 롤러장으로 변형되기도 하고, 냉장고 보급이 덜 된 탓에 식용 얼음을 제조하는 공장으로 전용된 적도 있다
가게에 가서 얼음을 사다 먹었다면 요즘 아이들은 꽤 신기해할 것이다
그 많은 양을 한때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이 공급했던 것이다

링크가 재개장될 때마다 영업 활성화를 위해 얼음 위에선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다 ​
지금 우리가 아는 아이스쇼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빙상을 살리자는 취지로 구봉서, 박노식, 김희갑, 서영춘 같은 당대의 인기 희극인과 배우들이 대거 나서 쇼무대를 펼친 것이다

온 국민이 애호하던 겨울철 스케이트 열풍이 점차 시들해지면서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은 1990년대 중반쯤 문을 닫았다
그곳은 이제 원단집, 예식장, 찜질방이 결합된 복합 플라자 건물(시즌 빌딩)로 변신했다

♤ 세상에 피겨스케이트가 처음 등장한 것이 1850년 유럽인데 우리에게 소개된 것이 불과 40년 후인 1890년 대한제국 시기였다
경복궁 향원정에서 고종과 명성황후를 모시고 외국인들의 시범 경기가 펼쳐졌는데 그 신기한 운동놀이를 일컬어 '빙족희(氷足戱)'라고 했다
그후 스케이트 보급이 점차 이루어진 가운데 1920년대에는 빙상 선수권대회도 열리고 일본 유학생이 귀국하여 '피겨 스케이트 구락부'를 결성하기도 한다
1923년 동아일보가 주최한 대동강 빙상대회에는 수많은 관중이 운집했다고 전한다
이런 배경으로 점차 스케이팅은 온 국민의 겨울철 스포츠가 되었고 1964년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 개장에 이어 1971년 태릉선수촌에 국제 규격의 빙상경기장이 건립되기에 이른다

1891년~1901년 사이(왼쪽)와 현재(오른쪽)의 경복궁 향원정

동대문아파트 (서울시 종로구 지봉로 25, 창신동 328-17)
대한주택공사가 지하 1층, 지상 6층(131가구) 규모로 지은 동대문아파트는 지금은 없어진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 옆 공터에 세워졌다(1965년 착공, 1967년 완공)

이 아파트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건물 안에 가로 6m, 세로 43m의 'ㅁ'자형 정원이 있는 우리나라 최초 중앙정원형 아파트다
이 방식은 지붕이 없는 형식으로 이후 대한주택공사의 건축의 기본이 된다

고급아파트를 바로 이때부터 짓기 시작하여 이후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외인아파트 시공도 담당한다
또한 아파트의 고급화를 유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물건을 복도에 내놓는 것을 철저히 경비실에서 금지하기도 했다
방 2개, 욕실 1개로 가구당 29.75㎡(약 9평)의 좁은 아파트지만 단독주택이 대세를 이루던 당시에는 '최고급' 아파트로 통했다
주위에 아파트가 없어서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돈을 번 장사꾼들이 많이 살았다

당시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이주일(본명, 정주일)과 배우 백일섭이 살아 '연예인 아파트'라고 불리기도 했다
원로가수인 고(故) 계수남씨도 이 아파트에서 눈을 감았다

1993년 안전진단에서 C등급(조속한 보수가 필요한 상태)을 판정울 받고 그 뒤로도 계속 중앙정원 굴뚝 부분이 전도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후원기업을 찾아 보강공사를 하여 현재는 B등급으로 남아있다
서울시에 현존하는 아파트 중에 2번째로 오래된 동대문아파트는 충정아파트와 함께 서울속 미래유산 1000선으로 선정하려 하였으나 예산 부족으로 무산되고, 창신숭인 뉴타운 지구에 포함시켜 재개발하려 하였으나, 이것 역시 무산되었다

이후 서울시는 동대문아파트를 2013년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세븐데이즈(2007년), 숨바꼭질(2013년) 등 여러 영화의 촬영장소로 쓰이기도 했으며, 2015년 보수공사를 통해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하였다

파란 하늘이 너무 예쁘다

[수명산]

동대문의 창신동 숭인동 이야기가 시작되는군요. 기대됩니다^^*